♧천연염색공방

박샘과미스고 2008. 9. 6. 00:05
소목염, 이런 실수를...



정련 이야기를 하면서 ‘선매염’ 이야기를 잠깐 했었다. 
견직물(누에고치에서 뽑은 실을 원료로 만든 천연섬유. 실크)엔 
간편하면서도 큰 어려움 없이 원하는 빛깔을 얻을 수 있지만 
면을 주로 이용하는 나의 작업에선 조금 더 수고를 해야 하는, 
몇 가지 과정을 더 거쳐야 
원하는 색도 견뢰도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에 
선매염의 중요성을 자꾸 강조하게 된다.





염색을 할 때 ‘매염’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매염(媒染)’은, 철, 알루미늄, 구리, 주석, 크롬 등의 금속 성분이나 
탄닌 등의 식물 성분을 이용한 매염제로 물들이는 것을 말한다. 
매염제의 역할은, 물들일 때 색소의 착색을 도와주고, 
발색 과정에서 견뢰도를 높여 주며, 
특히 다색성 염료에는 다양한 색으로의 변화에 그 매력을 발휘한다. 





몇 가지를 제외한 염료의 대부분은 
거의 비슷한 분위기를 내는 것에서 그친다. 
쑥으로 물들인다 하여 한 번에 쑥빛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고, 
동백꽃으로 물들인다 하여 핏빛울음 동백의 빨강이 
단번에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 일련의 과정은 차츰 풀어가겠지만 
면에 물들일 때 
얼룩이나 견뢰도 문제에 부딪친 사람들로부터 
곤란을 겪은 이야기를 자주 들어왔기에 
매염의 중요성을 덧붙일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오배자로 선매염을 해 놓은 원단에 소목염을 하는 과정에서 
답답한 일이 생겼다. 
완전히 발색시키지 않은 감물 원단에는 
마음에 들게 진한 분홍이 되었으나 
정련해 놓은 다른 면들엔 얼룩이 생기고 
원하는 붉음은커녕 진하게 물들지도 않아 속상한 적이 있다.





덮어둔 자료들을 뒤적거리다 
부산의 염색 선생님께 과정을 고스란히 고백하고 자문을 구하니 
조목조목 나의 실수를 풀어 주셨고, 
한동안 쉬었다가 오랜만에 염색을 하는 과정에서 
선매염의 앞뒤 처리에 실수가 있었음을 깨달았다.





2년 전 백반으로 후매염한 명주를 
석회와 잿물, 철에 후매염하여 지금도 변함이 없는 스카프와, 
작년 봄 이맘때 시간차를 두어 
연하고 진한 분홍으로 물들인 무명으로 만든 모자, 
이번에 물들인 것들을 내보이며 과정을 설명했다. 

감물염 무명과 광목, 
3년 전 소목에 물들여 놓은 얇은 광목(전체적으로 엷을 뿐 얼룩은 없음), 
그밖에 호두피로 염색한 손수건 등은 착 가라앉은 분홍이 되었고, 
오배자에만 선매염을 한 채 백반으로 후매염을 하지 않은 원단들엔 
심한 얼룩이 지더라는 것 등등을 구구하게 늘어놓은 셈이다.





오배자로 염색하고 
백반 처리도 하지 않은 원단에 다른 염료를 들이댔으니 
얼룩이 생긴 건 당연한 일, ‘물’ 탓으로만 여겼다. 
새로 이사한 집의 물에서 녹물이 스며나오는 걸 느끼면서부터 
염색할 때 물이 끼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했고, 
소목염에 생긴 얼룩과 연하게 물든 옷감을 ‘물’ 탓으로 돌리다 
선생님께도 그 이유를 핑계삼아 내 실수를 덮으려 했으니 
생각할수록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었다.


* 오배자 : 옻나무과의 붉나무(오배자나무) 잎에 기생하여 생긴 벌레집.
           울퉁불퉁 주머니 모양으로 사람의 귀 모양을 닮은 것이 많다.            
           속이 비어 있고, 맛이 매우 시며, 
           나무에서 짠 맛이 나는 것은 오직 붉나무뿐이라 하여
           바다와 멀리 떨어져 살던 사람들은 붉나무 열매를 넣고 주물러 소금 대신 쓰거나
           간수 대신 두부를 만드는 데 썼다고 한다.
           탄닌 성분이 50~60% 들어 있어 탄닌제를 비롯하여 염모제(染毛劑)나 잉크의 원료로 쓰이며,
           탄닌 성분이 염료의 착색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여 
           특히 면에 염색을 할 때 오배자로 선매염을 해두면 착색이 잘되고 견뢰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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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무식한 촌놈
글쓴이 : 오솔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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