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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낙한 2006. 4. 24. 11:11

기실 사량도이거늘 사랑도라 부르는 까닭은
사랑에 목마른 이들의 살구나무와도 같은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생의 바다에 깃발로 내세우고 있는 피그말리온 효과는
사랑도에서도 유효할 것인가.
사랑도의 지리산행 공지에 꼬리 글을 달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 유효성에 대한 설레임은 5시간의 기나긴 버스이동도,
잠 못 잔 초췌함도 또 하나의 추억이게 했다.

 

설레임은 버스를 버리고 바다에 떠있게 되었을 때 더욱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여명을 걷어간 남해 바다의 물줄기가 비릿한 비늘로 퍼덕거렸기 때문이다.

 

수평선 저쪽의 경계선을 박차고 오른 햇살은 황홀한 빛 잔치를 벌이고 있고
산란한 빛을 몰아 뱃머리로 향하는 물줄기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봄의 색깔로 눈부셨다.
눈부신 물줄기는 점점이 흩뿌려진 섬들의 격절감이 녹아서 흐르는 듯 했다.
그래서 남해 바다는 쪽빛 그리움으로 아득해 보인다.

 

바다로 나아간지 15분. 아득한 물길 저 끝에서 풍문처럼 섬 하나가 다가섰다.
꿈에도 그리던 사랑도다.
순간 예감처럼 내 마음속의 섬 하나가 사랑도와 겹쳐졌다.

 

나는 산을 그리워하듯 섬을 그리워했다.
시인 정현종의 마음도 아마 그랬을 테지...
사랑도를 마주하니 그의 시 구절이 새삼 가슴에서 피어난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네 나는 그 섬에 가고 싶네"

 

나는 그 섬에 온 것이다.
그리운 섬 사랑도에.

아프로디테 여신은 과연 나의 갈라아테에게 온기를 불어넣어 줄 것인가...
염원을 안은 채 섬을 한 동안 바라보았다.

 

섬은 바다를 끌어안고, 바다는 섬을 포개고 앉아서 뜨거운 충동질을 하고있었다.
섬은 바다의 충동질을 끝내 견디지 못하고 지리산 12봉 봉우리로 솟아났을까.
그 작은 산허리에 12봉우리의 기막힌 산세를 만들어 냈다.

 

그러고도 모자라서 기암괴석으로 불거졌나 보다.
기암괴석은 손길이 닿을 때마다 페르몬 향을 풀풀 풍기고 있었다.

 

암릉을 오르내리기 서너 시간-.
뒤돌아 볼 때마다 바다가 섬이고 섬이 바다인 풍경은 놀라움과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12봉우리를 오를 때마다 숨겨두었던 보물을 하나 하나 꺼내놓듯 비경은 그칠줄 모른다.

 

그 풍광은 어느새 내 마음 저 안쪽 깊숙이 들어와 박히고
들리지 않는 계면조의 음률로 일렁이기 시작했다.

 

사랑에 목마른 속인은 그래서 몸 전체가 흔들렸나 보다.
얼굴이 닳아 오르고 어찌할 줄 모르는 마음은 푸른 물위를 나는 한 마리 새가 된다.

 

순간 흔들리는 내 몸 속으로
암릉에 기대선 나무들의 수액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고
누군가 나의 이름을 부르는 듯 했다.

 

바로 옥녀봉이었다.
아찔한 발놀림으로 옥녀봉에 오르니 내가 서있는 이곳이 천국인가 용궁인가
푸른 바다에 보석을 박은 듯 아찔한 한려수도 풍광에 말문이 막힌다.

 

동쪽으로 봐도 터져나오는 말은 우와~~~~~~~
서쪽을 돌아봐도 입에 흐르는 말은 우와~~~~~~~일 뿐이다.

그렇듯 황홀경에 우와~만 되뇌인 산행은 대항에서 대미를 장식했다.
싱싱한 회와 소주와 정담으로...

 

어쩜 마지막일지 모르는 산행을 사랑도로 선택한 일은 나에겐 정말 큰 행운이었다.
눈물나도록 그리운 이들과의 마음을 나눈 산행이었지만 어쩐지 내 마음은 쓸쓸하다.
이별이 저기서 손짓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나의 그리움을 쫓는 산행 여정도 여기서 멈추어지고 말겠지.
하지만 산행에서 느끼는 고독한(?) 사유의 흐름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내가 살았던 세상과 내가 함께 했던 사람들이 따뜻한 정을 나누며 산길을 걷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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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낙한 2006. 3. 8. 11:05
삼악산, 그 고운 속살이여!!!!! | 스토리1 2006/02/26
낙낙한 http://planet.daum.net/laepill/ilog/2745862 복사

눈을 뜨자마자 토리노로 부터 전해져오는 감동!
"대한민국 쇼트트랙이 금메달입니다. 3관왕입니다."
아나운서의 숨막히는 함성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장하고 장하다! 우리의 아들 딸들...

 

벅찬 가슴 안고 청량리로 향한다. 그곳에도 반가움이 있다.
골뱅이, 나나, 더불투, 등대지기, 박달재, 수달, 윤c아씨, 이루자,
좋은일, 태양아래, 해피와 그의 형부(가나다순^^). 따뜻한 손을 덥썩 덥썩 잡는다.
그리고 10시15분발 춘천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봄빛으로 일렁이는 강줄기와 숨박꼭질 하듯
춘천행 완행열차는 철로 위를 흔들리며 나아갔다.
기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도 덩달아 흔들리며
아스라한 추억의 시간 속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간이역의 쓸쓸함을 달래려는 듯 기차는 기적을 울리며 내달린다.
기적소리를 신호로 묻어두었던 추억들이 하나 둘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 속엔 꿈과 그리움을 키웠던 유년의 기억들이 살아있었다.
강물에서 물고기를 잡다가 기적소리를 향해 손을 흔들던 기억들이
때묻지 않은 판도라 상자에서 소소소 쏟아져 나와 마음을 들뜨게 했다.

 

그랬다. 내 그리움과 설레임의 원천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열차의 꼬리를 따라 그리움은 커가고 있었다.
그리고 설레임으로 싹틔운 사랑은 끝내 꺼지지 않는 생의 충동이었다.

 

행선지 없는 열차에 몸을 맡기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깨달은 후
나는 어른이 되고 말았지만
지금 우리는 유년의 추억과 함께 삼악산으로 가고 있다.

 

햇살 부신 강물에 흠짓하여 추억을 접고 나니
강촌역의 물줄기가 봄 내음을 비릿하게 풍기며 다가든다.
역에 내린 우리들은 아직 기차의 감흥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삼악산으로 나아갔다.

 

안 그래도 예쁜 산세일진데 오늘 산행은
완행열차의 감흥으로 그 설레임을 더할 터.
산 초입부터 봄햇살이 맹랑하게 팔장을 끼는가 했더니
등선폭포 시원한 물소리로 삼악산이 그 고운 속살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선녀탕, 비선폭포로 이어지는 유혹의 손짓은
봄의 오르가즘을 꿈꾸는 속인들의 발길을 어찌할 줄 모르게 한다.
산 능선은 즈이들끼리 포개고 안겨서 애애한 사랑냄새를 풍기고 있다.
발이라도 담가볼까. 망설임 끝에 손 씻음으로 사랑의 시샘을 달래본다.

 

물오른 산길은 협곡으로 이어지며 점입가경.
예사롭지 않은 풍광에 빠져드니 깔딱 고개인들 대수이겠는가.
맛 파람에 게눈 감추듯 거뜬하다.

 

등선폭포 속살의 유혹에 빠져 혼미간에 오른 2시간여의 산행.
드디어 정상에 올라서니 눈앞의 세상이 절경이라 말문이 막힌다
북녘으로는 계관산, 북배산, 화악산으로 이어지는 산세가 웅장하고
동북녘으로 까마득히 곤두박질 친 절벽아래로 의암호 푸른 물이 눈부시다.
강물에 보석을 뿌린 듯 하중도, 상중도, 중도의 섬풍경이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렸다.

 

동양화 속으로 빠져드는 하산길은 무릉도원으로 가는 길이던가.
눈도 귀도 황홀하니 초로의 내 몸과 마음 속 어디에서 꽃이 피는지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아! 봄이 아니겠는가.

 

 

***산행의 즐거움에 더하여 어찌 먹는 기쁨을 빼놓을 수 있을까.
그래서 해피님의 오늘의 스페샬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을 터.
풀어놓은 메뉴 보자 하니.
골뱅이에 애닳은 국수가 몸둥이를 사정없이 비벼댄 무침이라.
참다못해 한 입 몰아넣으니 그 맛이 일품이로고.
정신 없이 먹다보니 주둥이마다 고추장 자국 선연하다.
그 꼴이 우스꽝스러운지라 수달님이 던진 한마디에 좌중은 그만 웃음바다가 되었다.
"서로 핥아주기 합시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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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낙한 2006. 3. 8. 11:04
구룡산 오솔길 하나 따라왔더이다 | 스토리1 2006/01/08
낙낙한 http://planet.daum.net/laepill/ilog/2513714 복사

새해를 맞은 마음속에 오솔길 하나 틔워볼까.

다시 산을 올랐습니다.

 

해넘기고 처음 보는 우리님들-.

그 반가운 얼굴이야 해가 바뀐다고 변할 손가.
덥석덥석 잡는 손에 겨울 취위도 덩달아 헤퍼집니다.

 

헤퍼진 겨울날씨 등에 지고 구룡산 오솔길로 들어서니
그래도 산은 아직 겨울-.
지난해 연말에 내린 눈이 잔설로 남아 한기로 다가섭니다.

 

한기에 묻힌 산은 휑하니 헐벗었지만 그대로 의연합니다.
의연히 서서 산길을 열고 다 비워낸 품을 열어 속인들을 반깁니다.

 

다 비워 넉넉한 공간에서 속인들의 마음은
그저 또 한해 무엇으로 채울까 세상살이가 궁금하기만 하고...

 

병술년 세속은 어떤 형색을 할 터 인가고 말아닌 말을 건네 보지만
겨울산은 그저 그대로인 채 바람으로 귓등을 스칩니다.

 

수만년을 견딘 풍상을 말없이 의연할 뿐
산은 그저 그의 높낮이로 굽이치며 산길을 열어갑니다.

 

산길은 그렇게 산의 마음을 따라가는데,
우리는 과연 무엇을 좇아 헤매었던 걸까요

 

산길을 따라 정상으로 오르는 길-.
마음 속에 가느다랗게 산길하나 내어 보고 싶다 했더니
하산길 마음속으로 오솔길 하나 따라왔더이다.

 

* 신년 들어 첫 산행 참 즐거웠습니다.
우리님들과 함께 하는 산행은 늘 삶의 청량제가 되고 있습니다.
구수한 입담에 맛있고 정성스런 먹거리까지...
특히 해피님의 멋있고 맛있는 케익이 눈에 삼삼... ^^
즐거운 날 되시고 다음 산행에서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