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행동하기/친환경급식을위하여

땡칠이 2011. 1. 27. 15:07

 

‘친환경 로컬푸드 학교급식’ 신호탄 울리던 날,

학교급식의 미래는?

 

 

By gaeguji

 

 

 

 

 기업의 이윤만을 고려하는 대규모 급식업체들 대신 친환경 지역 농산물의 판로를 개척중인 봄내살림이 들어선 학교급식의 길, 과연 순탄하게만 진행될까?

 

 아직은 어둑한 새벽 6시,

 일 잘한다고 갈수록 배짱 두둑해지는 왕샘이 사무실에 도착했고 국장님은 벌써부터 기다리고 계신다. 호들갑쟁이 난, 역사적인 날이라며 캠코더를 챙겨 따라나섰더니 국장님은 싫은 내색이시다. ‘첫날이라 정신도 없을 텐데...’

 

 하지만 오늘이 어떤 날인가. 춘천 학교 급식에 친환경 로컬푸드의 신호탄이 청정하게 울려 퍼지는 3월의 시작이 아닌가. 학교 급식으로 인해 설레이는 봄내살림의 분주함과 학교급식이라는 호재 뒤에 감춰진 우리의 고민을 담고자 말끔히 세차한 배송차량에 몸을 실었다.

 

 

새벽길 신나게 달리는 봄내살림 배송차량

 

 송화, 지촌, 지암 초등학교, 그리고 신포중학교, 이들 학교는 오늘부터 급식에 필요한 전 품목을 봄내살림에서 공급받는다. 그렇다고 모든 식자재가 지역 친환경 농산물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시작은 지역 친환경 쌀 ‘봄내미’와 잡곡이 우선적으로 들어가고, 지역농산물이 생산되기 시작하는 봄부터 단계별로 늘리기로 했다. 그 전까지는 다른 유통업체를 한 번 더 거치게 돼서 한편으론 수고스럽고 복잡한 일이기도 하다.

여러단체들의 지지와 후원으로 배송차량도 마련할 수 있었고, 학교 급식 기준에 맞도록 작업복과 냉장시설 세팅이 완료되었다. 여러모로 영세한 우리지만 최소한의 여건부터 서서히 맞춰가면서 한발씩 내딛는다.

 

하얗게 눈 덮힌 지촌초등학교 지암분교.  이 작은학교에서 큰 결정을 내렸다. 지역 친환경농산물 급식을 하기로 한 것. 봄내살림 차량이 도착하자 수위아저씨께서  '우리 동네 친환경 농산물이라면서요! '하시며 반갑게 맞아주셨다.

 

 이들 읍면동지역의 작은 학교들은 가지 수는 많지만 물량이 적은데다 매일 공급해야 한다. 즉 많은 유통업체들이 꺼리는 학교들이다. 그럼에도 거침없이 도전하려 했던 건 읍면지역 초등학교 일수록 학교 주변, 즉 학부모들의 농산물을 공급해보자는 로컬푸드의 실현을 꿈꾸면서 부터다.

 

 아이들의 부모님이 바로 코앞에서 쌀을 생산하고 있는데 다른 먼 곳의 쌀을 먹어야 하는 이유가 뭐가 있을까? 더군다나 이 학교들은 친환경 생산지에 위치한 학교들이다. 바로 내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에 보낼 농산물에 어떤 마음과 정성이 들어갈지 너무나도 분명하지 않은가.

 

 사실 너무도 자연스러운 이 시스템이 현실에서 실현되기 참으로 힘들다. 춘천시와 교육청, 식품안전을 도모한다는 형식적인 행정절차라는 장벽 때문에 도농복합 도시인 춘천의 대다수 학교에서 친환경은 둘째치고 로컬푸드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

 

초등학교에 납품할 식재료 점검중인 이진천 국장님. 다양한 품목을 하나씩 점검하기가 쉽지는 않다.  

 

 

 학교 급식 D-day 지난 주,

 봄내살림 직원 모두 1박 2일로 워크샵을 다녀왔다. 홍천과 강릉 일대의 친환경 농산물을 유통, 사공하는 곳들을 탐방하고 온 것.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탐방지가 홍천 유기농산물 물류센터였다.

 

 ‘농약 없는 마을’ 명동리에 위치해 있는 이 센터는 한살림을 비롯해 홍천 뿐 아니라 서울 경기 지역 학교에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는 곳이었다. 이 곳 박영생 부장님께서 센터 곳곳을 안내해주셨는데 여러 포장기부터 냉동냉장시설, 정미소까지 잔득 세팅되어 있었다.

 

 쌀포장 자동화 시설 외..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심지어 무슨 기계인지 몰라도 마냥 부럽기만 했다. 우린 언제나 이렇게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추게 될까 싶었는데 박부장님의 설명을 듣다 고민은 다른 쪽으로 흘러갔다.

 

 박부장님은 올해 홍천지역 학교 급식 선정에서 탈락되었다면서 센터를 운영하면서 겪는 갖가지 고충들을 얘기해주셨는데 그 중 가장 큰 문제가 대형 업체와의 경쟁이란다.

 

‘학교 급식을 지역 친환경 농가를 살리는 차원으로 접근해선 안 됩니다. 학교 급식은 오로지 아이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먹게 하기 위한 것. 그래서 가격이 맞지 않고, 조건이 열악하더라도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성사시키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친환경 로컬푸드 급식을 하나씩 실현하는 거지요. 그런데도 대형업체에서 마음먹고 저가공세로 달려들면 우리 같은 곳은 대번에 흔들려요. 이번에 탈락한 것도 너무 싼 가격으로 쌀을 납품안내해주고 계신 분이 박영생 부장님이시다.                             하는 업체 때문에 그런 거구요.’

 

 

 아득해졌다. 우리라고 다를까.

 

 지금의 우리는 읍면동 지역의 작은 학교라서 경쟁없체 없이 들어가지만 나중에야 모를 일이다. 지역 친환경 급식으로 변화시켜놓아도 언제 누가 달려들어 공든 탑을 무너뜨릴지.

 

 학교 급식이 지역 농산물의 큰 판로가 되고, 당장은 아니어도 앞으로 꾸준히 지속되면 봄내살림의 재정에도 도움 될 경로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놓치게 될까봐 아득하다는 것만은 아니다. 아무리 사회적 기업이나 사회운동 단체들이 올바른 학교 급식 문화를 만들기 위해 공들여 놓더라도 자본을 가진 대규모 업체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야 마는 상황이다.

 

 처음이야 저가로 친환경 급식을 공급하겠지만 그것을 대체할만한 유통조직이 없어진 이후라면 어떤 문제들이 어떻게 터질지, 또 급식 가격은 얼마나 오를지 모를 일이다. 농민들 또한 공급을 독점한 몇몇 업체들에게 휘둘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대형마트 아래서 좌지우지 되는 생산자와 소비자 구조가 지역 친환경 농산물로 전환되는 학교급식에서도 반복되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는 무상급식 논의는 결국 한 쪽 면을 보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닐까.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예전에 이빈파 선생님이 그러시지 않았는가. 급식도 학교에 있는 동안 이뤄지는 일이고, 당연히 학습되어야 하는 교육의 일부분이라고, 그런 교육의 일부분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 맡겨진다면 아무리 친환경 급식으로 전환된다 한들 학교급식이 올바르게 이뤄졌다 얘기할 수 있을까. 지역의 친환경 농업을 도우려는 공공성을 가진 센터가 지역의 생산자와 소비자와의 관계, 또 아이들과의 관계를 돋우는 교육적인 활동들을 생각할 수도, 펼쳐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선 접근하기 힘든 일이다.

 

 

 

 필요에 의해서 취하고 버리고 하는 일들보다 명분에 의해 취하고 버리는 일이 많은 봄내살림이다. 비전도 미래도 보이지 않아 갑갑하고, 그런 길을 오롯이 걸어온 선배들을 볼 땐 눈 질끈 감고 외면해버리고 싶은 길이다. 그런 길을 봄내살림을 통해 우린 함께 가고 있고, 학교 급식 같은 큰 길에 한발 들여 놓은 지금, 어떤 경쟁력을 가져야 할지, 하루아침에 무너질 바위로 계란치기는 아닐지 복잡한 생각이 앞선다.

 

 

에잇, 그보다 전보다 훨씬 바빠져 사무실의 어수선한 이 분위기는 언제쯤 정리가 될지 쉬운 것부터 생각하자~!

 

출처 : 살림하는 개구지
글쓴이 : 개구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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