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행동하기/친환경급식을위하여

땡칠이 2010. 11. 10. 09:17

"급식만 친환경 직거래 해도 농업 강국 된다"

[인터뷰] 이빈파 성북구 친환경무상급식 추진위 부위원장

기사입력 2010-11-10 오전 8:30:49

 

성북구친환경 무상급식 시범 실시를 취재하며 만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무상급식은 학생들에게 공짜로 급식을 제공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무상' 급식이 '급식비를 누가 대느냐'는 비교적 단순한 문제라면 '친환경' 급식은 '친환경 식재료를 어떻게 생산, 유통, 조리할 것이냐'라는 보다 복잡한 문제라는 이야기다.

'친환경 급식'을 주장하는 이들은 가장 가깝게는 급식을 먹을 아이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고 멀리는 지속적인 '도-농 연계'와 지역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을 꼽는다. 사실 '친환경 급식'이 좋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친환경 급식에 필요한 예산을 어떻게 확보하고 '급식'에 얽힌 이해 관계자들의 반발을 어떻게 조정할 것이며 '친환경'에 맞는 급식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문제는 만만치 않다.

성북구가 시행하는 친환경 무상급식
사업 역시 이러한 난제들을 돌파해야하는 부담을 갖고 있다. 특히 서울시 차원의 지원이나 별도의 제도 개선 없이 성북구 단독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급식 체제와 성북구의 '친환경 급식'은 현실과 충돌하는 부분도 많을 수밖에 없다. 이는 '시범 사업'이라는 말의 의미가 그렇듯 향후 친환경 무상급식이 자리를 잡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프레시안은> 지난 5일 성북구 친환경무상급식 추진위원회에서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빈파 씨를 만났다.(편집자)

①성북초등학교 르포: 무상급식 시범학교 점심시간…"밥이 너무 맛있어졌어요!" "10점 만점에 8~9점"…학생ㆍ교사ㆍ학부모 모두 '대만족'

②김영배 성북구청장 인터뷰: "오세훈, 준비물 없는 학교는 되고 무상급식은 왜 안 되나?"…"무상급식은 도시혁명+농업혁명"

10년 전 이 운동을 처음 시작해 '친환경 무상급식의 선구자'라는 별칭을 달고 다니는 이빈파 부위원장은 10년 간 쌓아온 운동이 이제 결실을 보이기 시작한다며 들뜬 모습이었다. 그는 친환경무상급식 추진위 부위원장을 맡은 이후 성북구로 이사도 왔다.

▲ 이빈파 성북구 친환경 무상급식 추진위 부위원장 ⓒ프레시안(이경희)

"'다단계' 농산물 유통구조 안에서는 친환경 급식 불가능해"

이빈파 부위원장은 "생산자와 소비자간 직거래 없이는 친환경 무상급식은 불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친환경 무상급식'이 되려면 애초에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믿을만한 식재료'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문제가 생긴다.

"급식은 항상 식재료가 잘못되면 대형 식중독 사고로 이어지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지도 감독하는 차원에서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약품을 쓰고 있다. 그게 HACCP라는 위험요소 관리 시스템이다. 문제는 친환경 농산물은 이러한 위험관리 시스템에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집에서는 그냥 물에 헹궈먹을 친환경 딸기를 100ppm짜리 소독액에 담갔다 헹궈야 한다. 그럼 삼투압 작용으로 아이들은 약품으로 범벅된 딸기를 먹어야 한다. 이런 것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가? 지금의 학교 현장에서는 막상 친환경 농산물을 가져와도 갈등이 생긴다."

이빈파 부위원장이 지적했듯 학교에서 식재료를 약품으로 소독하는 것은 그 재료를 100% 믿을 수 없고 상손하는 식중독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시장에 나온 수많은 딸기를 사먹지만 그 딸기가 믿을만 한지, 먹어도 괜찮은지 확신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학교 역시 일반 소비자와 다를 것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그래서 친환경 무상급식을 위해 우리가 가장 핵심적으로 퇴출해야 하는 문제가 농산물의 다단계 유통구조다. 시장에서는 '누가 생산한 것을 누가 먹는가'도 모르기 때문에 당연히 생산자와 소비자간 신뢰 관계도 생기지 않는다. 우리는 심지어는 우리나라에서 난 건지, 안정하기는 한지도 모르고 먹고 있다. 결코 소비자에게 유리한 구조가 아니다. 시장에서 소비자는 물량이 많으면 싸게 살지 모르나 지난번 배추 파동 같은 일이 벌어지면 비싸게 사먹어야 한다. 생산자도 마찬가지라서 다단계 유통업자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비용만 엄청난 것이 현실이다.

만약 이러한 다단계를 직거래로 끊어버리면 생산자와 소비자는 유통 최소 비용을 적정한 수준에서 책정할 수 있고 소비가격도 합의할 수 있다. 생산자가 계약 생산을 통해 수입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소비자 역시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동일한 가격에 협찬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누가 키우고 만든 식재료인지 알기 때문에 신뢰하고 먹을 수 있다. 이것이 인정된다면 앞서 말한 딸기의 경우 급식 현장에서는 안전한 농산물, 친환경 농산물을 조리할 때는 약품을 쓰지 않아도 된다. 믿을 수 있는 식재료를 조리하는 방법으로 바꾸면 된다."


이빈파 부위원장이 주장하는 내용은 '로컬 푸드'의 가장 핵심이기도 하다. 로컬푸드 운동은 단지 그 지역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를 소비하는 것만이 아니라 생산자가 친환경 먹을거리를 계속 생산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고 더 나아가 먹을거리의 생산, 유통, 소비 전 과정이 '친환경', '인권' 등의 가치에 부합하도록 하는데 목적을 둔다. 이 기반에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 즉 '얼굴있는 생산, 얼굴있는 소비'가 깔려있다. 이 위원장의 주장은 이러한 로컬푸드의 정신을 먼저 학교 급식에 적용하자는 것이다.

ⓒ프레시안(이경희)
다만 '개인 대 개인'으로 진행되는 로컬푸드 운동이 급식에 적용되면 '지자체 대 지자체' 혹은 '자치구 대 지자체'의 형태로 확대된다. 현재 성북구는 주식인 쌀은 강원도 철원, 이천시 예산군, 나주시 고성군 등과 계약해 친환경 쌀을 납품받아 직거래 하고 있다. 이는 지역 단위로 진행되어야 하는 친환경 농업의 특성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지자체간의 직거래는 생각보다 큰 효과를 만들 수 있다. 성북구는 지금 철원에서 쌀 공급을 받고 있지만 쌀만 갖고 살 수는 없고 쌀을 뺀 식량자급률이 4%에 불과한 한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농산물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공급하는 지자체에서는 만약 구입처가 분명하다면 지역 내에서 생산하는 품목을 조정할 수 있다. 몇년 간 '이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은 우리가 산다'는 식의 계약 생산이 가능해진다. 또 이미 로컬푸드에서 하고 있는 '꾸러미' 사업(소비자가 일정 금액을 내면 농민이 자신의 생산한 농산물을 다양하게 조합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방식. 농산물의 종류와 크기는 그해 작황에 따라 달라진다)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러이렇게 되면 성북구에서는 안전하고 계절과 풍토에 맞는 농산물을 지속적으로 먹을 수 있다.

학교 급식에서 사용하는 품목은 최소 260개에서 많이는 500개에 이른다. 품목별로 직거래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면 한국 농업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다. 지자체가 다양한 품목을 지도 관리하고 생산 체계와 기반을 갖춰가게 하면 당연히 식량별 자급률은 조금씩 높아질 수 있게 된다."


"교과부가 강조하는 '전자입찰제', 친환경 농업 망친다"

그러나 현재 운영되는 급식 시스템 안에서 바로 직거래를 도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성북구 역시 쌀 외의 농수산물은 서울시가 지정한 우수 농축산물을 사용하고 있다. 각 학교가 정부 전자입찰 사이트인 조달청 나라장터(G2B)를 이용해 우수농산물로 지정된 공급업체와 계약하는 방식이다. 이들 농산물은 서울시와 농수산물공사가 설립한 '강서 친환경농수산물 급식유통센터'를 통해 공급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G2B라는 전자입찰 방식으로 학교급식 납품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리를 차단하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안전한 식재료를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빈파 부위원장은 "전자입찰 방식은 학교 자치도, 친환경 농업도 망치고 농산물 유통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 자체를 완전히 망가트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자입찰 방식의 특성상 '저렴한 것'을 찾게 되는데 사실 생산비가 저렴해야지 생산비나 공급가액은 그대로인데 싼 것만 취하려 하면 당연히 '비지떡'이다. G2B에 들어가 있는 업체들의 품질을 보장하는 장치가 없다. 이력 추적 넘버로 확인하고 있다고는 하나 인증넘버일 뿐이지 정확한 이력추적 시스템은 되지 않고 있다. 요새 농산물에 유통업자가 마음대로 이력 추적 딱지를 붙이는 소위 '딱지장사'가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 강서유통센터는 이런 관리도 하지 않고 수수료만 받고 있는 셈이다.

친환경 무상급식에는 G2B 방식은 맞지 않다. 당연히 '납품업체'가 아닌 농가나 자치단체가 G2B 시장에 들어올 수는 없다. 일부는 농가들이 조직해 '친환경 G2B 업체'로 들어와 입찰에 참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조차도 나는 맞지 않다고 본다. G2B를 통해 거래 하게 되면 다달이 계약 갱신을 해야 하고 시장의 변동 상황이 그대로 반영되는데 친환경 농업이 유지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이빈파 부위원장은 "G2B는 서울시가 각 학교에 '현물'이 아닌 '현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이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일 뿐"이라며 "성북구의 친환경 무상급식의 원칙은 성북구가 자치단체와 계약을 하고 그 자치단체가 조직, 관리하는 농가들이 농산물을 공급하는 '직거래'다. 성북구는 점차 현물 공급 시스템으로 바꿔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레시안(이경희)

"학교 급식 뿐 아니라 군대, 병원 급식도 바꾸면"

이빈파 부위원장은 "보통 친환경 무상급식의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는 기존에 급식을 관리해온 관료들이나 학교에서 교장이나 행정실, 영양교사 등 관계자들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성북구 내에서는 교장 선생님들의 인식이 대부분 바뀌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그렇지 않다. '학교가 식당이냐'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며 "이런 것은 고쳐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또 영양교사의 체계적인 육성도 시급한 문제다. 이 부위원장은 "영양교사가 '교사'라는 직함을 거진 것이 2003년이고 2006년부터 학교 현장에 왔는데 교사라면 교육학공부해야 하고 먹거리를 관리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농업을 알아야 하는데 그런 기본적인 마인드가 없는 교사들이 꽤 된다"면서 "그런 이해 없이 기존의 칼로리학에 따른 영양 체계만 따르다보니 식단 짜는 것도 힘들어하는 교사도 꽤 된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학교 급식은 하나의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엄마들이 아이들을 통해 듣거나 직접 학교에 와서 모니터하거나 납품하는 업체에 실사를 간다거나 하면서 '식단' 자체에 대한 생각이 바뀔 수 있다"며 "학교 급식 패턴수정되면서 지역 사회 체계가 정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사회 내의 변화 만이 아니다. 그는 학교 급식 외 다른 급식의 변화도 욕심을 냈다.

"급식이 학교에만 있는가. 군대병원도 안전한 급식이어야 한다. 학교 급식이 우리 농산물을 소비할 수 있는 비율은 고작 10% 밖에 안된다. 날짜로 봐도 학교 급식은 180일 뿐이고 그외 185일에 대해서는 답이 없다. 학교 급식만으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단체 급식의 공적 기능을 키워내 잉여 농산물을 처리하고 전체 규모를 친환경 방식으로 바꾸면 한국은 충분한 농업 강국이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이경희 기자,채은하 기자

출처 : 성북구 친환경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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