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맛집

제주 적토마 2020. 7. 3. 07:52

벼르고 벼르던 당일치기 여행을 드디어 다녀왔습니다. 이번 여행의 컨셉은 먹고 쉬고 였는데요, 너무 바쁘게 쫓기는 여행보다는 쉬엄쉬엄 주변도 둘러보고 걷다가 예쁜 카페가 나오면 들어가 수다도 떨면서 제주 구석구석을 다녀보는게 제일 큰 목적이었답니다.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늘 즐겁기 마련이지만, 이번엔 정말 오랜만에 일상을 벗어나 나선 길이라 더욱 설레고 즐거웠어요. 시작은 더욱 특별해야하기에 눈으로도 즐기고 입으로도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보았습니다. 바로 성산일출봉맛입으로도 유명한 세화그때그집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성산일출봉에서 차로 20분, 해수욕장에서 차로 3분 거리에 위치한 흑돼지와 김치찌개 맛집인데요. 일정에 따라서 식사를 먼저 할 수도, 성산일출봉을 먼저 볼 수도 있는 적당한 거리가 좋았습니다. 그리고 도로가에 바로 차를 세울 수 있어서 주차장 찾느라 헤메지 않아도 되고 내리자마자 가게로 들어갈 수 있어서 편했습니다.

 

이어도포크 흑돼지를 전문으로 취급해서 문 앞에 "이어도 포크 판매 인증점" 마크가 떡하니 붙어있었어요. 제주하면 흑돼지인건 알고 있었지만 이어도 포크는 처음 들어봐서 굉장히 기대가 되었어요. 한우, 한돈에 이어 제가 기억하는 고기 브랜드로 남게 될 것인지! 아니면 그냥 스쳐지나가는 이름이 될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구요.

 

들어가면서 제일 먼저 눈에 띈건 보통 식후에 이용하는 작은 커피 자판기와 슬러시 기계였어요. 당분이 들어가는 음료이니 만큼 주변이 끈적해지거나 얼룩이 지기 참 쉬운데 정말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더라구요. 관리하기 쉽지 않을 음료 기계 마저도 이렇게 깨끗하니 다른 곳의 청결은 보지 않아도 되겠다 싶더라구요.

 

실내로 들어오면 매장안은 넓고 깨끗하고 테이블도 많아서 많은 인원이 단체로 가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 찌개가 튈까 앞치마는 기본이고 아기의자까지 준비되어 있어 가족단위 손님부터 여행객, 단체까지 누구든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사진엔 보이지 않지만 좌식 테이블도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천장을 따라 이어진 환기구는 음식 냄새와 고기 연기를 빠르게 환기 시켜주고 있었습니다. 구이집에 가면 테이블까지 내려와 주렁주렁 달려있는 환기구가 때론 불편하기도 했었는데, 여기는 천장형이라 보기에도 깔끔할 뿐더러 매장도 더 넓게 보여서 공간 활용을 참 잘하는 구나 싶었습니다. 입구의 테이블은 이미 식사를 마치고 나가셨는지 그릇이 깨끗히 싹싹 비워져있어서 먹기도 전에 음식에 대한 기대치가 한껏 올라갔습니다. 

 

매장 한켠에는 셀프코너가 있는데, 이곳에서 계란후라이, 공기밥, 라면사리, 떡사리 등을 무한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욕심내지 않고 인당 하나씩 후라이를 하는데 노른자가 봉긋하니 올라오는 것을 보니 정말 신선한 계란을 사용하는 것 같았어요. 신선한 계란을 보니 무한이니 더 먹어볼까 하는 욕심도 생기기는 하더라구요. 

 

저희가 주문한 것은 흑돼지오겹살&목살 세트입니다. 점심특선으로 나오는 흑돼지 김치찌개 쌈도 있기는 하지만 이왕이면 속 든든하게 먹고 출발하기로 한거 고기로 배를 채워보기로 했습니다. 흑돼지오겹살&목살 세트에는 계란찜과 흑돼지 김치찌개 뚝배기, 소세지, 왕새우가 기본메뉴로 나옵니다.

 

주인공인 구이용 흑돼지는 한번 초벌이 되어 나오기 때문에 굽는 시간이 단축되어 더 빨리 구워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초벌이 되어 있으니 굽는 동안 연기가 덜 난다는 건 또다른 장점이지요. 그냥 바로 먹고 싶어지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자태가 정말 바라만 봐도 군침이 돌았어요.

 

고기구이에는 절대 빠져서는 안될 파절임과 쌈채도 기본찬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파절임에는 어떤 양념을 사용하는지 새콤달콤한 맛이 그냥 먹어봐도 맛이있었어요. 오겹살에 이만큼 완벽한 조합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알찬 구성에 친구들 모두 너도나도 이번 식당 잘 골랐다며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성산일출봉 맛집은 절 배신하지 않았어요!

 

드디어 불판에 올리는 고기! 세화그때그집이 더 좋았던 건 바로 고기를 구워주신다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고깃집에 가면 누군가는 굽느라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대화에도 듬성듬성 참여하게 되곤하는데 직접 구워주시니 정말 먹고 즐기기만 하면 되서 너무 좋았어요. 고기는 미리 잘라서 구워주셨는데, 잘라둬서인지 더 빨리 익어서 (더 빨리 먹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고기가 익어가는 냄새에 정신 못차리고 있었는데 불판 아래로 가지런히 자리잡은 새우와 소세지, 버섯, 양파가 보입니다. 새우는 2-3인분에는 두마리, 3-4인분에는 4마리가 나온다고 합니다. 빨갛게 익어가는 모습이 정말 맛있어 보였어요.

 

 

드디어 익어버린 오겹살은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게 정말 눈으로 보아도 냄새를 맡아도 너무 맛있어보였어요. 욕심껏 두점을 집어 한 입 가득 넣으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풍부한 맛이 느껴졌습니다. 그냥 삼겹살과는 정말 다른 맛이었어요. 씹는 탄력까지도 남다른 맛이라고 하면 아실까요?

아이도 어른도 좋아하는 불판에 구은 소세지도 정말 맛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있는 팀이었다면 소세지는 모두 아이 몫이 되었겠지만, 성인끼리 모인 저희 팀에서는 제 몫입니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밥에 얹어 먹으니 짭쪼롬하니 더 맛있었어요. 

오겹살에는 역시 파절임이 최고의 궁합인 것 같습니다. 고소한 고기와 새콤달콤한 소스의 파절임을 함께 먹으면 느끼함은 씻은 듯이 없어지고 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맛의 조화가 입안에서 팡팡 터지는 맛이랄까요.

마늘까지 올려 삼합으로 먹으면 새콤달콤에 알싸함까지 묻어나서 더욱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었어요. 별거 아닌 조합인데도 이렇게 맛있을 수 있는건 고기의 질도 좋을 뿐더러 다른 야채들도 모두 신선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때로는 쌈무에 싸서 먹는 것도 맛있는 것 같아요. 쌈무가 가진 새콤함과 아삭한 식감이 고기와 꽤 잘어울렸습니다. 

 

쌈무에 싼 오겹살 한조각을 그대로 따뜻한 젓갈에 푹 찍어 맛볼 때의 그 맛이란! 한 번도 안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을 그런 맛이에요. 젓갈은 처음 고기가 나올때부터 함께 불판에 올려 자글자글 끓고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깊은 맛이 됩니다. 나중에는 살짝만 찍어도 그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제 입에 가장 맛있었던 조합이에요. 쌈무에 파절임, 고기와 쌈장에 찍은 마늘을 올려서 그대로 한 입에 넣으면 새콤달콤매콤고소 세상 모든 맛을 다 먹는 기분이에요. 이것보다 맛있는 음식이 또 있을까요?

 

고깃집에 가면 꼭 추가하는 메뉴 중 하나가 바로 계란찜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기본으로 나와서 너무 반가웠어요. 폭탄 계란찜이라고도 하는 산처럼 봉긋하게 솟아오르는 계란찜이에요. 식으면서 봉긋한 부분은 그대로 가라앉지만 그 부드러운 맛까지 가라앉지는 않는답니다. 어느정도 식은 다음에 한술 크게 떠서 먹으면 입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아 없어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어요.

 

소세지는 그냥 먹어도 맛있고 밥에 올려 먹어도 맛있지만, 고기랑 같이 먹으면 더 맛있는 것 같아요. 아무것도 찍지 않아도 소세지가 가지고 있는 짭짤한 간만으로도 충분히 맛이 베어납니다. 고기를 안좋아하는 아이들도 이렇게 같이 주면 대부분 잘 먹더라구요.

 

다른 양념없이 쌈장 조금과 마늘을 얹어 먹으면 마늘의 알싸함이 느끼함을 잡아 깔끔한데 고기 풍미는 살아나는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쩜 이렇게 쫀득쫀득한지 이게 제주 흑돼지 이어도 포크의 맛인가 봅니다. 저는 밥없이는 고기를 못 먹는 사람인지라 무한으로 제공되는 공기밥이 정말 마음에 쏙 들었어요. 그렇다고 두세공기를 먹을건 아니지만 왠지 먹는데 부담이 없었거든요.

 

이렇게 한점 한점 먹다보니 어느새 고기는 없어져가고 느끼함이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명이나물을 먹어야하는데 말이에요. 명이나물은 몇년 전인가 모브랜드 음식점에서 처음으로 접하고 반해버렸습니다. 돼지고기와 정말 잘 어울리는 맛이었어요. 음식마다 개인의 취향이 있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제 주위에서는 싫어하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또 한점 먹고야 말았네요.

 

세트에 함께 나온 흑돼지 김치찌개 뚝배기는 고기의 느끼함을 한번에 잡아주는 깊고 진한 맛과 칼칼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습니다. 잘 익은 김치에 매콤함을 더해줄 고추, 그리고 빼놓으면 어쩐지 섭섭한 두부까지 느끼할 때마다 한 번씩 먹어주면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면서 느끼함을 싸악 잡아주었습니다.

 

듬성듬성 썰린 김치와 숨어있는 흑돼지는 이것만 따로 시켜도 한끼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곳 성산일출봉 맛집에 처음 들어와서 봤던 커다란 양푼이들도 역시 다 이유가 있어서 주문하는 것들 이었어요. 이렇게 맛있으니 점심특선으로 나오는 흑돼지 김치찌개 쌈도 그렇게 인기가 좋았던 거죠. 가게 들어올 때 보았떤 싹싹 비운 그릇의 주인공을 직접 맛보니 이해가 갑니다. 저였어도 싹싹 비우고 갔을 것 같아요.

 

찌개로 입가심을 하고 다시 고기를 먹어봅니다. 다시 먹어도 또 맛있어요. 오겹살은 지방에 붙어있는 껍데기 부분이 매력포인트인 것 같아요. 다른 고기에선 느낄 수 없는 쫀득함이 있어서 자꾸만 손이 가게 되거든요. 맛있은 음식과 함께 시작하는 여행이은 정말 행복합니다. 앞으로의 계획도 세우고 또 이런 맛집을 찾을 수 있을까 걱정도 하면서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어요.

 

친구들끼리 여행을 오니 먹으면서도 즐길 수 있어 또 좋습니다. 한입만 게임도 해보았는데 상추에 일단 고기 두점을 올리고 좋아하는 야채 밥 밑반찬을 가득올려 제일 큰 쌈을 싸서 한입에 넣는 것까지 성공해야하는 게임이에요. 맛없는 집에선 시도도 하지 않는 그런 게임이죠. 뭘 올려도 다 맛있으니 쌈이 점점 커져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새 잘 익어 말캉해진 구운양파와 함께 또 한점을 먹어봅니다. 구운양파의 달달함은 고기나 마늘 파절임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참 조화롭게 그 맛에 어울리는 것 같아요. 태우지 않고 이렇게 굽는 것도 정말 기술인데 이게 전문가의 솜씨겠죠. 정말 맛있게 잘 구워주시는 사장님 감사합니다. 너무 맛있어요.

 

셀프코너에서 만들어온 계란후라이에요. 만든자의 실력이 미흡하여 모양은 좀 그렇지만 샛노란 노른자에서 계란의 신선함이 보이지 않나요? 반숙으로 만들어서 계란밥에 고기를 딱 올려 먹었어야했는데 만들어온 친구는 완숙이 취향이라 아쉬웠어요.

 

기본 제공 밑반찬은 총 6가지로 매일 아침 만들어서 신선하게 제공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본찬은 그때그때 종류가 조금씩 달라진다고 해요. 저희가 갔을 때는 아삭한 콩나물 무침이 있었어요. 시원하고 아삭해서 고기가 익어가는 동안 자꾸만 손이 갔었어요. 고소하면서도 심심한 맛이어서 밥 없이 그냥 먹어도 맛있어서 기본찬으로 딱이었습니다.

 

매콤하게 나오는 오뎅볶음은 그냥 먹다가 밥이랑 먹다가 은근히 손이 자주 가는 기본찬 이었어요. 나중에는 고기 먹기 전에 배부르겠다고 일단 치우자는 얘기가 나올정도로요.

 

단 두마리 뿐이었던 우리의 새우입니다. 둘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사람이 셋이어서 가위바위보를 하며 나누어 먹었어요. 제주바다에서 잡은 새우인지 살도 통통하게 오른 새우가 어찌나 맛있었는지 모릅니다. 다른데서는 새우는 까는게 귀찮아서라도 잘 안먹는 편인데 구워지는 냄새부터가 남달라서 정말 꼭 먹어야겠더라구요. 어쩌면 하나가 모자라서 승부욕이 불 타올랐을지도 모르지만요.

 

매장에는 여행객보다도 세화 주민들이 더 많이 자리를 잡고 계셨어요. 점심시간이어서인지 주민(으로 추정되는) 분들은 흑돼지 김치찌개 쌈에 제주막걸리를 한잔 하시는 분들이 많이 보였어요. 이런 곳이 진짜 맛집이죠. 양도 푸짐하고, 서비스도 많으니 주민들이 자주 찾아올 수 밖에 없겠다 생각이 들긴 했어요. 

 

마지막으로 들어오면서도 보았던 슬러시에요. 제주는 이미 여름 날씨라 커피보다도 이 앞에 줄이 더 길었습니다. 더운 날에 시원한 슬러시는 안마시면 섭섭하지요. 저희도 한잔씩 받아서 입가심을 하며 다음 일정을 상의 했습니다. 자리에서 마시면서 느긋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어도 사장님도 직원분도 눈치를 주는 분은 아무도 안계셨어요.

 

그때그집은 현금으로 계산하면 얼음식혜를 서비스로 줍니다. 2천원에 따로 판매를 하기도 하구요. 지금은 애월, 함덕, 세화, 월정리, 한림, 시청, 공항, 노형, 산방산 이렇게 9곳에 지점이 있습니다. 자차로 오실 때에는 지점명까지 같이 검색하셔야 세화 그때그집으로 오셔서 성산일출봉까지 볼 수 있으니 혹시 일정이 겹친다면 참고해주시면 됩니다. 

 

밖으로 나오면 느린 우체통을 볼 수 있습니다. "편지를 넣으면 1000년 뒤에 갑니다. 편지 분실시 그때그집 책임, 어서어서" 라고 쓰여있어요. 1000년 뒤라니 올지안올지 누구도 확인은 할 수 없지만 재미삼아 한장 써서 넣어두고 왔어요. 언젠가 편지를 받을 저의 후손을 위해 성산일출봉 맛집 세화그때그집은 1000년동안 문 안닫고 장사하시길 바래야겠어요. 느린 편지 뿐아니라 그때그집에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건의함'의 역할도 한다고 해요. '사장님 잘생겼어요', '직원이 예뻐요'는 꼭 써서 넣어드려야할 것 같은 예문에  빵터져.. 사장님 잘 생기셨다고 메모를 넣어드리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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