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박가네)

세상을 후회없이 살다 간 성실했던 한 인간으로, 사는데 있어서는 냉정했었지만 그래도 정을 알고 나눴던 한 인간이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고 남고 싶습니다.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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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사랑

2020. 3. 5.

 

견우직녀도 이 날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날

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

안개꽃 몇 송이 땅에 묻고 돌아오네.

 

살아 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해 주고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

 

당신 손수 베틀로 짠 옷가지 몇 벌 이웃에 나눠주고

옥수수 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돌아오네.

 

은하 건너 구름 건너 한해 한 번 만나게 하는 이 밤

동쪽 서쪽 그 멀고 먼 거리가

하늘과 땅의 거리인 걸 알게 하네

 

당신 나중 흙이 되고 내가 훗날 바람 되어

다시 만나지는 길임을 알게 하네

 

내 남아 밭 갈고 씨 뿌리고 땀 흘리며 살아야

한 해 한번 당신 만나는 길임을 알게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