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박가네)

세상을 후회없이 살다 간 성실했던 한 인간으로, 사는데 있어서는 냉정했었지만 그래도 정을 알고 나눴던 한 인간이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고 남고 싶습니다. 늘 사랑입니다.

* 진정한 휴식, 숲속에서의 하룻밤 가평 바위숲 온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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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르고 싶은 펜션및 숙박업소|전국

2020. 9. 5.

진정한 휴식,숲속에서의 하룻밤 가평 바위숲 온더락

굽이진 산길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하자 건물 세 동이 마치 그 안을 보호하듯 막아선다. 새소리와 물소리, 바람소리가 가득한 안쪽에는 박근완 씨 가족과 송영완 씨 가족이 그토록 염원하던 자연 속에서의 일상이 별세계처럼 펼쳐져 있었다.

 

 

 

카페테리아 사이로 들어서면 안쪽으로 글램핑 텐트의 일부가 보인다. 이곳을 지나면 또 다른 아늑한 세계가 펼쳐질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두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펜션이라니 독특해요. 어떤 관계인가요.
저희는 처남과 매형 사이에요. 남동생 식구 셋과 누나 식구 넷이 이곳에 모인 거죠.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도 사이가 좋아 종종 함께 놀러 다니곤 했어요. 아이들도 두 살, 네 살, 다섯 살로 나이 차이가 많지 않아 허물없이 어울리죠. 그래서 더 쉽게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건지도 몰라요.

일종의 가족 경영인 셈이네요. 도시에서는 어떤 일을 했나요.
처남인 저는 제품 디자이너로 활동했고 매형은 건설 회사에 다녀요. 지금 저는 일을 그만두고 이 사업에 매진하고 있고 매형은 아직도 회사에 다니고 있죠. 내려와 함께 살기로 결정한 지 2년이 조금 넘었어요.

왠지 반반씩 투자했을 것 같아요.
어떻게 알았어요? 함께 숙박 사업을 하기로 결정하고는 모든 비용과 지출은 정확하게 반씩 부담하기로 약속했어요. 물론 수익도 정확히 반으로 나누기로 했죠. 그래서 매형 월급도 펜션 수입과 합쳐 전체 수익으로 잡아요. 저희는 이게 꽤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생각했어요. 두 가족이 함께하다 보니 의견이 둘로 갈릴 때도 있고 결정해야 할 일도 많을 텐데, 뭐든 정확하게 절반으로 나눠야 의사결정도 대등하고 객관적으로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야 서로 간에 책임감을 갖고 일도 할 테고요. 물론 대출도 절반으로 나눴어요(웃음).

도로와 맞닿은 건물 세 채 중 두 채는 살림집, 한 채는 카페테리아 공간이다. 건물 세 채가 안쪽의 글램핑 펜션을 보호하듯 둘러싼 모양새다.

 

이곳까지 오게 된 계기가 궁금하네요.
우연찮게 친척이 운영하는 펜션 사업에 대해 설명을 들을 기회가 있었어요. 고생도 많고 애도 써야 하지만, 어느 정도 규모로 어떻게 운영하면 시골에서 자급자족하는 게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죠. 이건 제가 좀 더 많이 생각했던 부분이기도 했는데, 제품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매일 반복되는 루틴에서 질적으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걸 많이 느꼈거든요. 일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발전에서요. 막연하게 ‘언젠간 도시를 벗어나야지’ 생각했는데, 마침 이 사업의 속내를 보고 나니 ‘아, 이걸로 탈도시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마침 매형 역시, ‘쉰 이후에는 어떻게 살지’ 하는 고민이 있었더군요.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각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고, 그래서 두 집 다 살던 집을 빼서 현금화한 뒤 펜션 사업을 하는 친척 집으로 들어갔어요. 두 가족이 합숙 아닌 합숙을 하며 구체적으로 숙박 사업에 대해 고민했죠.

3 / 10

가장 먼저 손님을 맞이하는 웰컴 공간이자, 커피와 조식을 먹을 수 있는 카페테리아. 기둥 역할을 하는 나무는 공사를 하며 어쩔 수 없이 베어낸 잣나무를 활용했다.

 

텐트로 건물을 만들었는데 각 동에 취사와 세면 시설이 구비돼 마치 펜션 같아요. 텐트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셨나요.
몇 군데 잘된다 하는 펜션을 다녀봤어요.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양평 어느 펜션에서 도넛 모양의 글램핑 펜션을 보고는 우리 모두 “저거다!” 했어요. 예전에 외국 어느 디자인 웹사이트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한국 건축가가 디자인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양평에 그게 설치되어 있어서 놀랐어요. 그 글램핑 텐트인 ‘아키글램’을 만든 건축공방 심희준, 박수정 소장님을 수소문해 찾게 됐죠. 그랬더니 웬걸, 이분들이 미팅 때 “저희가 진일보한 글램핑 디자인을 개발해두었습니다”라고 하시더군요. 마치 저희를 기다렸다는 듯이요(웃음). 집 두 채와 카페 한 채, 그리고 글램핑 텐트 일곱 동을 함께 짓기로 했는데, 설계 미팅 때마다 제안하는 모든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어떤 걸 선택해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어요. 기존 텐트를 보완해 취사와 샤워 시설까지 넣고 2가지 형태로 개발했어요. 방수와 자외선 차단은 물론이고 화재에 강한 난연 기능도 넣었죠. 멤브레인 막을 이중으로 설치했는데, 막이 쫀쫀해서 씌우기가 쉽지 않아 애를 먹을 정도로 튼튼한 구조예요.

산속에 자리 잡은 것도 독특해요. 이 땅은 어떻게 찾은 건가요.
먼저 도시에서 가까운 곳을 찾았어요. 공기 좋고 관광지가 가까운 곳이요. 이곳은 춘천이 가깝고 근처에 아침고요수목원이 있어 주말마다 사람들이 많이 오는 지역이에요. 가평으로 지역을 결정하고 구석구석을 찾아다녔는데 마음에 드는 곳이 좀체 나오지 않더라고요. 우리는 맘에 드는데 주인이 팔지 않겠다고 한 땅도 있었죠. 처음 이곳을 봤을 때는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어쩌다 사계절을 모두 겪게 됐어요. 마지막에 눈 덮인 풍경까지 보고 나니 ‘여기에 자리를 잡아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완전히 숨어 있는 것도, 그렇다고 오픈되지도 않은 위치가 점점 좋아 보였어요. 이 풍경을 더욱 살려준 건 두 건축가가 제안한 배치인 것 같아요. 텐트와 건물 모두 바깥 풍경이 아닌, 산과 나무를 보게끔 앉혔거든요.

다른 동과 시선이 마주치지 않고, 숲과 자연을 바라보도록 앉힌 글램핑 펜션. 비가 와도 야외 활동에 무리가 없도록 차양이 있는 외부 공간이 각 동마다 개별적으로 설치돼 있다.

 

그러고 보니 흔히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배치는 아니네요. 오히려 반대로 산 쪽을 보고 있어요.
산 아래쪽이 아닌 안쪽을 보게 한 건 건축공방의 아이디어였어요. 땅이 주는 편안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대지에 꼭 맞아떨어지게 텐트를 배치했고, 안에서 숲과 바위, 계곡을 바라볼 수 있도록 전망도 함께 고려해 자리를 잡은 거죠. 실제로 저희 펜션에 오는 손님들은 지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쉬려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후기를 들어보니 나무와 풀, 계곡물 소리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해요. 건축가와 함께 땅의 지형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활용해 건물을 앉히려고 노력했어요. 바위와 나무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어서 현장에서 실측해가며 도면도 여러 번 수정했고, 나무도 최대한 덜 베어내고 땅을 평탄화하는 작업도 최소화했어요. 이런 여러 노력들이 합쳐져서 자연 속으로 폭 들어온 느낌을 더하는 것 같아요.

도로에서 펜션으로 들어올 때의 배치도 독특해요. 주거동과 카페를 거쳐서 이 안으로 들어서는데 마치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여기만 별세계처럼요. 마치 건물이 숲을 보호하듯 안고 있는 것 같아요. 매형은 회사 일이 출장이 잦아서 주말에만 올 때가 많은데, 계단을 넘어 안쪽으로 들어올 때마다 가슴이 설렌다고 해요.

 

이곳에서는 마치 텐트에서 야영하는 듯한 느낌과 쾌적한 펜션에서의 하룻밤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텐트 내부에 코어를 마련해 이곳에 모든 설비와 배관을 집약해 넣었다. 한쪽에는 간단한 취사도구와 함께 냉장고와 싱크대가 있고, 반대쪽에는 욕실과 화장실이 위치한다. 에어컨의 전기 설비 역시 이 코어를 통해 공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