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박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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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열 강화에 대응한 흙 건축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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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주말주택, 집,별장

2020. 9. 18.

따뜻한 흙집 ‘테라패시브하우스’를 제안하다

 

신축 건축물에 대한 에너지 기준이 '2025년 제로에너지하우스 수준'을 목표로 점차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지어졌던 흙집은 정부가 제시한 단열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 앞으로는 흙집을 지을 수 없게 되는 것일까?

우리는 흔히 '흙건축'이라고 하면 초가집과 같은 민가를 떠올린다. 추운 겨울, 발을 녹이러 달려 들어간 방에 누우면 아랫목은 따뜻하지만 코가 시렸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웃풍'은 흙과 나무의 열팽창계수가 달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흙과 나무의 접합부위가 벌어지면서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은 한옥에서 흔히 볼 수 있고 기존 흙집들이 유사한 방식으로 많이 지어졌다. 즉, 한옥의 벽체는 목재 기둥 사이에 샛기둥을 세우고 쪼갠 대나무나 싸리나무 가지로 가로 외엮기를 한 후 내외부에 흙을 붙이는 방식으로 만든다. 이 방식으로 만든 흙벽은 두께가 얇기 때문에 추위를 느끼게 하는 주요 요인이 된다. 이러한 단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흙건축은 에너지 효율성을 중시하는 현대의 주거기준에 부합할 수 없게 된다. 이에 기존의 단일 심벽을 이중으로 바꾸고 그 사이에 친환경 단열재를 넣어 단열 기능을 보강한 '테라패시브하우스'가 대안적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단열은 열이 흐르는 물체의 전열저항을 크게 하여 열 흐름을 적게 하는 것을 말한다. 건축물의 에너지절약 설계기준의 열관류율이 낮을수록 단열성능이 좋은 것이다. 구조체의 열관류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재료의 두께를 증가시키거나 열전도율이 낮은 재료를 사용하여야 한다.

<표 1> 은 건축에 쓰이는 주재료들의 열관류율을 조사한 결과이다. 흙은 목재에 비해 열관류율이 떨어지지만 콘크리트, 석재, 철보다는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 <표 1> 재료별 열관류율 조사표 (※자료 출처: 국토교통부)

 


기후나 환경조건 등에 따라 지역별로 열관류율 기준은 달라진다. 중부지역의 경우, 외기에 직접 면하는 거실의 외벽 열관류율을 0.27W/㎡K 이하로 해야 한다. 흙만으로 벽체를 구성하여 열관류율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약 1.6m 이상의 벽체 두께가 필요한데, 이 경우 실내면적이 감소하고 시공성의 제약이 생기게 된다. 결국, 열관류율 기준에 맞추어 흙집을 짓기 위해서는 단열재 사용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이상과 같이, 한옥과 같은 유형의 흙집은 단열재가 들어갈 수 없는 단일 심벽구조이기 때문에 심벽을 이중으로 하고 그 사이에 단열재를 채워야 한다. <그림 1>과 같이 샛기둥의 내•외부에 심벽을 짜서 흙을 바르고 그 안에는 단열재를 넣는 방식으로 벽체를 구성한다. 이때, 기둥을 목재 대신 흙으로 하면 열팽창계수 차이로 인한 재료분리 현상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단열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흙타설, 흙벽돌, 고강도흙다짐 등으로 기둥을 구축하고 이중으로 심벽을 만들어 그 사이에 단열재인 왕겨숯(훈탄)을 채운 후 흙으로 마감하여 벽체를 완성하였다.

↑ <그림 1> 단열재를 설치한 이중심벽 개념도

 


실제로 지난 2014년, 유네스코 석좌프로그램 한국흙건축학교에서는 위의 벽체구성으로 기존 흙집의 단열성능을 강화한 테라패시브하우스 1호와 2호를 지었다. 작년 11월 완주군 고산면에 완공된 건축면적 104.25㎡ 규모의 주택 역시 테라패시브하우스의 벽체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이 주택은 한국흙건축학교 졸업생을 주축으로 한 한국흙건축협동조합(TERRACOOP) 에서 기본적인 골조작업을 했고, 워크숍 참가자였던 건축주가 흙벽체 작업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자가 건축'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올해 한국흙건축학교에서는 봉사활동과 흙건축 교육을 연계하여 마을 어르신들이 모여서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사랑방 짓기'를 진행할 예정으로, 테라패시브하우스의 업그레이드 방식인 '단열 흙블록'을 사용하여 시공할 계획이다. 단열 흙블록이란 단열재인 왕겨를 흙과 섞어 압축한 경량 블록으로, 기존 테라패시브하우스보다 경제성과 시공성 면에서 더욱 우수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같은 연구와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제로에너지하우스 수준의 에너지 효율성을 충족하는 흙건축의 시대도 멀지 않았으리라 믿는다.

* 왕겨숯_왕겨는 벼의 껍질을 말하며 왕겨숯은 왕겨를 태워 만든 것으로서 농업용, 건축용, 조경용 등에 쓰인다. 간접적으로 태우는 방식과 직접적으로 태우는 방식으로 분류되며, 간접적으로 태운 방식은 화재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직접 태운 방식으로 만든 것을 사용해야 위험성이 적다. 왕겨숯(훈탄)의 열전도율은 0.043W/mK이며, 국토교통부에서 지정하는 단열재의 등급으로는 '다' 등급에 해당한다.

↑ 테라패시브하우스 2호 전경 - 한국흙건축학교 실습장

 

↑ 흙벽돌로 기둥 만드는 모습

 

↑ 테라패시브하우스 2호 기둥과 벽체 디테일

 

↑ 전북 완주군 흙건축협동조합 1호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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