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박가네)

세상을 후회없이 살다 간 성실했던 한 인간으로, 사는데 있어서는 냉정했었지만 그래도 정을 알고 나눴던 한 인간이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고 남고 싶습니다. 늘 사랑입니다.

* 60년 된 주택의 터를 닦아 만든 섬마을 하얀 집

댓글 0

전원주택,주말주택, 집,별장

2020. 9. 29.

60년 된 주택의 터를 닦아 만든 섬마을 하얀집


각자의 생활 터전으로 뿔뿔이 흩어져 지내는 가족들을 넉넉하게 품는 고향 같은 집.
연고도 없는 제주로 불현듯 날아가 집터를 찾고, 땅을 사고, 집을 짓기까지 1년.
막연하게 꿈꿔온 우리 집이 드디어 완성되는 날,

엄마와 다섯 자매의 복작거리는 시골살이가 시작되었다.




▲ 프리랜서 에디터로 일하는 셋째 딸 김은지 씨는 매달 마감이 끝나는 날 제주도로 내려와 푹 쉬며 재충전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 특별히 제주 관광을 하거나 놀러 다니지 않아도, 그저 집에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여섯 여자의 제주도 귀촌 프로젝트

딸만 다섯인 딸 부잣집. 한집에서 북적북적 함께 살던 딸들은 성인이 되면서 결혼과 유학, 독립 등으로 각자 생활하게 되면서 흩어져 살았다. 그렇게 엄마의 집은 서로의 자리에서 바쁘게 살다 짬 날 때 한 번씩 들르는 고향 같은 구실을 하게 되었다. 엄마 혼자 지내기에는 불편하지 않은 아담한 아파트도 다섯 자매와 딸린 가족까지 모이면 비좁기 일쑤. 엄마와 다섯 자매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휴식 같은 고향집에 대한 로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 어머니 이순실 씨는 지난해 여름 이사 온 이후 마당 한 켠 텃밭에 감귤나무부터 고추, 상추 등 안 심어본 작물이 없을 정도로 부지런히 텃밭을 가꾸고 있다. 하지만 도시에서 살아온 아낙의 솜씨가 농부와 같으랴. 남들 다 잘 기르는 감귤나무도 시름시름 앓아 결국 뽑아냈는데, 올해는 그간 쏟아부은 정성에 보답하듯 고추 수확이 제법 실하다. 그녀는 이제 조금씩 흙맛을 알아가는 중이다.

 

마음을 먹고 나니 준비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집터를 알아보고, 집을 짓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마침 제주도에서 살면 어떨까 고민하던 차 여행을 간 자매들이 호기심 반 기대 반 부동산에 들러 10군데 정도 집터를 둘러보았는데, 그중 한 군데로 바로 결정 한 것.

▲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의 농가 주택이 있던 자리에 개축한 집. 기존의 집이 가진 정취를 살리기 위해 돌담을 살리고, 집을 철거하면서 나온 고목들을 인테리어 요소로 활용했다.

 

"마음 같아서는 제주의 신비로운 자연이 펼쳐지는 곳에 오롯이 집을 짓고 싶었어요. 하지만 머릿속에 그리던 것과 달리, 생활할 집이라고 생각하니 현실적인 요소를 놓칠 수 없더라고요. 운전을 못하는 엄마가 혼자 지내기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편의 시설이 갖춰 있고, 시골이 처음인 자매들이 거부감 없이 지낼 수 있을 정도의 주위 환경도 염두에 두고 결정했어요." 협재 해변 인근 한적한 마을 한가운데 이웃집과 옹기종기 어우러져 있는 정감 있는 집터는 가족들의 바람을 만족시키기 충분했다.

▲ 첫째 언니가 서울 집 옥상에서 기르던 애완견들. 유독 강아지를 좋아하는 가족들은 제주로 이사 온 이후 유기견 두 녀석을 더 입양해 모두 네 마리가 함께 산다.

▲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를 보고 만든 아궁이. 가마솥을 사다 얹어 고구마와 감자도 쪄 먹고 솥 밥도 해 먹으며 자매들은 투박하지만 정겨운 시골 맛에 푹 빠졌다.

▲ 집안 전체를 화이트로 마무리하고 포인트로 자작나무를 사용해 심플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모던하게 재해석한 제주식 농가 주택

원래 집터에는 ㄱ자로 배치된 두 동의 농가 주택이 있었다. 처음에는 나름의 운치를 살려 리모델링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막상 실측해 보니 60년이 넘은 주택은 기본 골조조차 쓸 수 없을 정도로 낡은 상태여서 결국 새로 짓기로 했다. 우선 기존 집을 철거한 다음 제주 전통 가옥의 특징인 낮게 닦인 집터를 5m가량 돋우는 작업을 진행했다. 집터만 높게 다졌을 뿐 집의 위치와 배치는 본래 집이 있던 ㄱ자 형태를 유지하기로 했다. 두 동의 건물은 하나로 연결해 내부가 통하도록 설계했다.

▲ ㄱ자 형태의 건물 두 동을 이으면서 생긴 공간에 거실과 주방을 두었다. 양쪽으로는 복도를 내고 끝에 방을 배치하는 형태로 공동 공간과 개인 공간을 분리했다.

 

집안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바로 천장. 부분적으로 바깥 지붕 형태를 살리고 한옥처럼 서까래를 넣었는데, 본래 집을 철거하면서 나온 고목을 활용한 것이다. 또 전체적으로 실내 마감재를 화이트 톤과 밝은 우드 톤으로 통일했다. 내부와 외부 도어, 싱크대와 세면대 하부장, 붙박이장 등은 정갈한 자작나무로 제작했는데, 편안하면서도 차분한 공간이 완성되었다.

▲ 조리 공간과 다이닝 공간 사이, 거실과 연결된 높은 천장에는 채광을 위해 긴 천창을 만들었다.

 

"집을 지을 때 한 달에 두세 번씩 와보곤 했어요. 전문가분들이 공정이나 자재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주기는 하지만 건축에 대해 초보라서 말로만 듣던 자재들이 집에 적용될 때 어떤 느낌이 날지 잘 그려지지 않았거든요. 마음에 쏙 드는 집을 짓고 싶다면 무조건 맡기기보다는 건축주 역시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공부하고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죠."

▲ 주방 창문을 열면 제주도만의 이색적인 풍경인 돌담이 가지런히 펼쳐진다.

▲ 밤이 되면 농가주택은 한층 더 고즈넉한 운치를 발한다.

Data

· 위치_ 제주도 서귀포시 고산면
· 면적_ 606.92㎡(184평)
· 구성_ 방 4개, 거실, 서재, 주방, 욕실 2개, 화장실 1개, 다용도실 2개, 현관
· 건축연도_ 2014년 7월
· 공사비_ 1억2000만원(토지 구입비 별도)

출처: 봉화를 찾는 사람들[봉찾사] 원문보기 글쓴이: 주실령(춘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