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박가네)

세상을 후회없이 살다 간 성실했던 한 인간으로, 사는데 있어서는 냉정했었지만 그래도 정을 알고 나눴던 한 인간이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고 남고 싶습니다. 늘 사랑입니다.

* 차례상의 조율이시(棗栗梨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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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9. 30.

◑ 차례상에 조율이시(棗栗梨柿) ◑

 

조율이시(棗栗梨)란
대추 조(棗)자와 밤 율(栗) 그리고 배 이(梨)자와 감 시(枾)자를 쓰는데
대추와 밤 그리고 배와 감을 말하는 것이지요
이 '조율이시'는 우리가 제사상이나 차례상에 올리는 진열순서를 말하고 있어요


그런데 굳이 '조율이시'라는 순서를 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기에는 그 과일에 들어있는 씨의 숫자대로 진열하라는 의미가 있다 하지요
예를들면 대추(棗 :대추조)를 가장 먼저 진열하는것은 대추씨가 하나 이기 때문인데
후손중에 반드시 왕(王)이나 성현(聖賢)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요

 

다음으로 밤(栗 :밤율)인데 밤은 반드시 씨가 3알 이지요
간혹 한알 내지 두알이 있을때도 있지만 그럴경우 헛것이 3알을 채워주지요
그러므로 후손이 태어나면 반드시 삼정승(三政丞)이 되라는 의미가 있어요

 

또 배(梨 : 배이)에는 씨가 여섯개 들어 있지요
그래서 후손이 태어나면 육판서(六判書)가 되라는 뜻이 있어요

 

다음으로 감(枾 : 감시)은 씨가 8개 이므로
후손중에 팔도관찰사(八道觀察使)가 나오라는 뜻이 있지요

그 밖에도 조율이시(棗栗梨)에는 많은 의미가 부여되어 있는데
그 면면을 하나 하나 살펴보면 다음과 같아요


◈ 대추(棗 : 대추 조)
대추는 씨가 하나 이므로 왕이나 성현이 될 후손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의미라고 하지요

또 대추는 암수가 한 몸이라 꽃 하나가 피면

반드시 열매 하나가 열리므로“ 헛 꽃은 절대 없다” 고 했어요

즉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반드시 자식을 낳아야만 된다는 뜻이지요

또 대추는 음력 7월에 꽃이 피어서 추석때 먹는 과일인데

결혼은 늦게 해도 자식은 일찍 보라는 의미도 있다 하지요

 

그리고 혼례를 치른 신부가 시부모에게 폐백을 드릴때 시부모들이 대추와 밤을 한 움큼

새며느리의 치마폭에 던져 주는것도 아들 딸 구별 말고 대추 열리듯

자식을 많이 낳아 자손을 번창케 하라는 의미가 있어요

그래서 제사상이나 차례상에 대추가 첫번째 자리에 놓인다고 하지요

그리고 대추는 무병장수(無病長壽)를 상징하기도 하지요
중국 속담에 하루 대추 세알을 먹으면 평생 늙지 않는다고 했어요
그 때문인지 대추 역시 배와 함께 신선이 먹는 과일로 꼽히지요
당나라 측천무후와 청나라 서태후는 중국 역사에 등장하는 두 여걸로
나이보다 훨씬 젊게 보였다고 하는데 그 비결은 수시로 대추를 먹었다고 하지요


◈ 밤(栗 : 밤 율)

밤은 한송이에 반드시 세알이 들어있어요

한알일 경우에도 헛것이 2개 있지요
그래서 후손이 태어나면 삼정승(三政丞)이 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또 모든 식물은 씨앗을 심으면 싹을 틔운뒤 씨앗은 썩어 없어지지만
밤은 싹을 틔운뒤에도 썩지않고 뿌리에 달려 있다가
나무가 다 자라 밤알이 달려야만 씨밤이 썩는다고 하지요
그래서 밤은 자신과 조상와의 영원한 연결을 상징하는 의미가 있어요
자손이 수십 수백 대를 내려가도 조상은 언제나 한결같이 이어간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조상을 모시는 위패나 신주(神主)는 반드시 밤나무로 깎는다고 하지요

또 다른 의미는 밤나무 꽃밭에 가서 냄새를 맡으면 유아를 기르는
어머님의 품에서 나는 냄새와 같다고 하지요
그래서 유아가 성장할수록 부모는 밤 가시 처럼 차츰 억세었다가
"이제는 품 안에서 떠나가 살아라"하며 쩍 벌려 주어 독립생활을 시키게 되지요
그래서 부모를 생각하여 밤을 두번째로 놓는다 하네요


◈ 배(梨 : 배 이)

배는 씨가 여섯개 이므로 후손이 태어나면 '육판서(六判書)'가 되라는 의미가 있어요
또 배는 껍질이 누렇기 때문에 우리민족처럼 황인종을 뜻하기도 하지요
오행에서 황색은 우주의 중심인 중용을 나타내게 되는데 흙의 성분(土)인 것이지요
그래서 배는 우리민족의 긍지를 나타낸다고 하지요
그리고 배의 속살이 하얀 것은 우리 백의민족을 빗대어서 순수함과 밝음을 향하고
언제 어느때고 깨끗하고 청렴하고 고결하게 살라는 의미라 하네요

 

역사적으로 유명한 배로는 함소리(含消梨)가 있어요
얼마나 향기롭고 물이 많은지 한입 베어 물면 입안에서 파도가 칠 정도라고 하지요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보면 만병을 능히 치료한다고 했을 정도로 좋은 과일이라 했어요
삼천갑자(三千甲子)를 살았다는 기원전 2세기 때의 인물인 동방삭(東方朔)은
배는 신선의 땅에서 자라는 나무이니 먹으면 신선이 된다고 했고
조선시대 지봉유설(芝峰類說)에도 배 이(梨)자는 가슴에 이로운(利) 과일이라고 쓰여 있지요


◈ 감(枾 : 감 시)

감은 씨가 8개이지요 바로 '팔도관찰사(八道觀察使)'를 의미하고 있어요
후손이 태어나면 팔도관찰사가 되라는 의미가 있지요
감나무는 아무리 커도 열매가 한번도 열리지 않은 나무를 꺾어 보면 속에 검은 신이 없고
열린 나무를 꺾어 보면 검은 신이 있다고 하는데
이걸 두고 부모의 마음을 생각할수 있다 하여 차례상이나 제사상에 놓는다는 설이 있어요

또 다른 설은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것이 천지의 이치인데 감만은 그렇지않다 하지요
감 씨앗을 심으면 감나무가 나지 않고 대신 고욤나무가 나는데
그래서 3~5년쯤 기른다음 기존의 감나무 가지를 잘라서 이 고욤나무에 접을 붙여야
그 다음 해부터 감이 열린다 하는군요


그래서 사람이 태어났다고 다 사람이 되는것이 아니라 가르치고 배워야 비로소 사람이 된다는 뜻이지요
가르침을 받고 배우는 데는 생가지를 칼로 째서 접을 붙일때처럼 살을 찢고 뼈를 깎는 아픔을 겪어야 하지요
그 아픔을 겪으며 선인의 예지를 이어 받을때 비로소 하나의 인격체가 형성될수 있다는 의미라 하네요

또 감에는 모든일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 지라는 '만사여의(萬事如意)'의 뜻이 있는데
감나무는 잎이 넓어 글씨 공부를 할 수 있으니 문(文),
목재가 단단해서 화살촉을 깎으니 무(武),
겉과 속이 한결같이 붉으니 충(忠),
치아가 없는 노인도 즐겨 먹을 수 있는 과일이니 효(孝),
서리를 이기고 오래도록 매달려 있는 나무이니 절(節)이라 했어요

또한 목재가 검고(黑), 잎이 푸르며(靑), 꽃이 노랗고(黃), 열매가 붉으며(紅), 곶감이 희다(白)고 하여
오색오행(五色 五行), 오덕오방(五德五方)을 모두 갖춘 예절지수(禮絶之樹)로 아꼈지요

 

그리고 감나무에는 일곱가지 덕이 있다고 하는데
첫째 수명이 길고,
둘째 그늘이 짙으며,
셋째 새가 둥지를 틀지 않고,
넷째 벌레가 생기지 않으며,
다섯째 가을에 단풍이 아름답고,
여섯째 열매가 맛있고,
일곱째 낙엽은 훌륭한 거름이 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감나무는 수명이 길고, 잎이 풍성해 그늘을 만들며
새가 둥지를 짓지 않고 벌레가 꼬이지 않으니 청결하고
단풍이 아름답고 열매도 맛있는데다
잎사귀가 커서 글씨 연습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감을 선비와 학문의 상징으로 삼기도 했어요


◈ 사과(沙果)

우리나라에서는 원래 사과를 능금이라 했어요
능금은 능금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로 본래 한국에서 자생하던 능금이었는데 알이 작은 소형 종이었지요
요즘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알이 굵은 사과는 전부 외래종 인데
일제 강점기때 일본을 거쳐 들어온 것이며 원조 능금나무는 현재 멸종위기종(種)에 처해 있어요
사실 우리나라 능금은 일반 사과보다 너무 작고 신맛이 강해서 식용으로 쓰기에 부적절 했지요

 

그런데 이 사과가 어떻게 차례상이나 제사상에 오르게 되었을까요?
우리나라에 사과가 처음 들어 왔을때는 제사상이나 차례상에 오르지 못했지만
차츰 배를 대신하여 사과가 제사상에 오르기 시작 했지요
그 이유는 공교롭게도 사과의 씨가 배의 씨처럼 여섯개 이고
한겨울 배는 저장이 되지 않았지만 사과는 입춘때 까지도 저장이 잘 되었어요
그래서 배 대신 사과를 쓰기 시작 했다 하지요

 

원래 사과의 원산지는 서아시아 인데 이 사과가 유럽으로 전래되어
많은 개량을 걸처 지금의 사과가 되었다 하지요
일설에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던 능금나무가 유럽으로 넘어가 지금의 사과가 되었다는 설도 있어요
그래서 지금도 야생 능금나무 뿌리에 사과나무를 접을 붙여 묘목을 생산한다 하지요

그리스 로마시대를 거치면서 이탈리아와 프랑스 일대에 퍼진 사과는
성서에서 선악과(善惡果)를 대표하는 것으로 흔히 알려져 왔는데
이는 가장 아름답고 가장 맛있게 생긴 과일이었기 때문이라 하지요

 

현재의 사과가 우리나라에 들여온 시기는 19세기 말엽 선교사들에 의해 들어 왔다 하지요
지금은 보기 힘들지만
예전에는 껍질이 푸르고 향기가 독특하며 맛이 단 "인도사과"가 있었지요
이는 묘목을 가져온 선교사의 고향이 미국 "인디애나 주"가 잘못 와전되어
"인도사과"가 되었다 하지요
아무튼 일제 강점기가 되면서 과수원은 거의 일본 사람들의 차지가 되었고
모든 사과나무의 육종도 거의 다 일본의 영향을 받을수밖에 없었지요
지금의 후지나 홍도,국광 같은 품종도 모두 일본에서 들어온 것들이지요

 

이제 몇일후면 민족의 대명절이 다가와
모두다 아침 차례를 지내게 되지요
여기에는 집안이나 가문마다 차례상의 진열이나 예를 드리는 순서가 조금씩은 다르지만
근본적인 제례법은 아래와 같지요


고서비동(考西妣東): 할아버지는 서쪽, 할머니는 동쪽으로 모신다-

좌포우혜(左胞右醯); 좌측에는 포, 우측에는 식혜를 놓는다.

어동육서(魚東肉西); 생선은 동쪽에,육류는 서쪽으로 가게 한다.

두동미서(頭東尾西); 생선의 머리는 동쪽으로 꼬리는 서쪽으로 향하게 놓는다.

홍동백서(紅東白西); 붉은 과일은 동쪽, 흰색은 서쪽으로 놓는다.

조율이시(棗栗梨枾); 좌측부터 조(대추), 율(밤), 이(배), 시(곶감)의 순서로 진설하고

다음에 호두 혹은 망과류(넝쿨과일)을 쓰며 끝으로 조과류(다식,산자, 약과)를 진설하지요

 

또 주식(主食)을 제1 가까운 곳에 놓고
그 다음 고기를 놓고 그 다음 부침이를 놓고

그 다음 나물을 놓고 마지막에 과일을 놓는 것이지요


즉 음식 중 가장 중요한 밥 국과 같은 주식을 신위 쪽에서부터 제일 가까운 제1열에 차리고
그 다음 중요한 고기를 제2열에 차리고,
그 다음 중요한 부침이를 제3열에 차리고
그 다음 중요한 나물을 제4열에 차리고,
가장 나중에 먹는 후식인 과일은 제5열에 차리는 것이지요
그리고 양(陽)적인 것은 동쪽, 음(陰)적인 것은 서쪽에 차리는 것이라 했어요

 

아무튼 이번 명절에는 하나하나 눈여겨 보면서
잘못된 점이 있으면 바르게 잡고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풍습의 의미도 새기면서
뜻깊고 의미있는 차례상을 마련해 보시는것도 좋을듯 하네요


-* 언제나 변함없는 녹림처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