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런저런

Hong3 2013. 4. 18. 13:15

출처: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story/read?bbsId=K161&articleId=394875

 

세상에 통용되는 말중에 난 안쓰는 말이 하나 있다.

" 남의 돈 먹기가 쉽나 "

언제부터 이 말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는지에 대한 뚜렷한 기억은 없다. 그냥 안쓴지 꽤 오래다.


흔한 말..남의 돈 먹기가 쉬운줄 알아?..
돈을 먹는다는 표현이 바른말이 아님에도 한국사회에서는 마치 격언처럼 서로가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는다.
그것도 주로 "을들"이 "을들" 에게로 말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돈을 먹는다"는 표현은 천하고 상스럽다.
(양아치들 사이에 여자를 (따)먹는다고 쓰는 표현처럼)

음식이 대상일 때를 제외하면 "먹는다"는 표현은 주로 놀음판·내기판에서 "이겨서 돈을 챙겼다"는 의미로 쓴다.
그런데, 정당한 전문기술·노동·판매·서비스에 대한 반대급부인 "노력의 댓가, 신성한 돈"을 "먹는다"는 단어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음에 놀랍다.

그들은 "노력의 댓가"와 "놀음판 판돈"과 동일시 하는가 보다. 말장난치자는 것이 아니다.
언어는 사고에 사고는 행동에 영향을 주고 받는다.

이미 그 언어는 "서민적"이 아니라 "천민적"이다.
노동으로 정당한 급여를 받을 사람들이 "남의 돈 먹기가 쉽나"라고 외치는 순간 그들은 귀한 근로자가 아니라 "노동이라는 밑천으로 배팅하는 놀음꾼"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남의 돈 먹기가 쉽나..더러워도 불합리해도 몰상식해도 참아야지.." 라는 인식이 팽배한 사회이다 보니 상식과 합리가 힘을 못쓰는 사회가 될수밖에..

대기업이 단가를 후려치면 중소기업은 남의 돈 먹기가 쉽냐며 수용하고 그 희생은 근로자들의 몫.
몰상식한 고객이 진상을 피워도 많은 사업주가 남의 돈 먹기가 쉽냐며 수용하니 그 희생은 종업원들의 몫.
소비자가 돈 몇푼으로 서비스업종사자에게 종부리듯 인격모독을 해도 사회전체 분위가가 "남의 돈 먹기가 쉽냐!"고 외쳐대니 그 희생은 서로의 몫.
택시승객이 진상을 피우며 서비스운운하며 남의 돈 먹기가 쉽냐고 조롱해댄다.

대한민국은 진상들의 천국. 사회는 진상들에게 너무 관대했고 그 결과 상식적인 사람들이 손해를 보거나 마음을 다치며 살아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도대체 왜? 사회구성원 대다수가 불합리한 계약이나 서비스요구 앞에서도 "남의 돈 먹기가 쉽나"란 최면요법으로 참고 타인에게도 감히 그런 마약처방을 하는지 생각하면 할수록 불합리하다.

한국사회는 이쯤되면 인격없는 자본주의다.
유독 한국사회가 비슷한 국민소득수준의 서방국가에 비해 노동의 가치가 저평가되는 원인의 하나.
스스로가 "남의 돈 먹기가 쉽냐" 며 노동가치를 평가절하해버리고 살아왔기때문은 아닌지.

국민의 인식전환이 전제되지 않는한,
대기업이 이익을 줄여 중소기업과 사회에 환원한다고 해도 사회 전반적 노동가치의 인상을 이끌지는 못할것이다.
나는 더 받고 싶고 남에겐 덜 주고 싶은 거지근성때문에 말이다.


노동은 놀음이나 동냥이 아니다.

"남의 돈 먹기가 쉽나"

란 철학없는 말이 소멸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