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성자료실/칼럼

마성 2019. 1. 29. 21:06

하찮은 이야기

 

붓다는 제자들에게 사문이나 바라문은 하찮은 이야기(tiracchāna-kathā)’에 몰두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다. ‘띠랏차나-까타(tiracchāna-kathā)’는 글자 그대로 축생론(畜生論, animal talk)’으로 번역된다. 그러나 이것은 축생에 관한 담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 단어는 하천(下賤)한 이야기보잘것없는 이야기혹은 어린애 같은 유치한 이야기(childish talk)’라는 뜻이다. ‘띠랏차나-까타를 국내에서는 쓸데없는 이야기혹은 저속한 이야기로 번역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것을 하찮은 이야기로 번역하였다. 왜냐하면 띠랏차나-까타는 목적과 방향을 잃은(aimless) 쓸모없는 이야기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석서에서는 하찮은 이야기(tiracchāna-kathā)[해탈의] 출구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천상과 해탈의 길(sagga-mokkha-magga)과는 평행선을 긋게 되는 이야기이다.”(SA..294)고 해석하고 있다. 하찮은 이야기는 빨리 『율장』·디가 니까야』·맛지마 니까야』는 물론 『청정도론』에도 언급되어있다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빨리 율장니까야에 나타난 스물일곱 가지 하찮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1) 국왕에 대한 이야기(rāja-kathā, 國王論),

2) 도적에 대한 이야기(cora-kathā, 盜賊論),

3) 대신에 대한 이야기(mahāmatta-kathā, 大臣論),

4) 군대에 대한 이야기(senā-kathā, 軍事論),

5) 공포에 대한 이야기(bhaya-kathā, 怖畏論),

6) 전쟁에 대한 이야기(yuddha-kathā, 戰爭論),

7) 음식에 대한 이야기(anna-kathā, 飮食論),

8) 음료에 대한 이야기(pāna-kathā, 飮料論),

9) 의복에 대한 이야기(vattha-kathā, 衣服論),

10) 침상에 대한 이야기(sayana-kathā, 臥床論, 臥具論),

11) 화환에 대한 이야기(mālā-kathā, 華鬘論),

12) 향료에 대한 이야기(gandha-kathā, 香料論),

13) 친족에 대한 이야기(ñāti-kathā, 親族論),

14) 탈것에 대한 이야기(yāna-kathā, 車乘論),

15) 마을에 대한 이야기(gāma-kathā, 村落論),

16) 도읍에 대한 이야기(nigama-kathā, 都邑論),

17) 도시에 대한 이야기(nagara-kathā, 都市論),

18) 지방에 대한 이야기(janapada-kathā, 地方論),

19) 여자에 대한 이야기(itthi-kathā, 女人論),

20) 영웅에 대한 이야기(sūra-kathā, 英雄論),

21) 도로에 대한 이야기(visikhā-kathā, 道傍論, 港中論),

22) 우물에 대한 이야기(kumbhaṭṭhāna-kathā, 井戶端論),

23) 전에 죽은 자에 대한 이야기(pubbapeta-kathā, 先亡論, 先祖論),

24) 잡다한 이야기(nānatta-kathā, 種種論, 雜論),

25) 세계에 대한 이야기(lokakkhāyika-kathā, 世界論, 世界起源論),

26) 해양에 대한 이야기(samuddakkhāyika-kathā, 海洋論, 海洋起源論),

27) 이렇다거나 이렇지 않다는 이야기(itibhavābhava-kathā, 如是有無論)이다.(Vin..188; DN..7-8; .178-179; .54; MN..523-514; .1-2; .23; .113; Vism..38)

 

위에서 열거한 하찮은 이야기중에서 1)3)은 국왕과 대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것은 오늘날의 정치인에 대한 칭찬이나 비난이라고 할 수 있다. 출가자가 정치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사문의 본분에 어긋나는 것이다. 원래 출가란 세속적인 정치로부터 멀리 떠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출가자가 정치문제에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에 속한다. 어떤 한 개인의 정치적 성향 때문에 승단 전체가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붓다는 제자들에게 세속적인 정치문제에 관여하지 말고 오직 수행에만 전념하라고 당부하였다.


2) 도적에 대한 이야기, 4) 군대에 대한 이야기, 5) 공포에 대한 이야기, 6) 전쟁에 대한 이야기는 전형적인 세속적 담론들이다. 모름지기 출가자는 궁극적인 가르침, 즉 승의제(勝義諦, paramatha-desanā, 眞諦)를 추구하기 위해 출가하였다. 그런데 출가자가 세속적인 가르침, 즉 세속제(世俗諦, sammuti-desanā, 俗諦)를 추구해서야 되겠는가.


7) 음식에 대한 이야기, 8) 음료에 대한 이야기, 9) 의복에 대한 이야기, 10) 침상에 대한 이야기는 사사공양(四事供養)과 관련이 있다. 이를테면 사문이나 바라문은 재가신자로부터 음식의복좌구의약품 등을 보시 받아 생활한다. 그런데 음식음료의복침상 등이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하는 따위를 입에 올리는 것은 전혀 출가 사문답지 못한 행동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것을 논함으로써 번뇌가 증장하기 때문이다.


맛지마 니까야』의 제2 Sabbāsava-sutta(一切漏經)(MN..6-12)에서는 출가자가 의복음식거처약품 등은 수용함으로써(paṭisevanā) 없애야 하는 번뇌들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테면 의복은 뽐내기 위함도 아니고, 겉치레를 위함도 아니다. 다만 모기와 벌레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바람과 비와 추위와 더위를 막기 위함이며,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함이다. 음식은 살찌기 위함도 아니고, 맛을 즐기기 위함도 아니다. 다만 몸을 오랫동안 머무르게 하고, 번뇌와 걱정과 슬픔을 없애기 위함이며, 범행을 닦기 위함이다. 그리하여 배고픔의 오래된 생각은 사라지고, 배부름의 새로운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다. 오직 오래 살고 안온하고 병이 없기를 위함이다. 처소와 방사는 이익을 위함도 아니고, 뽐내기 위함도 아니며, 겉치레를 위함도 아니다. 다만 피로할 때 쉼을 얻기 위함이며, 고요히 앉기 위함이다. 의약은 이익을 위함도 아니고, 뽐내기 위함도 아니며, 살찌고 맛을 즐기기 위함도 아니다. 다만 병의 괴로움을 없애기 위함이고, 목숨을 거두어 잡기 위함이며, 안온하고 병이 없기 위함이다. 만일 그것들을 쓰지 않으면 번뇌와 걱정과 슬픔이 생기고, 그것을 쓰면 번뇌와 걱정과 슬픔은 생기지 않는다. 이것을 수용함으로써 없애야 할 번뇌라고 한다.


그런데 출가자가 어떤 음식은 맛이 있고 어떤 음식은 맛이 없다는 등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나 어떤 음료수는 맛이 있고 어떤 음료수는 맛이 없다는 등 마시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사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생산활동에 종사하지 않는 사문이나 바라문이 단월의 시주에 의해 살아가면서 맛을 탐닉하기 때문이다. 어떤 스님이 나에게 자신은 아주 오래된 값비싼 보이차를 마신다고 자랑하기에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 그는 외형적으로는 사문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전혀 사문답지 않았기 때문이다.



― 이 사진은 본문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인터넷에서 가져온 사진이다. ― 


11) 화환에 대한 이야기, 12) 향료에 대한 이야기도 세속 사람들이 입에 올릴 말이지, 출가자가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사치스러운 이야기이다.


13) 친족에 대한 이야기는 가문에 대한 자랑을 말하는데, 출가자는 속가의 가문을 떠났기 때문에 친족이나 종족 혹은 가문에 대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쓸데없는 잡담에 불과하다.


14) 탈것에 대한 이야기는 수레에 대한 것이다. 이것은 어떤 수레(지금의 자동차)가 훌륭하고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하는 담론들이다. 오늘날의 승려들은 포교를 위해 부득이 차를 소유하고 운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좋은 차를 타고 다닌다고 자랑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수행자에게 좋은 차는 고슴도치의 바늘과 같은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15) 마을에 대한 이야기, 16) 도읍에 대한 이야기, 17) 도시에 대한 이야기, 18) 지방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지리에 관한 정보들이다. 붓다시대에는 사문이나 바라문을 비롯한 유행자(paribbājaka)들은 여러 나라를 유행하면서 수행하거나 교화하였다. 그런데 당시 유행자들은 이 나라에서 보고 들었던 이야기를 저 나라에 가서 말하는 것을 금기사항으로 여겼다. 일종의 불문율이었다. 왜냐하면 첩자로 오해받을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시의 출가자들은 여러 나라를 유행하면서 보고 들은 것을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었다.


19) 여자에 대한 이야기는 감각적 욕망을 부추기는 음담패설을 말한다. 비구는 어떠한 경우에도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삼가야 하고, 비구니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purisa-kathā)를 삼가야 한다.


20) 영웅에 대한 이야기(talk of heroes)는 극히 세속적인 이야기이다. 출가자는 이러한 영웅담에 귀 기울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 붓다의 가르침이다. 그런데 전재성 박사는 『율장』대품(Mahāvagga)에서 -(sūra, 영웅)’수라-(surā, 곡주)를 혼동하여 영웅에 대한 이야기술에 대한 이야기두 가지를 동시에 나열하고 있다.(전재성 역주, 『마하박가율장대품』 1, 서울: 한국빠알리성전협회, 2014, p.492.) 그러나 빨리 율장니까야에서는 모두 -(sūra, 영웅)’로 표기하고 있다.


21) 도로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길이 좋고 나쁜지 혹은 어느 지역의 주민이 용감하고 가난한지 등에 대해 담론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항구에 대한 정보도 포함된다. 이것도 앞에서 말한 지리에 대한 정보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22) 우물에 대한 이야기는 우물가에 떠돌고 있는 방담을 말한다. 이러한 담화는 저속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저속한 이야기를 출가자가 입에 올려서는 안 된다.


23) 전에 죽은 자에 대한 이야기는 오늘날의 언어로 바꾸면 돌아가신 조상 영가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이다. 이러한 담화는 수행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24) 잡다한 이야기는 일종의 수다를 말한다. 어떤 특정한 주제 없이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다. 출가자는 설법이 아니면 침묵을 지켜야 한다. 아무 의미 없는 수다로 허송세월을 보내서야 되겠는가.


25) 세계에 대한 이야기, 26) 해양에 대한 이야기는 형이상학적인 문제로 붓다가 답변하기를 거부한 무기(無記, avyākata)에 해당된다. 세계의 기원이나 해양의 기원에 대한 것은 대화나 토론으로 그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7) ‘이렇다거나 이렇지 않다는 이야기(iti-bhava-abhava-kathā)’는 여섯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이른바 이렇다(bhava)’는 것은 영속(sassata)에 관한 것이고, ‘이렇지 않다(abhava)’는 것은 단멸(uccheda)에 관한 것이다. 이렇다는 것은 증장(vaḍḍhi)에 관한 것이고, ‘이렇지 않다는 것은 쇠퇴(hāni)에 관한 것이다. 이렇다는 것은 감각적 쾌락(kāma-sukha)에 관한 것이고, ‘이렇지 않다는 것은 자기 학대(atta-kilamatha)에 관한 것이다.(MA..223-224; 대림스님 옮김, 『맛지마 니까야』3, 울산: 초기불전연구원, 2012, p.138, n.71)


위에서 열거한 하찮은 이야기는 비록 비구나 비구니가 지켜야 할 학습계율(sikkhāpada-sīla)로 제정되지는 않았지만, 출가자가 갖추어야 할 매우 중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붓다는 제자들에게 기회 있을 때마다 하찮은 이야기에 매달려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훈계하였던 것이다.


한편 『청정도론』(Vism..38)에서는 스물일곱 가지 하찮은 이야기에 다섯 가지를 추가하여 서른두 가지 하찮은 이야기로 정리하고 있다. 『청정도론』의 주석서인 『빠라맛타만주사(Paramatthamañjusa)』(Pm.59)에서는 28) 산에 대한 이야기, 29) 강에 대한 이야기, 30) 섬에 대한 이야기, 31) 천상에 대한 이야기, 32) 해탈에 대한 이야기를 더하여 서른두 가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8) 산에 대한 이야기, 29) 강에 대한 이야기, 30) 섬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경관에 관한 것인데, 풍수지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연경관이 아름답다거나 풍수지리적으로 훌륭한 곳이라고 말하는 것은 자신의 인격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연경관은 근본적으로 무상한 것이기에 출가자가 집착할 대상이 아니다. 31) 천상에 대한 이야기는 자신이 직접 체험한 것일지라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희론(戱論)에 불과하다이러한 희론에 빠져 지낸다면 붓다의 제자라고 말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32) ‘해탈에 대한 이야기를 하찮은 이야기에 포함시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해탈에 대한 담론은 더욱 권장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직접 수행하지 않고 말로만 해탈을 논하는 것은 수행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해탈에 대한 이야기를 하찮은 이야기에 포함시킨 것이다. 우리 주변에 실제로 수행은 하지 않으면서 인터넷상에서 수행과 깨달음에 대해 논쟁하는 것은 마치 국자가 국 맛을 모르듯이 오히려 해탈에 장애가 될 뿐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불교에서는 출가자들이 입만 열면 하찮은 이야기로 한번뿐인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하찮은 이야기에 몰두하고 있는 출가자들이 의외로 너무나 많다. 이러한 사실은 곧 불교의 쇠퇴를 의미한다. 붓다는 기회 있을 때마다 제자들에게 법()과 율()에 관한 것이 아니면 성스러운 침묵을 지키라고 당부하였다. 깊이 새겨야 할 말씀이다.


2019. 1. 29.

마성 이수창



해탈에 관한 이야기가 하찮은 이야기에 포함된다는 것이 참으로 뜻깊군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_((()))_
훌륭한 지적이십니다
늘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멀리서나마 합장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