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성자료실/칼럼

마성 2020. 3. 30. 18:56

 

종말론과 미래불사상 동일시 말아야

 

이 글은 코로나19 사태로 기독교 종말론과 불교의 미래불사상을 동일시 하는 것을 보고 그냥 있을 수 없어서 법보신문에 기고한 것이다. <법보신문> 제1529호(2020.3.10) 5면에 게재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의 실체가 세상에 드러나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신천지가 코로나바이러스를 확산시킨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지탄과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더욱이 신천지의 자의적 성경해석을 이단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대개 사이비종교가 그렇듯, 신천지도 기독교의 종말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중앙일보에서는 신천지가 요한계시록에 근거한 종말론이지만, 그 뿌리는 불교의 미래불사상이고, 그것이 도교에 침투해 천지개벽 사상을 배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마치 불교에서도 종말론을 내세우고 있는 것처럼 오해할 소지가 있다. 그러나 기독교의 종말론과 불교의 미래불사상은 그 역사와 사상적 배경이 전혀 다르다.

 

기독교 종말론은 인류의 역사에서 일어날 사건이나 우주의 마지막에 대한 신학적 이론이다. 성서에 따르면 부활 승천한 예수 그리스도가 마지막 때에 다시 재림하는 것이 기독교 종말론의 핵심이다. 그때 신에 대한 믿음 유무에 따라 천국에 가든지 아니면 영원히 지옥에 떨어지게 된다.


구약의 내세사상은 불우한 처지에 놓이게 된 유대교도 현실에 외래사상의 영향을 받아 생겨났다. 이는 현세에 대한 신이 최후의 심판이 내리고 유대인의 구세주 메시아가 나타나 하느님이 지배하는 세계가 올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불교의 미래불사상은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를테면 수많은 과거불도 팔정도를 통해 세계의 끝(괴로움의 완전한 종식)까지 이르게 되었고, 장래 미륵불이 세상에 출현하더라도 팔정도로 세계의 끝까지 갈 것이라는 사상이다. 팔정도 대신 오계나 팔재계(八齋戒) 혹은 십선업도(十善業道)를 닦으면 장래 미륵불이 세상에 출현할 때, 미륵불을 만나 곧바로 제도를 받게 된다. 특히 미륵불은 인간을 심판해 천당과 지옥으로 보내는 게 아니라 설법이라는 평화로운 방법으로 고통 받는 모든 중생을 구제한다고 한다. 이러한 가르침은 특별한 사람만 구원한다는 기독교의 종말론과는 그 발상 자체가 다르다.


연합뉴스에서는 기독교의 종말론과 유사한 사상이 동아시아에서도 널리 퍼져 있었다고 전했다. 이른바 천지개벽 사상이다. 즉 불교의 미륵사상을 발전시킨 것이 후천개벽 사상이다. 이 미륵사상이 강렬한 종말론을 형성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륵사상을 불교의 종말론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연기법에 따르면 현상계는 생성, 지속, 소멸의 과정을 반복한다. 또 불교에서는 윤회의 시작은 알 수 없지만, 윤회의 종식은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언제부터 윤회해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수행하여 아라한과를 증득하면 더 이상 윤회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교에서는 세상의 끝이 있다는 종말론은 처음부터 성립되지 않는다. 붓다는 세상의 끝이 있는가, 없는가?”와 같은 형이상학적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이것을 무기(無記, avyākata)’라고 부른다.

 

동아시아에서 태동한 천지개벽 사상이나 미륵불이 세상에 출현해 용화세계를 구현한다는 사상은 역사적으로 폭정에 시달리거나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고난의 시기에 민중들 사이에서 싹트기 시작한다. 이것은 그들의 고통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희망마저 없으면 현실의 고통을 참고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에 후천개벽을 내세운 신흥종교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때 일부 신흥종교 교주들이 자신을 미륵의 화신이라고 자처하는 일이 없지는 않았지만 이는 불교교리에 전혀 근거하지 않고 있다.


미륵신앙의 토대가 되고 있는 미륵상생경이나 미륵하생성불경에 나타난 사상을 검토해 보면 말세론이나 종말론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어려운 시기일수록 더욱 열심히 정진하라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렇기에 기독교의 종말론과 불교의 미래불사상은 전혀 다르다. 제발 동급으로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성/ 팔리문헌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