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행詩

김대근 2015. 7. 10. 15:16

목화밭(개망초<亡草> 이야기)

 

목작약 흐드러진 가문 날 그즈음

화촉동방 꿈 타고 떠나간 새악시들

밭도지 몸 매인 부모 한숨만 심고 심었지

 

목마른 바람에도 반 숨 거둔 나라꼴

화륜선에 새 꿈 싣고 가닿은 만 리 길

밭고랑 넘치게 채운 애니깽 애니깽 또 애니깽

 

목로(木路) 더듬는 배에 실린 꽃씨 몇 톨

화신(花信)할 날 기다리며 숨어산 한 철

밭귀에 어느 봄날, 내린 햇살로 틔운 싹

 

목 놓아 부르는 이름, 이름들 마다

화톳불로 사루어 향이 되는 그리움

밭둑에 꽃 한 송이로 피어난 亡國의 한

 

註)*밭도지: 밭을 붙이는 대가로 내는 소작료

    *화륜선: 기선(汽船)을 이르던 말

    *목로(木路): 배가 다닐만한 곳에 나무를 꽂아 표시한 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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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작년보다 일찍 개망초가 피었다. 느낌으로 근년 들어 개화시기가 훨씬 당겨졌다. 원래 개망초는 가을꽃이다. 그럼에도 여름, 그것도 초여름에 꽃을 키운다는 것은 기후가 변하고 있거나 본디 외래식물인 개망초가 우리 풍토에 적응하려는 진화의 과정일 것이다.

 

개망초는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다. 조선의 국운이 이울어가던 어수선한 시기에 들어왔다. 조선말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선은 애니깽 농장으로 일꾼들을 실어 날랐다. 얼마지 않아 애니깽 농장 일꾼들과의 결혼하기 위해 많은 처녀들이 또 배를 타게 되었다. 앞섰거나 뒤쳐졌거나 목적은 한가지였다. 조선에서 굶어죽느니 밥은 배불리 먹을 수 있다니 살기위해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늘이 유난히 한반도에 사는 우리 민족에게 고난과 시련을 많이 부과한터라 민초의 삶은 그야말로 부평초나 다름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 복이 없는 민족이다. 열강들의 다툼 속에 조선 말기는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임종 환자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마침 세계는 부국강병의 경쟁에 돌입하였고 이것은 마닐라 로프의 엄청난 수요를 불러왔다. 합성섬유가 없던 시절 마닐라 로프는 애니깽으로 불리는 용설란의 일종인 식물의 섬유를 그 재료로 하였다. 따라서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대규모의 애니깽 농장들이 생겼고 이에 따른 노동력이 부족하게 되자 조선에서 이민을 받게 되었다. 그때 조선을 오가던 이민선에 묻어온 개망초는 토종식물의 식생지에서는 싹을 틔우지 못하다가 비로 허물어져 생살을 드러낸 언덕이나 곡괭이로 다른 풀들이 제거된 밭둑 등에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웠다.

 

마침내 조선은 마지막 숨을 놓고 민초들은 나라 잃은 부평초가 되어 통탄의 아픔에 빠져 있을때 그 동안 보지 못했던 꽃 하나가 피었다. 사람들은 이 꽃에 망국의 한을 담아 망초(亡草)라고 불렀고 일제의 잔혹한 통치를 겪으면서 더욱 이 꽃을 비하하게 되어 개망초라 부르게 되었다.

 

이 풀에는 개망풀, 왜풀, 일년봉, 야호, 비봉이라는 또 다른 이름이 있고 개화기는 6~8월이지만 점점 개화시기가 빨라져 5월에도 개화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개망초에도 두가지 꽃이 있는데 연한 자줏빛이 감도는 흰색은 설상화라고 부르며 노란색은 반상화라고 불리워진다. 세상의 어느 민족보다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온 우리 민족은 100년도 지나지 않아 이 귀화식물을 식용으로 약용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봄에 새순을 뜯어 나물로 식용하고 한방에서는 감기·학질·림프선염·전염성간염·위염·장염·설사 등에 요긴하게 쓴다. 우리하고 피를 나눈 인디언들도 흔히 사용하는 약용식물이라고 한다.

 

요즈음은 온 벌판에 개망초로 넘쳐난다. 이로 인해 오히려 토종식물들이 위축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원산인 칡은 반대로 미국에서 위세를 맹렬히 떨쳐 미국의 토종식물들이 고사할 지경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사람이 개입할 문제도 아니고 개입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그저 자연이 하는 일이거니 지켜볼 밖에는 도리가 없다.

 

 

장미희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애니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