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김대근 2006. 6. 16. 11:17

 

동대구역에서 여름을 느끼며..

 


여름이 실감나는 날입니다.
포항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동대구터미널에 내렸을때 후웁~하고 들이켜지는
뜨거운 도시의 열기가 진저리를 치게 하는 군요.
겨울에 부는 칼바람만 그렇게 사람을 움찔하게 하는줄 알았는데 여름도 그렇다는
사실을 오늘에야 알게되었습니다.


옛말에 없는사람이 살기는 여름이 겨울보다 낫다고 하지만 6월 초입에 이렇게
날씨가 더운것으로 보아서 7월이나 8월에는 말도 못하게 더울것 같습니다.
그래도 꽁꽁 싸매야 하거나 뜨뜻한 오뎅국물로 속을 덥혀야 한다거나 소주한잔의
힘을 빌려야  한다거나 하는 겨울보다야 그늘만 찾아서 바람불기만 기다리면
되는 여름이 낫다고 보아야지요.


옛날에도 못사는 서민들이야 체면도 따질일이 없으니 윗통이나 훨~벗어버리고
아랫도리 둥둥 걷어올리면 더위쯤이야 참을만 하고 그래도 더우면 우물가에서
등목이라도 치면 더운 여름하루를 보내는데 충분하였겠지요.
남여칠세부동석이니..예의범절이니..하는 이런 규범들이야 민초들에게야
필요없는 것들이였고 또 강요하지도 않았고 다만 10~20%정도의 중인이상에게
해당되는 것이였다보니 그래서 나온말이 없는사람에게는 여름이 낫다가
아닐까하고 생각해봅니다.


또 양반님네와 달리 여름내 논에서 살아야하는 대다수 기층민중들이야 모를 심는
5월말부터 김을매는 6월..장마드는 7월~8월을 항상 장단지까지 물에다 발을 담그고
사니 더위쯤이야 참을만 했을겁니다.
게다가 농사를 지어보신분은 아시겠지만 나중에 수확하고나서 수탈을 당할지라도
모를 심고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게 자라가는 벼를 보고있노라면 저절로 흥이나고
아침에 일어나면 논부터 나가야 맘이 편해지니 늘 뿌듯하고 즐거운 맘으로 사니
여름을 보내기에는 그만한 일도 없지요.


그래서 오뉴월 벼는 주인의 발자욱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는듯 합니다.

 

그래도 가을이되면 비참해지는게 농사꾼입니다.
아마 지금도 마찬가지일겁니다. 수확을 해도 애들 학비로 내어쓴 빚갚아야하고 비료값
농약값..모심을때 밀린 웃마을 누구네 주어야 할 삯..이렇게 값고나면 남는게 없는게
또 농사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풍요와 수확의 계절이라는 가을은 민중에게는 정말 괴롭고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하는 시발점이기도 한데다가 지주에게 받쳐야할 땅세..물세..이것저것 바치다보면
마음은 황량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동학농민운동도 수확이 끝나고 몫을 갈라야 하는 가을부터 시작이 되었지요.
최근에 읽으면서 마음이 푹 빠져본 책이 전봉준평전과 매천야록인데 이 책을 읽어면서
조선시대 없는 사람들의 괴로움에 대해서 숨이 막힐 정도로더군요.
정말 어떻게 살았을까하는...가슴이 답답함을 느꼈지요.


특히나 매천야록은 조선말 지배계급의 유약한 면모를 그대로 볼수 있는데다가
전봉준 장군과 전혀 반대되는 위치에서 동학을 매도하는 글은 당시 지식인들의
우물안 개구리적 사고를 볼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매천 선생의 꼬장함이 마음에 들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여름....
이 무더운 여름날 동대구역에서 블질에 잠깐 빠져있는 이시간에도 덥기는 마찬가지인데
그래도 고집스레 팔긴 유니폼을 입고 있습니다.
나중에 열차를 타고 유니폼을 벗으면 그 시원함이 배가 되겠지요.


여름...
마침 전봉준평전을 읽고 맞이하는지라 올여름에는 갑오년의 그시절을 생각하면서
에어콘도 조금 덜 틀고 조금더 걸어다니고 할렵니다.
무지 더우면 아이스크림이나 핥으면서 햇살이 주는 고마움을 느껴보지요..
그리고 합죽선을 하나사서 휘~휘~ 부치면서 올 여름을 보내렵니다.


동대구역입니다..여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