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김대근 2006. 6. 16. 13:56


남해번개 후기3탄..詩人의 거리 
2004-06-14 오후 10:17:10

 

 

바다횟집을 나온 일행들은 다시 삼천포대교를 통해서 삼천포항으로 왔습니다.
삼천포항은 처음인데 쥐포가 유명한 이곳을 밤이 늦어서 제대로 구경하지 못해서
쬐끔 아쉽기는 했지만 이 시간 이 삼차원의 공간안에 내가 서있다는 것만으로도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포장마차에서 다시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황홀한공자님과 여름날 다랭이논에
피뽑으러 나온 농부의 핫바지에 방귀가 새듯이 슬그머니 차로 돌아와서
곯아 떨어졌습니다.


자는 동안 뿌리를 빼려고 작정한 다른 사람들은 노래방으로 놀러갔다는 걸
다음날 아침에 들었지요.


차안이 추워서 일어난 시간이 아침 5시30분쯤입니다.

 

 

 

그냥 일어나서 부둣가를 여기저기 기웃거려 봅니다.
우리들의 꿈이 이러저런거라면 그물을 걷어러가기만 기다리는 저 배들의 꿈은
그러저런것이겠지요..
부두의 아침은 시원한 갯바람이 콧속을 부비부비 합니다.

 

 

사람들도 게으런 사람도 부지런한 사람이 있듯이 남해안의 아름다운 항구..
삼천포항에서 제일 부지런한 건 역시나 저 건너에 하얗게 깨어있는 등대입니다.
파도가 일렁이는것은 아마도 미끈한 등대의 관능적인 윙크때문이겠지요..

 

 


밤새 건너갔다가 건너온 삼천포대교의 모습입니다.
삼천포항에서 보는 삼천포대교는 또 새로운 맛을 보여줍니다.
아마도 이번 남해번개 블로그중에서 삼천포대교의 가장 머언 모습이 아닐까합니다.


아침 5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벌써 거물을 걷고 항구로 들어오는 통통배가
휑하여진 삼천포항의 아침여백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무소유와 꼬마공주..그리고 황홀한공자님을 깨워서 속이나 달래자면서 어슬렁 걸어서
해장국집에 도착을 했는데 노래방에서 밤을 세운 일행들을 그곳에서 만났습니다.
건너다보이는 테이블에 은수님이 계시고 그 뒤에 거의 비몽사몽에 빠져서 그 난해한
話頭를 들고 참선삼매에 들어있는 모습이 보이네요..

 

 


앞에 놓인 이 숟가락...
살기위해서 앞에다 가져다 놓았는데 왜 사람들은 사람이 죽었을때도 숟가락을
놓았다고 하는지...
그 만큼 먹고사는 문제는 우리의 삶에서 중요하다는 이야기 이겠지요..
이제 숟가락을 듭시다..

 

 


속이 쓰려서 겨우 이 국물만 몇숟가락 퍼먹었습니다.
그래도 한결 뜨뜻해지고 뻐근해졌습니다.
역시나 먹고사는 문제는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것이란것을 깨닫습니다.

 

 


이상하네요...
반디불 눈에는 이런게 잘 보입니다.
해장국집 바로 옆에서 발견한 입간판입니다.


박재삼(朴在三) 詩人의 거리....


마음도 한 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죽은 가을강을 처음 보것네.


─ <울음이 타는 가을江> 전문


박재삼시인은  일본 도쿄[東京] 출생하였는데 어린시절을 이 골목에서 보냈다는 군요.
고려대학교에서 국문학을 공부했고, 1953년 《문예》지에 《강물에서》가,
55년 《현대문학》에 《섭리(攝理)》 《정적(靜寂)》이 추천되어 문단에 등단하였다고
합니다. 그 뒤 《조요(照耀)》 《구름 곁에》 등을 발표했으며, 《60년대사화집》의
동인으로 활동하였지요. 한(恨)의 서정을 유창한 언어로 노래함으로써 한국시의 전통적
서정을 가장 가까이 계승한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시집으로 《춘향이 마음》 《꽃은 푸른 빛을 피하고》 등이 있습니다.

 

 


우리가 아침을 해결하였던 그 해장국집에서 10미터 골목위로는 노산공원 계단이 있고
그 계단옆에 박재삼거리 안내판이 있으며 그 바로 건너..해장국집의 바로 10미터 옆집에
옛날을 추억하게 하는 노산 여인숙...


이번 삼천포..남해여행에서 새롭게 가슴으로 다가온 박재삼의 시입니다.
그의 흔적입니다.


삶에서 이렇게나마 흔적을 남길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