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김대근 2006. 6. 23. 19:32

블로그앤 사이트가 없어지면서 옮기는 글


여수 오동도 가던날... 
2005-02-26 오후 2:01:07

 

 

오랫만에 광양쪽으로 출장이 잡혔다.
전날 선운사를 다녀온 터라 몸은 좀 피곤하지만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대충 씻고 새벽길을 나선다.


시간이라는게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딱 24시간만 주어진 터라 아껴서
쓰면 그 만큼 짜투리 시간이 남기 마련이다.
새벽길이라 졸리기도 하고 해서 휴게소를 두어군데 들렀으나 시간때문에
휴게소 블로그도 모두 생략했다.


일찍 서둔 보람이 있게 회의가 일찍 끝이났다.
고마운 일이다.
서둘러서 여수로 향했다. 처음에는 하동십리의 봄을 맛볼까 하다가
그동안 섬진강은 몇번이나 들리는 곳이고 더구나 아직 봄은 이른것 같아서
여수 오동도로 떠난 것이다.

 

 


여수의 뭍에서 섬으로 연결된 방파제다.
이 방파제를 건너 보이는 섬이 바로 오동도이다.
걷기 싫은 사람은 매표소 입구에서 관광차를 타고 이동하면 된다.
그래도 이렇게 맑은 공기를 폐에다 순환시키며 걷노라면 기분이 상큼해진다.

 

 


오동도에서 처음 만난 비둘기 한마리...
동백나무 아래 낙엽을 헤치며 모이 차지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워낙 많은 사람들에 익숙해진 탓인지 사람을 보고도 멀뚱~하다.

 

 

 

 

 

 


나는 동백꽃을 볼때마다 할매생각이 난다.
우리 할매는 체구가 자그만 했는데 성질이 급해서 불 같았다.
우리 엄마가 살림을 따로 나기전까지 모진 시집살이를 했다고 가끔씩 지나간
이야기를 할 만큼 한 성질을 했다.


집에서 걸어서 십분정도면 할매가 계시는 삼촌집에 도착을 하는데 거의 이틀에
한번씩은 할매보러 가고는 했다.


할매는 아주 오래된 면경을 하나 가지고 계셨는데 머리 손질을 자주하셨다.
뽀마드 기름이 나와서 모두들 간편하고 좋다고 해도 우리 할매는 동백기름이
아니면 안되었다.


2홉들이 소줏병에 담겨져 팔리는 그 동백기름을 엄마는 자주 샀다.
"할마시가 얼매나 까탈시럽은지..쯧쯧..." 늘 이런 푸념을 웃돈처럼 얹어서
장날이면 한병씩 사서는 할매방에 밀어넣었다.


동백을 보면 늘 할매 생각이 난다.
동백기름이 없으면 못살던 우리 할매..다음 청명때는 할매 산소에 사철나무를
뽑아버리고 동백나무를 한그루 심어야 겠다.


동백꽃은 우선 푸짐하다.
쩰쩰거리며 피는 여늬꽃들과는 사뭇 다르게 핀다.
큼직하고 색도 선명해서 어떤 다른 꽃들보다 마음을 快하게 한다.

 

 


오동도는 암석해안으로 높은 해식애가 발달해 있어 해안암벽 곳곳에 해식동과
풍화혈(風化穴)이 있는데 그 중에서 제일 볼만한 해식동굴이다.

 

 


해식동굴로 오르 내리는 나무계단...
저 건너 보이는 곳이 광양만이다.

 

 


오동도를 도는 동안 이렇게 해안으로 내려가는 곳이 드문 드문 있다.
귀찮아 하지 말고 보이는 곳으로 내려가보면 나름대로의 풍경들이 있다.
남해의 아름다운 경치들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동백나무 숲이라 햇볕도 잘들지
않는 곳을 다니다 이렇게 탁 트이는 바닷가에 서면 바다색이 유난히 짙어보인다.

 

 

 


바닷가운데 있는 섬이고 더구나 옆에 여수항을 끼고 있어서 이곳에도 제법 규모가
큰 유인등대가 있다.
절해고도에 있는 등대와는 달리 이곳에는 사람들의 왕래가 잦다.
관광객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오동도 등대 전망대입구다.

 

 


오래전에 어부가 아릿따운 각시와 살고 있었더란다.
어부야 바다에 나가서 고기를 잡는게 늘쌍 하는 일이라 어느날 파도가 잠잠한 날
배를 띄워서 바다로 나갔단다.


그렇게 고기를 잡고 있는 그 때에 이섬에 도적이 들었단다.
여인의 모을 탐하고자 하는 도적떼들을 피해 달아났는데 억세고 힘좋은
도적떼를 연약한 여인이 어떻게 당하랴.
더 이상 피할수 없는 상황이 되자 여인네는 벼랑에 몸을 던져서 첫날밤 약속을
지켜 냈더란다.


이윽고 바다에서 돌아온 남편은 목에서 피을 토하며 울었단다.
오동도 기슭에 무덤을 동그마니 만들었는데 북풍한설이 내리치는 그해 겨울부터
하얀눈이 쌓인 무덤가에 붉디붉은 동백꽃이 피어나고 푸르런 시눗대가 돋았단다.
사람들은 여인의 순정이 붉게 피고 여인이 정절이 푸른 시눗대로 돋았다고 한다.

 

 


이 오동도는 봉황이 깃들때 먹을 양식이 동백열매란는 속설이 있어서 나라에서 모두
베어내어 헐벗은 섬이 되었는데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수군연병장으로 사용하기도
하였다고 전한다.
이곳에는 시눗대가 참 많은데 특산물인 해장죽은 임진왜란 때 화살대로 사용되어
왜군을 물리치는 데 큰 몫을 하였다고 한다.

 

 


동백섬 구경을 마치고 다시 뭍으로 나왔는데 "경치좋은 곳"이라는 간판을 따라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 동백섬이 건너보이는 정자가 나온다.
이 곳에서 보면 오동도의 전경이 눈앞에 들어온다.

 

 

 

 

 


정자에서 보이는 동백섬의 경치는 일품이다.
美港이라는 수식어가 걸맞는 여수의 앞바다가 훤히 보인다.

 

 


2005년 2월 21일의 남도땅 여수에는 언땅을 헤치고 봄이 돋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