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빈티지 매니아 2019. 7. 30. 00:10



땀에 흠뻑 젖어

 생쥐꼴을 한 남편이 이른 아침

해바라기 서너송이를 들고 현관문앞에 서 있다.

생전 안 하던짓에 뻘쭘했는지 

" 이봐... " 짧은 한 마디와 함께

노란 꽃다발을 내밀었다. 

이봐는 여보시오 의 경상도 하대버전이다 

툭 던지는 시비조로 들리기도 하는

 뽄대없는 호칭이어서 들을때마다 

기분이 나빠지기 일쑤인데 

그 날 내 귀에는 " Guck mal 이거 봐봐

어린 아이들이 말하는듯한 

사랑스럽고도 귀여운 독일말로 들려왔다.

영감은 더위를 먹었는지 어쨌는지

어쩌다 한번씩 이렇게 이쁜짓을 할때가 있다.

  장대비에 쓰러진 해바라기들이었다.


드디어 여름이 시작됬다.

지난번에 횡재 만났것 같다고 까불어댄 직후

오냐 너 참 말 잘했다며 본때를 보여주듯

엄청난 습도와 함께 몰아닥쳤다.

끔찍했던 작년 폭염의 기억으로

 유월부터 미리 전전긍긍 

걱정을 당겨 하고 있던터에 

뜻밖으로  순한 여름날씨가 이어지니

호들갑에 오두방정을 안 떨수가 있나

" 내 생각에 올 여름은 하나아아도 안 더울것 같아 

아 무엇보다 밤이 선선해서 너무 좋아...

양평은 춥기까지 하다니까 "

아닌게 아니라 새벽이면 두텁고 폭닥한 

 오리털이불을 끌어당겨야할 정도로 

순한 날씨들이었다. 불과 요 얼마전까지만해도  

그러다 갑자기 돌변 뜨거워진 온도와 함께 

엄청난 습도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높아진 기온이야 계절이라 어쩔수 없다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온 몸을 흠뻑 적시게 만드는

가공할 습도는 이건 어찌할 방도가 없다.

남편은 하루에도 몇번이나 옷을 갈아입는다.

진공포장된 식품처럼 

얼마나 몸에 척 달아붙어 있는지

심지어 혼자서 갈아입지도 못한다.

 정원에 풀이라도 뽑고 들어오는 날이면

우리는 금슬 좋은 부부처럼

단추를 끌러주며 서로 옷을 벗겨줘야 한다. 

아 쓰고 보니 왠 19금 ㅋ




비오는 날 헤페쪼프를 구웠더랬다.

 오븐열기를 감당할수 있을때였으니

그래도 본격적인 무더위는 아니었던 날,

아침부터 습습한 날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빵을 구웠다.

예전 에어컨이 없던 시절 

엄마는 장마철이면 

보일러를 한번씩 돌렸던 기억이 난다 

 더워 죽겠는데 왠 보일러일까 했더니

비슷한 이치이다.

 오븐의 뜨겁고 건조한 열기로

실내온도는 올라갔지만 

조금 뽀송해진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비 오는 날 빵굽는 냄새는 언제나 진리다.




독일은 지금 

들딸기,블랙베리 Brombeeren들이

 거뭇하게 익어가는 계절이다.

자주 가던 산책길인 옛 동네 포도밭 언덕위 

모퉁이를 돌면 블랙베리넝쿨들이 

탐스럽게 우거진 곳이 있다.

어떤해에는 운 좋게 내게까지 순서가 돌아와

바구니로 가득 따와 몇 병의 쨈을 만들기도 하고

어떤 해에는 나보다 동작 빠른 이들에게

선수를 뺏기기도 한다.

잘 익은 블랙베리들은 얼마나 연한지

조심하지 않으면 손이고 옷이고

진한 자주색으로 물들곤 하였다.

브롬베렌접시를 꺼내들고는 

잠시 또 유체이탈 옛 집을 다녀왔다.





 블랙베리접시위에 빵을 담아놓고 

냉장고의 버터와 꿀을 꺼내 놓자

버터는 금새 곤죽이 되고

꿀병에도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갖 구워 낸 헤페쪼프에 붙은

크리스피한 우박설탕도 아몬드조각도

금새 눅진하게 만들어버리는 

이 무자비한 습도라니

그러니 남편은 집안으로 들어오자 말자 

언제나 허겁지겁 리모콘부터  찾아댄다.

띠리리 신호음과 함께 흘러나오는

 " 제습운전을 시작합니다아 " 또는

" 냉방운전을 시작합니다아 "

낭낭하고도 친절한 목소리

땀으로 범벅이 되어 폭발 직전인 영감은

이 여자의 목소리만  듣기만 하면

 세상 편안한 얼굴로 온화하게 변신한다.

더위와 습도를 1도 못 견뎌하는 영감에게

에어컨은 신이 내린 선물이다.

하루에도 서너번씩 내사랑에어컨을 외쳐대며

사랑스러운 눈길을 보낸다.

 퉁명스런 마눌과는 달리

목소리까지 나근나근하니

어찌 남편이 사랑하지 않을수 있으리

마눌 열트럭을 갖다 받쳐도 

절대 안 바꿀 상냥한 그녀

에어컨을 거의 포옹할듯 바싹 다가가 서있는

영감을 바라보다가 한마디 하고 말았다

"근데 저 여자 말이야 

말이 너무 많은것 같지 않아

음성삭제기능 없나 한번 봐봐 "




무더위와 함께 습한 날씨가 계속되자

씩씩하고 예쁘게 자라던 식물들이 시들시들

상태가 안 좋아지기 시작이다.

 사람뿐 아니라 식물들,

꽃과 채소들에게도 힘든 계절이다.

우리집 유월의 꽃밭이 얼마나 예쁜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보는 사람마다 붙들고 

자랑질을 해댔더랬는데

최근 하루 이틀사이에 심각한 사태에 이르렀다.

참담하게 녹아내렸던 

작년 독일잔디들꼴과 흡사하다.

냉장고에 오래 두어 

물컹해진 부추를 보신적 있는가

바로 그 모양으로 잔디들이 뭉터기 뭉터기 

녹아내리는걸 속수무책으로 목도했더랬는데

올해는 꽃들이 먼저 그 증세를 보인다

메리골드, 다알리아, 은쑥, 우단동자꽃,라벤더, 

모두 전멸상태이다.

(다른집들은 어떠신지 장마철에 꽃밭지키기

비법 있으신 분들 좀 알려주세요 흑)



이른 아침  텃밭에 서성이다

턱턱 갈라져가는 토마토들이 눈에 띄어

 급했던 나머지 그대로 짧은 잠옷바람으로

토마토밭으로 돌진했던게 화근이다.

한소쿠리 따는데 오분이 채 걸리지 않았을텐데

무려 이십방도 넘게  모기떼들의 공격을 받았다.

습도 못지 않게 여름나기를 힘들게 만드는것이

이 모기떼들이다.

별 짓을 해봐도 거의 소용이 없다.

몸에 하얀줄을 두르고 있어서 

 아덜놈들이 이름을 붙힌 아디다스모기 

이름에 걸맞게 몹시도 날렵하고 

운동신경이 뛰어나다.

독일모기들이 엥엥 주저거리다 

조심스럽게 목표물을 공격하는거에 비해

 아디다스모기들은 무척 저돌적이다.

망설임이 없다

일초의 주거거림없이 직진으로 날아와 꼽히는데

별의별 방법을 써봐도 나갔다하면 기본 수십방

쏘이고 들어오게 되어있다.

왠갖 첨단무기로 전원생활에 철저하게 무장을 한 

옆집도 모기는 어쩔수가 없는지

 온 몸이 울퉁불퉁해졌다며 하소연을 한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샤워만해도 

금방 가려움기가 사라진다는 점 

독일모기들은 이에 비해 뒷끝이 있는 편이라

며칠이고 계속 가렵다.(아디다스모기 만세 ㅋ)

남편은 어제는 잠시 꽃밭에 서있다 

입술에 쏘였다며 

보톡스맞은 꼴로 들어오기도했다.


우리집 꽃밭을 아작을 낸 

장마가 드디어  끝이 난듯 하다.

이제 부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다고 한다.

이번 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지 

달려드는 모기떼들과도 어떻게든 

잘 지내볼일이다.




덥고 습한 여름날에 맛있게 먹을수 있는

 맛있는 샐러드 하나 소개해드릴까요

토마토 오이 샐러드입니다.

재료도 간단해요 

잘 익은 토마토 세알, 오이 한개,

양파 반개, 마늘한쪽 , 

납작한 이태리 파슬리 한스푼,

소금, 후추, 올리브유 3큰술, 레몬즙 3큰술, 

토마토와 오이, 양파는 깍둑썰기하고 

마늘은 다져서 드레싱에 넣고 섞으면 끝

냉장고에 넣고 차게 해서 드시면 맛있습니다.

저는 벌써 세번이나 만들어 먹었답니다.



  





애고! 장맛비에 정원에 식물들이 또??
속상하시겠어요? 습도가 지나가니 땡볕더위가~~
매니아님댁에도 모기까지요??
그래도 또 씩씩하게 여름을 살아야지요?
에어컨을 부여잡고 라도요 ㅋㅋ
지난 태풍엔 우리는 별 피해가 없었는데
뉴스에서는 수박밭에~ 콩밭에 모두 엉망이 됐더라구요
지인은 고추와 해바라기가 마구 망가져서 풋고추로 1/3겨우 수확하고
내년엔 귤나무 심겠다고 결정 했대요
그런데 또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네요
일본여행 포기하고 제주로 오는 관광객님들
발길 묶일까? 걱정이 되요
착한 태풍으로 무사히 지나가길 바래봅니다
답글 달기가 좀 무색하게 그 사이 한달이나 지나버렸네요
여름 잘 지내셨나요? 브리티니님
간간히 매서운 여름맛을 보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올해같기만 한다면 견딜만한것 같습니다.
초토화된 꽃밭, 잔디밭만 제외하면요
작년이 사실 너무 끔찍했지요?.
벌써 가을장마이야기가 나오니
위에 쓰신 댓글(발길 묶일수 있는 제주관광객)은 여전히 유효한것 같아요 ㅎ
다음주 내내 비가 예고 되어있네요 제주에도 별 탈 없기를 바라겠습니다.


아디다스 모기에 혼자서 큭큭 웃었습니다, 야근 시간을 밝혀주시는 빈티지님 만세 ㅋ
브롬베렌 접시, 언뜻 보고선 접시 위에 베리를 올려놓으신 줄 알았어요, 어찌나 생동감 넘치는 그림인지.
터지도록 잘 읽은 빨간 토마토는 또 얼마나 건강해 보이는지요.
그렇게 큰 설탕은 우박설탕이라고 이름지어졌나봐요, 누가 지으셨는지 딱 맞는 이름인 것 같아요 ^^
에어컨 음성기능은 삭제 안하시지 않을까요? 그렇게 나긋나긋 얘기해 주는데 ㅋㅋㅋ
저희집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존재가 에어컨입니다, 어찌나 믿음직스럽고 고마운지.

가끔 들어와 도둑처럼 읽고만 갔어요.
야근을 핑계로 남아서 놀망놀망하면서 이제야 인사드려요.
이제 다시 오리털 이불을 덮으셔야 하는 시기가 되었지요? 정말 신기하게 광복절을 분수령으로 더위의 기세가 꺽이는 것 같아요.
작년에도 끝날 것 같지 않던 더위가 광복절 저녁부터 풀이 죽더니, 그 옛날 1945년에도 이랬을까요 ^^
어머 안녕하세요 와니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그간 잘 지내고 계신거지요? 한번씩 궁금했답니다.

우리나라 가전제품들은 이제 전부 다 음성기능이 장착되어있는지 얼마나 시끄러운지 모르겠어요
낯선여자 목소리들이 온 집안에 넘쳐납니다
그래도 그 여자덕에 여름 시원하게 보냈으니 감사해야죠 ㅎ
오리털 이불 다시 꺼냈어요
딱 광복절 지나고 나니 저녁기온이 달라지데요
이러다 곧 찬 바람 불어닥칠라...
아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려요
매니아님, 오이토마토샐러드 알려주셔서 넘 고마워요. 과일 야채가 꼭 있어야 하는 우리 식탁, 명퇴하고 시작한 실력없는 요리사가 잘 이용하고 있어요‥ㅎ

그런데 생면부지의 님이지만 즐겨 들리는 곳의 주인장에게 이 나라가 너무나 엉뚱하게 굴러가고 지금은 정말로 위기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군요‥
매니아님의 따뜻하고 평화로운 공간에 파문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지만‥ㅠ
답글이 늦어 죄송합니다
토마토오이샐러드 잘 만들어드시고 계신다니 고맙습니다
방울토마토만 저는 몇그루 심었더니 사실 굵은 토마토가 더 맛있더라고요
내년엔 달리 농사를 지어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텃밭농사도 꽃들도 습해를 많이 입어서 재미없었어요 ㅠ

역사는 결국 좋은 쪽으로 발전 되어간다고 믿고 있는 사람입니다.
잘 되어가도록 믿고 지켜봐주고
시민의 한사람으로 바르게 살려고 노력해보려고요
아디다스모기 ㅋㅋㅋ. 우리 집 주변도 이녀석들이 잠복해 있어요. 그런데 이놈들은 크기가 커서 눈에 띠기라도 하는데, 아주 초파리 보다 작은 모기들이 있어요.요녀석들은 한번 달려들면 그 주위를 대여섯방 난타해서 흔적을 남기고 엄청 가려움을 두어시간 맛 보도록 하죠. 씻어내도 소용없어요. 물린디 떡칠하거나 모기패치 붙히고도 한시간은 얼얼하게 만들죠. 너무 작아 눈에 잘 띄지 않아요. 그래서 고추 몇개 따러 가도 모자 달린 후드티 긴팔, 긴바지, 장화, 마스크, 고무 장갑으로 무장해야 무사히 따올 수 있어요. ㅋㅋㅋ.
어우 모기떼 올해 진짜 엄청난것 같아요
아직까지도요 방충망 주변에 포진을 하고 있어요 아예
모기스프레이를 아예 문 주변에 두었다가 좌악 뿌린다음에야 방충문은 열수 있을 정도로요
써니님 처럼 완전 무장하거나 아니면 아예 포기하고
수십방 물리고 말겠다는 각오로 그냥 무대포로 나가는 방법
완전 무장하는데도 지쳐버렸어요 이제 ㅠ
힘든 여름 잘 보냈어요?
벌써 지난 여름글이 되었네요~
예전 여기서 살다가 간 한국분중
경상도분이 있었는데 그 분은 남편을 부를때 ' 보이소~' 하고 부르는데
그 정겨움이 서울사람보다 몇배 더해서 세월이 오래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근데 경상도 남자분의 '이 봐..'는 박력보다는 쑥스러움이 담겨 있는것 같아요 ㅎㅎ
듣기에는 거칠지만 수줍은 경상도 남자의 아내를 향햔 호칭?
읽다보니 나도 몰래 웃음이 실실~ㅎ
참..그 댁 6월의 정원을 본 적은 없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자랑할만 할거 같아요~
꽃을 사랑하는 대장님 손길이 닿은곳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