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해맑은아찌 2013. 5. 16. 10:51

어제가 스승의 날이었지요. 매년 이 날이 되면 전화나 문자 오기를 은근히 기다립니다. 메일이라도...제자들에게서요...




요건 작년도 학과 스승의 날 행사 사진입니다.


학생들이 각자 이렇게 각 교수님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서 붙여 놓았습니다. 지금도 학과 복도 게시판에 걸려 있습니다. 재치있는, 그러나 뻔하지만은 않은 살짝 항의하는 내용도 섞여 있기도 한 제자들의 멘트는 볼 때 마다 웃음을 머금케 합니다.


어제 오후 수업 끝나기 직전 금년 초에 졸업한 제자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작년 여름부터 취업해 있다가 지난 달 초 회사가 업태를 조정하면서 부서가 없어져 퇴사했는데 이달 1일부터 새 직장 - 자신이 원하던 일을 하는 - 으로 간 제자입니다.


뭐 속으로는 음..녀석 오늘 무슨 날인지 아는구나...했지만


- 어디냐?

- 회사에서 나왔는데요....

- 뭐? 아니 다시 들어간 지 얼마나 됐다고 나와? 왜?

- 어..교수님 그게 아니고 전화 걸려고 회사 바깥으로 나왔다고요......


ㅎㅎㅎㅎㅎㅎㅎ 요즘 취업이 얼마나 힘든데..다소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던 녀석인지라 제가 잠시 흥분했었습니다.


그 수업을 마치고 연구실로 오자 마자 또 다른 제자(역시 금년 졸업)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학과에 알아보니 수업이 있다 해서 끝나는 시간 맞춰 전화드린 거라고요...기특한 녀석


- 아 근데 졸업할 때는 몰랐는데 정신없이 살다 보니  오늘이 스승의 날이라는 걸 조금 전에 알았답니다


그럴 겁니다.


처음 사회에 나가 일 하다 보면 빨간 날은 늦잠자는 날이기도 하고 까만 날은 퇴근 시간만 기다리는 날이 되기도 하고 월급날은 술 약속 잡히는 날이 되고.....


잠시 후 재학생(여학생) 하나가 수줍게 들어와서는 "저 이거.."합니다. 별로 말 없이 수업만 열심히 듣던 학생인데 어찌 알았는지 제 favorite인 Kisses 초컬릿 한 봉지를 내밉니다.


사실 요 맛에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합니다.


벌써 10년 전의 일이 되었는데 제가 우리 학과 신입생 제 담당 학생들에게 미션을 준 적이 있습니다.


- 금년 스승의 날에는 모두들 자기 모교 담임 선생님을 뵙고 와라. 편지 한 장 써 들고.....


학생들은 당시 많이 당황해 했습니다.


- 에이 뭐 명문대학생도 아닌데요...

- 저 잘 모르실 거예요 가서 할 말도 없어요.


하지만 절반 정도의 학생들이 제 말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그래서 어땠느냐 했더니...


- 어 의외로 저를 잘 알고 계시던데요....쑥스럽긴 했는데 가길 잘 한 것 같아요.


이런 반응이 70% 정도 되었습니다.


비교해 보자면 10년 전의 학생들보다 요즘 학생들이 훨씬 더 사제간의 정을 표출하려 들지 않습니다. 그만큼 학교가 교사/학생 간의 소통의 장이라는 기능을 더 많이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래도.....


스승된 마음은 이 날을 솔직히 손꼽아 기다립니다. 이 날, 제가 이 직업을 선택한 것이 잘한 일이라는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기회라서요.


다만 졸업 직후 등에는 살갑게 전화/문자/메일을 하던 (특히) 여학생들이 결혼하고 아이 하나 낳고 나면 소식 두절이 되어 버리는 것이 좀 아쉽긴 합니다. 학부형 된 녀석들도 있을터인데....오랜만에 보는 제자들의 명함에 대리/과장 이런 게 찍혀 있으면 마치 제가 승진한 것 처럼 기쁘기도 합니다.


전화가 좀 그러면 문자라도 보내 보십시오. 생각나는 선생님/교수님이 한 분 정도는 있지 않으실까요? 의외로 그 분들은 그 몇 줄 안되는 문자를 보고 또 보고 하면서 "자식 잘 살고 있구나" 하고 계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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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무심했네요..죄송합니다..교수님보다늠 아찌님이란생각이강해서..늦었지만 스승의날축하드려요..어제딸도 초등학교에 인사간다고다녀왔는데..다시한번 축하드려요 ^^*
감사합니다
제게도 꼭 연락드리고픈 선생님이 계신데
마지막으로 뵌지 20년이 지나버려 저를 기억 못하실거 같기도 하고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며 올 스승의 날도 그냥 지나버렸어요
아찌님 글 읽고나니 마음이 무겁네요....
나이가 들면 이름과 얼굴이 잘 연결 안 되거나 졸업 회수 같은 것을 기억못할 수는 있는데 그래도 상당히 많이 기억한답니다. 날짜가 지났어도 한 번 전회/문자 드려 보십시오
만인의 스승이요 친구인 아찌님 항상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기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스승의 날이 오기 전에 기쁜 마음으로 미리 선물 예약해 놓고, 스승의 날 전화드릴 수 있는(멀어서요~) 스승 한 분이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큰 재산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한답니다.
반대로, 스승의 날이 오면 제 자신에 대해서는 좀 초라해집니다. 아마도 은근히 기다리는 그 마음 때문에 그러겠지요? 그래도 하루만이라도 좀 기억되는 존재가 되고 싶은 건 제 삶에 대한 보상 욕심일까요? 흐흐~
모든 동업자들으 속마음이죠 ㅎㅎㅎ
사석에선 어려운 교수님이고 선생님이신데....... 블로그 친구로 생각했었나봐요.... ㅜ.ㅜ

늦었지만 스승의 날을 맞아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직접 전공과목을 배운 학생은 아니지만 블로그 포스트를 보며 읽으며 아찌님께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
감사합니다 뭐 온라인 상에서야 그냥 친구죠 ...
저도 아찌님의 글을 보고 늦었지만 스승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반가워 하시더라구요...고향에 내려오면 꼭 전화하라고 말씀하시고...

고향에 내려가면 식사라도 대접해드려야 겠어요...^^
아주 잘 하셨습니다
요즘은 스승의 날 아예 쉬어버리는 학교들이 있는데, 저희딸 학교는 체육대회로 대체를 했더랬습니다. 반 아이들끼리 몇 천원씩 거출해서 작은 선물을 준비하는 것을 보고 참 이뻤습니다. 소박한 가격의 립스틱과 썬 크림을 준비해드리고 노래를 불러드렸는데 너무 기뻐하셨다고 합니다. 소중하게 지켜나가야 할 여러 의미있는 날들이 점점 퇴색되어 가고 있는 요즈음.. 제자분들과의 즐거운소통으로 행복해하시는 교수님께 저두 축하의 말씀 전해 올리고 싶습니다.
네 그 촌지/선물 때문에 아예 학교를 닫아 버리는 것은 저도 옳지 않은 정책이라 봐요. 감사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아찌님같은 선생님이 계셔서 참 좋아요. 좋은 글 읽으며 늘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저 이렇게 조용히 제자 몇몇의 안부 받는 게 가장 즐겁습니다.
비밀댓글입니다
비밀댓글입니다
아찌님처럼 좋은 제자들을 두셨네요 ^^ 스승의날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은사님께 편지 글월을 올렸더니

따뜻한 답신을 주셨던 은사 선생님이 기억이 잔잔하게 납니다.


가르치는 보람이 들때의 흐뭇한 마음

조금은 알것 같습니다.


따뜻한 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