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법논리와전략☎

청파 윤도균 2020. 5. 23. 14:18

13장 시의 유형 1. 설명시(exposition poetry) 유형

 

 

문광영 교수의 "시작법의 논리와 전략" 저서를 교재로, 인천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 문예 창착반에서 2년여 공부를 했다. 그런데 교수님 강의 시간에는 나름 이해를 한다. 그러나 책을 덮고 다시보면, 머리가 하얗다. 그래서 교수님의 저서 "시작법의 논리와 전략" 책, 전체를 타자로 필사(筆寫)해 내 카페, 블로그에 게제 했다. 언제 어디서나 시간, 장소 구애받지 않고 수 있어서다. 저자이신 문광영교수님의 양해를 구합니다.

 

제13장 시의 유형

 

1. 설명시(exposition poetry) 유형

 

1) 설명문과 '설명시'의 차이

말하기 전에 '설명문'의 개념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설명문'은 어떤 사건에 대해 발생 원인과 경과를,ㄹ 어떤 기계의 구조와 원리, 성능이나 취급 방법 따위를 사전적 개념이나 해설을 통해 해명하는 서술상의 글쓰기 방식이다. 그러니까 설명법(exposition)이 사물에 관해서 "무엇이냐", "어떤 뜻이냐", "어떤 성질이냐"에 대해 그 답으로, 알기 쉽게 풀이한는 문장인 것이다. 기본적으로 효과적인 설명을 위해 동원되는 기술 방식에는 정의법, 비교 대조법, 분류법, 분석법, 인용과 예시법을 들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설명시'의 방식은 그 내용면에서 상이한 모습을 보여준다. 한 마디로 설명문이 정보(지식) 전달을 목적으로 이해력을 요구하는 글이라면, 설명시는 내용상 비논리적인 시적 상상이 들어가 표현을 목적으로 이루어진 문장 혁싱이다. 곧 설명시는 '시적 정의(definition)'의 설명적 기술 언술(utteance)상의 문맥적 형식만을 빌어다 쓴 것으로 보면 된다.

 

2) '주어+서술어' 형식의 설명시

설명의 기술방법에서 설명시와 연관되는 것이 '정의'의 형식이다. 정의는 'A(주어)는B(서술어)이다'의 피정의항과 정의항으로 이루어지는 바, 여기에서 피정의항이 주어가 되고, 정의항은 서술어가 되는 셈이다.

맥로글린(Mclaughlin)이 말했듯이, 시인이 선택한 대상에 대하여 자신의 시적 관념을 서술하고자 할 때 이 방식을 쓴다. 이때 시적 설명은 '주어+서술어'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주어에 해당하는 것이 소위 소재이며, 서술어는 시인의 독창성 사상속에서 빚어진 의미부여나 상상적 내용, 시인이 관심을 두고 선택한 '장소', '사건', 대상', 인물' 등이거나 혹은 '진리'같은 것이 선택일 수 있다.

 

예리하지 않고서는 겨뎌낼 수 없는 오기였다

가장 약한 것이 가장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밤마다 처마 밑에서 울던 회초리였다

거꾸로 매달린 세상을 볼 수밖에 없는 날카로운 송곳이었다

냉혹하게 자신을 다스릴수록 단단해지던 희한이었다

언제 떨어질까 위태롭다고 했지만

그런 말들을 겨냥한 소리 없는 절규였다

 

복수하지 마세요 그 복수의 화살이

조만간 내게로 꽂힙니다

 

이쯤에서 풀자 내 탓이다 목이 마르다고

치마 끝에서 지상까지의거리를 재는

낙숫물소리

 

결국엔 물이었다

한잔 먹지 않겠는가

- 박정원<고드름> 전문

 

위의 시는 표제이기도 한 '고드름'이란 소재가 주어부가 된다. 그리하여 본문은 소재 '고드름'에 대한 시인의 시적 관념, 곧 의미부여된 회자의 내면적 통찰의 깊이로, 상상 세계를 보여준다. 곧 '고드름'이 갖고 있는 속성, 성질, 모양 등에 몰입하여 각각 '고드름은~날카로운 속곳', '고드름은 ~ 단단해지는 회한', '고드름은 소리 없는 절규' 등으로 치환시켜 나간다. 그러다가 2,3,4연부터는 현실 상황을 제시하는 부가적 묘사와 진술로서, 고드름이 지닌 물의 속성, 허무의 결구 처리를 보여준다. 이렇게 설명시는 시인이 선택한 대상, 하나의 하찮은 사물일지라도 깉은 의미를 부여하여 존재하는 것들의 의미, 비밀들을 들추어낸다.


어찌 보면 시란 세계존재에 대한 남다른 해석이다. 이때 시의 힘은 의미 부여의 상상력에서 온다. 곧 '고드름'이라는 외면풍경의 소재에 대해 '시안'에 의해 반응된 작가의 내면풍경을 통하여 존재하는 것마다 얼마나 새롭고, 의미가 있는지 알려준다. 우리는 이 시에서 사물의 축을 넘어서 인간의 축에서 삶의 아우라를 읽게 된다. 고드름은 물의 변신일 수밖에 없다. 시인이 적은 것처럼, 절 마당의 노스님이 아끼는 동백꽃잎처럼 '투욱'지고 나면 고드름은 낙숫물에 불과한 것이고, 그 거리라는 시공간의 차이도 처마 끝에서 지상까지밖에 안 되는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고드름'에서의 절규는 이승의 속세에 사는 우리들의 평상심이다. 타자를 향한 회초리나 송곳 같은 마음은 결국 복수의 화살로 자신에게 꽂히는 법, 문제는 우리의 삶이란 무명(無名)의 혼돈 속에서 내 탓임을 알고 물이 지닌 섭리대로 돌아가는 유연성이다. 갈증을 아는 고드름의 원천인 물, 그 낙숫물 소리가 떨어지는 수직적 삶의 깨달음이 감동을 주지 안는가.

이렇듯 대개의 설명시는 소재, 곧 사물에 대한 정신의 해석적 의미로 깨달음이나 통찰, 새로운 의미를 암시하는 내용으로 바꾸어 놓는 것들이 많다. 이때 독자는 시인이 제시한 작품의 '상상력의 등가성'이란 자장(磁場) 속에서 의미를 탐색해 간다. 그러므로 시의 연이나 행간의 설정은 중요하다. 독자는 유능한 독자(super reader)가 되어 경험을 되살려 의미를 돼새기게 된다. 따라서 시인은 의미를 확장해 나가도록 장치해야 한다. 위에서 보듯, 시인은 고드름에 대한 시적 설명에서 다 말하지 않는다. 행간의 빈자리로 하여금 독자들이 읽어나가면서 '빈자리 메우기'를 하도록, 곧 의미 있게 채워 가도록 배려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시인의 노련미이다.

 

3) 설명시 쓰기

 

⑴ 특수한 소재(장소, 사건, 사물)의 시적 설명 325)

설명시는 주어(S)+서술어(P.V)의 형식으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이때 주어에 해당되는 것이 소재이며, 서술어에 해당하는 것은 소재에 대한 시인의 관념이다. 특수한 대상을 소재로 한 설명시 유치환의 <깃발>을 살펴보자.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깃발 (깃발은 - 소리없는 아우성) (P,V1)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깃발은 -노스탈쟈의 손수건)(P,V2)

영원한 노스탈쟈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깃발은 -순정) (P,V3)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깃발은 - 애수) (P,V3)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깃발은 -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 (P,V4)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유치환<깃발> 전문 326)

위 시의 소재는 "깃발"이다. 언어적 형식으로는 "깃발"이 주어에 해당된다. 시인은 이 "깃발"을 시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시의 언어적 형식이 계속 '주어+서술어'의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그 서술내용이 일상적인 차원을 벗어나고 있다. 여기에서 시 구조를 보면 "주어(s)는 서술어(p,v)" 반복되는 구성 양식으로 드러난다. 쉽게 말하면 '이것은 무엇이고, 무엇이며, 무엇이다'라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대상을 설명하는 방식은 특이하다. '깃발'이라는 대상을 일상적이거나 과학적 방식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긴 밤 그 적막한 터널 속을 걸어와

늘어선 회색빛 빌딩 사이를

휘휘 도는

소리없는 몸짓입니다.

 

하늘 위를 촉촉히 적셔놓고

창공 속에 피어 오른

꿈에 보았던

그 소녀의 미소입니다.

 

이내 깨어나지 않은

내 창에 내려앉은

해맑은 눈빛입니다.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가ㅏ슴에 단

하얀 설레입니다.

고유미 <안개> 전문 (학생 작품)

 

위 시는 필자가 대학 1학년 학생들에게 시를 가르칠 때에 리포트로 받은 작품이다. 물론 사전에 설명시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이 여학생은 완벽한 설명시 형태의 시를 써왔다. '안개'에 대한 나름의 시적 의미를 제시하고 있는데, '안개'를 "~소리 없는 몸짓", '~그 소녀의 미소", "~해맑은 눈빛", "~하얀 설레임"으로 해석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김소월의 <山有花>, 이상의<거울>, <오감도 시 제1호>는 모두 설명시의 형식으로 되어 있다. 주어+서술어 형식은 설명 방식의 하나인 '정의(definition)'에 해당된다고 했다. 곧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다"와 같은 국어사전적 정의에서, 피정의항은 '인간', 정의항은 '이성적 동물'로 나눠지는 바, 이 때 피정의항이 주어에 해당하고 정의항이 술어에 해당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비유체계에서 'A는B다' 식으로 시인들이 매우 즐겨 쓰는 방식이어서 설명시적 언술은 확장과 응용, 변이의 형태로 다양하게 도출된다.

 

⑵ 일반적 관념의 시적 설명

일반적인 관념이나 진리를 소재로 하는 시를 보기로 하자.

 

껍질을 더 벗길 수도 없이

단단하게 마른

흰 얼굴 (견고한 고독은 - 흰 얼굴 (P,V1)

 

그늘에 빚지지 않고

어느 햇볕에도 기대지 않는

또 하나의 손발 (견고한 고독은 - 또하나의 손발)(P,v2)

 

모든 신들의 거대한 정의 앞엔

이 가느다란 창끝으로 거슬리고

생각하던 사람들 굶주려 돌아오면

이 마른 떡을 하룻밤

제 살과 같이 떼어 주며

 

결정된 빛의 눈물, (견고한 고독은 - 빛의 눈물)(P,V3)

그 이슬과 사랑에도 녹슬지 않는

견고한 칼날 - 발 딛지 않는

피와 살 (견고한 고독은 - 빛의 눈물)(P,V4)

 

뜨거운 햇빛 오랜 시간의 회유에도

더 휘지 않는

마를 대로 마른 목관 악기의 가을

그 높은 언덕에 떨어지는

굳은 열매 (견고한 고독은 - 빛의 눈물)(P,V5)

 

쌉슬한 자양에 스며드는

네 생명의 마지막 남은 맛

견고한 고독은 - 제 생명에 마지막 열매(P,V6)

김현승 <견고한 고독 전문327)

 

위의 시 소재는 '견고한 고독'으로 추상적 관념이다. 다시 말하면 고독의 견고함을 대상으로 시적 설명이 이루어진다. 주어는 '견고한 고독'이며 주어에 대한 서술은 3연을 빼고 각 연을 형성한다. 서술어(P,V)를 형성하는 각 연의 중심 낱말은 '1연 : 흰 얼굴, 2연 : 단 하나의 손발, 4연 : 결정된 빛의 눈물, 피와 살, 5연 : 굳은 열매, 6연 : 네 생명의 마지막 남은 맛'으로 이어진다.

주어+서술어 형식의 진술은 곧 'A는 B다'의 형식이기에 하나의 비유체계라고도 할 수 있다. 가령 김동명의 "내 마음은 호수요"처럼, 원관념이 보조관념으로 '의미론적 이동(sementic movement)'을 하는 셈이다.

 

수필은 청자연적이다. 수필은 난이요, 학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 속으로 난 평탄하고 고요한 길이다. 수필은 가로수 늘어진 포도가 될 수도 있다.

 

피천득의 작품, <수필> 문장도 '주어+서술어'의 설명 형태로 이루어진다. 수필이라기보다는 하나의 확장된 '시적 정의놀이'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또한 원관념 '수필'에 "청자연적", "난", '학", "날렵한 여인" 등의 여러 보조관념으로 확장적 비유로 이루어지는 문장이다.

 

⑶ 설명시 형식에서 구상과 추상의 문제

시의 제목(주어, 소재)이 추상일 때, 본문의 내용이 추상적인 것이 좋은가. 아니면 구체적인 것이 좋은가? 또 제목이 구체적일 때, 본문의 내용이 추상적인 것이 좋은가. 구체적인 것이 좋은가? 여기에서 제목과 본문 양자가 구체적일 수는 있어도, 절대로 제목과 본문이 모두 추상일변도는 좋지 않다는 점이다. 곧 시(詩)의 내용상의 전개 요소로 구상(具象)을 시에서 어떻게 배합하여 표현하느냐에 따라 시의 내용 전개는 다음의 네 가지 형태로 상정해 볼 수 있다.

 

제목부 본문부

① 구상(具象) + 추상(抽象) ☞ 산은 꿈이다.

② 추상(抽象) + 구상(具象) ☞ 시(詩)는 꽃이다.

③ 구상(具象) + 구상(具象) ☞ 물은 물이다.

④ 추상(抽象) + 추상(抽象) ☞ 마음은 무(無)다.

 

이러한 시의 내용상 전개 방식들은 일반적으로 시의 내용 전체에 걸쳐 사용되지만, 부분적으로는 시의 제목과 내용, 한 행, 한 연의 내부에서도 서로가 긴밀하게 작용하며 나타난다. 그런데 대개 환기력을 높이기 위하여 시인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시는 원래 구체적이다'라는 명제처럼 위의 ①, ②처럼 추상은 구상과 어울리고, 구상은 추상과 어울리게 사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니까 ③'구상(具象) + 구상(具象)'은 차지하더라도 ④의 '추상(抽象) + 추상(抽象)'으로 이루어지는 형태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앞에서 다룬 시들의 경우를 살펴보도록 하자.

 

고드름은 예리하지 안고서는 견뎌낼 수 없는 오기였다

(박정원 <고드름>) (구상어 + 추상어)

 

깃발은 소리 없는 아우성

(유치환 <깃발>) (구상어 +추상어)

 

견고한 고독은 껍질을 더 벗길 수도 없이 단단히 마른 흰 얼굴

(김현승 <견고한고독>) (추상어 +구상어)

 

수필은 청자연적이다

(피천득<수필>) (추상어 +구상어)

 

설명시에서 보다 중요한 점은 시의 내용이 순전히 의미부여나 상상력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 있다. 그래서 본문은 제목에 대해 시적 허용의 무한한 범주 속에서 긴장(장력), 확장적 비유로 이뤄지면서 시의 참맛을 드러낸다.

 

2. 논증시(argument poetry) 유형

 

1) 논증문과 '논증시'의 차이

'논증(論證,argument)'은 자신의 관념이나 주장을 설득시키고 동조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므로 대상에 대한 관념이 하나의 명제로 설정 되어야 한다. 여기서 명제(命題, proposition)란 대상에 대한 자신의 관념이나 판단을 서술한 문장을 뜻한다. 주어진 명제는 하나의 판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것이 공감을 얻으려면 충분한 뒷받침이 필요하게 된다. 명제의 유형으로는 사실명제, 가치명제, 당위명제가 있다. 사실명제는 '한글은 훌륭한 문자이다'처럼 어떤 사실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한 것이고, 가치명제는 '진달래는 아름답다'처럼 제도, 사물, 사상에 대해 판단한 것이며 당위명제는 '세월호 법안은 통과되어야 한다'처럼 정책이나 어떤 시사적 대상에 대한 당위성을 내세우는 경우이다. 이러한 명제를 뒷받침하는 방법으로 크게 연역적 방법, 귀납적 방법, 유추적 방법이 있다.

논증시에서의 화자는 전지적 시점이이거나 보고자로서의 관찰자 시점이 된다. 따라서 논증은 명제로써 자신의 주장(사상, 판단)이나 관념을 드러내는 서술로, 그 서술상의 인과율과 같은 논리적 뒷받침을 보여주는 방식을 취한다.

논증이란 그런 점에서 설명과는 다른 서술양식이다. 설명이 단순히 대상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논증시에서는 서술방법이 어느 정도 논리적 형식을 취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니까 논증시는 어떤 사실에 대해 자신의 판단을 내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인과율의 논리를 따른다. 이러한 논증시는 어디까지나 시적 인과율로 나타난다. 시적 인율이란 일상적으로 수용되는 자연법칙을 낯설게 만들면서 시적 공간을 빚는다. 형식의 측면에서는 원인 → 결과, 혹은 결과 → 원인의 형식으로 나타난다. 여기에서 시적 인과율 혹은 시적 논리란 비록 언어형식 또는 언어구조라는 면에서는 일상적 논리의 틀을 따르지만, 그 내용은 상상력의 세계로 이루지는 논리를 말한다.

 

2) 사실명제의 논증시 쓰기

시적 인과율에 따라 구성된 논증시로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가 있다. 이 시를 논리적 층위에서 보면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연 원인 결과

1 봄부터 소쩍새가 울었다 ☞ 국화가 피었다

2 먹구름 속에서 울었다 ☞ 국화가 피었다

3 간밤에 무서리가 내리고 시인 ☞ 국화가 피었다

에겐 잠이 오지 않았다

 

위<국화 옆에서>의 시구는 사실명제 전개된 것이다. 곧 가을에 국화꽃이 피는 원인을 '봄부터 소쩏가 그렇게 울었고, 천둥이 쳤고, 무서리가 내리고 시인에게는 잠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가을에 국화가 피었다'는 명제로 성립된다. 일반적 논리로 보면 햇빛과 적절한 바람과 수분, 기름진 흙만 제공된다면 얼마든지 국화꽃을 피울 수 있다 하지만 서정주가 본 국화꽃 탄생의 시적 논리는 사이비 진술, 상상력의 논리로 전개된다. '국화가 피었다'는 결과가 상상적 사실에 대한 시인의 판단, '결과 → 원인"의 논리로 구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시적 인과율 혹은 시적 논리란, 비록 언어형식 또는 언어구조라는 면에서는 일상적 논리의 틀을 따르지만, 그 내용은 상상력의 세계로 드러나는 논리라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3) 가치면제의 논증시 쓰기

가치명제를 노래하면서 유추에 의해 이루어지는 논증시로 김춘수의 <꽃>을 들 수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命名이전의 세계)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대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命名이후의 세계)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1,2연을 미루어 판단하는 유추)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꽃 : 이름 = 나 : 이름)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나 : 이름 = 우리 : 이름)

 

김춘수 <꽃> 전문328)

 

시에서 노래되는 것은 사물의 존재에 대한 시인의 가치 판단이다. 서정주의 <국화옆에서> 가 국화가 핀다는 사실에 대한 판단을 하고 있었음에 비해, 이 시는 사물의 존재에 대한 가치판단이 가치명제로 노래된다. 이 시의 논리에 따르면 '이름 부르는 것'은 곧 명명행위와 관계된다. 이 시가 암시하는 가치판단은 '언어에 대해 명명될 때 사물은 존재한다'는 명제로 요약된다. '꽃'은 이 시에서 사물의 세계를 표상한다. 연애시로도 읽히는 이 시는 사물의 존재라는 것의 의미를 찾는 일종의 철학시로 보아야 깊은 해석을 내릴 수 있다.

이렇듯 논증시의 내용은 시인이 어떤 대상에 대한 관념이 하나의 명제로 드러나는데, 이때 명제는 일상적 합리적 차원을 벗어난 상상의 내용으로 일상적으로 수용하는 자연법칙을 낯설게 만들어 내는 시적 의미를 지닌다.

 

4) 조건절(가정법) 종속절의 논증시 쓰기

초등교과서의 시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이나 다음 박용재의<사랑하지 않으면>도 하나의 조건절(가정법)과 종속절에 의한 논증시라고 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산도

계곡도

물도 보이지 않는다.

<중략>

 

사랑하지 않으면

너의 목소리도

쓴 웃음도

 

지리산의 몸도

눈물도

너의 우연한 죽음도

보이지 않는다.

박용재 <사랑하지 않으면> 전문 329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

안도현<우리가 눈발이라면> 전문330

 

위의 시<사랑하지 않으면>은 가정법의 진술로 되어 있다. 그러니까 "사랑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보이지 않고, '사랑을 한다면' 모든 것을 볼 수 있다는 시적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 시 <우리가 눈발이라면> 에서도 가정법의 논리로 적용되고 있다. 하자는 스스로 눈발이 되고 싶어 한다. 전반부에서는 제한 조건으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고 청윻여의 논리를 편다. 그리하여 비록 '춥고 바람 부는 어두운 세상일지라도' "따뜻한 함박눈"으로 '잠 못 든 이"의 "편지"가 되고,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고 한다.

 

 

3. 묘사시(descrive poetry) 유형

 

1) 묘사적인 글을 잘 쓰려면

묘사를 잘해야 시를 잘 쓸 수가 있다. 마치 화가가 데생을 수없이 연습해 오듯 묘사는 시 쓰기에서 기초가 된다. 묘사적인 글(시)을 잘 스려면 다음의 네 가지 원칙에 유의하여야 한다.

 

⑴ 지배적 인상을 중심으로 조화롭게 구성하라

우리가 어떤 대상을 글로 묘사할 때는 지배적이고, 가아력한 인상을 잡아서 쓰라는 것이다. 어떤 대상을 묘사한다고 할 때, 글쓴이의 눈에 비친 모든 대상ㅇ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자세하게 그려낸다는 것은 ㅜㄹ가능하다. 글쓴이는 그 대상으로부터 가장 강렬하게 느낌을 받은 인상을 그릴 수도 있고, 특별히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을 중심으로 묘사할 수도 있다. 이러한 중심을 이루는 인상을 '支配的 印象(dominant impession)'이라 한다. 말하자면 사물의 특징을 있는 그대로 다 나타내는 것은 아니므로, 지배적인 인상을 살려 묘사해야 한다.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요소가 대상의지배적인 인상과 관계되는 것인지는 쉽게 설명할 수 없다. 대상을 보는 입장, 곧 관찰자의 시점, 위치, 태도, 개성, 분위기 등이 이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다만, 묘사에서 치밀한 관찰은 늘 전제되어야야 할 일이다. 가령 견극배우 '추송웅'의 얼굴을 묘사하려고 한다면, 눈과 얼굴, 이마 등 '원숭이'라는 전체적 인상을 끌어와 묘사를 하면 되는 것이고, 이때, 관찰자의 시점 태도가 뒤따른다는 것이다.

 

⑵ 감각적 인상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라

다음으로 대상을 묘사할 때는 '감각적 인상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라는 것이다. 묘사는 어떤 대상을 놓고 오관(五官)인 모양, 빛깔, 감촉, 소리, 냄새등을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그려내는 방법이다. 시에서 대상을 구체적으로 이해시키기 위해 묘사의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묘사는 대상을 그려 보인다 해도 그 목적이 그 대상에 관한 정보나 지식의 전달에 있는 것이 아니고, 그 대상에서 받은 인상을 전달하고자 하는데 있다는 점에서 설명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은행잎이 노랗다"라고 할 때, 은행잎이 '노랗다'는 기술은 일반적으로 은행잎이 지닌 형태의 한 부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반대로 "은행잎이 金貨로 보인다."라고 할 때 은행잎의 구체적 상황이 주관적 해석을 통해 관찰자의 독특하고 개성적인 인상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은행잎 = 금화'라는 등식에 은행잎은 새로운 감각의 세계로 변하고 은행잎이 주는 인상이 금화로 의미론적 이동을 함으로써 특이한 감각을 낳게 하는 것이다.

 

⑶ 자신의 느낌을 창의적으로 명료하게 나타내라.

자신의 느낌을 창조적으로 명효하게 나타내기 위해서는 반응의 결과가 아닌 반응의 원인에 대해 써야 한다. 가령 "나는 두려움을 느꼈다."라는 느낌은 반응의 결과로, 추상적 표현이며 직설적이다. 이러한 표현은 감흥이 떨어지고 문학적인 글이 되지 못한다. 대신 자신의 두려움을 명백히 해서 독자로 하여금 역시 같은 공포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신이 가졌던 느낌을 독자들도 똑같이 가질 수 있게 할 때, 자신의 느낌을 성공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것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경험을 재창조할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그날 밤은 매우 조용했다."라고 표현했을 경우, 과연 자신이 의도하는 바를 충분히 나타냈다고 볼 수 있는가. 얼마나 조용했다는 걸까? 조용한 밤의 정적을 명백히 나타내기 위해서는 조용한 밤에 들을 수 있거나 없었던 소리를 쓸 필요가 있다. 섹스피어(Shakespeare)는 그의작품 (햄릿)의 서두에서 이 문제에 부닥쳤는데, 그는 "쥐가 움직이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이라고 씀으로써 이 무제를 해결했다. 너무나 조용하기에 야행성 동물인 아주 작은 쥐의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하 정확한 묘사로 섹스피어는 밤의 고요함을 명확하게 나타냈다.

 

⑷ 상투적인 고정 관념적 표현의 틀을 깨라.

상투적이고, 고정관념에 젖은 묘사를 글을 진부하게 만든다. "어두운 밤", "노란 개나리", "하얀 눈"과 같은 낯익은 표현은 너무 진부하고 상투적이어서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한다. 원래 밤은 늘 어두운 것이고, 개나리꽃은 늘 노랗고, 눈은 하얀 것이다. 너무 뻔한 표현이 아닌가. 가ㅏ령 이들을 "수척한 밤", "귀여운 개나리꽃", '살찐 눈"으로 낯설게 바꾼다면 보다 구체적이고 감각적이어서 창의적 묘사에 가깝다.

이외수 소설가가 처음 등단을 하고, 고정관념의 틀을 깨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는가에 대한 체허적 글이 있다. 그의 <얼음밥>이라는 글을 살펴보자.

 

나는 소설이라는 난공불락의 성을 함락하기 위해 어떤 방법으로 자신의 정신을 강화시킬까를 모색해 보았다. 밥이 떠올랐다. 일찍이 밥만크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존재는 이 세상에 없었다. 나는 한 솥 가득 밥을 지어서 바깥에 내다 놓았다. 얼음밥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나는 얼음밥으로 끼니늘 연명하면서 묘사적 문체를 획득하는 일에 골몰해 있었다. 더럽게 눈물겨운 겨울이엇다. 얼음밥은 도저히 수저로는 먹을 수가 없었다. 망치와 못을 이용해서 깨뜨린 다음 으적으적 씹어먹는 수밖에 없었다. 정신뿐만이 아니라 내장까지도 투명해지는 느끼이었다. 한 솥 가득 밥을 지어서 바깥에 내다 놓으면 1주일은 족히 정신과 내장을 투명하게 유지시킬 수가 있었다.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치는 어느 날이었다. 나는 방문을 열어 놓고 흩날리는 눈보라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때 문득 글 한 줄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습관적으로 원지에다 옮겨 보았다.

 

수천만 마리의 나비때가 어지러이 허공을 날고

 

단 한 줄이었다. 더 이상은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너무 추워서 방문을 닫고 방금 원고지에 옮겨 놓은 글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게 만약 한 줄짜리 시라면 어떤 제목이 어울릴까. 눈보라로 정한다면 역시 고정관념을 탈피하지 못한 상태로 전락하고 만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터, 나는 왜 그때 화장터라는 단어가 떠올랐을까. 혹시 얼음밥을 먹어가면서까지 묘사적문체를 얻어 내려고 발버둥치는 내게 하나님이 영감이라도 내려주신 것이나 아닐까.

화장터라는 제목을 붙이자. 나비떼는 놀랍게도 사자의 소지품을 태울 때 날아오르는 여노물의 사해조각을 연산시키더니 이내 영혼의 편린으로 변하고 있었다. 제목을 제지공장으로 붙인다면, 나비떼는 종이조각으로 변해 버릴 것이 분명했다. 내가 원고지에 써넣은 나비떼는 곤충이 아닐 수도 있었다. 눈보라가 될 수고 있었고, 사해조각이 될 수도 있었고, 종이조각이 될 수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영혼의 편린까지 될 수 있었다. 관측자의 위치가 어딘가에 따라 내가 빌려오는 사물들은 판이하게 다른 상징성으로 되살아날 수가 있었다. 알았다. 불시에 막혀 있던 시야가 환하게 밝아오는 느낌이었다. 나는 마침내 고정관념의 껍질을 탈피하고 있었다.

배반자로부터 보내온 설탕은 달지 않다. 결핵에 걸린 태양은 눈부실 수가 없다. 발가락이 자라는 조랑말의 당혹감, 구걸을 중단한 거지의 허영, 쥐를 보면 도망치는 고양이의 비애, 목이 짧은 기린의 절망,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순간 나는 만물들의 외형을 자유자재로 변형시키면서 상싱성을 부여하는 능력을 획득하게 되었다. 이제 사물의 외형이 주는 과정관념 대문에 사물의 내부를 들여다 보지 못하는 난관은 극복되어 있었다. 세 솥째의 얼음밥이 비어있을 무렵이었다.

나는 사물을 보는 시간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하늘을 쳐다보며 앙상한 모습으로 겨울을 지키고 있는 굴참나무의 간절한 소망이 무엇인지도 알아낼 수 가 있었고, 끊임없이 얼음 밑으로 흐르고 있는 개울물의 도란거림도 알아들을 수가 있었다. 찌푸린 표정으로 낮게 내려앉아 있는 회색 하늘의 음모도 읽어낼 수가 있엇다. 나는 고정관념의 껍질을 탈피하면서 만물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게 되었고, 만물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면서 만물의 영혼과 합일하게 되었다. 어느새 개떡 같은 세상에 대한 증오심조차 모조리 소명되어 있었다. 아무리 개떡 같은 세상이라도 눈물겹게 사랑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외수 <얼음밥> 중에서331

 

2) 묘사시(descriptive poetry) 쓰기

한편의 시가 완전한 묘사로 이루어지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시를 보면 묘사와 서사가 겹친다든가. 설명과 묘사, 혹은 묘사에 논증적 진술도 들어간다.

 

사자가 속구쳐 올라

꽃을 활짝 피웠다

 

허공으로 네발

허공에서의 갈기

 

나는 어서 문장을 완성해야 한다

바람이 저 동백꽃을 베어물고

땅으로 뛰어내리기 전에

- 송찬호 <동백이 활짝> 부분332

 

위 시를 살펴보자. 순간의 상상력이 대단하지 않은가. 시가 꼭 길어야 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짧아도 장치만 잘하면 얼마든지 형상화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전반부(4행)는 묘사시로서 외면풍경의 '보여주기'로 이루어지지만, 후반부(3행)는 화자 내면풍경의 '진술'로 서로 다른 방식이 겹쳐서 이루어진 시이다. 이렇게 묘사는 시적 풍경을 그림같이 생동감 잇게 보여주기 위해서 동원된다.

 

⑴ 비유적 묘사지향의 시 쓰기

 

갈매기떼가

썰물을 끌고 간다

가다가 저만큼 부리의 힘을 탁 놓아버린다

뻘 건너 수평선이 팽팽해진다

발바닥이 드러난 어선들이

스크류를 이빨처럼 간다

뻘밭이 수천 개의 흡반을 들이댄다

구멍마다 집게발 하나씩을 내밀고

노을을 섬득 베어문다

뻘이 번득이며 붉게 물든다

아직도 흙탕인 바다가 지는 해를 한 번 더 울컥 떠 올린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듯이

뻘이 깊이깊이 가라앉는다

작은 횟집 몇이 불ㄹ을 켜들고

흡반 속으로 빨려든다

-김윤 <마량진> 전문 333

 

위 시는 전체적으로 묘사가 시를 지배하고 있다. 마량진은 충남 서천군에 있는 어촌 포구이다. 우선 이 시는 개펄 바닷가의 노을을 그림 그리듯 아주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다. "갈매기떼가 썰물을 끌고 간다"든가, '수평선이 팽팽해진다'든가, "어선들이 / 스크류를 이빨처럼 간다, "박하지 새끼가...노을을 섬득 베어문다' 등의 이미지들이 섬뜩할 정도로 신선하고 생동감있게 형상화되고 있다.

 

야간 대리운전사 내 친구가 손님 전화 오기를 기다리는 모습은

 

 

꼭 솟대에 앉은 새 같다

날아가고 싶은데 날지 못하고 담배를 피우며 서성대다가 휴대폰이 울리면 푸드덕 날개를 펼치고 솟대를 더나 밤의 거리로 재빨리 사라진다

- 최영란<내 친구 야간 대리운전사> 부분 334

 

위 시는 야간대리운전사의 생리와 심리를 날카롭게 파악하여 그것에 걸맞은 참신한 비유를 동원하여 묘사하고 있다. 야간 대리운전사를 "꼭 솟대맞은 참신한 비유를 동원하여 묘사하고 있다. 야간 대리운전사를 "꼭 솟대에 앉은 새 같다'라는 표현에 깊은 공감이 간다.

경험시가 서사의 양식을 지향한다면, 묘사시는 묘사적 양식을 지향한다. 묘사란 사물의 감각적 특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방법이다. 묘사시란 언어로 그림을 그리는 시라고 할 수 있다. 화가의 경우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쉽지만, 시인의 경우에는 비록 언어로 그린다고 해도 그리 쉽지 않다. 무엇보다 시인의 매체인 언어는 화자의 색이나 선과는 다른 특성을 소유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무엇보다도 개념(관념)을 소유한다. 그만큼 추상적이고일반적이다. 이를테면 푸른 하늘을 보고 '하늘은 푸르다'고 해도 이때의 '푸르다'라는 말은 개념적이고 일반적인 의미를 나타낼 뿐이다. 우리가 푸른 하늘을 보고 느끼는 감각성 특성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시인들은 언어로 그림을 그릴때 때, 언어의 이러한 특성을 극복하기 위하여 특수한 기법을 사용한다. 언어가 감각적 특성을 그대로 드러낼 때 우리는 그서을 흔히 심상 혹은 이미지라고 부른다. 이미지 표현의 가장 일반적 방법 가운데 하나는 언어를 비유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다음의 이장히 시 <봄은 고양이로다>에서 비유도 그렇지만 '고양이 털'보다도 더 부드러운 '꽃가루'의 동원, '고양이 눈'을 '금방울에 비유하면서 '미친 봄'으로 연상시켜가는 묘사는 천재 시인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은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이장희 <봄은 고양이로다> 전문335

위 시에서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은 '꽃가루'에 비유되며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은 금방울에 비유된다. 전자는 촉각, 후자는 시각의 이미지를 드러낸다. 그리하여 '봄 = 고양이'라는 은유법을 구사하여 고양이를 객관적으로 이미지화하면서 대상의 감각적 측면을 묘사하고 있다. 336) 즉 1연에서는 고양이의 털에서 봄의 향기를, 2연에서는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서 봄의 생명적 불길을, 3연에서는 고양이의 빕술에서 나른한 졸음을 4연에서는 고양이의 수염에서 푸를 생기를 각각 예리한 관찰력으로 표현하고 있다. 각 연들의 고양이를 개관적으로 시각화시켜 한 마리의 완벽한 고양이를 연상시킨다.

시적 묘사에서 직유는 대체로 사물의 감각적 묘사보다는 사물을 산문적으로 설명하는 폐단이 있다. 따라서 같은 비유의 방법이라 하여도 은유의 방법에 따라 하나의 사물을 묘사하는 전봉건의 <한 해가 저무는 저녁 무렵에>를 보자.

 

한 해가 저무는 저녁 무렵에

흩날리는 눈발을 본다.

 

흩날리는 눈발에 섞여 픝날리는

작은 나비들을 본다.

 

한 해가 저누는 저녁 무렵에

흩날리는 눈발은 이애 그치고

작은 나비들도 꿈처럼 사라진다.

- 전봉건의 ,한해가 저무는 저녁 무렵에> 전문337

 

이 시에서 시인이 보는 것은 겨울 저녁의 눈발이다. 1연에서 시인은 '흩날리는 눈발을'을 본다. 2연에서는 '작은 나비들'로 변용된다. 시인은 눈발을 나비들에 비유함으로써 눈발에 대한 독특한 감감을 보여준다.

은유는 소박하게 정의하면 표면적으로 다른 두 사물 사이에서 유사성을 발견하는 것을 듯한다. 그런가 하면 사물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으로는 이렇게 비유의 방법에 기대지 않고 사물의 구체적 감각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방법이 있다.

 

눈 속에서 초겨울의

붉은 열매가 익고 있다 (사물의 감각적 특성)

서울 近郊에서는 보지 못한

공지가 하얀 작은 새가

그것을 쪼아먹고 있다 (사물의 감각적 특성)

越冬하는 忍冬잎의 빛깔이

이루지 못한 人間의 꿈보다도 (시인의 관념 진술)

더욱 슬프다

-김춘수 (忍冬잎) 전문338

 

어떤 관념도 드러내지 않고 사물을 묘사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묘사시에서는 보여주기라는 묘사와 관념적 진술이 함께 어울리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화자의 반응, 심리, 생각 - 주관적 정서가 꼭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위 시의 경우, 후바눕에서는 사물의 감각적 특성이 아니라 시인의 관념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전반부 시행들에서는 초겨울을 붉은 인동초의 열매에 대한 감각성, 특히 시각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러한 시각성은 <한 해가 저무는 저녁 무렵에>서 읽을 수 있었던 비유의 방법에 기대지 않는다.

김춘수에 의하면 사물을 비유적으로 묘사할 때는 사물적 이미지가 드러난다고 했다. 전자는 이미지가 어떤 관념을 말하기 위한 도구가 되며, 후자는 이미지 자체를 위한 이미지가 된다. 후자의 있는 그대로 사물의 사물성을 드러내는 시를 '사물시(physical poetry)라 한다.339)

 

부스스 머리를 풀어헤친

집이 운다

빗물 고인 장독을 들여다보고

 

앞마당 잡초 더미

봉숭아 한 그루 붉게 토졌다

조랑조랑 꽃을 달고

어리둥절 서 있다

 

바람 한 점에

펵, 바지랑대 쓰러지고

놀란 집이 퍼뜩

한쪽 발을 쳐든다

 

사타구니 뵈는 집

더는 숨길 게 없다고 주머니를 탈탈 턴다

 

누가 알맹이를 빼먹고 껍질만 남겼을까

-마경덕 <폐가> 전문 340

 

시 폐가는 감각적 이미지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먼저 서두부터 의인적 비유가 동원되고 있다. "부스스 머리를 풀어헤친 / 집이 운다"에서부터 '봉숭아'의 모습을 "조랑조랑 꽃을 달고 / 어리둥절 서 있다"든가, '놀란집이 퍼뜩 / 한쪽 발을 쳐든다'든지, "사타구니 뵈는 집", 그리고 "더는 숨길 게 없다고 주머니를 뒤집어 탈탈 턴다"에서 생동감과 실감이 넘치는 묘사를 보게 된다. 특히 마지막 연에서 '누가 알맹이를 빼먹고 껍질만 남겼을까"라는 진술은 전경화의 결구로서, '폐가'에 대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구절이다.

 

(2) 감각적 이미지 중심으로 형상화하기

이미지의 기능이란 독자로 하여금 감각적 페험을 되살리게 하는 것이다. 이미지의 시적 적용은 주로 시각과 청각이 많이 사용되지만, 시에 따라 후각, 미각, 촉각 등의 이미지도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다. 심지어는 무게 감각, 운동 감각을 지각할 때, 기관 감각으로서 고동, 맥박, 호흡, 소화 따위를 감각적으로 드러낼 ㅜㅅ 있으며, 근육의 긴장상태까지도 드러낼 수 있다.

 

① 시각적 이미지 : 모양, 색채, 명암, 움직임 등에 초점을 두고, 심리적 반응의 회화적 인상을 부가,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 지나가던 구름이 하나 새빨간 노을에 젖어 있었다. (김광균, <외인촌>에서

○ 비는 하이얀 진주 목걸이를 사랑한다 (장민영, <비>에서

○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 (신석정,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에서

 

② 청각적 이미지 : 소리, 음성, 음향 등 감각 현상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이미지로, 때로는 음성 상징어를 활용해서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 둥기둥 줄이 울면 초가 삼간 달이 뜨고 (이완영<조국에서>)

○ 머리맡에 찬물을 솨아 퍼붓고는 (김동환, <북청 물장수>)에서

 

③ 후각적·미각적 이미지 : 냄새, 향기 등의 이미지로 각각 드러날 수도 있고, 맛과 냄새가 대쳬로 혼합되어 쓰인다.

 

○ 강한 향기로 흐르는 코피 (서정주, <대낮>에서)

○ 어마씨 그리운 솜씨에 향그러운 꽃지짐 (김상옥, <사향>에서)

 

④ 촉각적 이미지 : 피부 감각, 전신 감각의 이미지로, 신체의 부분들과 결합되어 근육 감각적 이미지를 형성하기도 한다.

 

○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김종길, <성탄제>에서)

 

⑤ 역동적 이미지 : 격렬한 시어와 동작적인 용연을 활용함으로써 이미지로 제시된다.

 

○ 푸름 속에 펄럭이는 피깃발의 외침 (박두진, <3월 1일의 하늘>에서)

 

⑥ 공감각적 이미지 : 감각적 이미지의 전이형태로 한 종류의 감각을 다른 종류의 감각으로 전이시켜 표현하는 방법이다.

 

○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 (김광균, <외인촌>에서)

○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김광균, <추일서정>에서)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서정주, <문둥이>에서)

 

실제 시편들에서 드러나는 감각적 이미지 시를 유형들을 열거하여 예를 들었다.

그러면 한 편의 시에서 드러나는 감각적 이미지 시를 살펴보기로 하자.

 

묵호는 검은 고래다

 

새벽마다 허옇게

바다를 벗겨내는 어부들이

선창가에 비릿한 욕지거리를 잔뜩 풀어 놓으면

 

고래입 같은 아가리 배에서는

온통 욕지기질로 헐떡이는 생선들···

 

경매가 시작되면

선창가는 거대한 고래 뱃속이다

부시시 무너지는 어둠속에서

퍼덕거리다 뒤로 나자빠지는 그네들의 흥정

 

독한 비린내까지 경매로 팔려나가면

묵호는 체증에 걸리 고래 뱃속을 빠져나간다

 

오징어처럼 먹물을 뒤집어쓰고도

고래고래 소리지느는 파장의 도시-

그래서야 졸음은 헤일처럼 몰려온다

 

지난밤

오징어 배에 수없이 켜 놓은 알전구로

눈이먼 어부들, 이제

눈거풀 안쪽에비친 헷덩이가

200촉짜리 집어등만큼 뜨겁다.

- 정영주 <어달리의 새벽> 전문 341

 

전반적으로 위 시는 생동감 있는 비유적 이미지와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들로 농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검은 고래"로 치환된 강원도 묵호시 어달리 어촌마을 새벽 풍경이 생동감 있게 역동적으로 다가 온다. 은유냐 직유냐를 구굽하는 것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얼마나 효과적으로 정감의 세계를 감각적으로 밀도 있게 그려내고, 풍부한 감성적 울림을 죽느냐에 달려 있다. 서두에서부터 새벽의 어촌 풍경을 "묵호는 검은 고래다'(1연)로 치환하여 회화적으로 전개한다. 이 시적 운행은 2연에서 "새벽마다 허혛게 / 바다를 벗겨"(2연)낸다는 어부들의 시각적 영상과 "선창가에 비릿한 욕지거릴"(2연) 풀어놓는다는 청각적 영상과 겹친다. 밤새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고 새벽녘에 항구로 돌아와 경매를 하는 어부들의 모습니 눈 속으로 선연하게 들어오는 것이다. 이 "비릿한 욕지거리"와 "헐떡이는 생산들"은 동급이다. "고래입 같은 아가리 배"(3연)도 하나의 비유다. 그렇게 경매가 시작되면 화자는 "선창가는 거대한 고래 뱃속이다"(4연)라고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퍼덕거리는" 경매로 흥정이 끝나면 "묵호는 체증에 걸린 고래 뱃속을 빠져나간다"(5연)에서도 활유법을 써서 역동적으로 묘사한다. "오징어처럼 먹물을 뒤집어쓰고도 /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파장의 도시 / 그제서야 졸음은 해일처럼 몰려온다"(6연)에서는 비유적 감각의 어촌 풍경의 파장 모습과 어부의 고단함이 짙게 배어 있다. 결구 부분의 "오징어 배에 수없이 켜 놓은 알전구로 / 눈이 먼 어부들"이라는 이미지 표현에서는 텐션이 작용한다. 그리고 마지막행 "눈꺼풀 안쪽에 비친 햇덩이가 / 200촉짜리 집어등 만큼 뜨겁다"(7연_에서도 비유적 표현과 촉각적 이미지 등이 너무 재미있고 경이(驚異)스럽다.

 

겨울이 되면 눈부신 벌교 갯벌에 가보아라

양수가 터진 바다가 개벌에다 아이를 낳고 아랫배를 드러낸 채 섬기슭으로 달려가 젖을 먹인다.

풀어헤친 저고리 틈새로 바져나오다가 그만 수편선에 걸쳐진 바다의 저통통한 젖가슴을 빨고 있는 별교 여자들

새색시 적부터 꼬막밭에 앉아 열심히 바다의 젖을 빠는

자궁에서도 평생 꼬막냄새가 나는 저 벌교의 여자들은

만삭이 된 섬들이 바다에 아이를 낳을 대마다. 뻘배를 타고 힘차게 바다로 나아가 꼬막을 캔다.

순천만 젖꽂판이 개흙처럼 검어지고 젖꼭지마다 팽팽이 섬을 이룰때

저마다 꼬막이 되어 갯벌 깊은 바닥에 몸을 숨긴다

행여나 장보고 같은 사내 갯벌 속에 숨어 있을지 몰라 갯벌의 쫄깃쫄깃한 자궁이 되어 숨을 죽인다

때로는 허연 꼬막껍질처럼 길바닥에 버려져

사내들이 짓밟고 지나갈 때마다 서럽게 부서지고 아스러지던 날들

방파제 끝까지 트랙터를 몰고 온 사내들이 소주병을 버리고 모닥불로 타올라도 여자들은 좀처럼 물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뻘배를 끌고 산고가 채 끝나지 않은 갯벌의 속살을 쓰다듬을 뿐

차꼬막이 가득 담긴 함지박은 웃음이 될 뿐

광활한 치마폭을 펼친 바다는 지금 일몰의 시간

노을 지는 수평선을 목에 감고 뻘밭에 백로는 저 혼자 고독하다

멀리 고깃배 한 척 밀물 때를 기다리며 비스듬히 누워 있다

황금빛 갯벌의 주름진 뱃가죽을 들치며 바다의 젖을 빠는 저 여자들

꼬막 캐는 여자들의 봄이 오는 바다

가끔은 장보고 같은 산가 찾아와 씨 뿌리는 바다

- 초명란 <꼬막 캐는 여자의 바다> 전문 342

 

위 시는 벌교 갯벌의 수평관과 섬 사이에서 뻘배를 끌고 꼬막을 캐는 여인네들의 풍경이 관능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농밀한 감각적 이미지의 실감미가 돋보이니다. 가령 "자궁에서도 평생 꼬막냄새가 나는 저 벌교의 여자들"이라는 후각적 표현, 그리고 "만삭이 된 섬들", "순천만 젖꽃판이 개흙처럼 검어지고", "갯벌의 쫄깃쫄깃한 자궁" 등 시각과 미각을 동원한 관는적 묘사가 놀랍다. 마지막 장면에서 풍요로운 꼬막밭의 갯벌을 "가끔은 장보고 같은 ㅅ가내가 찾아와 씨 뿌리는 바다"로 본 생명적 이미지는 매우 참신하여 깊은 여운을 남긴다. 최 시인의 <보도블록 까는 청년>이나 <내 친구 야간대리운전사>, <쌕소폰 부는 걸인> 등 시편들을 보면 세상의 구석에서 고투하거나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존재들을 시의 중심으로 내세운다. 그런 것들을 설익은 관찰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고, 농밀한 내용의 깊이와 자신만의 언어감각으로 어루만지고 있다는 점에서 힘을 느낀다.

 

(3) 서사적 표사지향의 시 쓰기

서사적 묘사지향의 시는 서사와 묘사가 절묘하게 섞이는 시이다. 마치 리얼리즘 사진이나 무성영화의 장면을 보는 듯 착각에 빠지게 된다. 시인에의해 선택된 풍경이나 인물 등의 상황적 에피소드와 이와 관련된 동적 이지 위주의 감각적 인상이 제시되고, 그 심리적 반응도 드러난다. 따라서 수사적 묘사지향의 시는 회화적 요소와 이야기체의 극적 서사가 함께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감미와 영상미는 물론 재미있게 읽혀진다는데 핵심이 있다.

 

늙은 아낙들이 김장용 새우를 사러 간다

인천역 뒤쪽 수하물 창고 옆으로 우우 몰려간다 쿵쾅쿵쾅 굉음 울리는 고가도로 아래로 시끌시끌 떠들면서 간다 바닥에 깔려 있는 폐기물도 그냥 밟고 간다

오후 3시 물때를 맞춰 늙은 아낙들이 김장용 새우를 사러 간다

끌개를 하나씩 글고 궁둥이 실룩대고 간다. 엉거주춤 허리를 펴지 못한 채 한쪽 팔만 사납게 휘젓고 간다 누구는 짧은 보폭으로 펭귄처럼 뒤뚱대고 간다 무릎관절이 성치 못한지 꽁무니의 아낙은 절뚝거리며 따라간다

썰물이 횅하게 빠ㅏ져나간 개펄을 끼고 우우 몰려간다 녹슨 닻과 페타어어와 밧줄과 깡통이 설치미술품처럼 삐죽삐죽 솟은 만석부두 개뻘을 끼고 간다 어선은 보이지 않고 다닥다닥 붙은 회집들만 보인다

대한사료 공장 굴뚝과 제철소 담벼락 사이에서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저 풍경은 인천 동구의 똥구멍이다 폐수에 절은 갯펄은 시궁창 색이다

늙은 아낙들이 김장용 새우를 사러 간다

알맹이가 빠져나간 껍질처럼 소리가 요란하다 무릎연골이 빠져나가고 생리혈이 빠져나가고 부끄럼도 빠져나가고 오르가즘도 빠져나가고 만석부두 길바닥 같은 아낙들이 몰려간다

개펄고랑 따라 밀물이 들어오고 새우잡이 배들이 멀리서 종이배처럼 뒤뚱거린다.

늙은 아낙들이 울림통 소리를 내고 몰려든다

- 박홍 <만석부두 가는길> 전문 343

 

만석부두의 오후 3시, 부둣가 풍경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실감 있게 그려지고 있다. 만석부두는 인천시 동구 만석동에 위치해 있고, 김중미의 소설 『굉이부리마을의 아이들』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연안부두가 생기기 이전까지만 해도 70년대 만석부두는 수산물 시작의 젖줄로서 그야말로 주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이었다. 그리고 주민 대부분이 6.25 피난민들로 이곳 만석동에 정착하여 부두노동과 뱃일을 도맡아왔다. 지금은 아주 퇴락한 포구로 전락했다. 그래서인지 시인은 "녹슨 닻가 페타이어와 밧줄과 깡통이 설치미술품처럼 삐죽삐죽 솟은" 개펄 풍경과 '공장굴뚝과 제철소 담벼락 사이에서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저 풍경은 인천 동구의 똥구멍"이며, "폐수에 절은 개펄은 시궁창 색"이라고 부두의 스산한 모습을 재미있게 묘사한다. 이 시에서 주인공은 "물때를 맞춰 김장용 새우를 사러"가는 늙은 아낙네들이다. 바로 이 시에서의 백미는 진귀하게 벌어지는 아낙네들에 대한 묘사이다. "끌개를 하나씩 끌고 궁둥이 실룩대고", "엉거주춤 허리를 펴지 못한 채 한쪽 팔만 사납게 휘젓고"가거나, "누구는 짧은 보폭으로 펭귄처럼 뒤뚱대고" 간다거나, 또 "무릅관절이 성치 못한지 꽁무니의 아낙은 절뚝거리며" 따라가는 모습이 감명스러울 정도이다. 이 풍경은 앞서 말한 퇴락한 부두풍경과도 교묘하게 어울리면서 영상미를 더욱 상승시킨다. 게다가 "알맹이가 바져나간 소리가 요란하다'고 말하는 청각적 표현, "생리혈이 빠져나가고 부끄럼도 빠져나고고 오르가즘도"빠져 나갔다고 말하는 늙은 아낙들에 대한 삽화도 감미롭다. 여기에 개펄 고랑의 밀물 따라 들어오는 새우잡이 배들을 "종이배처럼 뒤뚱거린다"라고 한 묘사도 감동의 영상미를 안겨준다.

 

(4) 대화를 통한 묘사시 쓰기 워크숍344)

 

① 아래 좌측 질문과 답의 예시를 살펴보고, 우측에 대화를 통한 묘사중심의 글로

적어보자.

 

● 질문 : 여러분들이 가장 아끼는 물건 하나씩 있지요? 골동품 가운데, 혹은 주방

용품, 혹은 누구로부터 받은 선물, 내가 만든 것, 오랫동안 보과해 오던 장신구,

혹은 가구 등 하나만 적어 봅시다.(소재 고르기)

 

○ 답 : "오지항아리요!" 답 : _____________

 

● 질문 : 그 오지항아리는 전체적으로 어떻게 보입니까? 받은 인상대로 펼쳐보이

세요, 앙증맞고 똑똑해 보이나여? 바보스럽게 보이나요? 아니면 슬프게 보이나

요? 고독해 보이나요? (형용적 표현)

 

○ 답 : "바보스럽게 보이는데요" 답 : _____________

 

 

● 질문 : 바보스럽게 보인다구요? 바보스럽게 보이는 것은 무엇을 떠올리게 하나요? 비유로 표현한다면, 무엇처럼 보이는가요?

(수식어+감각적 비유 표현)

 

○ 답 : 어깨로부터 둥글넙적한 몸통은 마치 풋고추 된장에 보리밥을 실컷 먹고 잦

잠을 자는 머습의 배같이 튀어나와 있네요. 아니예요, 마치 만삭이 된 시골 누님

의 배와 같으네요. 답 : _____________

 

● 질문 : 왜, 그런 표현을 하고 싶은 데요? (상상적 진술)

 

○ 답 : 항아리의 생리가 아무 것이나 주는 대로 먹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답 : _____________

 

● 질문 : 주는 대로 다 받아먹고 마는가요? 그 가치를 인생의 의미에 두고 한번 간

파(看破)해 볼까요? (간파, 통찰, 의미부여하기)

 

○ 답 : 아니지요. 다 먹어치우는 것이 아니라 간수할 뿐이지요. 배고픈자의 굶주림

을 구원하기 위해 고이 간직하는 것이지요.

우리를 위해 희생하는 항아리지요. 답 : _____________

 

● 질문 : 오지항아리를 보면 자꾸 누가 떠오르나요? (연상하기)

 

○ 답 : 어머니요. 답 : _____________

 

 

 

② 위에 적은 내용을 바탕으로 묘사중심의 문단으로 정리해 보자.

 

오지항아리

20여년 이사 갈 때마다 갖고 다니는 오지항아리는 못난 듯 바보스럽다. 그 어깨로부터 흘러내린 둥글넙적한 몸통은 마치 풋고추 된장에 보리를 실컷 먹고 낮잠을 자는 머습의 배같이 튀어나왔다. 아니 만삭이 된 시골 누님의 배 같다. 그런 뱃속에다. 아무 것이나 주는 대로 먹는 항아리, 그런 항아리의 생리가 바보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어리석고 못난 바보스러움이 아니다. 오히려 바보의 멋이라고 할 수 있는 어떤 것이 깃들어 있다. 주는 대로 먹는 바보스러움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지항아리는 그것을 먹어치우는 것이 아니다. 오직 간수할 뿐이다. 배고픈 자의 굶주림을 구원하기 위해 희생하는 항아리, 그것이 항아리의 사상이요. 돌아가신 어머님의 철학이다.

 

③ 유에 적은 묘사문을 한 편의시로 나타내 보자.

 

오지 항아리

 

20여년 이사 갈 때마다 따라다니는

못난 듯 바보스러운 오지항아리

 

어깨로부터 흘러내린

둥글 넙적한 몸통, 마치

풋고추 된장에 보리를 실컷 먹고

낮잠을 자는 머슴의 배 같은

 

아무 것이나 주는 대로 먹는

어리석은 항아리의 생리

바보스러운 멋, 오직 간수만 할 뿐

그러나, 배고픈 자의 굶주림을 구원하기 위해

희생하는 항아리의 사상

 

돌아가신 어머님의 철학

 

4. 경험시(expereriental poetry) 유형

 

1) 일상적 체험을 경험시로

경험시는 맥로글린(Mclaughlin)이 말한 시 유형의 하나로, 특수한 인간의 체험을 서술하는 시다. 경험시는 생생한 경험, 곧 겪은 일의 리얼리티를 바탕으로 하며, 많은 시인들이 실감미와 생동감을 얻고, 또 이야기 형식을 빌어 재미있게 시를 쓰기 위해 경험시 형태의 시를 쓴다. 그리고 경험시는 극적인 환경을 제시하는 시들이 많다.

설명시나 논증시의 경우 시인이나 화자가 시 속에 참여치 않고 어디까지나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그 대상을 서술한다. 그에 비해, 경험시이 경우에는 시인이나 화자가 시 속에 참여하면서 시공간의 이동을 보여준다. 곧 시인이나 화자는 시 속의 특수한 상황과 그 상황에대한 화자. 혹은주인공의 반응을 중시한다. 그리하여 경험시의 문맥은 시적 상황의 행동, 상황에 대한 ㅗ하자의 반응(느낌 혹은 생각)이 드러난다.

 

매운 季節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北方으로 휩쓸려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高原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릅을 끓어야 하나

한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이육사 <절정> 전문

 

가령 이육사의 <절정>에서 시의 상황은 '일제의 압정을 표상하는 "매운 계절의 채찍"에 견디다 모해 쪽겨운 북방'이며, 시인의 반응으로서 1연가 2연은 "오다"와 "서다"에서처럼 행동을, 3연과 4연에서는 화자의 내적 반응으로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 한발 재겨 디딜 고조차 없다",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와 같이 사고가 표출된다.

신경림 시인의 <파장>이나 현장시, 노동시, 농민시와 같은 현실 참여의 시류, 민중시 등은 대개가 경험시에 속한다.

 

2) 경험시의 전개 양상

 

⑴ 객관적 전개 양상

 

못난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 / 목로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켜면 /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둘들 /

(A-T)

호남의 가뭄 애기 조합 빛 얘기 / 약장수 기타 소리에 발장단을 치다 보면 /

(A-A)

왜 이렇게 서울이 자꾸만 그리워지나 / 어디를 들어가 섰다라도 벌일까 /

(T-T)

주머니를 털어 색시집이라도 갈까 / 학교 마당에들 모여 소주에 오징어를 찢다 /

(T-A)

어느새 긴 여름해도 저물어 / 고무신 한 켤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 /

 

(T-A)

달이 환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파장 (A)

-신경림 <파장> 전문

 

시 <파장>은 주인공의 행동(action)과 사고(thingking)가 교체되면서 시간적 질서에 따라 발전하는 유형의 구조를 이룬다. 위 우측은 필자가 표기한 것인데, 'A'는 시적 상황의 '행동(action)', 'T'는 그 상황에 대한 화자의 반응으로 '느낌 혹은 생각(thingking)을 적은 것이다. 곧 시 <파장>에서는 시적 상황인 체험적 행동(action)과 반으오러서의 생각(thingking, 정서, 반응)이 교차되어 형상화를 이루고 있다.

체험시는 이렇게 시루떡처럼 교차되는 것도 있고, 전반부에 행동(시적상황)이 주어지고, 후반부에서 반응으로서 생각이나 느낌이 발전되는 경우 등 그야말로 다양하게 전개된다.

 

소설가 오정희씨가 서울 나들이를 위해 춘천역상에 들어서면 어떻게 알았는지 금테 모자를 눌러쓴 귀밑머리 희끝한 역장이 다가와 이렇게 인사한다고 합니다.

 

"오 선생님, 춘천으 오래 비우두시면 안됩니다."

그리고 측백나무 울타리 가에서 서울행 열차의 꽁무니가 안 보일 때까지 배웅한다고 합니다.

 

아, 나도 그런 춘천게 가 한번 살아봤으면!

-이시영<춘천> 전문

 

오정희 시인과 역장과 화자가 나오는 관찰자 시점의 경험시이다. 경험시로 쓰려면 시적 상황은 아주 간단하고, 그 화장에 대한 반응 또한 간결해야 한다. 대화체가 한 장면이 들어있는 이 시는 배웅을 하는 춘천 역장의 심성이 참으로 싱그럽고 훈훈한 느낌이 배어들어 있다. 적어도 역장은 자기 고장인 춘천을 사랑하고, 춘천의 문화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오 선생님, 춘천을 오래 비우두시면 안 됩니다.'라고 한 배웅의 말 한마디가 바로 시적 발상이고, 그런 점에서 역장은 시인될 소양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오정희라는 소설가를 얼마나 좋아하기에, 또 춘천에 대한 애향심이 얼마나 크기에 이런 말이 절로 나올까. 화자의 반응이 명징하게 드러나 있어 노련한 구성이 돋보인다.

 

스물네 개 한 상장에 만칠천 원하는 안흥찐빵

그 보람달을 한 상자 샀다

 

둥그렇고 커다란 무쇠솥 뚜껑을 열어젖히면

하얗고 맛있는 보름달이 가득하다

 

1통 트럭 가득 실어낼 만큼

밤낮없이 보름달을 쪄내는 원조 안흥찐빵집

 

꼭 회의실 같은 주방 안에는

환한 얼굴의 할머니들이 둘러앉아 달을 빚는다

하얀 가운을 입고 머리에도 하얗고 이쁜 달月을 썼다

할머니들은 틈틈이 손에 묻어 있던 달가루를 탁탁 턴다

-최영규<원조 안흥찐빵집> 전문

 

'안흥찐빵집'에서 체험한 것을 비유적으로 드러냈다. 이 시는 그저 평번한 내용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비유적 상상력 한 가지만으로도 훈훈하고 재미있게 살려내고 있다. '안흥찐빵'이 보름달이 되고, 그 '무쇠솥에서 보름달이 쪄지고', '할머니들이 달을 빚고', '머리에도 이쁜 달을 쓰고', '손에 묻은 달가루를 탁탁 턴다'라는 연상적 비유가 얼마나 싱그러운가.

 

⑵ 화자 체험의 1인칭 시점

 

교보문고로 시집을 사러 가다가

목구멍에 가시가 걸리든 하는 것은

겨우내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구걸하는 할머니에게

동전 한푼 던져 주지 못하고

달랑 시집만 사기지고 그 앞을 다시 지나가는 일이다

시인이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지 하고

돈을 찾다가도 동전이 없다는 핑계로 지나가 버리기도 하고

아련 양심(兩心)을 가지고 시를 쓰니

시가 웃을 수밖에

-이생진<시가 운는다> 전문

 

화자의 체험적 행동(action)과 화자의 심리적 반응(thingking)이 깨우침으로 드러난 시인다. 하자는 교보문고로 시집을 사러 가다가 구걸하는 할머니를 만난다. 하지만 "동전 한푼 던져 주지 못하고' 그냥 그 앞을 지나간다. "동전이 없다는 핑계로" 그냥 지나가 버린 시인의 양심에 대해서 화자는 자책을 한다. 경험시의 전형을 보여주는 시이다.

 

양돈장에서 얻어온 삼겹살을 굽는다

헌 구두를 잘라 구운 가죽맛이다

 

젖꼭지가 붙어있는 걸 보니

누린내 나는 수퇘지 뱃가죽이다

 

"어머니,

맛대가리가 하나도 없어요"

"정을 너무 많이 넣은 돼지라 그래."

 

마당가에 나와 오줌을 누면서

뱃가죽을 자꾸 만져본다

가까운 날 무덤 속 미생물들은

내 뱃가죽이 질기다고 투덜거릴 것이다.

-공광규<수퇘지> 전문

 

체험적 소재를 갈무리한 시 소재가 퍽 재미있다. 화자는 체험, 행동(action)으로 어머니와 양돈장에서 삽결살을 구워먹는다. 그런데 반응은 "헌 구두를 잘라 구운 가죽맛"으로 맛이 없다. 그 반응의 시적 원인은 어머니가 말한 대로 '정을 너무 많이 넣은 돼지(1차 thigking)"라서 그렇단다. 외면풍경은 곧 하자에게 한층 다가와 더 깊은 심리적 반응을 보여준다. 오줌을 누면서 뱃가죽을 만져보고 미생물들이 "내 뱃가죽이 질기다고 투덜거릴 것"이라는 상상(2차 thingking)을 해보는 것이다.

경험시는 극적인 환경과 체험의 이얼리티를 서술하기 때문에 대화체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서 대화의 삽입은 전제된 것으로 써야 한다. 시의 구조상 꼭 필요할 때만 극적인 장면에서 넣을 필요가 있고, 여기에 사투리를 쓰면 감칠맛이 난다.

 

지난 겨울 아들놈이랑 서울에서 내 고향 진도까지 눈보라 뚫고 걸어가는 길이었다. 가다가 팍팍한 다리도 쉬고 주린 배도 채울 겸 길가 기사식당에 들어서자 운전사들 맙 먹다 말고 우리 부자 행색보고 한마디씩 거들었다.

이 눈 속에 어디까지 가는 길이유?

진도까지 갑니다.

아, 거시기 진돗개 유명한 디 말이유?

예,

지금도 거기 진돗개 많슈?

예,

왜 사람들은 진도에 사람도 산다는 생각은 않고 개 안부만 묻는 걸까? 개만도 못한 사람이 넘쳐나서 사람 안부를 물을 것도 없는 걸까? 그럼 개만도 못한 사람들은 모두 쥐일까? 아님 고양일까? 이러다가 사람만도 못한 개가 넘쳐나면 어쩌려고 그러나, 쓸데없는 걱정하다 말고, 아차, 며칠째 우릴 기다리는 어머니는 점심 식사나 하셨을까. 밥 먹다 말고 고향집에 전화를 넣는다.

어무니 시방 충청도 지나고 있는디, 별 일 없어요?

내사 뭔 일 있겄냐만 노랑이가 속 섹인다.

왜 도 넘의 집 개랑 싸우고 다리 한 짝 부러져서 들어왔고?

아니 고곳이 새끼 낳더니만 입맛이 영 없는갑서, 뭣이든 주는 대로 잘 먹던 입인디 요 며칠 새 된장국도 안 먹고 미역굳도 안 먹고 강아지들 젖도 안 멕일라고 그랴. 아무래도 지가 잡어놓은 노루 뼈라도 고아서 멕여야 쓸란갑다.

늙은 어머니, 이녘 안부는 뒷전이고 개 안부만 길게 전한다.

아, 나도 못 먹어본 노루 뼛국!

-박상률<개안부> 전문

 

서사적 체험시로 실감미가 돋보인다. 그리고 이야기 형식에다가 사투리를 넣어 즐거움의 묘미가 한층 더하다. 남단 '진도'라는 섬을 생각할 때 나의 머리에도 '진돗개'가 금방 떠오른다. 그리고 내 처지라도 먼저 개에 관한 소식을 듣고 싶었을게다. 진도에 사는 사람들이 개만 못해서가 아니다. 어디이고 사람 소식이란 게 그저 그렇고 그러해서 별 흥미가 없는지라, 색다르 그 무슨 새로운 소식을 듣고 싶은 욕망에서 그러하리라. 시에서 드러나고 있는 늙은 어머니의개 사랑 심성야말로 너무 정겹고 찐득하다. 입맛이 없는 개에게 '된장국', '미역국'은 물로 '노루 뼛국'까지 건사하려는 노력에서 생명 존중의 경외심마저 불러일으킨다.

경험시에서 적절한 대화는 시를 연장감으로 끌어들여 실감미 있게 만들 수 잇고, 동시에 시를 재미있게 형상화 할 수 있다.

 

광주에서 노래하며 지내는 가수 형이 산사 음악회에 초대되어 그럴듯한 가을 산중에 노래 몇 곡을 팔러 나갔다. 하필이면 비구니승만 계시는 여자절이라는 말을 듣고, 남은 시간을 절 마당가에서 어칠비칠하던 참에 주지 스님께서 차나 한잔 하시란다는 전갈이 왔다. 다탁을 사이에 두고 뻘줌하게 마주 앉았는데, 늙수레한 주지 스님이 가늘짱한 목성으로 그에게 물었다. 처사는 주로 무슨 노래를 부르시남요. 예, 저는 주로 칠공팔공 쪽으로 중년을 위한 노랠 합지요. 갑자기 스님 목청이 두어 옥타브나 높아졌다. 머시여, 중년을 위해 노래를 부른다고,

 

혼비백산한 가수 형이 자초지족을 고해 올렸다. 그러니까 제가 말하는 중년은 이를테면 재가在家 중년을 말하는 것입니다. 찻잔을 채워주며 스님이 싱긋 웃었다. 처사님 오늘 밤은 출가 중년들에게도 한바탕 들려주시지요.

 

가을 산중 위로

가을 산중 위로

중년을 위한 그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달맞이꽃이

달맞이꽃이

달빛을 머금고 하나 둘식 피어나기 시작하였다.

-정윤천 <중년을 위한 노래> 전문

 

위 시는 비구니로서의 '중년'과 30, 40대 나이의 '중년'이라는 언어의 이중성, 곧 언어유희(pum)를 살려 쓴 체험시이다. 화자가 산사 음악회에 초대받아 갔는데, 주지 스님과 만나 차를 마시는 동안 벌어진 대화에서 착상을 얻어 시화한 것이다. "처사님 오늘 밤은 출가 중년들에게도 한바탕 들려주시지요"라는 스님의 답변이 매우 인상적이다.

 

지각할까 허둥지둥 나가는데

현관 아에서 불러 새우는 우리 엄마

퉁퉁거리는 나를 붙잡고

한참을 놓아주지 않아요.

 

외투를 매만지며 툭툭

목도리를 다시 여며주며 툭툭

장갑 낀 손도 쓸어보며 툭툭

바지단 밑 신발 끈까지 잡아보며 툭툭

 

잠시 뒤로 한 걸음 물러나

빠르게 내 몸을 쭈-울 살피더니

마지막으로 내 엉덩이를 툭툭

그제야 출발신호 받은 말처럼 풀려났어요

 

학교로 달겨 가는 내내

쌩쌩 바람이

외투와 목도리를 벗기려 괴롭혀도

난 조금도 춥지 않았어요.

 

그제야 알았어요.

툭툭, 엄마 손길 닿은 곳마다

엄마는 오래도록 식지 않는

손날로를 붙여놓았다는 걸요

-김정수 <엄마 마음> 전문

 

동시도 순간적이 경험을 포착해서 쓴다. 김정수는 동시인이다. 창작자는 동시인이지만 화자를 동심으로 이동하여 엄마 사랑의 모정을 체험시로 썼다 초등학교에서는 이런 시를 생활 동시라고 한다. "의성어의 절묘한 구사와 생동감 있는 리듬감이 돋보이고 시상의 흐름이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웠다. 엄마의 사랑을 손난로에 비유한 것도 참신했다. 자연스러운 시상의 전개와 참신한 비유가 조화를 이루어 깔끔하고 산뜻하게 완결된 작품이어서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이준과, 당선작 심사평)라고 했는데, 체험적 동시도 대화가 들어가면 실감미와 환기력을 얻는다.

 

⑶ 이야기체의 경험시

사람 이야기는 사건을 통해 잘 드러난다. 짧은 이야기를 짓는다는 마음으로 시(글)를 써야 한다.

 

형수님의 배는 불러 올랐다

달마다 나오는 그것이 끊기고

신 것 말고는 영 먹을 수 없다고

눈물로 하소연할 때도

우리 식구들은 혀를 차며 비웃었다

어느 놈의 씨앗을 보고도

저렇게 뻔뻔스럽고 얌체가 없느냐고

정관 수술을 한 형님의 노여움을

눈치 챈 식구들은

조상의 묘를 탓하기도 했었다

 

맨 처음 병운 문을 두드렸을 때

의사는 잘라 말했다

남자가 정관 수술을 했다지만

임신은 틀림없다고

그리고는 묘한 웃음을 던졌다.

형수님의 입덧은

얄미운 시누이처럼 극성을 부렸다

뼈마디가 쑤신다고 했다가

가슴에 불이 난 것 같다고 했다가

주검처럼 축 늘어져 눕기도 했다

형님은 그냥 발길로 걷어차고 싶다면서도

인생이 불쌍해서 참는다고 했다.

이상한 일도 다 있었다

열 달이 지났는데도 해산기는 없었고

피부에 닭벼슬 같은 반점과

한 달에도 몇 번씩

형수님이 다니던 온도계 공장 사장과

아첨꾼 작업반장이 찾아와 주었지만

그들이 돈벌이 냄새가

불륜의 정액처럼 역겨웠다

핏기 잃은 형수님의 온몸에

붉은 반점들이 독버섯처럼 돋아나면서

그들이 준 모범 산업저나란 표창장도

이젠 눅이 쓸고 말았다.

-정의홍 <붉은 반점> 전문

 

위 시는 산업사회의 공장 여성 노동자의 인권 현실을 그대로 폭로한 시이다. 해프닝일 가능성이 비극적 진실로 전복되면서 충격적으로 한 사회의 모습을 고발한다. 체험시란 사건과 느낌을 재구성하는 형상화로, 가급적 이야기로 만들어 가는 시인의 서사적 역량이 요구된다.

 

 

우리 고모 땀봉 고모멸치 사냥법

참 일품입니다.

영천 장날이면 땀봉고모 건어물전 술례하지요

어슬렁 어슬렁 건어물전 술례하면서

아따, 그 멜치 물때도 곱다

이거 우예 하는가요?

어깨 으쓱 흔들며 옆 가게로 흘러갑니다

그 사이 땀봉고모 손 잽싸게

주머니 속에 들어갔다 나와서

엽 가게 멸치 더미를 뒤적입니다

이 멜치 몸피는 왜 이리 터실터실하노

이건 얼멘가요

일 바쁜 주인 건성으로 대답하고 등을 돌리면

땀봉고모 손길 잽싸게 움직입니다

그렇게 손끝에 묻힌 멸치로 주머니가 차면

땀봉고모 건어물전 순례는 끝이 납니다

혼자 사는 우리고모 땀봉고모 멸치 사는법

일품이지요

-이중기 <멸치 사냥> 전문

 

시 <멸치 사냥>은 이야기체의 경험시로 현장감이 돋보인다. 시 중간에 대화체의 사투리를 그대로 삽입하여 시가 구성지고 감칠맛이 난다. 체험을 시로 쓰고자 할 때 순간을 놓치지 않는 날카로운 누썰미가 요구된다. 또 여기에 남다른 사유가 첨가되어야 좋은 이야기시를 얻을 수 있다. 맷돌질을 오래한 어머니들이 그 일의 과정을 통해 용광로 일을 많이 한 사람이 그 일의 과정을 통해 삶의 지혜를 더듯, 깊은 체험적 사유가 삶의 지혜를 낳고 시적 세계관을 얻는다. 이런 이야기 시를 슬 때 주의해야 할 일은 선택과 배제 속에서 유의미한 내용을 구체적이고도 생생하게 그려내도록 해야 한다.

 

⑷ 과거 회상의 경험시

 

눈깔사탕 빨아먹다 흘릴 때면 주위부터 두리번거렸습니다. 물론, 지켜보는 사람 없으면 혀끝으로 대충 닦아 입속에 다시 넣었구요

그 촌뜨기인 제가 출세하여 호텔 커피숍에서 첩으로 선을 봤더랩습니다. 제 목도 야릇한 첼로 음악을 신청할 줄 아는 우아한 숙녀와 말이예요. 그런데 제가 그만 손등에 커피를 흘리고 말았습ㄴ니다. 손이 무지하게 떨렸거든요

그녀가 얼른 내민 냅킨이 코앞까지 왔지만서도 그보다 빠른 것은 제 혓바닥이었습니다.

-박성우<버릇> 전문

 

박성우의 <버릇>은 과거 회상의 경험시로 퍽 유머스럽고 동심을 불러일으킨다. 어느 순간의 체험에서 어렸을 때 있었던 버릇이 성인이 되어서도 되 살아난 해프님, 이 양자 경험의 병치로 시적 효과를 얻고 있다. 군것질이 풍요롭지 못했던 어린 시절 어쩌다 맛보는 줄줄이 눈깔사탕, 그 색깔이며 달콤한 맛이 눈에 선하다. 아껴 먹느라 벽지에 붙여놓았다가 그 다음 날에 떼어 먹고, 또한 입에 넣엇던 사탕을 꺼내 동생과 나누어 먹던 일도 많았지 않았는가. 화자가 호텔에서 선을 볼 때 흘린 커피를 핥기 위해 손등에 혓바닥을 대버린 실수, 이걸 시로 쓸 수 있는 재치가 부럽다. 참으로 아름다운 추억의 버릇이다. 아마 시인은 지금도 저 버릇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위트와 유머가 있는 시는 우리 삶을 즐겁게 윤활유 역할을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