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소금눈물의 그림편지

소금눈물 2018. 10. 9. 12:10
미학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하거나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오래 전부터 갈급했는데 마침 집 가까이에 있는 시민대학에서 강의가 열린다기에 몹시 기다렸다.
수강신청이 되자마자 일등으로 등록을 하고 두근거리다 어제 첫 수업을 들었는데...

하...
대전시민대, 도대체 강사관리를 이렇게 엉망으로 하기냐.
화가 난다기 보다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온다.

수업준비가 안 되어서 준비해온 강의 자료를 열지 못하고 끙끙거리다 포기한 건 그래도 이해한다.
예시로 든 그림이 라파엘로의 아테나이 학당, 호베마의 미델하르니스의 가로수길, 정선의 인왕제색도, 모네의 수련이었다. 워낙에 유명한 그림이니 따로 이미지가 없어도 이 강의에 들어올 사람들 정도라면 이름만 거론해도 머리에 떠올릴 수 있었을테니.

ㄹ혜체의 완벽한 구현을 나는 어제 확인했다.
주어와 술어가 없이 두루뭉술하게 나가다 뭉그러지는 말투,- 자기 말에 자신이 없고 확신은 더더구나 없는 - 이러다보니 몇 분을 귀를 세우고 들어도, 아니 저 문장에 주어가 뭔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몇번이나 곱씹다 포기하게 만드는 말. 근본적으로 강단에 서서 청강생들을 지도하거나 무언가를 설명해주기에 능력이 따라주지 않는 강사였다.

수강생들의 반응이 시원찮았는지 여러 번 자기 말이 빨라서 그러느냐, 첫 수업은 이론이라 좀 지루할테니 하고 걱정하던데 걱정되는 건 말투가 아니라 내용이고 수준 자체였다.
말투가 흐리고 자신이 없는 강사의 태도는 익숙치 않은 경험에서 그랬다 치더라도, 그리스 철학 삼대장을 불러놓고 그 세 사람이 서양철학사와 미술사의 토대가 되었다고 마침표를 찍을 때의 어이없음이란.

서양철학사만 하더라도 물론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는 가장 중요한 인물들이지만 그들'만' 있는 것은 아니고 그들이 서양철학사와 미술사의 바탕을 만든 것도 아니다. 그리스철학의 그 어마무지한 소피스트 자산들과 '그리스 비극'을 만든 문학가들, 그리스 신화와 문명 자체가 만든 자산은 어쩌라고. 아니 그리고 아무리 서양미술사에 무지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근대미술이 태동하기 이전의 서양미술사에서 그리스 로마 문화와 기독교문화가 미술사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 줄은 모른단 말인가. 기독교미술사가 없이 어찌 서양미술사를 논할 수 있다는 말인가.
서양미술사의 흐름이 단지 근대의 인상파- 더구나 인상파 중에서도 극히 일부분일 수밖에 없는 프랑스 인상파- 거기다 바르비종까지 한정지을 때는 정말 어우....-_-;;;;;

강사라는 사람이, 한국화학을 전공했다는 사람이 몽유도원도를 그린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반 고흐를 얘기하면서 '구두'가 앞을 향해 있는 그림인지 옆모습인지도 모르고 알렉산더왕의 여정이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르면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어찌되었다 말할 때는 분노를 넘어 허탈해졌다.

모르면 말을 말지.
알지 못하면 떠들지를 말 일이지.
서양 풍경화의 예시를 들면서 인상파 화가로 모네의 수련과 대치해서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꺼내면 어쩌란 말인가.
르네상스와 플랑드르 미술을 꺼내다 느닷없이 인상파- 중에서도 바르비종으로 끝났다. 저기요... 그럼 안되요 선생.
철학사와 철학자를 모르면 철학 이야기를 하지 마시구요, 미술사와 역사를 모르면 그 얘기도 피하세요. 스페인 역사를 얘기하시면서 스페인을 지배했던 종교를 혼동해버리심 어떡해요.

수업시간도 다 감당을 못해서 일찌감치 막을 내리길래 보다못해 나오면서 한소리 했다.

- 선생님, 인상파 풍경화를 주제로 삼고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병치해서 비교를 하시려 했으면 수련보다는 세잔의 생 빅투아르산이나 윌리엄 터너의 전함 테메레르가 나을 뻔 하지 않았나 싶어요.

미술을 전공하고 강단에 선 강사라하고 해서 수강생들이 다 자기보다 지식이 일천하고 아무말이나 떠들어도 된다는 건 정말 아니다.
중국미술사의 구십퍼센트를 장자에서 얻어왔다는 (미술사를 얻어왔다는 말도 이게 문장이 되나 싶지만) 말도 기가 막히고, 5년 전부터 장자가 '뜨기' 시작해서 그렇지 그 전에는 공자가 다 했다는 건 도대체 이게 말인지 방구인지.
중앙박물관의 인상을 단 한마디 '먹색'으로 말하는 저 무지의 용감함을 어쩌란 말인가. 그가 한국화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는게 아득하고 저 사람의 지식이 시민대중에게 무얼 얼마나 전해지려나도 걱정이고, 전해진다한들 그 지식이라면... 어우...

진지하게 권한다.
공부 좀 하고 오시라.
대전 시민들 그렇게 미술에 무지하지 않다.
당신이 가볍게 말한 미술관의 도슨트들도 자기가 맡은 전시에 대해선 열심히 공부하고 그 지식을 알려주려고 노력을 하고 나온다.


비밀댓글입니다
수욜 들었던 일본어강의는 좋았어요. 어학쪽 선생들은 다른 강의들보다 좋은 것 같아요. 중국어강사 세 분들 다 좋았고 영어는 쏘쏘했고 일본어강사는 팬덤이 있겠다 싶게요. 아주 재밌었다우. 미학은 꽝인 것 같아 속상합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