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펼쳐진 일기장

소금눈물 2020. 1. 30. 16:16

2015520일 국내에서 첫 번째 메르스 환자가 확진된 뒤 총 186명이 감염됐으며 이중 38명이 숨졌다. 치사율은 20.4%.

30여년을 이 직업에 종사하면서 그 해처럼 어수선한 해가 없었다. 환자들은 병원 문안에도 들어오기 두려워했고 내 자신이 병원균이 된 듯 눈치가 보이고 사람들 모임에 가지를 못했다. 엄마 제사도 불참, 절친의 결혼식도 축의금으로 미안함을 대신하고.

사람들은 공포에 질렸고 감염된 사람은 자신의 잘못도 아니면서 좀비처럼 공포와 원망의 대상이 되어야 했다. 돌아가신 부모님의 유해를 받아주는 화장장이 없어 울던 아들이 생각난다.

 

병원(病原)은 중동에서 사업을 하던 사람으로부터 들어왔다. 정부는 늦장대처를 했고 환자들은 안이했고 사회는 공포에 떨었다. 의료진의 만류에도 중국출장을 감행한 감염자가족은 결국 확진판정을 받았다. 환자를 진료하던 의료진에서도 감염자와 사망자가 발생했다.

 

국가콘트롤타워는 A4 한 장 벽에 붙이는 걸로 끝냈던 지도자는 무섭게 번져가는 감염자와 쓰러지는 환자, 의료진은 안중에 없이 루머로 일관했고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국민을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A형 독감이 정신없이 지나가는 와중에 만난 이 심란한 상황을 보면 여러모로 오년 전의 일이 오버랩된다.

아랍의 낙타에서 시작했다는 중동 호흡기 감염 메르스가 극동의 이 나라에 그 엄청난 재난을 가져오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중동에 여행을 가는 일이 많다고는 해도 바로 옆 나라 중국과 비교나 될까. 경제적, 사회적으로 이미 뗄 수 없는 파트너가 된 중국과의 인적 교류를 중동과 어찌 나란히 둘 수가 있을 것인가. 사업차, 관광으로, 유학교류로 - 밉던 곱던 이미 우리 사회의 큰 부분이 되어 있는 중국과 중국 국민들.

 

만일 당시 메르스가 중국에서 발생했다면- 상상도 하기 싫다. 감염자는 고사하고 사망자만 생각하더라도.... ...! 이 어마어마한 교류국에서 발생한 전염병을 당시와 비교해보면 지금 방역대처를 얼마나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칭찬을 하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은가.

 

중국인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자고 청원이 엄청나다고 한다. 단세포들이다. 이 정도의 재난은 이미 국경이 무의미하다. 온 세계가 함께 당한 재난이고 함께 겪으며 이겨야 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국제법 따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폐쇄국가인 북한이나 가능한 대처다. 메르스 의심상태에서 결국 확진 받은 한국인이 중국으로 출장을 갔을 때, 중국은 그들의 세금으로 치료를 해줬다. 1억 여 원이 들었단다. 지금 의심환자를 격리수용하겠다는 지방에서 저 난리를 치는 걸 보면 어이가 없다. 자원해서 수송기에 오르는 의료진이나 승무원들의 모습을 영웅이라 떠받들기 전에 나만은 안돼, 우리지역에만은 절대 안 된다고 막는 저 이기심을 먼저 탓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파트단지 안에 들어오겠다는 것도 아니고 산속으로 격리되어서 그나마 숙소에서도 감금상태나 마찬가지인 완전한 격리라는데 그것도 안 된다는 건가. 그럼 내 나라 사람들을 다 사지에 몰아넣고 나만 아니면 맘 편하다는 건가. 그러지 말라고, 국민을 보호하자고 우리는 정부를 만들고 세금을 내는 게 아닌가.

 

불안한 마음은 이해한다. 마스크쓰고 일하면서 나도 불안하고, 마스크 쓰지도 않고 얼굴에 대고 기침하는 환자들을 보면 속으로 진짜 뭐라고 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필요이상으로 호들갑떨며 무서워하지는 않는다.

 

손 잘 씻고, 마스크 꼭 하고, 사람 많은 곳에는 되도록 가지 않고, 미지근한 물을 충분히 자주 마시고, 잘 하고 있는 정부의 대처에 따르자. 세계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전 지구적으로 교류하는 전염병도 늘어나고 있다. 그때마다 발생한 국가와의 교류를 단절하고 그 국민을 쫓아낼 것인가. 우리 땅에서 발생하지 않으리라고는 또 누가 장담할 것인가. 그럼 그때는 어찌할 것인가.

 

방역과 치료의 최 일선에서 가장 힘들고 있을 분들과 의료진, 환자, 가족들에게 위로와 감사를 보낸다. 하루빨리 중국에서 이 상황이 진정이 되고 더 이상 피해가 없기를, 무엇보다 우리도 무탈히 잘 이겨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는 잘 이겨낼 것이다. 어려움 속에서 늘 그래왔듯이. 현명한 지도자와 열심히 일하는 이들과 서로 돕고 함께하는 국민이 있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