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연대기

무적위연 2008. 3. 8. 14:08

이상의 내용들로 인해 저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동탁이 강족계통의 이방인이라서 배척당했다'는 주장에는 그다지 공감하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나름대로 그렇게 볼만한 이유는 있겠지만 현제의 저로서는 그러한 주장은 다소 무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동탁이 변방에서 굴러들어온 돌이라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습니다.

 

낙양에 입성한 동탁은 우선적으로 낙양의 군사권을 장악하는데 힘썼습니다. 서둘러 낙양의 병권을 모두 장악하는데 성공한 동탁은, 그러나 조정에 기반이 없다는 취약한 점을 단숨에 커버하기 위해 승부수를 띄웁니다. 바로 황제교체를 단행한 것입니다. 이것이 이른바 강경책으로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동탁은 단순히 힘만을 앞세운 무도한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황제 교체라는 초강수를 띄우는 동시에, 회유책으로서 당시 명망이 드높던 청류 사대부들을 대거 발탁하여 조정 안팎의 요직에 임명하였습니다. 여기서의 명망이란 물론 백성들도 해당이 되겠지만 그보다는 사인들 사이에서의 명성을 말하는 것의 의미가 중심입니다. 사서에 나오는 명망, 명성등은 모두 그런 의미로 보시면 무리가 없을겁니다. 그렇게 보면 역사라는 것은 백성들과는 어느정도 거리를 둔, 정치인들의 이야기인 것이죠.

 

어찌되었든 동탁이 이들 청류 사대부들을 대거 발탁하여 조정 안팎의 요직에 임명한 것은 상당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무슨 의미냐고요? 바로 동탁이 자신의 주제를 아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동탁이 원소와 같이 상상을 초월하는 명문가였다거나, 하진이나 두무처럼 누이가 황후라거나 채옹처럼 당대의 대학자였다면 굳이 황제를 교체하지 않더라도 조정에 뿌리를 내리고 대권을 차지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동탁은 어디까지나 굴러들어온 돌이었으므로 황제 교체라는 이른바 '크로 위대한' 일을 이루어냄으로써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와 동시에 동탁은 대규모 인사이동을 실시했는데,  명망을 얻고 있던 유력자들에게 조정 안팍의 요직을 맡긴 반면, "자신이 친애하는 사람은 현요한 관직에 임명하지 않고 장교직에만 머물게 한(자치통감 中)" 점이 시사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여기에는 몇가지 해석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제가 볼 때는 이것은 동탁이 눈치를 보았다고 보는것이 보다 정확한 해석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이유는 많습니다. 아직 조정에 뿌리를 깊게 박지 못한 동탁으로서는 우선적으로 실질적으로 병권 유지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어느쪽으로 해석을 하든지 간에 동탁이 당시의 사인들의 시선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었음에는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볼 때 한가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록에는 동탁이 낙양에 입성 즉시,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며 사람을 함부로 죽이고, 아주 무도한 짓을 골라서 했습니다. 그렇지만 동탁이 이처럼 사인들의 눈치를 보고 있었음이 분명하다면, 그러한 잔학 행위들과는 괴리를 빚을 수밖에 없습니다. 양민을 함부로 죽인다면 당연히 사인들이 반발할터인데 안그래도 사인들의 눈치를 보는 동탁이 아무 이유없이 양민을 살해함으로 인해 얻게 되는 이익은 무엇일까요? 낙양 근교의 양민을 학살해봐야 민심이 흉흉해지고, 노동력과 수입원이 감소하며 사인들에게 자신에게 반기를 들 빌미를 제공하는 안좋은 결과만을 얻게 될 터인데, 기껏 자신과 가까운 자들은 낮은 무관직에 머물게 하고 사인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그들을 고위직에 임명해놓고서는 한다는 행동이라고보기에는 어딘가 맞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동탁의 명령과 별개의 행동으로 보기에도 어렵습니다. 약탈을 비롯한 군사들의 무도한 행동이 일어나는 원인은 병사들에 대한 통솔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생겨납니다. 행군중에 민중에 대한 약탈과 학살이 빈번한 것은 이동시에는 병사들에 대한 통솔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병사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먹을것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거나,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군 지휘관은 병사들이 약탈을 하게 되는것을 제어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동탁이 이끌던 양주군단은 당시의 후한제국 전체를 통털어 최고의 정예병단이었습니다. (이점은 신동준의 『삼국지 통치학』에서 비교적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상하 명령체계가 잘 잡혀있다고 볼 수 있을겁니다. 또한 동탁은 얼마든지 합법적으로 자신의 병사들을 배불리 먹여주고, 그에 걸맞는 포상을 해줄 수 있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동탁은 부하들을 굉장히 아끼고 잘 대해준 인물입니다. 일전에 병주 정벌에 혁혁한 공을 세워 비단 9천필을 하사받았는데, 동탁은 이것을 모조리 부하 장병들에게 나누어주었던 전력이 있습니다. 더구나 당시 동탁이 믿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자신의 군사들이엇습니다. 따라서 동탁은 자신의 병사들을 잘 대해주었을 터이니 그들이 먹을것이 없거나 특별한 불만을 품고 동탁의 통제를 벗어난 약탈을 자행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동탁이 낙양에 들어와 자행했다는 일단의 무도한 행위들에 대해서 문자 그대로 믿기에는 힘든 일이라고 봅니다.

 

물론 기본 뼈대는 사실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동탁이 누군가를 죽였다면 그것은 사실일겁니다. 그렇지만 왜 죽였는지, 그리고 어떻게 죽였는지와 같은 내용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동탁이 지었다는 미오성도 마찬가지입니다. 동탁은 분명 미오성을 지었을겁니다. 그렇지만 그 이유와, 규모, 방식등은 분명 사실이라고 볼 수가 없다는거죠. 아주 기본적인 골격은 사실이지만 거기에 덧붙이는 살은 사실이 아닌것이죠.

 

제가 계속 사실이 아닐것이라고 말하면 혹 어떤 분들은 궁금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사실이 아닌것과 사실인 것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하고 말이죠. 일단 기본적으로 저는 역사는 상당부는 왜곡되었을 가능성을 항상 염두해두어야 된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쉽게 구분이 가능한 것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동탁과 여포에 관한 기록을 보면, 일전에 말한바 있듯이 천하의 둘도 없는 싹퉁이들로 역사는 기록해놨습니다. 아주 빌어먹을 인간입니다. 이들에 관한 기록을 읽다보면 인간 이하의 혐오감마저 들게 됩니다. 하지만 이들에 관해 긍정적인 기록들도 눈에 띕니다. 동탁의 경우,  재능이 있고 용감했으며, 말을 잘타고 활도 잘 쐈다고 합니다. 또한 상으로 받은 비단을 모두 부하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아주 나쁜놈으로 기록한 인물에 관해 나오는 좋은 기록들은 상대적으로 틀림없는 사실로 보아도 됩니다. 『조만전』이라는 책이 있는데, 이는 제목부터 조조를 비하하는 제목입니다. 내용도 조조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으로 가득차있습니다. 이런 책에 조조에 대해 긍정적인 내용이 나온다면 그건 거의 확실한 사실로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너무 좋은 쪽으로 기록한 인물의 단점이 나온다면 역시 상대적으로 그 내용은 틀림없는 사실일 가능성이 더 큽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동탁이 자신에게 적의를 들어낸 원소를 오히려 발해태수로 임명한 것 역시 이같은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원외를 비롯한 원씨 일족 50여명을 인질로 붙잡아놓고 있었으므로, 설마 원소가 반군을 조직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원소의 선택에 다소 아쉬움이 듭니다. 원소는 동탁의 군세가 3천에 불과햇을 때 과감히 승부를 가르거나, 아니면 동탁에게 협조해도 크게 손해볼일은 없었을겁니다. 원소라면 여포와는 달리 진정한 의미의 권력의 파트너가 되었을 테니까요. 그러나 원소는 예상밖으로 군대를 일으키는 선택을 합니다. 일족 50여명을 죽음으로 몰고간 이때의 선택을 본다면, 과연 몇년 뒤에 조조를 격파할 절호의 기회에 자식의 질병에 대한 염려로 인해 출병을 뒤로 미룬 인물과 동일인물인지 참으로 의아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점은 뒤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2008년 03월07일

                                                                                                  written by 무적위연 

 

p.s - 이야기가 점차 지루해져가는군요. 제가 보기에도 이건 아닌듯 합니다ㅡㅡ;; 아마 다음 6편이나 늦어도 7편쯤에는 다소 재미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출처 : 무적위연의 삼국열전 - 싸이월드 페이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