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만당(王滿堂) : 명나라때의 빨래황후

댓글 3

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명)

2008. 9. 1.

글: 하억(何憶)

 

명나라 역사상, "완의황후(浣衣皇后, 완의는 洗衣와 같은 뜻으로 빨래를 의미한다)"라고 불리는 미인이 있었는데, 이름은 왕만당이다. 그녀에 관한 이야기는 정사에는 거의 남아 있지 않으나, 역사상 확실히 그녀는 존재했었고, 그녀는 자칫하면 황후마마가 될 수도 있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왕만당은 패주(覇州)의 비교적 잘사는 가정에서 태어났다. 왕만당의 부친은 고소장을 대신 써주는 등, 송사를 맡아서 처리해주는 일을 했다. 신분이 높지는 않았지만, 견식이 넓고, 글재주와 말재주로 적지 않은 재산을 끌어모으는데 성공했다. 왕만당은 왕씨집안의 무남독녀였다. 그리하여 왕만당의 부친은 그녀를 아주 아꼈다. 그녀가 태어나자, 부친은 자전을 뒤지고, 글자를 고르고 골라서 그녀에게 그럴듯한 이름인 "만당(滿堂)"을 붙여 주었다. 왕만당이 자란 후에, 키가 크지도 작지도 않고, 살이 찌지고 마르지도 않은 예쁜 여자로 자랐다. 성격도 활발하여 누구나 그녀를 보면 잊지 못하고 좋아했다. 그리하여 패주지방에서는 미녀로 소문이 났다.

 

명무종(明武宗) 주후조(朱厚照)는 15살에 등극했다. 향락을 추구했고, 여색에 빠져서 지냈던 황제였다. 주후조는 등극한지 얼마되지 않아, "표방(豹房)"으로 거처를 옮겨서 미녀들과 어울려서 생활했고, 궁중으로 되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각지방에 명을 내려 '미녀'를 뽑아서 표방으로 올리도록 하였다. 하루는, 황제를 위하여 미녀를 뽑아올리는 신하가 패주를 오게 되었다. 패주에 온 뒤로 왕만당이라는 미녀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는, 그 신하는 이 미녀를 데려가서 황제에게 올리면 큰 공을 세우는 것이 되어 좋은 일이 있을 것아라고 생각하여 사람을 왕만당의 집으로 보내어 왕만당을 만나고 싶다고 하였다. 왕만당을 만나보니, 왕만당이 무슨 전설에 나오는 침어낙안의 선녀 수준은 아니었지만, 모양이 예쁘고 귀여웠다. 그리하여 그녀를 뽑아서 올리게 된다. 이렇게 하여, 왕만당은 기쁜 마음을 가지고 그 신하를 따라 북경으로 올라갔다. 가는 길에 어떻게 황제에게 잘 보여서 귀비와 같은 봉호를 받고 영화부귀를 누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런데, 왕만당이 북경에 도착하자 각지에서 뽑혀온 미녀가 넘쳐났다. 일시간에 명무종의 표방에는 미녀가 넘쳐나서, 자그마한 표방에서는 모두 수용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명무종은 어쩔 수 없이 그 중에서 아주 뛰어난 십여명을 뽑은 다음에 나머지는 고향으로 되돌려 보낸다. 왕만당은 고향으로 되돌려보내는 쪽에 속하게 된다. 왕만당이 비록 패주에서는 뛰어난 미녀였지만, 전국의 미녀를 한 군데 모아놓고 보니 그다지 뛰어난 점이 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겨우 15살정도에 불과하여 아직은 피지 않은 꽃이었다. 이미 활짝 핀 꽃과 같은 무수한 미녀들과 함께 있다보니 낙선할 수밖에 없었다.

 

북경으로 올라올 때 꿈과 희망에 부풀어있던 왕만당은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돌아가게 되었으니, 마음이 처량했을 것이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중간에 역참에 머물게 되는데, 거기서 그녀는 꿈을 꾼다. 꿈속에 머리에 금빛이 나고 몸에 금색 옷을 입은 신선이 그녀에게 조만흥(趙萬興)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그녀를 데려갈텐데, 그 사람이 아주 귀인이니 절대로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전해주었다. 꿈에서 깬 후에 왕만당은 암흑에서 한 줄기 빛을 얻은 것같았다. 그녀는 더이상 낙선의 아픔을 되새기지 않고, 자신이 결국은 귀하게 될 것이라고 믿어의심치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후, 왕만당은 그녀가 역참에서 꾼 꿈을 부모에게 얘기했고, 두 노인은 자기의 딸이 하늘의 보살핌을 받고 있으며, 나중에 귀인과 맺어질 것이라고 역시 믿었다.

 

왕만당의 부친의 가까운 친구중에 스님이 하나 있었다. 왕씨집안을 방문해서 한담을 나누다가, 왕만당의 부친이 딸이 역참에서 꿈을 꾼 이야기를 해주게 된다. 그 스님은 왕만당이 꾼 꿈이 무슨 신령의 예시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그래도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자기의 또 다른 친구인 도사 단장(段長)에게 말해버린다. 어찌 알았으랴. 말하는 사람은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듣는 사람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단장은 아주 심계가 깊은 젊은이였다. 평소에도 왕만당의 자색을 흠모해왔고, 침을 흘리고 있었다. 이 이야기를 듣자, 갑자기 회가 동하였다.

 

이틀 후, 단장은 준비를 마친 다음, 먼 곳에서 온 나그네처럼 꾸미고는 황혼때 왕씨집안의 대문을 두드리고, 하룻밤 묵어갈 것을 청한다. 왕씨집안 사람들은 그의 용모를 보니 단정하고 사람도 선비티가 나서 흑심을 품은 사람같지는 않아 집안으로 들이고, 인삿말을 나눈다. 단장은 스스로를 '조만흥'이라고 소개한다. 이 이름을 듣자 왕만당의 부친은 깜짝 놀란다. 손님을 잠시 기다리라고 말한 다음 바로 집안으로 달려가서 왕만당에게 '조만흥'이라는 이름을 가진 귀인이 광림했다고 말해준다. 부친의 말을 듣고 왕만당도 가슴이 뛰었다. 황급히 단장을 하고는 손님을 맞이하러 나갔다.

 

단장은 속으로 기뻐했다. 왕씨집안 사람들은 그를 자세히 관찰한 후에, 그 손님이 의표가 당당할 뿐아니라, 두뇌도 재빠르고, 일처리도 적절하여 귀인의 티가 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하여 왕만당의 부친이 친히 나서서, 딸을 그에게 주겠다는 의사를 전달한다. 단장은 너무나 기뻤지만, 일부러 사양하는 말을 몇번 한 후에 결국 응락한다. 오래지 않아. 이 두 젊은이를 위한 혼인식이 거행된다.

 

단장은 그러나 야심이 큰 자였다. 꽃과 같은 미녀를 얻은 후에 그는 다시 새로운 욕심을 품게 된다. 그는 왕만당의 그 꿈을 이루어 진정으로 귀인이 되고 싶었다. 깊이 생각한 후에, 그는 그의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착수한다. 먼저, 그는 옛날의 일부 도사와 친구들에게 부탁하여 왕만당의 꿈 이야기를 사방에 퍼뜨린다. 도사들의 말은 사람들에게 쉽게 먹혀들어갔다. 바로 시정에서는 의론이 분분해졌다. 왕만당은 천생 황후의 명을 타고 났다. 그러므로, 그녀의 남편인 "조만흥"은 분명히 귀인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조만흥을 따르면, 나중에 반드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조만흥"의 인기는 더욱 높아지고, 집집마다 모두 알아보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많은 시정의 젊은이들이 서로 앞다투어 그의 문하로 들어왔다. 점점 단장의 아래에는 많은 무리가 모이게 된다. 이전에 의거를 일으켰던 사례를 연구한 후에 사람들을 부근의 깊은 산으로 데려갔다. 그리고는 산채를 만들어, 거사를 준비한다. 단장은 갈수록 자신이 귀인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는 수하들로 하여금 깊은 산에 궁전을 만들게 한다. 그리고 스스로 황제가 되고, 연호를 "대순평정(大順平定)"이라고 짓는다. 동시에 처인 왕만당을 "대순평정황후"에 봉한다. 여기에 좌우승상, 문무대신을 두고, 띠집으로 된 대전에서 여러 신하들의 조하(朝賀)를 받았다.

 

이 소식은 북경에도 전해진다. 명무종은 황제를 칭하는 자가 있다는 말을 듣게 되는 것이다. 속담에 한 산에 두 호랑이는 있을 수 없고, 한 나라에 두 군주가 있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단장이 산속에 숨어서 스스로 황제를 칭한 것이지만 이것은 용납할 수가 없는 일이었따. 그리하여, 명무종은 급히 명을 내려 현지의 관리로 하여금 토벌하게 지시한다. 이렇게 하여, 단장의 오합지졸로 구성된 산중왕국은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손쉽게 평정되고, "황제"와 "황후"도 생포되어 북경으로 압송된다.

 

명무종은 상황을 모두 들은 후에, 우습다는 생각을 하는 외에, 이 왕만당이라는 산속의 미녀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리하여, 명무종은 단장과 주요 반란자들은 처결하도록 하고, 왕만당은 궁중으로 들어오게 한다. 명무종의 원래 의도는 그녀를 표방에 들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형부관리들은 명무종의 뜻을 곡해하여 그녀를 범죄자의 신분으로 궁중에서 노비로 일하게 조치하였다. 그리하여 그녀는 궁중의 '완의국'에 배치되는데, 바로 빨래하는 부서였다.

 

무종이 며칠을 기다려도 왕만당이 표방으로 오지 않자,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주변에 물어보고나서야 그녀가 '완의국'에 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다시 명을 내려 그녀를 완의국에서 표방으로 옮기게 한다. 이전에 북경에 왔을 때는 아직 나이가 어려서 명무종의 주의를 끌지 못했지만, 이제는 이미 자라서 활짝 핀 꽃과 같았고 명무종의 마음에 들었다. 왕만당은 명무종을 보고, 그가 자기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드디어 황후의 꿈을 실현할 수 있겠다고 기뻐한다.

 

그래서 왕만당은 명무종의 앞에서 각종 수단을 써서 명무종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두 사람은 하루종일 같이 있었다. 명무종이 기분이 좋으면 그녀를 황후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말약속은 실현이 되지 않고, 명무종은 왕만당이 표방으로 들어온지 1달도 되지 않아 그녀의 품속에서 죽어버리고 만다.

 

무종이 죽고, 명세종이 즉위했다. 명세종은 표방을 정리하면서, 왕만당은 아무런 명분(직위)이 없다는 것을 발견한다. 추가로 조사하니, 왕만당은 원래 완의국에 소속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그녀를 다시 완의국에 노비로 보낸다. 이렇게 하여, 왕만당은 '완의황후(빨래황후)'라는 별명을 얻는다. 불쌍한 왕만당이라는 '패주미인'은 반평생 황후의 꿈을 꾸었지만, 결국은 '빨래황후'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