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은 왜 낙양을 수도로 정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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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경제/중국의 영화

2014. 4. 4.

 

글: 섭지추(葉之秋)

 

 

 

유방이 천하를 평정한 후, 일찌기 낙양을 수도로 삼으려고 생각했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원래, 낙양은 서주초기부터 건설되었고, 동주이후에는 수도가 되었다. 그리고, 낙양은 천하의 가운데 위치하여, 사통팔달의 교통요지여서 지방각지의 관리가 중앙에 오기도 좋고, 중앙의 명령을 지방에 전달하기도 편했다. 그리고 낙양은 수상운동이 발달하여, 수로에 의지하던 고대에는 확실히 장점이 많았다.

그리고, 유방과 그의 부하중 많은 장군들은 원래 산동6국의 사람이다. 현재 천하를 평정했는데, 당연히 도성이 자신의 고향에 좀 더 가깝기를 원한다. 예전에 항우가 굳이 팽성을 도성으로 삼겠다고 고집한 것도 바로 부귀해지면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지 않으면 금의야행이 아닌가. 현재 유방이 천자에 올랐으니, 당연히 한번 자랑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조정상하의 많은 사람들이 낙양을 수도로 삼는 것이 가장 적절한 선택이라고 보고 있었다.

그러나, 한 사람은 낙양이 적절하지 않다고 보았고, 당연히 관중에 수도를 두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바로 누경(婁敬)이라는 사람이다. 누경은 누구인가? 어떤 출신인가? 무슨 관직을 가졌던가? 온 조정의 문무대신들이 모두 낙양이 좋다고 하는데, 왜 누경만 반대의견을 내세워 관중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하는가? 설마 누경에게 무슨 튼튼한 뒷배경이라도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어찌 이렇게 황당하게 윗사람의 뜻을 거역할 수 있을까?

그런 것은 없었다. 누경은 무슨 고귀한 출신도 아니고, 당시에 그저 아주 보통인 하급병사였다. 소집되어 감숙일대에서 변방을 지켰다. 낙양을 지나갈 때,누경은 역참의 사람이 황제가 곧 낙양을 수도로 정하려 한다는 소문을 듣는다. 그때 그는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여, 자신의 동향출신인 우(虞)장군을 찾아간다. 우장군이 중간에 서서, 그가 황제 유방을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리하여 갖은 수단방법을 쓰고 관계를 뚫어서, 만날 날짜를 받는다.

만나는 날이 되었다. 우장군은 누경에게 그럴 듯한 옷조차 없다는 것을 보고는 자신이 약간 더 손해보기로 한다. 그래서 누경에게 괜찮은 의복을 하나 내준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누경이 말한다; 신하가 비단을 입으면 비단을 입고 배알하고, 갈포를 입으면 갈포를 입고 배알하면 된다. 누경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원래 비단을 입던 사람이면 비단을 입고 만나면 되고, 원래 낡은 양가죽외투를 입는 사람은 그냥 양가죽외투를 입고 만나면 된다. 자신의 원래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누경은 유방은 만난다. 유방도 원래 그런 것을 따지는 사람이 아니다. 누경이 낡은 양가죽옷을 입은 것을 입고도 그가 자신을 존경하지 않거나 예의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누경을 만나서, 누경에게 식사는 했는지 물어본다. 누경도 사양하지 않고 아직 먹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유방은 먼저 누경에게 식사를 대접한다. 다 먹고 나서, 유방은 자신을 무슨 일로 찾았는지 물어본다. 누경은 입을 닦으며 말을 시작한다.

누경은 말했다. 듣기로 폐하께서 낙양을 수도로 삼으려 하신다는데 그런지 물어본다. 유방은 그렇다.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말한다. 누경은 웃는다. 그리고 말한다. 폐하께서는 팔백년의 주나라와 비교하여 누가 더 흥성한지 비교하고 싶지 않으십니까라고 묻는다. 유방도 웃으면서 그렇다. 그게 뭐 안될 이유가 있느냐고 말한다.

누경은 말한다. 그러나, 폐하는 생각해 보셨습니까. 폐하가 천하를 빼앗은 방식은 주나라와 다릅니다. 이런 상황하에서, 어찌 마찬가지로 낙양을 수도로 정하려 하십니까.

유방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천하를 빼앗는 방식과 수도를 정하는 것이 무슨 관계인가?

누경은 말한다. 주나라는 어떻게 천하를 얻었습니까? 주나라의 조상은 일찌감치 요순우시대부터 공로와 업적을 쌓았고 제후로 봉해졌습니다. 수백년간 덕을 쌓고 선을 행하여, 상나라때 기산으로 이주했습니다. 기산에서 다시 역대군주가 열심히 경영했습니다. 주문왕에 이르러, 먼 곳의 강상(강태공)까지도 불원천리 주문왕을 찾아와 수하가 되었습니다. 그후에 주무왕이 무도한 상나라주왕을 토벌하니, 천하의 팔백제후가 약속하지 않고도 공동으로 맹진에서 회맹했습니다. 그리하여, 주왕조는 상왕조를 멸망시키고, 천하를 빼앗습니다. 이런 상황하에서, 현상(賢相)이라는 명성이 있던 주공이 낙양을 건설하기 시작합니다.

왜 낙양에 수도를 건설했을까요? 낙양은 확실히 좋은 점이 많습니다. 폐하의 여러 신하들이 말하는 것처럼, 낙양은 천하의 가운데 있고, 공물을 받기도 편하며, 명령을 전달하기도 좋습니다. 거리도 비슷합니다. 그리고 관리하기 편합니다. 그러나, 낙양은 큰 위험요소도 하나가 있습니다. 낙양은 사방이 평지입니다. 수비하는데 험준한 형세가 없습니다. 그리고 도로도 잘 뚫려 있습니다. 만일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나면, 수로도 좋고, 육로도 좋고, 금방 낙양으로 진격할 수 있습니다. 낙양은 수비하기는 어렵고, 공격하기는 쉬운 곳입니다.

그래서, 누경은 제안한다. 천하백성이 조정의 은덕에 감격하고 있을 때 비로소 낙양에 수도를 정하여야 합니다. 난세에 낙양을 수도로 삼는 것은 스스로 죽을 길을 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당시의 한나라는 어떤 상황인가?

누경이 말했다. 폐하께서 퍠현에서 일어나서, 삼천명을 이끌고 천하를 쟁탈했습니다. 항우와 칠십여회 큰 전투를 치렀고, 작은 전투도 사십여회 치렀습니다. 천하백성이 몇년동안의 쟁패와 전쟁으로 무수한 사상자를 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눈을 들어 들판을 보면 곳곳에 매장된 시체가 있습니다. 현재 천하는 막 평정되었고, 인심은 아직 안정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시기에 낙양을 수도로 삼는 것은 실로 너무 위험합니다.

유방은 그의 말을 듣고 눈썹을 찡그린다. 그럼 어디를 수도로 삼는 것이 적절하단 말인가?

누경이 말한다. 당연히 관중을 수도로 삼아야 합니다. 관중일대는 물산이 풍부하고, 백성이 부유합니다. 그리고 지세가 험준하여, 수비는 쉽고 공격은 어렵습니다. 천하에 변란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진나라와 마찬가지로, 함곡관을 지키면 됩니다. 그리고, 관중지구는 언제든지 백만명을 소집할 수 있습니다. 물러나면 옛날 진나라의 영토를 지키고. 나아가면 천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양자를 비교해보면 어느 곳이 유리하고, 어느 곳이 불리한지는 분명해 집니다.

유방은 약간 믿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렇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당초 수하장수들이 어떻게 두 지방을 평가했던가? 확실히 관중은 지세가 험준하다. 수비는 쉽고 공격은 어렵다. 그러나 진나라는 천하를 차지한지 2,3십년만에 멸망했다. 낙양을 수도로 정한 주나라는 수백년의 역사를 누렸다.

유방은 그래서 먼저 누경에게 물러가라고 한 뒤, 자신이 친히 가장 믿는 모사 장량을 만난다.

장량도 관중을 수도로 정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전에 여러 장수들이 모두 낙양을 수도로 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니, 장량은 공개적으로 반대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왜 다른 사람들의 흥을 깨는 사람이 될 것인가. 지금은 이미 누군가 먼저 그 말을 꺼냈고, 유방이 자신을 찾아와서 물으니, 장량도 자신의 진정한 생각을 말한다.

장량도 말한다. 낙양은 사방에서 적을 맞이하는 곳이다. 그러나 관중은 다르다. 금성천리, 천부지국이라 할 만하다. 돈도 있고, 양식도 있으며, 수비는 쉽고 공격은 어렵다. 최선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제후가 난을 일으키더라도, 황하를 따라 내려가서 수로로 운송하여 금방 평정할 수 있다.

유방은 장량까지도 그렇게 말하자, 당연히 관중을 수도로 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하여 낙양을 수도로 삼자는 자들의 입을 막고, 관중을 정식 수도로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