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척용 소화용구와 예전 화재의 회상

댓글 0

낙서장

2019. 12. 15.

투척용 소화용구와 예전 화재의 회상

 

  어쩌다가 소방서에서 확성기와 투척용 소화용구를 받았습니다. 소화기 사용법을 익혀야 할 터인데, 간혹 생각만 하곤 했죠.

실험용 작은 소화기가 있으려나. 여하튼 투척용 소화용구라니 어쩐지 편해보일 듯 합니다.

 검색해보니, 작은 불에만 유용하다는 글도 있네요.

  

 

 

 

 

 

 

 

 

  소화용구를 보노라니, 예전 일이 생각이 납니다. 

 2천년 초반무렵이었을까. 초여름날 아침 6시 무렵에 옥상의 고추나무에 물 좀 주고 오너라 하는 소리에 잠이 깼죠. 꽃나무 말라 죽는다라고 하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서, 물조리개에 물을 담아서 옥상의 화단 끝쪽에 있는 고추나무에 물을 주고 있는데 아래쪽에서부터 담벼락에서 거대한 원통형의 시커먼 연기가 기둥을 이루며 하늘높이 치솟아 오르더군요. 2-3분 정도였나 시커먼 연기가 치솟길래 아래를 내려다봐도 연기가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죠. 아무리봐도......  맹렬하게 잠시 치솟던 검은 연기가 사라져버리고 다시는 연기가 안나더군요.

  그렇게 시커멓고 거대한 연기는 처음으로 보는 것이었지만 불길한 예감이 문득 들었죠. 언젠가 자질구레한 것을 태워 본 경험에 의하면,이렇게 거대한 연기가 나올 정도면 타는 물체가 꽤 많아야 할 것 같았답니다. 연기가 바람에 흩날리면 모양이 흐트러질 듯 한데, 그때 나온 연기는 흐트러짐없이 곧게 솟아올랐던 듯 합니다.

 

 전에 종이나 마른 낙엽을 태워보면 흰 연기가 나고 덜 마른 것을 태우면 연기가 심하게 나고 좀 유해한 성분이 탄다 싶으면 검은 색 연기가 나던 것이 생각났죠. 어딘가에서 무엇을 태우는 것일까 싶기도 했지만 오전 6시 무렵이라 옆집도 비어있는 것 같고.....

119에 신고해야겠다는 생각에 황급히 아래로 내려왔죠. 고추나무에 물 주고 오라고 하셨던 분에게 옥상에서 검은 연기를 봤는데 옆집에 불난 것 같아서 119에 신고해야겠어요라고 말했죠. 무슨 119에 신고를 하냐고 하시길래 연기가 심상치 않다고 말해드렸죠. 옥상에 올라가셨지만, 연기가 사라지고 없어서 보실 수가 없었습니다. 저만 그 연기를 봤기에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었겠죠. 난생 처음으로 119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름 주소를 말했든가.

 

 전화는 걸었는데 막연하더군요. 제가 불길을 본 것이 아니어서...... 연기만 봐서 화재가 확실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 옆집에 불이 난 것인지 우리집에 불이 난 것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두 집 사이의 통로에서 연기가 솟구치고 있었는데 비어있는 옆집에서 불이 난 듯도 합니다.( 내가 있는 곳에 설마 화재가 발생했을까 이런 생각에 옆집일 것이라고 말했죠.)

  원기둥 모양으로 검은 연기가 높이 치솟는 것을 봤는데, 불길은 못 봤어요.지금은 연기는 안납니다. 화재인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 살펴봐야 할 장소가 너무 광범위한데 혹시 어디서 불이 났는지 확인차원에서 오셔서 같이 찾아 줄 수 있을까요 했죠. 

 

  그랬더니 119에서 전화를 받으신 분이 정확한 화재장소를 모르면 출동할 수가 없다고 하시더군요. 그때 119에 장난전화가 많이 걸려온다고 TV에서 종종 거론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죠.  제가 생각해봐도 제 목소리가 너무 느긋하고 밝아서 장난 전화로 착각하시나 싶어서,다시 119에 전화를 걸어서 풀이 죽은 목소리로 저 장난전화 아니에요 했더니 장난 전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하시더군요. 풀이 죽은 목소리가 상대방에게는 유아틱하게 들릴 수 있겠다 싶어지고.....그래도 혹여나 장난전화로 생각하실지 모른다는 생각에 나이드신 분을 바꿔드렸죠. 여전히 답변은 똑같았죠. 정확한 화재장소를 모르고, 추측으로만 출동할 수는 없다고....

  화재인지 아닌지 정확하게 모르겠고, 연기도 사라져서 어디에서 그 연기가 나왔는지 알 수도 없어서인지 긴박하고 다급한 목소리가 나와야 하는데 이것이 또 성격탓인지 속은 타지만 말은 그렇게 안나오더군요.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모르겠고, 설마 화재일까 싶은 생각도 들고..... 내려가서 둘러보고, 밖에서 옆집을 봐도 별 다른 것이 없어 보이고, 우리집도 이상이 있는 곳이 없어 보입니다. 불이 저절로 꺼졌나 싶기도 하고 신고해도 오지 않는 것을 보니 괜한 걱정이었나 괜찮겠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고추나무에 물을 주라고 하셨던 분이 살펴보다가 어느 곳의 철문을 만져보니 따뜻한 열기가 느껴졌다고 하시더군요. 다른 곳과 다르게...... 제가 괜찮은가 봐요 했지만, 어디인지 꼭 찾아내야 한다고 제가 확인했던 곳을 다시 둘러 보셨죠. 예전에 배웠던 연소의 세 가지 조건 중에서 산소가 생각이 나더군요. 산소가 부족한 상태일지 모른다고.... 그래서, 문을 함부로 열면 안될 것이라고도 말해드렸죠.

  열쇠도 없었지만,또한 열쇠가게도 개점시간이 아니었고.... 처음에는 문을 열어봐야되나 이렇게 생각도 했었습니다. 열쇠가 없어서 화재위치 파악이 어려웠고, 시간은 지체가 되었죠.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연기,불길은 보이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문에서 열기가 느껴졌다기에 산소부족 상태일 것이라는 것이 문득 떠올랐죠. 저는 손에 화상입을까봐 무서워서 그 문을 차마 만질 수가 없었습니다. 

 

   다시 119에 전화를 걸었죠. 드디어 화재장소를 찾았다고,기쁜(?) 목소리로......

다시 옥상에 올라가서 있는데,고추나무에 물을 줄 때에 끝쪽 모퉁이 아래에서 솟아오르던 연기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계속 나타나지 않더군요. 여전히 불길도 연기도 아무것도 외부에 보이지 않았죠. 소방차가 오기를 기다리는데, 온갖 생각이 들었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 정도면 다한 것 같은데.....신고도 했고, 추억이 있는 이 집에서 발걸음이 안떨어진다는 생각도 들고. 그냥 이렇게 사라져도 별 후회없을 것 같은데 이런 생각도 들었다가, 설마 내가 죽을까 싶기도 하고. 예전에 봤던 다른 화재기사도 떠오르고... 뭐, 이것이 하늘의 운명이라면 어쩔 수 없지 이런 생각도 했다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소방차가 오기를 옥상에서 기다리는데, 20분정도 넘어서야 소방차가 오더군요. 근데, 그때는 네이버 지도 이런 것도 아직 그렇게 자세히 정비되지 않았던 터여서였는지 아니면 불길도 연기도 하나도 밖으로 나오지 않아서인지 119소방차가 집을 그냥 지나가더군요. 옥상에서 내려가서 소방차를 부르기에는 틀렸네, 이제는 모든 것이 틀렸다고 이런 생각을 하며,여기라고 외치고 싶은데 지나가는 모습을 보노라니 허망한 마음에 가슴에 돌덩이가 콱 막힌 듯 하여 목소리가 나오지를 않더군요. 외쳐봤자 들리지도 않을 것 같고.... 

  잠시 이런 감성적인 생각에 빠져 있는데, 주소 제대로 말한 것이 맞냐는 지극히 현실적인 목소리가 옆에서 불쑥 들렸죠. 왜 소방차가 그냥 지나가냐고 하시길래 소화전 찾아가나 봐요 했죠. 여기라고 외치지 뭐하냐고 있었냐고....  돌이켜 생각해보면, 수건이라도 하나 갖고 올라가서 흔들어 보기라도 할 것을..... 그때,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죠. 

 혹여, 소화전이라도 찾아가는 것일까 이런 생각도 했는데 그런 것은 아니었고 실수로 지나쳤던 듯 합니다.

  

다행히도 한 분이 밖에 나가 계셨더군요.  여기라고 손을 휘저으며 소리를 치시니 다행히 소방차가 다시 되돌아오더군요. 

   그렇게 옥상에서 서성이고 있는데, 소방관 한 분이 올라오셔서 연기맡으면 안되는데 밖으로 도망쳐 나갔어야지 하시더군요. 화재가 났을 때에 불로 죽는다기보다는 연기로 죽는 것이라고 알려 주시더군요. 연기나 가스가 위로 올라오기 때문에 옥상에 있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고.  불로 몇 초만에 죽거나 그렇지는 않고, 연기나 가스를 흡입하면 몇 초만에 순식간에 죽기도 하는 것이라며....몰랐다고 하면서 경청을 했죠.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연기보다 불이 더 무서운 존재였죠.

 

  이제서야 밖에 나가기는 좀 그러니까, 옥상에 있으면 안되고 내려가서 연기마시지 않게 모든 창문을 닫고 있으라고.

창문을 모두 닫고 1-2시간 넘게 있었는데 어느덧 화재진압을 마치고 모두 가셨더군요. 

문을 갑자기 확 열면 화재가 더 번질 수도 있어서, 유리창에 작은 구멍을 내서 화재진압을 시작했다든가. 

  아마도 불이 끝쪽 부근에서 시작해서 중간을 태우고 앞으로 오는 중이어서 그 장소의 내부가 대략 3분의 2정도 태워졌고, 그 안에 부탄가스도 몇 개 있었는데 하나는 그을려 있었지만 다행히도 안터졌고, 난방용 LPG 가스통도 출입구에 있었는데 다행히도 거기에는 불길이 번지지 않은 상태였나 보더군요. 

 

  지나가다가 오셔서 보신 주변 분들이 그을리기만 하고 안터진 부탄가스를 보고 나이드신 분들이라 조상님이 도왔네, 하느님이 도왔네 하셨다더군요. 

그때 소방서 덕분이었고, 정말 다행이었죠. 그다지 기억에 남기고 싶지 않아서 적어놓지 않았더니 언제였는지 몇 월 달이었는지도 기억이 안나네요. 그동안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소화용구를 보니 예전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요 근래에 부근에 연기가 뭉클 나오는 것을 보니,그때 기억이 떠오르고 심장이 두근두근해져서 흰색 연기이기는 하지만 나중에 후회하지 말자는 생각에 119에 신고를 했죠. 신고 장소에 서 있으라고 하더니만, 문자로 이렇게 오더군요.

 

 

 

  017에서 010으로 바꾼 것이 몇 달이 안되었을 때인데, 시대에 맞추어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 합니다. 흰 연기가 나오는 것만 봤고, 불은 못 봤다고 했는데 위치조회를 한 후에 5분도 안되서 소방차가 오더군요. 예전과는 다르게 엄청 빨리 와서 놀랐습니다. 경찰자, 구급차, 소방차 이렇게 3대가 한꺼번에 오더군요.

 한 분이 연기장소를 보더니 쑥태우는 냄새라고 하시더군요. 어떤 분이 벌레인지 냄새제거인지를 위해서 쑥 연기를 피우셨나 보더군요.

다행히도 화재는 아니었습니다. 더운날 고생스럽게.....

 요즘 시대에 쑥같은 것은 안태웠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