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관련>/◆ 성화 & 이콘

심 파스칼 2016. 2. 15. 06:00

[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글라스]

<5> 푸아티에 대성당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 예수 승천’

예수 승천과 교회 반석된 베드로의 삶 담아

평화신문 2016. 02. 07발행 [1351호]

 

 

▲ 푸아티에 대성당에 걸린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 예수 승천’ 작품. 화면 정 중앙에는 거대한 십자가에 그리스도가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동일 화면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보다 크게 묘사되어 작품의 가장 중요한 부분임을 나타내고 있다.

 

 

▲ 스테인드글라스화 하단에는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한

성 베드로의 모습이 묘사돼 있다.

 

 

▲ 푸아티에 대성당에 걸린 ‘십자가에 예수 못 박힌그리스도, 예수 승천’ 작품.

 

 

흔히 성경의 내용을 담은 이미지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스테인드글라스를 문맹자들을 위한 ‘가난한 자의 성경’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중세 스테인드글라스에는 마치 이미지로 읽어가는 책처럼 여러 장면이 동시에 등장하기도 하고, 그 중요도에 따라 인물의 크기가 정해지는 등 보는 이들에게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여러 표현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육안으로는 도저히 알아보기 어려운 곳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의 도상이 과연 문맹자들에게 성경의 내용을 교육하기 위한 것이었는지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연구들도 나와 있지만, 어쩌면 중세인들은 뛰어난 시력을 갖고 있어서 이러한 세세한 이미지들도 다 읽어낼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게도 된다.

 

오늘 함께 감상할 프랑스 푸아티에 대성당(Poitiers Cathedral)의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 예수 승천’은 로마네스크 스테인드글라스의 대표적인 사례다. 성당 동쪽 후진(Chevet)에 자리하고 있는 이 작품은 한 화면에 여러 주제가 동시에 표현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화면 정 중앙에는 거대한 십자가에 그리스도(Crucifixion)가 자리 잡고 있다.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이뤄진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는 동일 화면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보다 크게 묘사되어 작품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임을 나타내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양팔 아래로는 성모 마리아와 론지누스(창을 찌른 로마 병사), 스테파톤(포도주를 해면에 찍어 십자가상의 예수님께 준 인물) 그리고 요한 사도가 자리하고 있다. 고유색에서 과감히 탈피해 전체적인 색 조화에 따라 푸른색으로 처리된 예수의 머리카락을 따라 위쪽으로 시선을 옮겨가다 보면 좌우 양옆으로 천사들의 호위 속에 승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마주하게 된다. 십자가 양팔 위쪽으로는 승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고 있는 성모 마리아와 사도들이 표현되었다. 하늘을 가리키며 고개를 들어 올리고 있는 모습들에서 지난주에 살펴보았던 르망 대성당의 ‘예수 승천’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사도들의 수가 12명이 아닌 10명이다. 두 명의 사도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두 사도를 찾아 시선을 다시 아래로 향하다 보면 십자가 위 그리스도 아래쪽에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한 성 베드로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양옆으로는 참수형에 처해지고 있는 성 바오로와 이들에게 처형을 선고하는 네로 황제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이들이 누구인지는 인물 아래 친절하게 적혀 있는 이름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십자가에 못 박혀 희생된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代贖), 그 희생이 죽음이 아닌 부활과 영원한 생명임을 알리는 예수 승천, 그리고 열두 제자 중 교회 반석이 된 성 베드로가 굳건히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모습이 한 화면에 펼쳐지고 있는 푸아티에 대성당의 이 작품에서 우리는 진정한 구원의 메시지를 눈과 마음으로 체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