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한라산펭귄 2010. 6. 8. 10:37

 

【40-42】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2008년 3월 고2 전국연합학력평가

온달 : 그 날, 당신께서 내 앞에서 갓을 벗어 보이셨을 때 나는 알아보았습니다. 당신이 내 하늘인 것을 알아보았습니다. 벙어리 된 이 몸은 당신의 망극한 말씀을 들으면서도 벙어리 된 입을 놀릴 수 없었습니다. 당신은 이후 내 하늘이었습니다. ⓐ산짐승과 더불어 살던 이 몸에게 사람 세상의 온갖 지혜를 가르치신 당신, 창으로 곰을 잡듯, 덫으로 이리를 잡듯, 적의 군사를 잡는 것은 쉬운 일이었습니다. 당신을 위해서 나는 싸웠습니다. 당신의 기쁨을 위해서 신라와 백제의 성과 장수들을 나는 취하였습니다. 싸움터의 길은 내가 짐승들을 쫓던 그 길보다 더는 험하지 않았습니다. 설사 천 배나 ⓑ그 길이 험하였기로서니 나에게 그것이 무슨 두려움이었겠습니까. 이 천한 몸에게 주어진 영광도 오직 공주를 위한 방패라 생각하고 나는 두려운 줄도 몰랐습니다. 공주, 고구려 평양성의 인심은 무섭더이다. ⓒ이 몸은 산에서 활을 쏘고 창으로 끼니를 얻던 그때처럼 편한 마음을 한신들 가지지 못하였습니다.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인 평양성에서 나는 눈멀고 귀먹은 짐승이었습니다. 나는 보지도 듣지도 않았습니다. 부마될 내력 없다고 이 몸을 비웃는 소리도 나에게는 가을날 산의 가랑잎 스치는 소리더군요. 하늘인 당신을 모신 이 몸은 아무 것도 듣지도 보지도 않았습니다. 무엇을 들어야 할 이치가 있었을까요? 숱한 사람들이 나에게 말했습니다. 공주 당신께서 하시는 이야기를 다 들어서는 안 된다고. 온달은 나라의 부마이고 나라의 장군이라고……. 그러나 다 이 몸에게는 부질없는 말들. ⓓ공주, 당신이 나의 고구려였습니다. 고구려, 그것은 당신이었습니다. 덕이 높으신 왕자의 말씀도 내 귀는 듣지 못하였습니다. ⓔ그분들은 모두 다른 고구려를 섬기는 어른들인 것을 나는 알게 되었지만 지금까지도 이 몸과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지금 나는 당신에게서 떠납니다. 나는 두렵습니다. 당신 말고 다른 고구려를 섬기는 사람들이 당신을 해칠 일이, 공주…….

공주 : 장군. (가까이 다가선다.)

온달 :(다가서다가) 안 됩니다. (손을 들어 막으며 한 발 물러선다.)

공주 : 가지 마시오. 장군.

온달 :이윽고 새벽이 되겠으니, 죽은 자는 제 몸이 있는 곳을 찾아가야지요. (이때 새벽 종소리)

공주 : 장군, 장군을 해친 자가 누구입니까?

온달 :머리에, 머리에 상처가 있는 장수, 잠든 나를 찌른 그 자를 내가 칼로 쳤소. (뒷걸음질로 물러간다.)

공주 : 장군 이름을, 그자의 이름을…….

온달 :(고개를 젓는다.) 공주, 어머니를 어머니를……. (영(靈) 사라진다.)

공주 : 아아 장군…….      


[중간 줄거리] 공주는 불길한 생각에 잠겨 온달의 신변을 걱정한다. 그리고 온달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온달이 남긴 말에 대해 번민을 한다. 얼마 후 궁중 전령이 공주궁에 찾아와 온달의 죽음을 알리자, 공주는 기절한다. 공주는 온달의 시신을 평양성으로 옮기려고 전장으로 찾아가는데, 여러 명의 군병이 온달의 관을 들어 올리려 하지만 관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이에 공주가 직접 온달의 관 앞에 다가가서 관을 열게 한다.


[A]공주 : (관 앞에 꿇어 앉아, 한손으로 모서리를 잡고 다른 손으로 시체를 쓰다듬는다.) 장군……. 이게 웬일입니까? (고개를 돌려 장수들을 한 사람씩 찬찬히 훑어본다. 갑자기 몸을 일으켜 돌아서며) 장수들은 투구를 벗으시오.

장수들 :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다.)

공주 : 내가 알아볼 것이 있으니 장수들은 투구를 벗으시오.

온달의 부장 : 싸움터에서 장수는 투구를 벗지 못합니다.

공주 : 알고 있다. 그러나 내가 명하는 것이니 잠시 벗어라.

전령 장교 : 안 됩니다.

공주 : 정말 못 벗겠느냐?

온달의 부장 : 군율이 산과 같습니다.

공주 : 괘씸한 것. 네가 벌써 나를 업수이 보는가? 그러면 내 손으로 벗기리라. (다가선다. 호위 군사들 창으로 앞을 막는다. 장교들도 가로막는다.) 너희들이 너희들이 내 앞에 창을 대느냐? 물러서라. (호위병들 묵묵부답으로 막아선채로 있는다. 공주, 비틀거린다. 시녀들이 급히 부축한다.) 아아 그랬던가…… 그랬던가……. 새벽에 하신 말씀을 이제야 알겠구나. 오, 오랜 꿈 오랜 꿈의 길이 이제 환하고나. 장군, 당신이 누구였던가를 당신이 나의 누구였던가를……. (관 곁에 돌아온다.)

                - 최인훈,「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40. 위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동일한 장소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② 비현실적이고 기이한 상황이 제시되고 있다.

③ 문제 상황을 해결하여 갈등을 해소하고 있다.

④ 인물의 분열된 의식 세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⑤ 관련 없는 사건들이 무의미하게 나열되고 있다.



41. <보기>는 위 글에 대한 평론의 일부이다. <보기>를 바탕으로 ⓐ~ⓔ를 감상할 때 적절하지 않은 것은?

 

< 보 기 >

 

 

 

 

이 작품은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의 설화를 변형하여 재해석한 것입니다. 공주가 왕궁에서 나온 것을 정치적 암투에서 패배한 것으로 해석하고, 우연히 온달의 집에 들른 공주가 온달을 배우자로 선택해 그를 정치적 동반자로 만든 것으로 상황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온달이 신라군의 화살에 맞아 전사하는 것이 아니라, 음모로 인해 부장에게 암살을 당하는 것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런 변형과 재해석을 통해 애매하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설화의 의미를 강화했고, 또 공주에 대한 온달의 절대적인 사랑을 인상적으로 부각시켜 관객에게 감동과 교훈을 준 것입니다.

 

① ⓐ - 온달을 정치적 동반자로 만들기 위한 공주의 노력을 뜻하는군.

② ⓑ - 온달이 공주의 정치적 동반자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의미하는군.

③ ⓒ - 자신의 목숨을 해치려는 음모에 대한 온달의 두려움을 나타낸 것이군.

④ ⓓ - 공주에 대한 온달의 절대적인 사랑을 드러낸 것이군.

⑤ ⓔ - 온달은 공주와 정치적 암투를 벌이는 상대방의 존재를 알고 있었군.



42. [A]의 말하기 방식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공주’는 우회적으로 회유하고, ‘부장’은 완곡하게 거절하고 있다.

② ‘공주’는 증거를 보여주며 협박하고, ‘부장’은 당황하여 변명을 하고 있다.

③ ‘공주’는 지위를 내세워 행동을 요구하고, ‘부장’은 규정을 들어 거부하고 있다.

④ ‘공주’는 문제점을 들어 의문을 제기하고, ‘부장’은 논리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⑤ ‘공주’는 이유를 제시하면서 명령을 하고, ‘부장’은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반박하고 있다.




<출전> 최인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40. [출제의도] 작품의 종합적 이해 능력을 묻는 문제이다.

이 글에서는 온달의 유령이 나타나고, 온달의 관이 움직이지 않는 등 비현실적이고 기이한 상황이 제시되고 있다.

[오답풀이] ①이 글의 중간 줄거리 이전은 ‘공주궁’을, 그 이후는 ‘전장’을 배경으로 하여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정답)  ②

41. [출제의도] 평론을 대사에 적용하여 감상하는 문제이다.

전후의 문맥으로 볼 때, ⓒ는 온달이 평양성에서 정치적 암투를 경험하며 느낀 심리적 부담감이나 회의를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글의 온달은 공주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바치는 인물로 공주의 신변을 염려하는 모습은 나타나지만, 자신의 신변을 걱정하거나 죽음을 두려워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는다.

[오답풀이] ②ⓑ는 공주를 위해 온달이 계속 적과 싸워 승리한 상황을 가리키는 것으로, ‘당신을 위해 나는 싸웠습니다.’에서 알 수 있듯이 온달이 공주의 정치적 동반자로 성장해가는 과정과 연결시킬 수 있다.     정답)  ③

42 [출제의도] 인물의 말하기 방식을 묻는 문제이다.

[A]에서 ‘내가 명하는 것이니 잠시 벗어라.’라고 말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공주는 공주라는 지위와 권위를 근거로 상대의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공주의 요구에 대해 부장은 ‘군율이 산과 같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있다. 즉, 규정을 내세워 공주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오답풀이] ①공주와 부장은 모두 직설적으로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정답)  ③



최인훈어디서무엇이되어만나랴.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