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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애 2020. 4. 4. 12:22


    이해의 선물

    단단하고 반들반들하게 짙은 암갈색 설탕 옷을 입힌 땅콩을 위그든 씨는 조그마한 주걱으로 떠서 팔았는데, 두 주걱에 1센트였다. 물론 감초 과자도 있었다. 그것 역시 베어문 채로 입 안에서 녹여 먹으면, 꽤 오래 우물거리며 먹을 수 있었다.

    비누인형


    연희는 방문을 열고 비에 젖은 몸 그대로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비누 인형을 놓아둔 창틀을 보았다.
    그러나 어디로 사라졌는지 비누 인형은 온데간데없고 방안 가득 비눗방울만 날리고 있었다.
    연희는 멍하니 방 가운데 서 있었다.
    비누 인형과 소꿉장난 하던 일, 흙놀이를 하던 일,
    노을을 바라보며 언제까지나 함께 하자고 약속했던 그 날이 꿈처럼 느껴졌다.

    옥상위의 민들레꽃

    살고 싶지 않아 베란다나 옥상에서 떨어지려고 할 때 막아 주는 게 쇠창살이 아니라 민들레꽃이라는 것도 틀림없습니다. 그것도 내가 겪어서 이미 알고 있는 일이니까요.
    그러나 어른들은 끝내 나에게 그 말을 할 기회를 안 주었습니다.

    소음공해

    위층으로 올라가 벨을 눌렀다. 안쪽에서 "누구세요?" 묻는 소리가 들리고도 십 분 가까이 지나 문이 열렸다. '이웃 사촌이라는데 아직 인사도 없이…….' 등등 준비했던 인사말과 함께 포장한 슬리퍼를 내밀려던 나는 첫 마디를 뗄 겨를도 없이 우두망찰했다. 좁은 현관을 꽉 채우며 휠체어에 않은 젊은 여자가 달갑잖은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안 그래도 바퀴를 갈아 볼 작정이었어요. 소리가 좀 덜 나는 것으로요. 어쨌든 죄송해요. 도와 주는 아줌마가 지금 안 계셔서 차 대접할 형편도 안 되네요."

    여자의 텅 빈, 허전한 하반신을 덮은 화사한 빛깔의 담요와 휠 체어에서 황급히 시선을 떼며 나는 할 말을 잃은 채 부끄러움으로 얼굴만 붉히며 슬리퍼 든 손을 등 뒤로 감추었다.

    기억속의 들꽃

    “꽃 이름이 뭔지 아니?"
    난생 처음 보는 듯한, 해바라기를 축소해 놓은 모양의 동전 만한 들꽃이었다.
    “쥐바라숭꽃……."
    나는 간신히 대답했다. 시골에서 볼 수 있는 거라면 명선이는 내가 뭐든지 다 알고 있다고 믿는 눈치였다. 쥐바라숭이란 이 세상엔 없는 꽃 이름이었다. 엉겁결에 어떻게 그런 이름을 지어낼 수 있었는지 나 자신이 어리벙벙할 지경이었다.

    아기장수 우투리

    부부는 아기 이름을 우투리라 지었으며 우투리는 아기 때부터 남다른 모습을 보였는데, 방에 잠깐 눕혀놓고 나갔다 오면 아기가 올라갈 수 없는 시렁이나 장롱 위에 올라가 있는 것이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부부가 몰래 우투리를 바라보니 겨드랑이에 붙은 조그만한 날개로 날아다니던 것이었다.

    원미동 사람들

    경호네는 연탄 주문, 쌀 배달 등으로 알뜰히 살아 김포 슈퍼까지 내게 되자, 김 반장의 형제 슈퍼와 출혈 경쟁이 붙는 바람에 헐값에 물건을 살 수 있게 된 동네 사람들만 신바람이난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어떤 놈이든 집을 헐러 오는 놈은 그냥 놔두지 않을 테야!”하며 분노하는 영호에게 아버지 김불이는 체념의 한 마디를 던진다. “그들 옆엔 법이 있다.”

    오발탄

    " 나참, 오발탄 같은 손님이 걸렸군.. "

    그 여자네 집

    동네 노인들은 만득이가 곱단이의 신랑이 되리라는 걸 온 동네가 다 공공연하게 인정하고 있었다.

    장마

    "정말 지루한 장마였다."

    서울, 1964년 겨울

    "모두 같은 방에 들기로 하는 것이 어떻겠어요?"
    "혼자 있기가 싫습니다."

    여관에 들어와 같이 있자고 제안하는 사내의 말을 뿌리치고 방을 각각 세개를 잡아서 한 사람씩 들어갔다.

    비오는 날

    동욱은 아마 십중팔구 군대에 끌려나갔을 거라고 하고, 동옥은 아이들처럼 어머니를 부르며 가끔 밤중에 울기에, 뭐라고 좀 나무랐더니, 그 다음날 저녁에 어디론가 나가 버렸다는 것이다.

    시집가는 날

    맹 진사: 손녀딸 갑분이 말씀인데요. 어떨까요, 김 판서 댁 자제하구?
    맹 노인: 누구하구?
    맹 진사: (벌떡 일어나며 소리지른다.) 호수 건너 마을 김 판서 댁 자제 미언이하구요!
    맹 노인: 호오? 김 판서 댁? 좋지. 암 좋구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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