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세상을 비춘다

미소짓는 태양 2009. 12. 18. 15:21

삼성 이건희 앞에만 서면 권력은 왜 작아지는가
주장 법 질서 앞세우는 날선 칼날은 이건희 앞에선 방패로 변신 중  
 
기득권 그룹의 핵심 인사와 조직을 중심으로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을 사면하자는 주장이 널리 퍼지고 있다.

 

처음에는 한두 명의 정치인으로 시작하더니 그 다음은 평창 올림픽 위원회와 체육계 그 다음은 재계로, 그 다음은 국회 의원들로, 그 다음은 이명박 정권의 핵심인 장관들로, 그 다음은 한나라당 장광근 사무총장과 홍준표 전 한나라당 원내 대표로, 그 다음은 이른바 경제 5단체까지 폭풍 같은 기세로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전례가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집권 세력, 기득권 세력들이 똘똘 뭉쳐 이건희 전 회장의 사면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기득권 세력의 사면론에 대한 반대 의견이나 비판 의견은 간혹 나오고 있을 뿐이다. 그 마저도 큰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에 반해서 기득권 그룹의 사면론은 거의 모든 신문과 방송에서 연일 전파를 타고 있다. 재벌 삼성과 이건희씨는 과연 힘이 세긴 세구나 싶다.

 

이건희씨가 60개월의 집행 유예 판결을 받고 이제 겨우 4개월이 지난 시점에 실제 범죄에 비해 솜 방망이 처벌에 불과했던 집행 유예조차 아예 없던 일로 하자고 한다. 삼성은 대한민국 법 질서의 성역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

 

이명박 정권은 줄곧 원칙과 법 질서를 강조해 왔다. 그들만의 법과 원칙을 내세우면서 노동자, 도시 빈민과 촛불 시민에게 폭군 이상으로 무자비하게 칼을 휘둘러 목숨을 빼앗고, 목숨과 같은 일 자리를 빼앗고 긴긴 감옥 행렬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 날카롭던 칼날은 이건희에 이르자 완전 무뎌진 걸 넘어 한없이 부드러워지고 마침내는 이건희를 튼튼하게 막아 주는 방패로 변신 중이다.

 

앞에 말한 장관들은 평창 올림픽을 앞세우고 다른 사람들은 평창 올림픽에 더해 경제 회복과 경제 안정 또는 국익을 이야기한다.

 

경제 회복도, 올림픽 유치, 국익도 정당성과 원칙이 훼손되면 우리 사회가 겪어야 될 고통은 엄청나고 다시 회복되는 데는 50년이 걸릴지, 100년이 걸릴지 모를 일이다. 아니 영원히 회복되지 않는 상처로 남는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헌법 11조 1항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법은 만인에게 평등할 때 존재 이유가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법률은 삼성 앞에만 서면 힘을 못 쓰고 있다. 바로 이건희 사면 논란 과정 자체가 대한민국에 법 질서의 성역이 존재함을 실증하고 있다.

 

검찰이 김용철 변호사가 내부자 제보를 통해 증거를 들이 밀어도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건 누구나 기억하는 일이다.

 

검찰을 믿을 수 없다는 여론 때문에 만들어진 조준웅 삼성 특검도 삼성에게 면죄부를 주는 데 급급했다. 오죽했으면 정의 구현 사제단에서 특검을 중단하고 검찰에게 넘기라는 말까지 했겠는가.

 

사법부는 이건희 전 회장의 범죄 행위에 비해 아주 약한 처벌을 했다. 경영권 불법 승계와 조세 포탈이라는 무거운 범죄 행위에 대해 고작 3년 형과 5년 집행 유예 판결을 내렸다.

 

집행 유예 판결 5년이 선고된 뒤 100일 밖에 안 된 시점에 현직 장관들이 나서고 집권 당의 사무총장까지 나서서 사면, 복권을 서두르는 것은 삼성 앞에서 집권 세력이 얼마나 작고 초라한 모습으로 서 있는지 제대로 보여 준다.

 

또 사법부는 삼성 에버랜드 신주 인수권부 사채(CB)를 이재용씨에게 헐값 매각을 해서 불법 경영권을 승계한 과정은 처벌조차 하지 않고 넘어 갔다. e삼성 지분 매각 의혹 또한 그냥 넘어 갔다. 삼성 앞에만 서면 검찰도, 특검도, 사법부도, 정치 권력도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건희 사면론자들은 경제 위기 극복과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서 이건희씨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건희씨가 사면된다고 해서 경제 위기가 극복되는 게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아는 일이다. 이 주장의 본질은 우리 기득권 세력의 회장님을 왜 사면하지 않고 죄의 굴레를 씌워 반재벌 정서를 퍼뜨리고 우리 재벌과 보수 세력을 불명예스럽게 하느냐고 항변하는 자본과 보수 세력의 공격에 다름 아니다.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이건희씨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옳지도 않고 사실도 아니다.

 

올림픽 정신, 스포츠 정신의 생명은 공정함에 있다.

 

이건희씨는 옳지 않은 불공정한 방법으로 회사를 세습하고 수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주식을 차명으로 관리하면서 탈세를 하고 경영권 장악과 불법적인 승계를 시도했다. 이건희씨는 이병철 회장과 마찬가지로 무노조 원칙을 고수하여 이건희 체제의 삼성에서는 부당 노동 행위가 끝도 없이 이루어져 왔다.

 

불공정과 편법을 일삼은 삼성 이건희씨가 평창 올림픽 유치에 적합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역대 올림픽 위원들 대다수가 사법 처리가 되어 올림픽 위원회에서 퇴출되거나 자격이 정지되었다.

 

김용운 위원이 2004년 실형 받아 국제 올림픽 위원회 (IOC) 부위원장을 자진 사퇴했다. 지금 대한 체육회 회장을 맡고 있고 이건희씨 사면에 앞장서고 있는 박용성 위원은 2007년 9월 공금 횡령 혐의로 2년 형 선고 받은 뒤 자진 사퇴했다. 또 이건희씨는 사법 처리 되면서 2008년 7월 베이징에서 열린 올림픽 집행 위원회에서 자격 정지를 받은 상태이다.

 

올림픽 위원에겐 올림픽 정신에 맞는 윤리 의무가 있다.

 

이건희씨는 이미 윤리 의무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서 사법 처리까지 되었다. 이건희씨는 국제 올림픽 위원으로서 높은 윤리 의식과 행동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무거운 범죄를 저질러 대한민국의 명예를 떨어 뜨리고, 한국의 스포츠 외교력을 크게 위축시킨 장본인이다.

 

큰 죄를 저질러 처벌을 받고 있는 상태인데 평창 올림픽 유치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그를 사면해서 올림픽 유치 무대에 내 보내면 국제 스포츠계에서 한국과 한국 국민, 한국의 사법 수준을 어떻게 보겠는가! 이는 곧 나라 망신시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동아대 정희준 교수가 손석희 시선 집중에서 한 말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정교수는 만약 이 전 회장이 사면돼 전면에 나선다면 (경쟁 상대인) 독일, 프랑스에게 역공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건희씨는 두 번에 걸친 평창 올림픽 유치 과정에 올림픽 위원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지난 2007년 과테말라 총회에서는 프리젠테이션까지 직접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물론 이건희씨가 모든 책임을 질 일은 전혀 아니지만 이건희씨가 사면되어야만 평창 올림픽을 유치할 수 있다는 주장이 허구적이라는 것을 잘 보여 주는 생생한 기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2007년 2월 같은 이유로 노무현 정부가 두산 전 회장인 박용성씨를 사면했지만 결과는 유치 실패였다.

 

2007년엔 폭 넓은 인맥을 가진 재벌 회장 두 명이 IOC 위원 자격으로 함께 뛰었음에도 실패하고 만 것이다.

 

현재 문대성 교수가 국제 올림픽위 선수 위원으로 있다. 그는 당선될 때 가장 높은 지지율로 당선된 위원이기도 하다. 선수 위원도 모든 권한이 일반 위원과 똑같은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 위원이다.

 

그 말고도 평창 유치를 위해 뛸 수 있는 사람은 많이 있을 것이다.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 위원회도 있고, 정부와 체육계 안에 훌륭한 사람도 많이 있다.

 

국제 올림픽 위원회 위원만 위원을 접촉할 수 있다는 궁색한 이유를 내세우면서 이건희 대망론을 말하는 것은 허구적인 것이다. 올림픽 개최지는 특정인의 로비에 의해서가 아니라 개최를 신청한 나라와 개최지의 준비 정도와 그 나라의 종합적인 역량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건희 사면론의 본질은 평창 올림픽 유치를 명분으로 이명박 정권을 이용하여 재벌과 자본이 자신의 힘을 자랑하고 기득권을 더욱 강화하려는 몸 부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명박 정권이 이건희씨를 성탄절이나 신년 또는 삼일절이나 광복절 때 사면한다면 이명박 정부의 원칙법 질서 확립에 대해서 기득권 그룹들조차도 믿지 않게 될 것이고, 법치주의는 완전히 무너지고, 유전 무죄, 무전 유죄를 다시 증명하는 사례가 될 것이다.

 

생계형 서민을 제외하고 정·재계의 사면은 없다던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가는 클 것이다. 이건희씨 사면은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이명박 정부의 정당성을 크게 해치는 뇌관이 될 것이다. 그 땐 후회해도 늦다.

 

오마이뉴스 최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