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진·답사기/성동구·광진구

도봉산고양이 2018. 9. 19. 12:40



* 도심 속의 조촐한 민간 신앙의 현장, 행당동 아기씨당

한양대와 가까운 행당동 주택가 속에 아기씨당이라 불리는 맞배지붕 당집이 있다. 고즈넉한 돌담에 둘러싸인 당집으로 당집과
좁은 뜨락, 그리고 조선 후기 것으로 보이는 석탑이 아기씨당의 전부이다. 평소에는 굳게 잠겨져 있어 내부 관람이 어려우나
당굿이 열리는 음력 10월 3일에는 특별히 속세에 개방하여 속인들을 맞이한다. 성동구의 지원으로 비록 인지도는 낮지만 지역
행사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5명의 아기씨(공주)가 봉안되어 있다. 호랑이가 담배 맛을 알기 이전, 북쪽 어딘가에 있었다는 그들의 나라가 망하자 
피난을 왔다고 한다. (또는 전쟁을 피해서 왔다고 함) 들장미와 찔레꽃이 만발한 강변에 몸을 숨겼다고 한다. 허나 찔레 말고는

먹을 것이 없어 몸은 점점 쇠약해졌고 결국 왕십리에서 어린 나이에 인생을 마쳤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이곳에 마을이 들어섰고, 마을 촌장의 꿈에 그들 공주가 나타나 자신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마침 마

을에 이상하게도 변고가 이어지자 그들의 원혼을 달래고자 사당을 세우고 음력 4월과 10월에 마을굿을 벌이며 마을의 안녕과

화합을 빌었다. (서울에서 마을 당집을 '부군당'이라 부름)


아기씨당이 언제 지어졌는지는 정확하지 않으나 영조 시절은 18세기 초~중반으로 여겨지며, 몇번의 이전을 거쳐 1944년 현재

자리에 안착하게 되었다. 이곳에 자리잡기 이전에는 왕십리역 부근에 있었는데 왜정이 철도역과 왜인 거주지를 만들면서 현재

자리로 옮겨졌다. (또는 동네 노인의 꿈에 다섯 공주가 나타나 시끄러우니 자리를 옮겨달라고 현몽을 했다고 함) 1947년 퇴락한
건물을 개축했고 1968년에 채색을 입히고 수리를 하여 지금에 이른다.


아기씨당 당주는 김옥렴 무녀로 3대째 이곳을 지키고 있다. 서울에 몇 남지 않은 전통 무속 신앙의 현장으로 당 내부에는 제단
이 있고 '아기씨당 봉건기' 현판과 무신도가 걸려있다. 무신도는 22점(이중 16점이 지방문화재로 지정됨)이 있으며, 이르면 17
세기 늦어도 200년 정도는 묵은 것으로 여겨진다.
음력 4월 보름에 아기씨를 기리는 탄신제를 지내고 음력 10월 3일에 당굿을 겯드린 대동제는 지낸다. 바로 그 (음) 10월 3일에
속세에 공개하여 지역 행사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행사는 11시부터 17시 정도까지 하며, 점심시간에는 점심을 제공한다.
굿은 오후에 13거리로 치뤄지는데 서울의 일반 재수굿의 형식이나 당의 주인공인 아기씨를 위한 굿거리가 별도로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때는 이곳 당주인 김옥염 여사와 전승자가 나서며 5~6명의 악사가 출연해 굿과 공연을 펼쳐간다.

1. 처음으로 구경하는 아기씨당
아기씨당은 정면 2칸, 측면 1칸의 조그만 맞배지붕 집으로 바로 옆에 생활공간과 부엌이 딸린 현대식 집이 작게 붙어있다. 당

뜨락에는 당굿을 구경하러 온 사람과 관계자들이 한참 점심을 먹고 있었다. (나는 먹지 않고 조금 구경하다가 나왔음)



2. 모처럼 활짝 열린 아기씨당 후문 - 아기씨당은 행당동 주택가 언덕에 자리해 있다. 정문은 주택가에, 후문은 당 서쪽 언덕
배기에 자리한다.




3. 아기씨당 옆 돌탑 앞에 마련된 제물들 - 당굿이 열리는 (음) 10월 3일을 맞이하여 서낭당 돌탑도 간만에 제사 음식을 대접
받았다. 제물 중에 무려 열대과일인 바나나가 있어 바나나가 우리 식생활에 깊이 들어왔음을 알려준다.


4. 아기씨당 서낭당 돌탑 주변


5. 아기씨당 무신도들
조선 중기(17세기) 또는 조선 후기(19세기)에 조성된 무신도로 서울 지방문화재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그림 상태가 좋지 못해

과학적인 건강 관리가 절실해 보인다. 무신도에는 이곳의 주인인 다섯 공주를 비롯해 삼신불, 장군 등 무속 신앙에서 중요시하

는 존재들은 거의 다 담겨져 있다.







6. 정체가 아리송한 아기씨당 5층석탑

당 뜨락에 2m 남짓의 조그만 5층석탑이 멀뚱히 서 있다. 바닥돌과 5층의 탑신이 전부로 조선 후기 것으로 여겨지며 자세한
사연은 딱히 전하는 것이 없다. 아마도 무속신앙용으로 세웠거나 부근에 있는 탑을 가져온 모양이다. 사진에서 보면 5층 위
에 머리 장식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저건 조그만 돌을 올려놓은 것이다.





7. 아기씨당 정문으로 인도하는 골목길 - 오른쪽 돌담 너머가 아기씨당 영역이다. 올해도 변함없이 아기씨당 당굿이 열린다고

하니 뜻있는 사람은 한번 가보기 바란다. (나도 다시 가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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