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칼럼/[단편] 칼럼

눈사람 2016. 2. 2. 08:32

안철수의 정치노선


   드디어 오늘(2/2) '국민의당'이 창당을 선언하고 본격적으로 수권정당이 되기 위한 활동을 시작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자신의 정치노선을 '합리적 개혁노선'이라 밝힌바 있다. 총선을 앞두고는 고상한 정치이념보다 쉽고 간결한 정치구호가 필요한 시기다. 예를 들면 문국현의 '사람이 희망이다' 같은 구호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념은 정치의 좌표로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이념과 철학은 구체적인 행동양식을 결정하는 신념과 의지의 DNA와 같기 때문이다.

   2013년 안철수 대표는 당시 '내일' 이사장이었던 최장집 교수가 제시한 '진보적 자유주의'가 자신에게 숙제이고, 정치이념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최교수와의 동행은 3개월 만에 끝났다. 안 대표는 '진보적 자유주의'를 자신의 말이 아니라고 했고, 그 후로 안철수는 정치이념을 말한 적이 없다. 2012년 정치에 입문하면서는 '한나라당은 아니라고 본다'는 말을 한 적 있지만, 그것이 '보수'라는 한국적 우파진영 모두를 비토한 것이라 보는 이는 없다. 이후 정치행보로도 알 수 있는 것은 새누리당이라는 낡은 정치 시스템은 비토해도, 그곳에 몸담은 정치인과는 함께하려고 노력했다. 더욱이 낡은 정치 모델이라는 인식은 야당에게도 동일한 잣대였고, 그런 이유로 그는 야권의 혁신을 위해서 노력했다.

   그리고 최근 새정치 민주연합을 나온 안철수는 그동안의 정치활동에서 얻은 현실인식을 응축한 정치노선을 발표했는데, 그것이 '합리적 개혁노선'이다. 물론 '진보적 자유주의'라는 이름을 자신의 정치노선으로 내세우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낸 공정성장론은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를 극복하는 대안'이라는 의미로서 '진보'가 맞다. 또 그의 언행과 정치적 행보는 그대로 '자유주의'다.(자유주의에 대해서는 글 아래 최 교수의 인터뷰 내용을 첨부한다.) 즉, '진보적 자유주의'라는 말만 쓰지 않았을 뿐, 그것이다 해도 틀리지 않은 것이다.

   안철수 대표는 진보와 자유주의(보수)를 아우르는 '중도'가 대한민국의 해법이라고 제시한다. 굳이 정치노선이라고 해서 둘을 한묶음으로 '진보적 자유주의'라고 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으라는 것처럼 새이름으로 '합리적 개혁노선'도 좋다. 색깔만 있고 내용이 없는 한국 정치는 실사구시가 필요하고, 이름보다 내용을 중시하는 정치문화가 절실하다.


16년2월2일, 국민의당이 창당하는 날에 눈사람 씀.


   <붙임.> 최장집 교수는 진보를 '시장 만능의 신자유주의 질서에 저항하는 가치와 세력'이라고 규정했다. 또, 자유주의에 대해서는 세가지 가치를 말했는데, 설명이 길어지지만 안철수의 정치행보안에 녹아있는 자유주의적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 그대로 옮긴다.

   " 내가 보는 자유주의 가치는 세가지다. 첫째, 공존이다. 자기와 생각이 다른 개인이나 사회 집단이라 해도 공존할 수 있는 관용 정신이 필요하다. 우리는 너무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선악으로 양분한다. 이분법적 사고 방식이 모든 사회 정치에 확산돼 있다. 상호성이 필요하다.

   둘째, 절차적 정당성이 존중받아야 한다. 상대를 인정해서 타협하고 합의를 이끌어가는 절차의 중요성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식의 관점이 팽배했다. 자유주의에선 법의 지배가 중요하다. 이를 통해 개인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다.

   셋째, 시빌리티(civiility: 예절 혹은 예의)가 중요하다. 우리 사회의 말과 언행이 너무 거칠고 살벌하다. 이성적 토의를 통해 타협하고 컨센서스를 만들어가는 풍토를 만들지 못했다. 자유주의는 이런 것들을 진작하는 가치다."

/ 최장집 명예교수(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 2013년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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