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작소설(小說) ◈

스파이크 2014. 9. 2. 12:15

 

 

★ 

 

…이제 니들은 행복 끝, 불행 시작이여…

 

어슬렁 어슬렁 거리며 지는 해를 노곤하게 등 뒤로 맞고 걸어가는 예비역 병장의 그 마지막 말이 저한테는 상당히 인상적이었었나 봅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는 나도 언젠가 저런 말을 한 번 써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잊지 않겠다는듯 몇 번이고 되네인걸 보면 말이지요. 아참, 그리고 논산 훈련소를 호텔이라 부른 그 표현도 그 때 처음듣는 것이었는데, 28사단 신병교육대를 나온 녀석들은 논산 훈련소를 가보지도 못 했으면서도 다들 그런 말들을 지껄이는게 솔직히 웃기지도 않았습니다. 아마도 물자가 집중되는 논산 훈련소보다 훨씬 떨어지는 열악한 지원 환경 때문에 그런 소리가 나온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무튼 그렇게 전투화를 닦고 사단 휴양소란 이름에 걸맞게 하루밤을 편안히 보낸 우리들은 다음 날부터 어떤 일들이 불어 닥칠지도 모른 상태로 아침 점호를 끝내곤,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각자 부여받은 번호에 따라 육공트럭 반 정도 되는 일명 '포차'라고 불리는 트럭에 실려 또 다시 어디론가로 떠나갔지요.

 

그 날 아침, 식사를 다하고 걸어 나올 때 하늘에서는 앞으로의 암울한 상황을 예고나 하듯 약한 빗방울이 머리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날씨가 잔뜩 인상을 찌푸리는가 싶더니 포차에 몸을 실코 호로를 씨운 깜깜안 트럭 안 실내에 앉아 이동하는 순간 본격적으로 비가 쏟아져 헝겁 지붕 표면에 작은 콩들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지요. 그 포차엔 길다란 길거리 밴치 같은 나무 의자가 양 옆으로 붙어 있었고 두꺼운 천으로 된 헝겁으로 트럭을 감아 논듯 한 깜깜한 안쪽 공간은 습기를 잔뜩 머금은 세상 만큼이나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어디에 떨어질지 모르는 불안한 표정의 신병 열명 정도가 함께 타고 있던 포차 실내엔 그런 축축해진 어두움을 반영이나 하듯 침울암이 감돌기 시작했지요. 그렇게 서로가 아무런 대화도 없이 트럭이 달리는데로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지붕 천장 헝겁 덮게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노라니 마음 한 구석이 깊은 늪에라도 빠져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 갑갑함을 못 참는 저로썬 어떻해든 밖을 내다 보고픈 생각이 간절 했습니다. 그래서 빛이 새 들어오는 구멍을 찾아 동기놈과 자리를 바꿔 손가락을 넣고는 구멍 사이로 세상을 몰래 훔쳐 보려 노력했지요.

 

그 때 바라본 밖의 풍경은 온 통 푸른 숲이 빼곡하게 솟아 있는 산 속이었으며 많은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라 낮은 구름들이 산 중턱 사이에 걸쳐져 있어 마치 산수화를 보는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아무튼 그런 곳을 굽이굽이 포차는 느린 속도로 온 힘을 다 짜내 올라간다고 엄청나게 티를 내듯 끄릉끄릉 소리를 토하곤 달려가고 있었고, 그런 모습을 속삭이듯 동기 놈들에게 알려주자 한 놈 한 놈씩 궁금증이 일었는지 밖을 내다보며 정말 전방으로 향하는 것을 확신이나 한듯 나무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아 말 없이 심각한 얼굴들로 트럭 바닥만 쳐다 보았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을 넘게 달렸을까, 어딘지도 모르는 부대 막사 앞에 내려선 동기 놈들 중 다섯 명은 또 다시 다른 포차로 분산 돼 태워졌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 인원도 '원사' 마크가 선명한 할배의 인솔아래 그를 따라 또 다시 다른 포차에 탑승 하여 이동을 시작 했습니다. 그 때 도착한 곳이 나중에 알고 보니 무적태풍 28사단 81연대 본부중대 앞 인 것을 알았고 그곳에서 4대대로 다시금 출발한 것이었지요.

 

81연대에서 포차를 또 다시 갈아타고 한 참을 갔다고 생각하는 찰라 포차가 잠시 속도를 늦추는가 싶더니 끙끙 거리며 언덕을 오르자 밖에서 '태풍'이라는 경례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땐 몰랐는데 4대대로 들어가는 입구 '위병소'에서 포차 조수석에 앉아 있는 원사를 보고 차를 멈추지 않고 경례를 붙이는 소리였지요. 그 언덕을 크르렁 거리며 잠깐 올라간 포차는 4대대 본부중대 앞에 멈춰섰고, 다들 내리라는 원사 할배의 말에 떠블백을 서둘러 메고는 포차 짐칸에서 뛰어 내렸습니다. 그 때가 무적 태풍 28사단 81연대 4대대 땅을 처음 밟은 순간이었고 내가 2년 2개월을 눈물로 보낼 부대에 첫 발을 디디던 첫 걸음을 뗀 순간이었지요. 미국의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내린 '닐 암스트롱'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란 명언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한 인간의 작은 발걸음이자 지옥을 향한 도약이었단 생각이 지금까지도 들고 습니다. 어쨌건 차에서 내린 우리는 본부중대 안에 있는 막사로 들어가 떠블백을 놓고 잠시 대기하였습니다.

 

그리곤 다시 원사 할배가 올 때까지 침상 끝에 앉아 정렬하고 기다리라는 명령에 따라 멍하니 불안한 마음만을 품은채 가만히 숨죽이고 앉아만 있었지요. 그 후 비는 소강 상태에 접어 들었고 시간이 좀 지나 다시금 원사 마크를 단 그 할배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곤 이제 곧 대대장님이 도착할 것이고 신병 신고식을 해야하니 제일 키 큰 놈인 나보러 대표가 돼, 신고를 하라는 명령을 하더군요. 한마디로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야하는 곳이라 내 의사 따위는 별로 중요치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종이에 코팅된 신고식 내용이 적힌 A4용지 하나를 들이 밀었는데 그걸 빨리 외우라 하였지요. 그리곤 점심 식사 후에 신고식을 끝내고 각 중대로 너희들을 넘겨야 한다고 말 했습니다. 그 종이에 쓰인 내용은 대대장님께 경례. 태풍. 신고합니다. 신병 '이한성'외 4명은 1993년 5월 O일부로 논산 훈련소에서 제 28사단 81연대 4대대로 전입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라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대뜸 나보러 신고를 하라는 명령에 사람들 앞에 나서 뭔가를 해보지 않았던 내성적인 저로선 몹시 당황할 수 밖에 없는 사건이었고 그 짧은 단어로 된 글자가 잘 외워지지 않았지요.

 

아무튼 본부중대 막사 안에서 점심 시간이 지나 식사를 할 수 없었던 우리는 일단 논산 훈련소에서 받아온 개인용 전투 식량으로 식사를 끝내고 할배 원사의 지도하에 신고식 준비에 한창이었습니다. 목소리가 터져라 신고합니다. 신병 이한성 외 4명은 1993년 5월 몇 일부로 논산 훈련소에서 제 28...를 외우는데 꼭 중간에서 이상하게 막히더군요. 몇 번이고 반복에 반복을 해도 점점 더 긴장만 되고 말을 더듬다 보니 더 버벅 거리게 됐습니다. 또 한 실수 할 때마다 대가릴 박고 뺨을 한 대씩 맞았는데 그게 오히려 정신도 하나 없고 뭐가 뭔지 세상이 빙글빙글 웅웅 거리며 도는 것만 같은 느낌만 가중 시켰지요. 더불어 나로 인해 대가릴 박는 동기놈들에게도 너무나 미안하고 육두문자를 퍼붓는 원사 할배새끼의 원망까지 더해져 당황함과 긴장감은 극에 달했습니다. 그렇게 3시간 정도를 연습하고 목소리가 다 쉬어 갈 때 쯤 완벽하게 연습을 끝낸 우리는 17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 본부중대 앞에 찝차를 타고 나타난 대대장 앞에서 신고식을 치뤘지요.

 

대대장님께 경례. 태풍. 신고합니다. 신병 이한성 외 4명은 1993년 5월 O일부로 논산 훈련소에서 제 28사단 81연대 4대대로 전입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태풍. 이렇게 짧은 몇 마디를 목청이 터져라 외치는 것이 얼마나 대단일이고 전투력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지금까지도 이해 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대대장과의 그 짧은 만남을 위해 기다리는 동안, 온 갖 살벌한 풍경을 연출하며 신병들을 주눅들게 만들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정말 온당하고 정당했던 것인진 되묻지 아니할 수 없네요. 그럼 네가 잘 외우고 빠릿빠릿 알아서 했으면 맞지 않고 편하게 쉬었을 것 아니냐 묻는 사람이 있을겁니다. 그 말도 맞는 것일 수 있겠지만 어짜피 대대장은 뭐가 그리 바쁜지 그 당시 부대내에 있지도 않았고 그를 만날 때까지는 별반 할일도 없던 우리였기에 신고식 준비가 아닌 다른 일을 했을꺼란 생각은 들지 않네요. 아무튼 누구나 잘 하는 것이 있고 그렇지 못 하는 것이 있다는걸 저는 얘기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신고식을 무사히(?) 마친 우리는 다시 떠블백을 챙겨들고 본부중대 사열대 앞에 서서 잠시 대기하였고 상사 할배 두 명이 연병장을 사이에 두고 각자 왼쪽과 오른쪽에서 올라 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곤 5명의 신병 중에서 키가 작은 두 명은 왼쪽 상사를, 나머지 덩치가 큰 3명은 오른쪽 상사를 따라가게 되었지요. 그렇게 어미 오리를 따르듯 떠블백을 메고 일렬로 졸졸 따라가던 우리는 연병장 우측에 있는 막사로 걸어 내려갔습니다. 그리곤 막사 중앙에 있는 통로로 들어가 우측 구석진 방 안으로 인도 되었는데 그곳이 바로 '행정반' 이었지요. 행정반은 중대 내 모든 행정 업무를 맡아 처리하는 곳으로 나이가 많은 신병이나 사회에서 행정 경험이 있는 사람을 위주로 일병을 달게 되면 선별적으로 뽑아 앉혀 3명 정도의 구성원으로 번갈아 가며 근무를 서는 곳이었습니다.

 

특히 야간 불침번이나 휴가, 외출, 외박 등의 인허가를 도맡아 처리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조금 편하게 이해 될 수 있을 것 같군요. 아무튼 내가 근무할 중대의 상사 할배 '김옥순'의 안내에 따라 좁은 행정반에 들어간 우리 세명은 각을 잡고 쪼르르 앉아 정면만을 응시하고 바짝 긴장하여 흐르지 않는 시간의 땀방울이 눈섭 옆을 굴럴 떨어지는지도 모른채 상사에게 경례 후 부산히 움직이는 병장 한 명을 곁눈질로 관찰하였습니다. 그 병장 마크를 단 새우젓처럼 깡마르고 키 작은 행정병은 볼 일 있어 바로 나간다는 상사에게 다시금 찔끔 거리듯 경례를 하고 옆으로 이어진 막사에 대고 소리쳤지요.


야, 신병왔다.   

긴글이라 시간내서 읽어보내여..ㅎ
자대배치 ..신병 ..
아들넘 군대 보낼때는
그저 떨어져 지낸다는 생각으로 찔찔거렸던 기억이 나지만
막상 이 글을 보니 무심했던 엄니였구나 싶어여

얼마나 떨리고 가슴 졸였을까...
훌쩍..눈물 날려고 허넹 ..ㅠ ㅠ

스팍님두 줄을 잘못 섰군요
우짜노..고생했슈...
4편 보시면 깜짝 놀라실 듯~!!
ㅋㅋㅋ
암튼 줄 잘 못 슨거는 확실해요~!!! 푸핫~!!
그래서 지금까지 비오기 전엔 알아 누워 있어요.
현가리 4대대네요,, ㅋㅋㅋㅋㅋ, 저도 비슷한 시기에 자대 배치 받았는데,,,
현가리...ㅋㅋㅋ
3.24일~ 입대합니다. 저가 아직 이런곳은 처음이다 보니 너무 긴장이되내요
무엇을해야할지 너무 생각만 하다가 군입대 할것같아요
여러분 한번만 도와주세요 힝힝
이제 제대한지 한 참 지났겠군요.
좋은 추억으로 남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