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작소설(小說) ◈

스파이크 2014. 10. 1. 13:33

 

!!!~, 복무신조 외워 봐~!!!

 

쪼그려 뛰기를 마치고 허벅지의 고통이 뇌로 전달됨을 느낌과 동시에 떠블백을 열고 닫고를 반복하며 뚜들겨 맞아서 그런지 정신이 하나 없던 저에게 최병장은 갑자기 복무신조를 외워 보라 주문하였습니다. '복무신조'란 군에 가서 기본적으로 숙지() 해야하는 필수 암기사항으로 기본적 군가 20여 가지와 복무신조, 애국가 1절에서 4절까지 중 하나를 일컷는 것이지요. 일단 복무신조를 나열해 보자면 "우리는 국가와 국민에 충성을 다하는 대한민국 육군이다"라는 서두의 말로 시작 해, 하나.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며 조국통일의 역군이 된다. 둘. 우리는 실전과 같은 훈련으로 지상전의 승리자가 된다. 셋. 우리는 법규를 준수하고 상관의 명령에 절대 복종한다. 넷. 우리는 명예와 신의를 지키며 전우애로 굳게 단결한다라는 4가지 수칙으로 이루어져 있지요. 하지만 훈련소 시절 아침, 점심, 저녁 식사 집합 전에 식당 앞에서 조교들이 지속적으로 암기를 시키고 점호 시간에 서로 마주보고 지겹도록 선창하게 하여 딸딸 외우도록 하기에, 자대를 배치 받기전엔 다들 완벽하게 암송할 수 있게 머리속에 각인 돼 훈련소를 떠나게 됩니다.

 

하지만 떠블백 검사도중 매 맞고 '얼차려'라 불리는 '할딱까리'를 한 직후에 갑자기 툭 튀어나온 복무신조를 외워 보란 명령에는, 자신의 정신조차 가눌 수 없는 상태에서 그것을 생각하고 말을 하기가 쉽지 않았지요. 그렇게 얼떨결에 받은 질문에 답변인 복무신조를 외워보려 기억을 더듬는 순간 최병장은 목소리를 더 크게 키워 복무신조 외워 보라고 이 씹쎄끼야라고 욕을하며 깔딱 거리던 슬리퍼 한 짝을 자신의 낭심 쪽으로 휙 던져 오른손으로 잡는가 싶더니 바로 저의 몸뚱아리에 던졌습니다. 아무튼 일단 던진 슬리퍼를 피할세도 없이 움찔하며 맞은 나는 어떻해든 정신을 차려 외워보려 노력하였는데 최병장이 슬리퍼를 다시 집어 침상 복도에 툭 던져 놓터니 아, 이 개새끼 졸라 빠져가지고...야, 떠블빽 짐 다 챙겨 씹쎄끼야라고 말했지요. 그리곤 빛의 속도로 마구 서두르며 떠블백의 짐을 챙기는 나에게, 떠블빽 다 챙겼으면 입에 물어 새꺄라고 명령했습니다. 떠블백 중간에는 일반 가방과 마찮가지로 손잡이가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만들어져 있는데 그걸 입으로 물라는 것이었지요. 그리곤 다시금 최병장은 쪼그려 뛰기 준비라고 무덤덤한 말을 뱉었습니다.

 

일단 떠블백의 짐을 몽땅 싼 저는 떠블백을 입에 물고 아까와 같이 토끼뜀 자세를 취했지요. 그리곤 최병장의 쪼그려 뛰기 20회 실시란 명령하에 5Kg에 달하는 떠블백을 입에 물고 깡총깡총 침상 위를 시계 방향으로 최병장의 구령에 맞춰 돌았습니다. 그렇게 쪼그려 뛰기를 하고 있을 때 반대편 침상을 보게 됐는데 저의 동기인 김경재도 황병장의 통솔하에 떠블백을 입에 물고 깡총깡총 뛰고 있더군요. 그 때, 그 짧은 순간 제자리를 뱅글뱅글 돌며 얼마나 고통 스러웠는지 세상의 시간이 슬로우 비디오처럼 흘러가는 듯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쪼그려 뛰기의 절반인 10회를 넘어가자 목과 이빨이 너무 아팠고 다리도 벌벌 떨리면서 꼭 죽을 것 같은 고통을 온 몸으로 느끼기 시작했지요. 땀은 흐르고 세상에 나 혼자 온 갖 고통을 당하는 착각에 빠져들 때 쯤, 갑자기 옆의 2소대 침상에서 떠쁠빽을 입에 물고 쿠궁하며 옆으로 쓰러지는 경재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런걸 놓칠세라 바로 황병장은 김경재에게 쫓아가 뺨을 마구 후려 갈기는 장면이 목도 되었지요. 그런 광경에 기겁을 한 저는 어떻해든 쓰러지지 않고 끝까지 20회를 해야겠다는 생각과 차라리 쓰러져 저렇게 맞는게 더 편하지 안을까 하는 별별 생각을 그 짧은 순간에 마구 머리속으로 굴려 보았습니다.

 

그렇게 간신히 20회를 끝낼쯔음 옆 침상에서 황병장의 어처구니 없는듯한 말투가 들려 왔습니다. 지금 우는거냐, 울어, 우는 거냐고... 그러면서 뺨 맞는 소리가 철썩철썩 들렸고 김경재는 아닙니다, 아닙니다를 외치기만 했지요. 저는 그 때 분명 경재가 울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게 결코 쪽팔린 행위가 아니라 그렇게 인격적 무시와 학대를 감행해 울음을 터트리게 만든 자들이 부끄러워 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지요. 각설하고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 그렇게 20회의 쪼그려 뛰기를 끝낸 나는 벌벌 떨리는 허벅지 앞에 떠블백을 물고 정신이 혼미한 멍한 귀속으로 황병장의 야, 이 새끼 운다, 울어, 병신 새끼라며 낄낄 거리는 웃음 소리를 메아리처럼 공허하게 들었습니다. 그렇게 쪼그려 뛰기가 끝난 나의 행동을 확인한 최병장은 저쪽에서 저새끼들이 울거나 말거나 관심 없다는듯 입에 물고 있던 내 떠블백 손잡이를 잡고 침상위에 놓은 뒤 이렇게 물었지요. 괜찮냐. 그 질문에 네,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하자 최병장은 저를 보고 씩 웃더니 야이 씹쎄끼야, 입술 끝에서 피가 나는데 괜찮냐라며 두루마리 휴지를 잘라 입에 가져다 주며 꽉 누르라 했습니다. 그러더니 야, 연고 좀 가져와라라고 침상에서 점호 준비로 바쁜 녀석들에게 명령했습니다. 그 말에 침상 정리를 하던 일병 하나가 후다닥 티비 옆에 있는 붉은 십자가 표시가 그려진 구급상자를 꺼내 최뱀 앞으로 달려 왔습니다. 그리곤 연고를 찾아 입 끝에다 발라 주면서 오늘은 시간 다 됐으니 그만 하자더군요. 그렇게 저와 김경재의 지옥같은 떠블빽 검사는 끝이났고 빈 관물대를 배정받은 후에 최병장이 시키는데로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그 후 땀을 많이 흘린 나와 김경재는 치솔, 치약, 비누 등이 들어있는 황토색 비슷한 세면빽을 챙겨 침상 정리를 하고 있던 일병 뒤를 따라가라는 최뱀의 명령을 받았지요. 그렇게 우리를 데리고 세면장으로 끌고간 녀석이 요 앞선에 소개 했던 바로 그 악질 '박충석' 이었습니다. 일단 우리를 세면장에 데리고간 박일병은 자기 짠밥에 맞게 우릴 상병이나 병장이 지나 다니는 세면장에서 함부로 때릴 순 없어 빨리빨리 안 움직여 새끼들아라고만 작게 떠들었지요. 또한 자신보다 선임들이 세면장을 지나며 신병이냐를 물을 때 마다 네 그렇습니다를 연발하며 주변 눈치만 살살 보았습니다. 그렇게 세면장 내부에 선임들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 빨리 빨리 옷 벗고 씻쳐 개새끼들아라고 목소리를 낮춰 으르렁 거렸는데 세면장이 크지 않아 음성이 꽤 크게 울렸습니다. 요즘 MBC 가짜 사나이에서 군대시설이 티비에 나오는 걸 보면 수세식 세면장과 화장실이 깨끗하게 만들어져 있지만 그 때 당시만 해도 수도 시설이 부대 근처까지 닫질 않아 대부분 물은 지하수를 끌어올려 사용했지요. 특히 사각형 콘크리트 욕조를 계단식으로 삼단으로 만든다음 삼분의 이(2/3) 지점에 주먹만한 구멍을 뚫어 침전물이 가라앉은 맑은 물이 층층이 흘러 맨 마지막 욕조엔 맑아 보이는 물이 고이게 해 그것으로 목욕을 하는 시스템 이었습니다.

 

하지만 겨울엔 뜨거운 물이 절대 부족하여 직쌀라게 뺑뺑이 교육훈련을 끝낸 후, 땀이 식기전 밑에 애들부터 얼른 찬물로 샤워를 끝내고 고참들은 '페치카' 위에서 데핀 물을 찬물과 섞어 조금 미지근한 물로 씻곤했습니다. 제가 이런말을 하면 거짓말 하지 말라며 안 믿는 친구들이 다소 있는데, 제가 있던 적성면 적암리 대는 그때 까지도 '페치카'라고 불린 난방 기구를 사용했던 곳이었습니다.(위 사진 벽돌이 페치카) 아무튼 활동복을 얼른 벗어놓을 자리를 찾던 나와 김경재는 옷 걸을 자리가 없어 순간 허둥대었고 창가 쪽에 놔, 창가 개새끼들아란 소릴 들었습니다. 그 때 바로 세면장으로 또 다른 동기 최영재가 헐레벌떡 들어왔고 박일병 앞에서 멈짓하며 세면빽만 양손으로 공손히 들고 멈춰 섰지요. 그 모습을 보자 박일병이 뭐야 이 씹쎄끼는이란 말을 뱉어냈고 그러자 신병 최영재 함께 목욕하러 왔습니다라고 완전히 자신감을 상실한 투로 말 끝을 흐렸습니다. 알어 새끼야, 너도 빨리 벗어 씹쎄끼야란 소릴 듣고 얼릉 우리가 놓은 창가에 주황색 활동복을 얼른 탈의하며 우리 곁으로 왔지요. 그렇게 런닝과 팬티까지 몽땅 벗어 알몸이 된 우리는 진한 자주색 고무 대야에 콘크리트 욕조 지하수를 떠서 샤워를 끝내는데 영쩜 오초라는 개소리를 들으며 미친듯 물을 껸지고 비누칠을 하고 다시 물을 붓고 거품을 씻어 냈습니다.

 

그 때가 5월 달이었고 물도 지하수를 꺼내서 목욕을 한 것이라 엄청 추웠던 걸로 기억 되네요. 하지만 정신없는 떠블빽 검사에 이어 바로 목욕을 하러 온 터라 너무 긴장한 나머지 추운줄도 모르고 순식간에 씻고 닦았습니다. 한번 생각해 보시라. 세 놈이 뻘거벗고 엄청나게 서둘러서 몸에 비누를 바르고 대야로 찬 물을 부어 씻는 걸 팔짱끼고 감시하는 상황을. 이것이야 말로 인권모독의 실태이며 수치심을 가중 시키는 행위라 할 수 있음에도 군에서는 당연히 늘상 그래 왔던터라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일이 행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수건으로 몸을 서둘러 닦고 활동복을 입은 후, 각자의 소대로 돌아간 우리는 침상 끝에 앉아 정면만 응시한체 다시 망부석처럼 뻣뻣하게 굳어 버렸지요. 하지만 찬물로 샤워를 해서 그런지 몸은 그새 따뜻해 졌고 뭔가 개운한 감도 스며들었습니다. 그렇게 앉아 있는데 또 다시 최병장이 내 옆으로 와서 앉았고, 두 팔로 체중을 실은체 침상에 기대 실실 거리며 턱 주가리로 주변을 가르켰습니다. 야, 잘 봐 새끼야. 이제 앞으로 네가 다 해야 할 일이야, 알겠냐라고. 나는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했고 그 말을 받은 최병장은 내 얼굴에 바짝 다가와서는 이제 졸라 무서운 새끼들이 올꺼다라며 실실 쪼겠습니다. 그러면서 한 마디 툭 던지며 교묘한 미소를 지었지요.


넌 인제 '식기조' 오면 죽었어 새끼야...

  

그당시엔 신식화장실이 아닌 제래식 화장실에, 세면장도 야외세면장 사각콘크리트안에 물을 받아서 쓰는...다시금 그시절로 돌아가네요...
야외세면장 하니 생각나는게 있습니다.
그땐 이등병에겐 물통제가 심했습니다. 물먹는 버릇을 잘못들이면 훈련중에 퍼진다고.
작업중, 훈련중 물을 못마시게 하여 산속 흐르는 물을 고참 몰래 먹기도 하고, 늘 자대에 복귀할때면 중대사열대 앞에 전력질주를 하여
기준을 잡고 인원점검이 끝나면 중대구호가 끝나기 무섭게 동기놈하고 야외세면장으로 뛰어가 몰래 물을 마시려했던,,,
웃긴것은 한여름에 가뭄이 심하면 지하수가 잘 안나와 세면장에 물이 말라있습니다. 그때는 고참들이 담가놓은 고무빨랫통 물이라도
정신없이 마셨지요. ㅎㅎ
그렇게라도 먹질 못하면 저녁샤워시간에 "씻는데 30초"라는 고참의 구호와 동시에 고무세수대야로 물을 퍼 입으로 반절, 몸둥아리로 반절
막 부어재꼈지요,,그짓도 걸리면 귀싸대기나 날라차기감 ㅎㅎ
28xx님의 말을 들어보면 혹시 같은 대대에 있었던 건 아닌지 착각 들때가 있어요. 어쩜 그리 똑같은지...ㅋㅋㅋ
저희도 물통제가 심해서 갈증 때문에 늘 고통스러웠습니다. 제가 탄산음료를 잘 안 먹어요. 속이쓰려서. 그런데 휴가가서 먹고 싶은
음식이 콜라였습니다. 저도 계곡물 무지 많이 마셨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리 깨끗해 보이진 않았습니다. 이질 안걸린게 어디야...ㅋㅋㅋ
암튼 기준잡는거, 인원점검하는 부분까지 아픈 기억이지만 재미있게 추억하며 천천히 읽어 주셔요.(^_^) 이왕이면 추천도 함께 꾹 눌러주시구요.
늘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같은 사단이라 통제방식이나 생활이 거의 흡사한것 같습니다. ㅎㅎ
하지만 2년이나 까마득한 선배님 생활에 비하면 그래도 저희때는 좀 낫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가 추천을 깜빡해서 전부다 추천 완료했습니다.ㅎㅎ
이글을 읽다 보니 신기하게도 예전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잘 읽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태풍한번 때리겠습니다.ㅎㅎ
태-풍!!!
아...감사합니다.(^_^)
28xx님이 말씀 해 주신 이야기들도 거의 저와 크게 다르지 않아 곧
반영될 듯 하네요. 앞으로 많이 기대해 주셔요.(^_^) 솔직히 기대할 이야기는 아니지만요...
태-풍~!!
이 이야기가 요즘 28사단 입니까?
울 아들이 거기로 막 배치받아서요...
20년전 이야기요...(^_^;)
35년전 군생활을 했지만 육군본부 직할대에서 군 생활을 해서인지 이렇지는 않았는데... 전방이라는 곳이 공간상으로 격리되어있어서인지 인간의 잔혹성이 더 드러나는군요
제가 하필 인간 이하 것들만 만났는지...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