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작소설(小說) ◈

스파이크 2017. 1. 13. 22:59

<햇볕정책>

햇볕이 잘 드는 동향 방향으로 2층 파란 지붕의 한옥집이 있었습니다. 집주인은 자신이 설계한 주택이 너무 맘에 들어 하루하루 정성을 들여 정원을 가꾸고 집 앞을 쓰는 등 아주 많은 시간과 노력을 통해 애정을 과시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집주인의 사업 실패로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아끼던 집도 다른 사람 명의로 넘어가 애지중지 사랑했던 집에서 더 이상 살 수 없게 되었지요. 그 후 집에서 쫓겨나게 된 집주인은 홀로 그 동네에 남아 매일 술로 연명하며 하루하루를 자신의 정든 집 담벼락 앞에서 폐인처럼 햇볕을 쬐고 노숙자 같이 기대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 거지꼴로 담벼락에 오도카니 술병을 놓고 앉아 있던 예전 집주인의 사정을 듣게 된 새로운 집주인은 그를 불쌍히 여겨 거기에 앉아 있건 말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내버려 두었지요. 그렇게 하루 하루가 쌓여 이제는 옛 집주인은 동네 거지로 불리게 되었고 수염과 머리도 덥수룩하게 자라 몸에서도 아주 고약한 냄새가 진동 했지만 동네사람 누구 하나도 그를 건드리진 않았습니다. 그렇게 알코올과 더러움이 농축된 어느 날 옛 주인은 술이 떨어져 극심한 금단증상을 보이기 시작했고 담벼락 아래서 지나는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며 난동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소란스러움에 밖으로 쫓아 나온 새로운 집주인은 그의 사정을 잘 알고 있고 딱하게 생각하였기에 소주 살 돈 몇 푼을 쥐여주며 소란을 떨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였지요.


그런 요구에 옛 집주인은 고맙다는 말도 없이 돈만 낚아 채 구멍가게로 달려가 소주를 구입한 후 담벼락 아래서 햇볕을 쪼이며 몇 일을 조용히 술만 마셨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전 주인은 돈이나 술이 떨어지면 매일 같이 소란을 피웠고 새 집주인은 그때마다 그에게 조금의 돈을 쥐어 주며 달래고 토닥거려 술을 마시고 조용히 잠들게만 유도하였지요. 그렇게 몇 년간 새로운 집주인은 그가 난리를 칠 때 마다 늘 같은 방법으로 돈을 주었고 돈을 받는 쪽은 오히려 그런 점에 고마워 하긴커녕 주사는 더욱 심해졌으며 술을 먹는 양도 점차 큰 폭으로 증가 하였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러 새 집주인은 해외 출장으로 집을 정리하는 상황이 발생하였고 살고 있던 집을 다른 사람에게 팔고 그곳을 떠나 버리게 되었지요. 그 후 또 다른 새 주인이 들어오게 됐는데 이 새 주인은 저번 주인 같지 않고 원리원칙을 따지는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술주정 노숙자인 그와도 일면식도 없었을뿐더러 그의 예전 상황도 전혀 몰랐기에 자신의 집 담벼락 아래서 술을 먹고 누워있는 그와 매일 마주치는 것이 무척이나 부담스럽고 신경이 쓰이는 일이었습니다 그와 더불어 그의 어린 자식들에게 뭔가 행패를 부릴 수 있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여 그는 늘 불안한 마음으로 노숙자를 관찰 하였습니다.


그런 우려를 현실로 만들 듯 거지 집주인은 술과 돈이 떨어지자 고함을 치고 난동을 부리며 집 앞에서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고 그런 모습에 놀란 집주인은 경찰서에 신고를 하였습니다. 그렇게 경찰차가 출동하여 난동을 피는 그를 윽박질러 연행 해 갔지만 다음 날 그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담벼락 아래로 찾아와 술을 먹으며 햇볕을 쬐기 시작하였지요. 그 모습에 놀란 집주인은 얼른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고 출동한 경찰이 그를 쫓아내려 하자 그 노숙자는 자신은 여기 앉아만 있었을 뿐인데 왜 이곳에서 자신을 쫓아 내려하냐며 주체적인 나에 대한 모독이자 공권력의 월권 이라고 큰 소릴 치면서 항의 하였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남의 집 담벼락 아래서 이러는 것도 법에 저촉 된다며 그가 사람들이 없는 곳에 가서 술을 먹던 말던 상관 안 할테니 이 자리를 떠나라 명령하였지요. 그러자 그는 저번 집 주인은 나한테 상냥하게 잘 대해 주었고 술이나 돈을 주었다며 이곳에서 나를 내 쫓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지불하라며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 새로 이사온 집주인은 내가 왜 당신 몸에도 좋지 않고 술을 마신 후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는 일에 돈을 내야 하냐며 반문하였지요. 그 말을 들은 노숙자는 이 집은 예전 나의 집이었고 내가 상황이 안 좋아 집을 팔자 그 전 주인이 나를 안쓰럽게 생각해 편의를 봐 주었다며 당신도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냐고 떼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집주인은 그런 점이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고 그럴 여유도 없다며 돈과 술의 요구를 거절하였습니다. 그러자 예전 집주인이 말하길 앞으로 자신은 여기서 술을 계속 마실 것이고, 다 섭취한 술병은 담벼락 너머로 던져 유리까지 깨부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놨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경찰이 그렇게 하면 우린 당신을 체포할 수 밖에 없고 지금 당장이라도 끌고 가겠다며 경고를 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여러분 이것 보시라며 난 그냥 조용히 앉아 술 만 마실 뿐인데 왜 자꾸 이 사람들이 날 쫓아내려 하는지 알 수 없고 방어 차원에서 목소릴 높일 뿐인데 인권을 탄압 한다며 펄펄 뛰기 시작 하였지요. 그런 행동을 보다못한 경찰은 그 즉시 그를 연행하려 하였고 그렇게 저지를 당해 밀리게 된 그는 소주병을 경찰차 쪽으로 향해 던지며 저항 했습니다.


하지만 팔에 기운이 없어 소주병은 경찰차 근처에도 못 가 떨어지고 말았고 그런 행태에 경찰은 동네의 평화를 위해 담벼락 근처에서 노숙자를 강제로 밀어내려 했습니다. 그러자 노숙자는 내가 힘을 키워 다음 소주병 투척 시 꼭 멀리 힘있게 던져 경찰차에 맞추겠다며 강하게 떠벌리곤 뒤로 물러섰습니다. 그러면서 돈을 주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소주를 마시고 병을 던지겠다며 공갈을 쳤지요. 그런 소란스러움이 계속적으로 이어지자 청기와 옆의 중국집 사장님은 뭐가 궁금했는지 밖으로 나와 멀찍이 떨어져 그 모습을 팔짱만 끼고 구경했고, 경찰차 뒤의 일식 집 아저씨는 좀 조용히 하라며 노숙자 집주인을 향해 소리를 냅다 질렀습니다. 그리고 러시아로 보따리 장사를 하며 청기와 건너편 집에서 월세를 살고 있는 아저씨까지 시끄럽다며 나와 다섯 명이 경찰차 주변에 모여 떠들기 시작하자 노숙자 주인은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주머니에서 소주를 꺼내 병나발을 불더니 병을 또 던지겠다며 모여있던 사람들을 위협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병을 던지려던 행동을 하지 말라며 경찰과 청기와 집주인, 중국집, 일식 집, 러시아 보따리 장수가 그를 힘으로 제지하려 들자 노숙자 집주인은 발버둥치기 시작했고 혈압이 확 올랐는지 갑자기 뒷 목을 잡고 쓰러졌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바로 병원으로 옮겼음에도 옛 집주인은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지요. 그리고 몇 일 간 동네엔 평화가 찾아온 듯 조용한 담벼락 앞 골목엔 가끔 길 고양이만 지나다닐 정도로 분위기는 어느 골목과 크게 다르지 않을 만큼 깨끗하고 한산 해 졌습니다. 그런데 그런 적막을 깨고 노숙자의 아들이라 떠들며 뒤뚱뒤뚱 걸어오는 한 녀석이 짧고 뚱뚱한 돼지 같은 못 생긴 몸짓으로 자신을 해외 유학파라 선전하며 담벼락 앞에 돗자릴 깔곤 바로 병나발을 불기 시작했지요. 그렇게 한 것 술이 올라 뻘개진 얼굴로 그는, 이게 바로 새로 나온 양주 병이라며 큰소릴 치곤 하늘을 향해 빈 병을 번쩍 치켜들었습니다. 그리곤 자신의 아버지가 했던 것처럼 똑같이 난동을 피우고 빈병을 바다로 던져 저 멀리 있는 다른 집들까지 오염 시켜 버리겠다 위협하며 동네를 다시 시끄럽게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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