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작소설(小說) ◈

스파이크 2017. 2. 23. 05:42



<주님은 나의 목자시니> 


6인 병실에 울려 퍼지는 찬송가는 병원 복도를 넘어 전 층의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들까지 다 들릴 정도로 쩌렁쩌렁 퍼져 나갔다. 모든 환자들이 안정을 취하고 아픈 몸과 마음을 치료 받고자 입원 한 그들에게 있어 종교가 같건 다르건 간에, 차갑고 각진 공간에 넘실넘실 흘러 넘친 찬송가는 시끄러운 소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 찬송이 끝나고 어느 남성의 기도 소리가 롤러코스터의 오름과 내림처럼 강도를 높였다 줄였다를 반복하며 주변에 함께 온 신도들의 "아멘" 이란 박자에 맞춰 들썩거릴 때 같은 병실에 있던 다른 환자들은 떼로 모여 시끄럽게 굴고 있는 그들의 기세에 눌려 빨리 그들만의 모임활동이 끝나기만 기다리며 부글거리는 마음을 진정 시키려 애를 썼다.


그런 식으로 1시간 가까이를 하느님 아버님께 다가 서려는 듯 목청 높여 기도를 마친 그들은 병상에 누워있던 환자를 삥 둘러싼 상태에서 덕담을 가장한 시끄러운 잡담으로 이야기의 방향 전환을 꾀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종교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같은 병실의 다른 환자와 보호자들 중 거동이 가능한 분들은 하나 둘 인상을 찡그리며 휴게실이나 병원 내부에 있는 편의시설로 이동 해 6인실 병동의 몇몇 침상은 기도회가 끝나갈 무렵엔 꽤 많이 비어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런 불편함을 무릅쓰고 항의 대신 다들 조용히 자리를 피한 이유는 누워있는 환자 보호자의 성질을 잘 알기 때문이었는데 그는 그런 종교의식을 자주 함으로서 같은 병실에 있는 다른 환자들과 잦은 마찰을 일으켰다. 그럴 때 마다 그 보호자는 큰 소릴 치고 신경질 적인 반응을 발작적으로 보이는 통에 그와 심하게 싸우고 병실을 옮기는 환자들도 있었다.


그 환자의 보호자가 하는 행태를 알기에 간호사들도 몇 번이고 자제를 부탁하였으나 오히려 나이 어리고 약한 간호사들에게 더욱 폭언에 가까운 언성만 높일 뿐 전혀 남의 불편에 대해선 신경 쓰려 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다 못 한 병원 법무 팀에서 퇴실에 관한 경고 조치까지 내린 적이 있으나 잠깐 그때만 조용할 뿐 효과는 없었다. 그런 어느 날 그 환자의 보호자가 병실 안 환자들의 상태를 체크 할 때 간호사를 불러 세우더니 다짜고짜 자신들의 침상을 창가 쪽 전망이 좋은 곳으로 옮겨 달라 요구했다. 하지만 침상은 환자가 입원한 상태에서 무작위로 빈 곳부터 채우게끔 병원 규정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기에 간호사나 환자가 임의적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이라 그럴 수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 환자의 보호자는 다짜고짜 대한민국에서 안 되는 게 어딨냐며 당장 자리를 바꿔주길 요구했고 간호사는 그 점은 어렵겠다며 시종 난처하지만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답변했다.


그러자 그 보호자가 간호사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 나이도 어린 게 사람 말이 말 같지 않아. 환자가 원하면 그렇게 해 주는 게 원칙이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라고 소리를 버럭 질렀고 그런 보호자의 행동에 당황한 간호사는 얼굴이 빨개져 어찌할 줄 모르며 위 책임자인 수간호사에게 물어보고 조치 해 드리겠다 말하곤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 대해 보고를 하러 수간호사의 방으로 찾아간 간호사는 회의로 인해 자리를 비운 빈 방만 확인 했을 뿐 어떠한 조치도 당장 자신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일단 수간호사를 만나 상황 보고를 한 후 그 환자의 요구를 보고하자 생각하고 자신에게 처해있는 밀린 업무부터 처리하기로 결정하곤 몸을 바삐 움직였다. 하지만 그런 간호사에 대한 사정은 일절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요구만을 관철 시키려는 보호자는 당장 어떤 조치기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나타나지 않는 간호사를 생각하곤 이게 나를 무시한다며 몹시 신경질 적이고 날카로운 말투로 언성을 높여 짜증을 쏟아냈다.


그렇게 시간이 40여분 가까이 지나자 그 보호자는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 환자 옆의 보호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병실을 나가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들이 모여 있는 간호사실 앞으로 찾아가 너희들이 감히 나를 무시해!!”라는 괴성을 지르곤 복도에 대()자로 누워 버렸다. 그 모습을 본 간호사들과 그 앞에 앉아 있던 쌍꺼풀 수술을 한 레지던트 한 명은 갑작스런 상황에 눈이 똥그래져 순간적으로 멍하니 그 보호자가 누워 있는 모습을 바라 보았고 주변엔 정적만이 흘렀다. 그런 엉뚱한 행동을 다른 환자들이 볼세라 얼른 정신을 차린 레지던트는 급히 누워있는 보호자를 쳐다보며 일어 서지도 않은 채 고개만 돌려 왜 그러시냐 물어 보았고 보호자는 간호사가 아닌 의사가운을 입은 젊은 사람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 주는 것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를 이뤘다는 듯 벌떡 일어나 지금까지 있던 일에 대한 하소연을 자신의 입장만을 내세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길게 이야길 한바탕 쏟아낸 보호자는 쌍꺼풀이 깊은 젊은 레지던트가 자신이 원하는 창가 쪽 침상으로 자리를 바로 마련해 줄 것이라 판단했고 또한 간호사들보다 월등히 높은 계급을 소유한 자라 판단이 들어 연상 웃는 얼굴로 굽실거렸다. 하지만 레지던트 자신도 병원의 규정을 잘 알고 있기에 보호자의 말만 그냥 들어 줬을 뿐 딱히 본인이 명령하여 자리를 옮겨 줄 수 있는 처지나 마음도 없었다. 그래서 일단 그는 수간호사님이 돌아 오면 상의를 해 보고 병원 규칙상 하자나 문제가 없으면 바꿔 드리겠노라 보호자를 안심 시킨 후 병실에 가셔서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말을 하였다. 그러자 보호자는 아이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잔뜩 웃음 띤 얼굴을 하곤 병실로 돌아갔다. 그렇게 병실로 돌아간 보호자의 모습을 끝까지 확인한 레지던트는 간호사실 앞으로 와 정말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이브닝 근무를 하고 있는 간호사들을 향해 목소리를 깔고 이렇게 말 했다. 


아니, 내가 여기 와서 이런 소리나 들어야 해?!! 이런 문제 하나 간호사들이 알아서 딱딱 처리 못 해?!! 여기가 소꿉장난 하는 놀이터야?!!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하고 소란피지 못 하게 일을 끝냈어야지. 저 보호자 담당 간호사 누구야? 대학 나와서 이 정도 뿐이 일 처릴 못 해?!!” 


그리곤 들고 있던 차트를 내던지며 복도를 따라 엘리베이터 방면으로 어기적 거리며 걸어갔다. 그런 레지던트의 행동을 말 없이 야단맞듯 듣고만 있던 간호사들은 매우 굴욕스럽고 불쾌 하지만 자주 있는 일이라 이를 악물며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다시 하기 시작했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분주히 움직였다. 그 후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수간호사가 돌아왔고 그 얘기를 모두 전달받은 그녀는 말썽을 일으킨 보호자를 찾아가 병실 내 병상 이동은 병원 규정에 의해 관리 되는 것이라 임의적으로 바꿔 드릴 수 없으며, 이런 식의 말씀을 듣고 옮겼을 경우 형평성 문제로 다른 환자와의 차별을 의심 받을 수 있어 곤란하다는 말을 단호하게 전달 하였다.


하지만 보호자는 그런 점은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자신의 주장만을 강요 했지만 수간호사가 워낙 연륜이 있고 그런 문제적 보호자나 환자를 많이 경험해 본 터라 더 이상 보호자의 주장은 먹혀 들지 않았다. 또한 보호자 자신도 수간호사의 정확한 지적에 이런 요구가 실현되지 않는 것을 알고 조용히 꼬리를 내리는 듯 수긍하는 자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해가 질 무렵 또 다시 그 보호자는 환자 체크를 위해 병실을 돌고 있는 나이 어린 간호사 한 명을 붙들고 시비를 걸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이불문제였다. 


이봐요 간호사님.” 


?” 


여기 환자에게 주어진 이불 말고 환자 보호자에게도 같은 걸로 한 장 더 줘요. 내가 좀 춥네.” 


…… 죄송하지만 병원 이불은 환자당 1장으로 정해져 있고 보호자 분들이 덮을 것은 본인 스스로 가져 오셔야만 하는데요.” 


, 뭐라고요? 아니 이 큰 병원에 이불 한 장이 없어서 못 주는 건 아닐 테고. 아까 내가 그렇게 나왔다고 지금 보복으로 이러는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니고요. 보호자분 들이 사용 하시는 것은 병원에서 지원을 해 드릴 수가 없어요. 환자 분들에게 주어지는 이불도 하루에 한 장으로 규정 돼 있고요.” 


그럼 융통성을 발휘해서 환자에게 한 장 더 준 것으로 치고 나한테 가져다 주면 될 꺼 아냐!!” 


죄송하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어서요……” 


죄송? 그럼 죄송할 짓을 하지 말던가. 죄송하단 말은 내 말을 인정 한단 말이잖아. 잔 말 말고 한 장 더 가져와요!!” 


그렇게 매몰차게 몰아 붙이는 보호자의 요구를 애써 웃음지으며 설명을 통해 수긍 시키려던 간호사는 얼굴이 벌개졌고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난감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렇게 어쩔 줄 모르며 보호자 앞에서, 서 있다 간호사실로 향하려는 그녀에게 보호자가 간호사를 다시금 불러 세우더니 다 끝난 줄 알았던 말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내가 말이지, 말을 안으려고 했는데 여기 병원장이랑 나랑 아주 친한 사이야. 그걸 여기 의사들이나 간호사들에게 흘리면 다들 너무 어려워할까 내가 계속 함구 하고 있었다고. 지금 전화 한 통만 하면 원장이 뛰어 내려와 모든 걸 해결 해 주겠지만 엄청 참았어. 그거 알아?! 도대체 날 어떻게 보고 이런 식으로 대우를 하는 거야. 병원이 여기 말고 또 없어? 그리고 정치권에 정파래 의원 하면 다 알지? 내가 그 친구랑 어깨동무야 어깨동무. 아까 여기서 목사님이랑 신도들 와서 기도하는 것 봤지? 그 목사가 저기 연애의 교회 알아? 연예인들 많이 다니는 교회. 거기 목사야 목사. 내가 그런 사람인데 병원 시끄러워 질 까 봐 잠자코 있었다고. 알기나 하고 떠들어 이 간호사야!!” 


그렇게 보호자는 어리고 여린 간호사 한 명을 붙들어 세워 마구 훈계하듯 야단쳤고 병실 안으로 뉘엇뉘엇 지는 해는 길다랗게 늘어진 간호사의 그림자를 벽면에 꺾여 세우기 시작했다. 그 때 병실 끝에서 어떤 환자가 신경질 적으로 떠드는 보호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 마디를 쏘아 붙였는데 그 말을 들은 다른 환자와 보호자들은 일제히 킥킥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잘 나셨음 VIP룸이나 1인실로 가시던가, 6인실 와서 지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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