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작소설(小說) ◈

스파이크 2017. 3. 9. 00:13

<전래동화>

 

창 밖으로 눈이 솜처럼 쏟아지는 밤에 벽난로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어린 손자, 손녀들에게 머리 위로 하얗게 눈이 내려 앉은 것 같은 할아버지가 옛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엣헴하며 헛기침을 하곤 이렇게 운을 뗬지요.  

 

어디보자……어디까지 얘길 했더라…… 그지 그지. 오늘은 흥미롭고 재미난 것들 중 막내 원숭이가 얼굴에 오줌 싼 얘길 해 줄 테니 잘 들어보려무나. 쿨럭 쿨럭 쿨럭. 이노무 감기. 기상청에선 올 겨울 춥지 않다고 하더만......”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듯 말을 한 할아버지는 가래침을 크게 끌어 올려 카악~하고 벽난로 안에 뱉고는 치직하고 발생한 소리를 확인 하곤 바로 이야기에 들어 갔지요.

 

옛날 옛적 한 옛날에 어느 원숭이 부락의 작은 나무 위에 어린 원숭이인 몽키 쥬니어가 살고 있었어. 그 꼬마 원숭이는 엄마 원숭이와 단 둘이 지냈는데 아빠 원숭이가 워낙 풍각쟁이라 녀석이 태어나기 전에 도망을 가 얼굴 한 번을 보지 못 하고 아빠 있는 다른 아이들을 부러워하며 어린 시절을 심난하게 보내고 있었지. 그 아빠 원숭이로 말 할 것 같으면 원숭왕국에서 지니고 있는 음식이 둘 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큰 동굴 속에 엄청난 양의 식량을 수북이 쌓아 놓고 살던 큰 부자였단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 암컷 원숭이들이 춤을 추는 쇼 단에서 젊은 암컷 원숭이를 보고 한 눈에 반해 먹을 걸 듬뿍 준 후 그녀에게 환심을 사곤, 한동안 그녀의 집에서 함께 지냈지.


그로 인해 얼마 지나지 않아 몽키 주니어가 태어났고 아빠 원숭이는 몽키 주니어가 태어나기도 전에 엄마 원숭이를 버리고 일을 해야 한다는 핑계로 자신의 거처로 돌아가 버렸어. 그런데 몽키 주니어가 조금씩 커가니 음식도 모자라고 아빠 없는 설움에 조만간 삐뚤어 져 나갈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엄마 원숭이가 안되겠다 싶었는지 이른 새벽 그의 손을 잡고 미리 아빠 원숭이를 수소문 해 놓은 집으로 무작정 찾아 간 거야. 헌데 알고 보니 그 아빠 원숭이는 이미 자신의 부인 원숭이와 몇 명의 자식 원숭이들을 데리고 살고 있는 한 부락의 회장 수컷이었어.


그에 놀란 엄마 원숭이는 아빠 원숭이가 몹시도 원망스러웠지만 몽키 주니어를 풍족하고 남부럽지 않게 키워야겠다는 판단 하에 오늘부터 여기가 네 집이니 밥도 함께 먹고 앞으로 잘 살아라고 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몽주니어를 그곳에 놓고 나와버렸지. 그렇게 갑자기 엄마 원숭이와 생이별한 몽주니어는 무조건 꼭두새벽에 원숭이 식구들이 모여 앉아 아침식사를 할 때 함께 먹어야 하는 처지가 되었고 그들의 식탁 끝에 꿔다 논 보릿자루마냥 멍하니 앉아 눈칫밥을 뱃속에 집어 넣는 신세가 됐던 거야. 그런 분위기에 잔뜩 주눅이 든 몽주니어는 하루하루 힘든 시절을 보내게 됐고 그러다 보니 애가 말이 어눌하고 행동이 띨 한 것처럼 성격 자체가 변해 버리게 됐단다.”

  

그 이야길 가만히 듣고 있던 손녀가 아들 원숭이가 안쓰럽게 느껴졌는지 할아버지, 몽주니어가 너무 불쌍해요라고 하자 할아버지는 씽끗 미소만 짓곤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그 때 식구 원숭이들과 이른 아침 무조건 함께 밥을 먹어야 했던 몽주니어는 항상 밥상 제일 끝 자리에 앉아 식사를 했단다. 그런데 그 옆에 식구는 아니지만 늘 함께 밥을 먹는 쥐를 닮은 원숭이 하나가 있었는데 그 이름이 바로 몽쥐라는 자였지. 하지만 그가 나중에 원숭왕국에서 5년에 한 번씩 부락을 모두 합친 연합국의 왕위에 등극하게 될 줄은 옆에 앉아 같이 밥을 먹던 몽주니어도 상상 할 수가 없었단다. 아무튼 그렇게 다들 함께 식사를 하며 원숭이 왕국의 시간은 흘러갔고 다들 성장하여 자신이 맡은 바 일을 할 수 있는 조직의 우두머리 급으로 커 나갔을 즈음 어느 날 몽쥐가 회장 원숭이를 불쑥 찾아와 지금까지 부락에 감춰 두었던 비자금 장부를 들이밀며 바나나 300개를 내놓고 자기와 함께 암컷들을 따로 분리해 영역을 나누자고 요구 했단다.


그런 몽쥐의 행동에 격분한 아빠이자 회장 원숭인 크게 꽥꽥 소릴 지르며 야이 쥐만도 못 한 놈아. 네 놈이 이곳 부락에 있으며 몰래 해 처 먹은 바나나만 해도 백 개가 넘는 걸 알면서도 눈감아 줬는데 뭘 더 바라고 그 따위로 짖어 대!!”라고 퍼붓곤 그를 내쫓아 버렸지. 그렇게 몽쥐를 보낸 후 화를 식히던 회장 원숭이는 혹시나 입들이 방정인 기레기들에게 몽쥐 녀석이 작심을 하고 그 장부를 뿌릴 수도 있다는 걱정이 퍼뜩 들었단다. 그래서 안되겠다 싶어 가족들을 불러모아 그 얘길 하니 덩치 크고 성질 급한 첫째 아들 몽키나인이  아빠, 이 일은 제가 처리 하겠씀돠라고 하며 몽키 주니어랑 몇몇 덩치 큰 원숭이들과 함께 몽쥐를 납치 해 청개구리 산골짝으로 끌고가 땅에 묻고 얼굴만 내밀게 하고선 주위를 빙빙 돌며 박수를 치고 마구 괴롭혔지. 그런데 평소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얌전한 몽주니어가 함께 밥을 먹고 자란 몽쥐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었던지 갑자기 아직 얘가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며 몽쥐의 얼굴에다 한 쪽 다리를 들고 오줌을 갈겼단다.


그리곤 함께 간 다른 원숭이들에게 돌아가며 오줌을 싸고 조롱을 하라고 시켰다는구나. 정말로 원숭이 동화책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일들이 일어났던 거지. 어쨌건 이런 비슷한 얘는 다른 부락 원숭이 아들놈의 내용과 일치하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구전 된 옛 이야기 치곤 꽤 재미있더구나. 그렇게 수모를 당한 후 부락에서 쫓겨난 몽쥐는 다른 부락으로 조용히 자릴 옮겨 갔고 꽤 많은 시간이 흘러 그곳의 우두머리로 등극하였단다. 그리고 그 부락의 중심에 흐르는 파란 물길을 정비하여 일약 원숭이 왕국의 인기 몽키로 부상하고 왕위 쟁탈전 후보에 까지 오르게 되지. 그런 소식을 자신의 부락에서 전해 들은 회장 원숭이는 갑자기 불안해 지기 시작 한거야. 그런데다가 나이까지 많이 먹은 회장 원숭이는 건강까지 악화 돼 스스로 안되겠다 싶었는지 아들들을 또 다시 불러모아 이렇게 유언하듯 말했단다.

 

만약에라도 검을 찬 원숭이들이 몽쥐의 지저분한 행적을 눈감아 준다면 그가 원숭이 왕국의 왕위에 오를 것이야. 그럼 청개구리 산에서 오줌 싼 너희들은 모두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 아니 우리 부락을 송두리 채 가져가 자기들끼리 나눠 먹을 수도 있지. 그러니 몽주니어는 무조건 고개를 숙이고 그 쪽 부락 원로들을 찾아가 우리 부락과 동맹을 더 강화 하자고 한 후, 몽쥐에게 붙어 궂은 일도 마다 말고 성심 성의 것 봉사해라. 그리고 첫 째인 몽키나인은 비자금으로 지하 저장고에 숨겨 둔 바나나와 각종 과일들을 천 개 이상 가져가 몽쥐에게 바치고 무릎 꿇고 싹싹 빌어야 한다. 내 말 명심해라.”

    

그렇게 의미심장한 이야길 남기고 회장 원숭이는 생을 마감하였고 장례가 끝나고 두 형제는 몽쥐를 찾아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무릎을 잡고 애원하곤 그 때 일을 눈감아 달라고 싹싹 빌었지. 그래서 그 후에 원숭이들의 손바닥엔 털이 하나도 자라지 않는다고 한단다. 아무튼 그런 눈물 어린 사정을 살짝 고개를 숙여 확인한 몽쥐는, 등 뒤로 비추는 햇빛으로 인해 얼굴은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입 꼬리가 한 쪽으로 사악하게 올라가 있었다고 하는구나. 그렇게 이야기는 끝이 났고 여기서 느낄 수 있는 교훈은, 세상일이 어찌 될 지 아무도 모르니 남에게 함부로 말과 행동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을 전달해 주는 내용이란다. 알겠지 얘들아?”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은 , 할아버지라고 하며 고개를 끄떡거리곤 슬슬 감기는 눈을 비비며 잠자리에 들기 위해 아빠, 엄마를 따라 자신들의 침실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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