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를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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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심상 이후)

2020. 4. 9.



양재동에서 사 온 허브 꽃씨를

손바닥에 펴놓으면

꽃 피워내는 마술사가 되는 것 같다.

어느 씨앗은 입김에 날릴 만큼 작아서

심으면 싹이 날지 걱정이다.

텃밭에 고랑을 치고 씨앗 뿌리면

마음이 싹을 트려는지 뜨거워지고 

밀짚모자는 땀에 젖는다.


어릴 때

앞집에서 얻어온 분꽃 봉선화 

뒷집에서 준 맨드라미 꽃모종을

간장 항아리 장독대 둘레에 심고 

아침이면 꽃 어머니 되어 물을 주었지.

돌봄 모자라 가냘프게 자라더라도

꽃만은 꼬옥 피어나기를 바라면서.


어디에선가 날아온 나팔꽃씨는

연한 줄기로  흙담 벽 타고 올라가

새벽이슬에 얼굴 씻고

분홍색 나팔을 불어댄다. 

아무도 답하는 이 없자 지쳐서

흰색 나팔을 불고는 꽃잎을 접는다.

누구를 부르는 울음인가.


꽃시계 차고 풀밭 뒹굴던 너는

총소리 피해 피난 가더니 

여태껏 흔한 메시지 하나 없구나.

밀밭 위 종달새 소리 또 들으러 가자.

꽃씨 심어 따온 꽃들을

앞산 밑 유월의 냇물에 띄운다.

물결에 반짝이는 빛은 네 눈빛 

너는 빛이 되어 나를 비추는구나.










(201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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