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모듬 코스, 모듬 리뷰

송씨네 2014. 3. 5. 15:00

이 글을 쓰기 앞써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우선 공과금 납부를 못해 휴대폰이 끊겨버린 것이지요.

끊겨버린 휴대폰 때문에 받는 것만 가능하고 무선인터넷을 할 수 없으니 매우 힘들었습니다.

 

우리는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 이런 이야기를 쓰면 가뜩이나 돈이 없어 궁핍한 상황에서 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이 커질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지요.

오늘은 불편한 진실을 담은 삼성이라는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두 영화를 소개할까 합니다.

 

 

 

 


또 하나의 약속 (2014)

Another Family 
9.7
감독
김태윤
출연
박철민, 김규리, 윤유선, 박희정, 유세형
정보
드라마 | 한국 | 120 분 | 2014-02-06
다운로드 글쓴이 평점  

 

 

 

 

 

사랑하는 딸이 있었습니다.

실업계 학교를 나오고 변변치 못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부모님과 동생을 위해 반도체 회사에 취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회사를 잘 다니던 딸에게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이상한 피가 섞여나오니 큰 병원에 가보라는 이야기만 합니다.

백혈병이라고 합니다. 근데 딸에게만 이 이상한 병이 생긴게 아니라 많은 동료들이 의외로 정체 모를 병에 걸려서 투병중인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내 딸을 이렇게 만든 회사에 찾아가 항의했습니다.

회사는 산재신고는 하지 말라며 두둑히 보상비를 줄테니 이거나 먹고 떨어지라는 식의 이야기를 합니다.

딸은 결국 그렇게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고 그 싸움을 끝낼 수는 없습니다.

그게 내 딸과의 처음이자 마지막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영문원제 Another Family)는 실화를 다룬 이야기입니다.

원래는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졌지만 아무래도 우리가 아는 그 회사를 생각하기 충분하기 때문이지요.

영화의 실제 모델인 고 황윤미 씨는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 황상기 씨를 비롯해 많은 삼성 반도체에서 근무하거나 근무했던 가족들과 당사자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그들의 힘겨운 법정 투쟁이 시작되게 됩니다.

 

김태윤 감독은 삼성의 외압은 없었지만 보이지 않은 현실과 마주하느리라 아마 힘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더구나 전작들이 상업성이 짙은 작품들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자칫 이런 영화를 찍는 것으로 인해 이어질 수 있는 불편함은 어느 정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이 영화는 삼성의 외압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에서는 적은 상영관으로 출발해 삼성의 눈치보기가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실제로 삼성의 형제 그릅이었던 CJ가 가족간의 문제로 인해 불화설에 시달렸고 그것은 CJ 계열기업인 CJ  CGV의 삼성 관련 광고가 중단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CGV는 상영관이 많은 편에 속합니다. 롯데나 메가박스가 눈치를 봐야만 하는 이유는 삼성은 중요한 광고주였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삼성의 계열사와 연관성이 높은 중앙일보-jTBC-메가박스의 연결고리는 끊기가 쉽지 않은 대목이죠.

영진위의 중재로 롯데시네마의 상영관이 최근 늘어나 그나마 나아진 상황이지만 아무래도 개봉이 한 달을 넘어선 시점에서 슬슬 스크린에서 영화들이 내려가는 시기라고 볼 때 이 영화의 수명도 사실상 끝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영화 내용만큼이나 인상적인 것은 배우들의 열연이죠. 고 황윤미 씨를 연기한 박희정 씨는 삭발투혼으로 연기에 임했으며 우리에게는 씬스틸러로 사랑받은 박철민 씨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자신이 출연한 영화중에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주연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박철민 씨는 황상기 씨를 모델로 해서 연기하고 있는데 싱크로율이 생각보다 높다는 것에 놀라게 됩니다. 택시 운전기사 역할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자신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정말 속초에서 사는 사람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황상기 씨의 말투를 상당히 연구한 모습이 느껴집니다.

이외에도 악역을 맡은 김영재 씨나 어쩔 수 없이 진성반도체의 하수인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교익 역의 이경영 씨의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김규리 씨는 이종란 노무사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난주 역할을 맡았지요.

 

음악은 <은교>의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눈뜨고 코베인 출신의 연리목이 참여하였습니다.

산울림의 '회상'을 리메이크 하고 음악을 감성적으로 만들었다는 느낌이 상당히 강합니다. 주제가 격인 'Bye My Dear'가 대표적이죠.

 

 

 

 

140자로 말해봐!

쉽게 말할 수 없는 슬픈이야기... 더구나 이건 실화라는 점이죠. 불편한 진실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삼성을 삼성이라 말할 수 없는 슬픈 우리들의 자화상입니다.

 

 

 

 

 

 

 


탐욕의 제국 (2014)

The Empire of Shame 
10
감독
홍리경
출연
-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92 분 | 2014-03-06
글쓴이 평점  

 

 

 

 

 

 

<또 하나의 약속>으로 분노하셨다면 이 작품 <탐욕의 제국>(영문원제 The Empire of Shame)역시 잊지말고 보셔야 할 작품입니다.

<또 하나의 약속>이 황윤미-황상기 부녀 개인의 문제로만 생각되셨다면 이 작품은 이들을 포함하여 다양한 삼성 반도체의 피해자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많이 담아낸 창작집단인 푸른영상에서 제작한 작품답게 이 작품도 만만치 않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최근 3월 4일 극장개봉을 앞두고 이 영화는 국회에서 시사회를 열기도 하였습니다.

주최를 한 곳이 특이하게도 여성의원들이 중심이 되었다는 점인데 한명숙, 심상정 의원 등의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여성 국회의원들이 이 작품을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특히 이 영화가 국회에서 상영이 된 데에는 큰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3월 8일이 올해 103주년을 맞이하는 '셰계 여성의 날'이기 때문이지요.

삼성 반도체 관련 피해자 당사자와 가족, 유족들이 자리를 함께 하였으며 최근 안타까운 소실을 전해온 삼성전자 서비스 노조에서도 이 작품에 관심을 갖고 지지하기 위해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멀리서는 밀양 송전탑 관련 희생자 가족들이 찾아와 이 영화에 힘을 주기도 했고요. <또 하나의 약속>의 실제 모델인 황상기 씨 물론 이 시사회에 참석하였습니다.

 

다큐 속의 이들의 사연도 상당히 기구하기만 합니다.

뇌종양 수술의 휠체어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한혜경 씨는 불편한 몸과 한마디 한마디 말을 하기가 힘들 정도이지만 자신의 의견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으며, 이윤정 씨는 세상을 떠나고도 그 억울함을 풀지도 못하고 삼성 본사에서도 영구차를 가로막는 가슴 아픈 모습을 보여줍니다. 동료의 죽음을 슬퍼할 틈도 없이 유방암을 선고 받은 박민숙 씨는 물론이요, 두 아이를 위해 남편의 죽음을 반드시 규명하겠다는 정애정 씨의 모습도 애처롭기만 합니다.

 

<또 하나의 약속>이 적절한 음악과 스토리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면 <탐욕의 제국>은 어떤 면에서 보면 답답한 부분이 약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음악들이 거의 사용되지 않으며 음악이라고 해봤자 반도체 회사에서 들리는 알 수 없는 기계 소리들이 바로 그것인 것이죠. 하지만 이런 부분은 이 작품이 의도한 부분이라고 보여집니다. 더구나 말미에 반도체 쓰레기를 줍는 어느 나라의 아이들과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문명의 발전으로 반도체는 혁신적인 물건임은 분명하지만 그로 인해 사람들이 많은 고통을 얻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140자로 말해봐!

'또 하나의 약속'은 시작에 불과하다. 기계소리만 가득한 음악도 없는 영화.

하지만 소리없는 외침처럼 보이는게 아닌 같이 보고 느껴야 할 다큐입니다.

 

 

 

 

 

제 팟캐스트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저에게는 부끄러운 일이 있습니다.

저는 삼성에 파워블로거라는 이름으로 특별 기고를 한 적이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캠패인이었지요.

반대로 해석하면 삼성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유가족이나 피해자들은 과연 그들에게서 삼성은 고마운 존재였는가라는 점과 정말로 그들이 말하는 '또 하나의 가족'이었는가라는 의문이 듭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컴퓨터도 삼성 제품이고요. 어쩌면 우리가 삼성을 부정하지만 그들이 사회적으로 이바지한 부분도 없지 않음을 생각할 때 삼성을 나쁜 회사라고 해야할까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자신들의 실수로 피해자를 만들었다면 적어도 그에 대한 미안함을 보여야 하며 사과하고 피해보상을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삼성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온갖 진상을 부리던 <또 하나의 약속> 속의 이 실장(김영재 분)이나 다큐 <탐욕의 제국>에서 피해자들의 외침에도 귀를 막고 방관하는 삼성전자의 최우수 부사장(가명이 아니라 실명입니다.)의 모습이 이래저래 교차되는 이유는 아마 저만 그럴까요?

 

<또 하나의 약속>이 상영이 종료되더라도 <탐욕의 제국>이 그 바톤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봅니다.

두 작품을 놓치셨다면 <또 하나의 약속>부터 챙겨보시고 적은 상영관이지만 <탐욕의 제국> 역시 같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