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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33만원 넘게 받으면, 건보료 폭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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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4. 4.

월세 33만원 넘게 받으면, 건보료 폭탄 떨어진다

윤주헌 기자 홍준기 기자

입력 2020.04.21 22:19 수정 2020.04.21 23:21

[Close-up] 연 2000만원 이하도 과세… 세금보다 건보료가 세다
- 피부양자로 남아 있을 수 없어
임대수입 年400만원 넘으면 사업자 등록하고 소득세 내야
건보료는 세금보다 더 많이 나와
- 부담 줄이려면 임대사업자 등록
임대수입 중 비용공제 비율 커져 의무 임대 4년·8년 조건으로 건보료 40~80% 줄일 수 있어

"아파트 월세 받아 노후 자금으로 쓰려고 했는데, 건강보험료 때문에 이젠 불가능해졌어요."

회사원인 아들의 건강보험 피부양자인 60대 김모씨는 작년까지 경기도에 있는 20평대 아파트를 반전세로 내놓고 월세 60만원을 받아 용돈으로 썼다. 그런데 올해 초 이 아파트를 팔았다. 김씨는 "연간 720만원의 안정적인 월세 수입을 포기한 것은 올해부터 임대소득세 과세가 강화되면서 그 불똥이 엉뚱하게 건강보험료로 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대소득세 강화에 따라 올해부터는 연간 임대수입이 2000만원 이하라고 해도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을 하고 소득세를 내야 한다. 그런데 소득세가 문제가 아니었다. 김씨는 올해 초 사업자 등록 신고를 하러 세무서에 갔다가 "소득이 잡히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잃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집을 팔았다.

김씨처럼 올해부터 연 2000만원 이하 주택임대 수입이 있어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100만명(국세청 추산)에 달한다. 이 중 직장인 자녀의 피부양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던 은퇴자가 사업자 등록을 할 경우, 수입 중 각종 비용 등을 공제받고 나서 소득(과표 기준)이 1원이라도 발생하면 건보 피부양자 자격을 잃는다. 피부양자 자격을 잃으면 임대소득세보다 훨씬 많은 건보료를 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임대소득발(發) 건보료 폭탄을 맞게 되는 것이다.

◇월세 33만원 넘으면 피부양자 자격 잃어 건보료 폭탄

올해부터 집을 세 주고 월세 등을 받는 사람은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 한 해 받는 월세 등 임대수입이 400만원(지방자치단체에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1000만원)을 넘을 경우 비용 등을 공제하고도 '소득'이 남기 때문에 소득세가 부과된다. 문제는 사업자로서 소득이 1원이라도 있으면 건보 피부양자로 남아 있을 수 없다는 점이다. 임대수입 400만원은 월세로는 33만3333원쯤이다. 금융·연금 등 다른 소득의 경우 합계가 연간 3400만원(재산 5억4000만원을 넘으면 1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지만, 부동산 임대수입의 경우 비용 등을 제외한 과세 대상 소득이 1원이라도 발생하면 건보 피부양자로 남아 있을 수 없다. 다른 소득에 비해 부동산 임대소득의 경우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기준이 유독 까다로운 것이다.

예를 들어 재산이 5억5000만원, 한 해 받는 국민연금이 900만원인 사람이 지난해 올린 임대수입이 450만원인 경우 피부양자에서 탈락한다. 국세청에 사업자 등록을 한 경우 임대수입의 50%는 사업에 들어간 비용으로 쳐주고, 기본공제 200만원을 더 빼도 25만원이 소득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재산이 5억4000만원을 넘더라도 소득의 합계는 연간 925만원으로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1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하지만 임대수입 때문에 '소득이 1원 이상 있는 사업자'로 분류돼 피부양자에서 탈락하는 것이다.

임대소득에 대해 부과되는 소득세보다 건보료가 더 큰 것도 문제다. 위의 사람의 경우 임대소득 25만원에 대한 세금(세율 14%)은 3만5000원 정도다. 하지만 장기요양보험까지 포함해 연간 내는 건보료는 261만3600원(월 21만7800원)이다. 기재부와 복지부가 임대소득 과세를 앞두고 각종 협의를 진행할 때도 "세금보다 건보료에 대한 반발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고 한다. 올해 11월부터 연간 2000만원 이하 임대수입이 새롭게 반영된 건보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초 2000만원 이하 임대수입에 대한 과세를 안내하면서 건보료에 대한 부분은 전혀 안내하지 않았다.

◇건보료·소득세 부담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임대사업자 등록해야

임대소득발 건보료 폭탄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국세청에 사업자 등록을 하고 지자체에도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4년 혹은 8년 동안 주택을 의무적으로 임대하면서 임대료 인상도 5% 이내로 제한받는 임대사업자가 되면 임대 의무 기간에 따라 건강보험료를 40%(4년 임대) 혹은 80%(8년 임대) 감면받을 수 있다.

일단 임대사업자가 되면 전체 임대수입 중 비용으로 공제해주는 비율이 국세청에 사업자로만 등록한 경우(50%)보다 높은 60%다. 기본공제액도 400만원으로 사업자 등록만 한 경우(200만원)보다 두 배다. 그렇기 때문에 발생하는 소득 자체가 적게 잡혀서 건보료와 세금이 모두 줄어든다. 연간 2000만원의 임대수입이 있다면 사업자 등록만 한 경우 수입이 800만원으로 잡히지만, 임대사업자 등록까지 한 경우에는 400만원으로 줄어든다.

임대사업자가 되면 2000만원 이하 임대수입에 대한 과세로 인해 새롭게 납부하게 되는 건보료에 대한 감면 혜택도 있다. 재산이 6억원(재산세 과표 기준·공시가 10억원)이고, 연간 임대수입이 2000만원인 사람이 피부양자에서 탈락할 때 국세청에 사업자 등록만 해둔 경우에는 매월 장기요양보험료를 포함해 27만260원(연간 324만3120원)의 건보료를 내야 한다. 임대사업자 등록을 했다면 소득도 적게 잡히고, 80% 감면 혜택도 받아서 매월 4만6830원(연간 56만1960원)의 건보료만 내면 된다. 이미 건보 지역가입자로 건보료를 내고 있었더라도 소득 증가에 따른 건보료 증가분의 80%를 감면받는다. 전용면적 85㎡ 이하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을 8년간 의무임대하면 소득세도 75% 감면받을 수 있어 유리하다.


[재산에도 건보료 부과… 한국과 일본뿐]

올해부터 연간 2000만원 이하 임대 수입에 대해서도 세금이 부과되면서 주택(재산)과 주택에서 나오는 임대료(소득)에 모두 건강보험료가 부과되게 됐다. 지금까지는 자영업자인 지역 건보 가입자의 소득 파악이 잘 안 된다는 이유로 재산에 대해서도 건보료를 부과해 왔는데, 임대 수입도 과세할 정도로 소득 파악 능력이 개선된 만큼 재산에 대한 건보료 부과를 줄여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낸 건보료 중 재산(부동산)을 기준으로 부과된 금액의 비율은 45.5%였다. 2018년(44.1%)에 비해 소폭 상승한 것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영향이다. 특히 은퇴자들의 건보료 부담이 큰 편이다. 재산은 어느 정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직장에 다닐 때보다 소득이 줄었기 때문이다.

재산에도 건보료를 물리기 시작한 것은 과거에 자영업자나 은퇴자 등 지역가입자의 소득을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국세청이나 지자체가 세원을 파악하는 능력은 향상됐다. 카드 사용이 늘면서 자영업자의 소득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국세청의 사업소득 신고율(실질적인 소득 파악률)은 2009년 50%에서 2017년 92%까지 높아졌다. 2014년부터 국세청이 국토부로부터 전·월세 확정일자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게 되면서 임대 소득에 대한 파악도 가능해졌다.

세계적으로 재산에도 건보료를 부과하는 곳은 일본 일부 지역과 우리나라뿐이다. 그나마 일본에서는 보험 재정 상황이 나아지고 소득 파악 능력이 개선되면서 재산에 대해 건보료를 부과하지 않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2년 7월 부과 체계 2단계 개편 때부터는 모든 지역가입자에게 재산은 5000만원을 공제한 뒤 건보료를 물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은퇴 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재산 반영 비율을 더 낮추고 소득을 위주로 건보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조선일보 B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