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수궁원 2009. 12. 28. 15:48

지난 금요일입니다.

아침에 시청직원 전화를 받고 한바탕 설전을 벌인 뒤

정부지원금 문제를 둘러싸고 구청으로, 시청으로 항의를 간 날입니다.

시공업자가 공사도 완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법적 유치권 행사를 감행하여

이 엄동설한에,

집도 절도 없이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원에 현주소인데

입소자도 끊고

원 운영비도 끊겠다고 하니 기가 차는 것을 넘어 ‘분노’ 그 자체였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이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무려 5개월이 넘는 일 아니겠습니까

사실

검사조차 이 ‘불법적’ 유치권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아직도 갖지 못하고 있으니

다른 공무원들이야 오죽 하겠어요

그래도

그 공무원이라는 사람들이 사회복지 관련 업무일터인데

참으로 답답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아무튼

합법적 파업마저 업무방해로 둔갑되는 이 희한한 세상에서 뭐 놀랄 일도 아니겠지요

그날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금요일 저녁에,

무려 25년 만에 처음으로 과동문회에 참석하였습니다.

하이닉스에서 몸을 부지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거의가 공장을 운영하거나 사무실을 차리기도 하였고, 지금 사무실을 정리하는 사람도 있었지요

여학생 하나는 결혼하고 책장사에 뭐 보험설계사도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간간히 골프이야기도 있었지만

그 세월의 간극만큼은 조금도 줄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학교 앞까지 택시를 타고 내렸지만

앤틱이 문이 닫았더군요

이제나 저제나 했지만

창문 사이로 어둠만 쌓인 그 앤틱은 이 불황기에 문을 닫는 그 무수한 행렬에 합류한 것입니다.

도저히 불어나는 그 빚을 감당하지 못해

서서히 무너지는 모습을 처연히 바라보며

아득한 한 시절의 모습이 기억의 늪속으로 담아지는 거 있지요

 

그러고 보면

지난 한주는 숨가쁜 하루하루 였습니다.

월요일부터 한파가 몰아치기 시작하여 그날 검찰 진술조서를 완성하고,

화요일은 부천동무들과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한 날입니다.

그리고 검찰조사,

경찰조사가 있었고

금요일 오전까지 증인심문조서를 작성하였지요

이날은

마침내 두 번의 검찰소환에 불응하여 한명숙 총리에게 체포영장이 집행된 날이기도 합니다.

전두환 정권 때 입신한 이들은

마치 친일파들이 그러하듯

천부적인 생존본능과 능수능란한 처신이 붙박힌 쓰레기 같은 인물들입니다.

지들 나름대로 그림을 그리고 조합을 했겠지만,

이런 인물들의 정국사유능력이라

결국

예기치 않은 순간 바람이 불듯 ‘판’을 급속히 키워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

김훈의 ‘공무도하’를 마무리 짓고,

한홀구의 교양특강이었던 '길을 걷다'를 읽고

황석영의 강남몽을 읽고

사만천의 사기를 집어들고

아이리스의 마지막 장면까지 보고

김광수의 경제학 3.0을 읽었으니

그런대로 선방한 한주일이 아닌지요

 

그렇습니다.

한해가 또다시 속절없이 저물어갑니다.

오늘도

가슴 태우며 병원으로 향하는 중국통신원

생존의 위기에서 두문불출인 머리숱 적은 이군,

어쩔 수 없는 가정사에

슬픔 가득한 박여사, 홍여사에게 고통을 나눕니다.

그래도

대학 문턱에 다다른 아들을 둔 소군과 최군에게

가슴 쓸어내리며

기쁜 마음을 전합니다.

이제

저 이박사에게는 자신의 학문세계에 어떤 갈무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그 주담도

영근이도

자연의 리듬에 몸을 맡긴 반야봉에게도

자신에게 충실한 사람이기를 바랍니다.

주역의 마지막 ‘미제’편은,

강물을 건너는 여우가 살짝 꼬리를 적시는 것이지요

그 물 묻은 꼬리는 통절한 자기 반성의 거울인 것입니다.

따라서

삶은 ‘반성’ 그자체인 것입니다.

밝아오는 새해에는,

삶의 의미로 가득하기를 기도드립니다.

 

다녀갑니다..밝아오는새해에도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