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 내시경/┏ 물안 알림

엉터리 2011. 7. 4. 06:21

여름휴가를 앞두고 산과 바다를 저울질 하는 사람들이 많다.

산이 아니라 바다를 향하는 사람이라면 휴양지에서 꼭 읽어볼, 권할 책이 있다.

물론 바다가 아니라도 좋고 휴양지가 아니라도 읽으면 절로 무더위도 식히고 상식을 넓힐 수 있는 재미가 솔솔나는 책이 있다.

 

『자산어보』는 200여 년 전, 조선시대 정조 때 천주교를 믿었다는 이유 등으로 전남 신안군 흑산도로 유배를 온 정약전이 쓴 최초의 해양생물학 서적이다.

정약용의 형으로 더욱 유명한 정약전이 쓴 책이라 국사책에도 등장해 낯설어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지만 정작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드물다.

 

 

고등학교 교사 이태원 씨가 7년 동안 『자산어보』를 따라 흑산도에서 실제 정약전을 추적하며 5권의 책을 낸 게 『현산어보를 찾아서』다.

근데 왜 『자산어보(茲山漁譜)를 찾아서』가 아니라 『현산어보를 찾아서』일까.

저자는 이우성, 임형택, 정민 등에 의해 『자산어보(茲山漁譜)』의 ‘자(茲)’를 ‘현’으로 읽어야 한다는 주장에 동조하기 때문이다.

 

 

지은이 이 씨는 정약전이 책의 서문에서 “흑산이라는 이름은 어둡고 처량하여 매우 두려운 느낌을 주었으므로 집안 사람들은 편지를 쓸 때 항상 黑山을 茲山이라 쓰곤 했다.

茲는 黑과 같은 뜻이다”라고 하며 茲山이란 이름의 유래를 밝힌 바를 따라 ‘자산어보’를 ‘현산어보’로 고쳐 읽기를 제안하고 있다.

아무튼 『현산어보를 찾아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생물학 서적 <현산어보>를 따라가면서,

원전에 대한 정확한 해석과 연근해안의 해양생물들의 상세한 생태를 글과 세밀화, 그리고 자료 사진을 통해 다각도로 설명하고 있는 새로운 차원의 생물도감이다.(1권)

 

요즘 횟감의 대명사인 도다리와 넙치(광어)를 제대로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구분하는 법인 <좌광우도, 삼삼둘둘>은?

‘좌광우도’는 등 쪽을 위로 해놓고 볼 때 눈이 오른 쪽인 게 도다리, 왼쪽이 우리가 흔히 광어라고 부르는 넙치라고 한다.

‘삼삼둘둘’은 오른눈 도다리, 왼눈 넙치. 오른눈과 가자미가 각각 세글자, 왼눈과 광어가 두 글자.

이렇게 우리가 구별하기 어려운 도다리와 넙치를 구분하는 법에 관한 전해져 오는 이야기도 담고 있다. 물론 세밀화로 상세하게 소개하는 것은 기본이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류시화 시인의 시에 나오는 외눈박이 물고기가 바로 광어나 가지미 종류가 물고기 비목이라는 사실을 얻는다.(2권)

 

 

영화 볼 때나 맥주 안주 등으로 즐겨먹는 오징어 이름의 유래는 또 어떤가.

오징어는 순우리말이 아니다.

한자에서 유래했다.

오징어와 비슷하게 발음되는 오적어(烏賊魚)라는 이름이 오래 전부터 우리 나라와 중국에서 사용되었다.

오중어, 오증어, 오젹어, 오적이, 오직어 등의 이름이 오적어가 변한 말이다.

그럼 오적어(烏賊魚)는 무슨 뜻이냐면 까마귀를 잡아먹는 도적이라는 말이다.

까마귀를 즐겨먹는 오징어는 물 위에 떠 있다가 까마귀가 죽은 고기로 오인, 몸 위에 내려앉아 쪼아대면 긴 다리로 감아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 잡아먹는다는 것이다. (3권)

 

 

<썩혀서 먹는 물고기>를 또 어떤가.

‘해점어(海鮎魚), 속명 미역어

큰 놈은 길이가 두 자를 넘는다.

머리가 크고 꼬리는 뾰족하다.

눈은 작다.

등이 푸르고, 배는 누렇다.

수염은 없다.

고깃살이 매우 연하고 뼈 또한 무르다.

맛은 담박하고 좋지 않다.

술병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썩지 않은 것을 삶으면 고깃살이 다 풀어져버리므로 썩기를 기다렸다가 먹어야 한다.

정약전의 ‘현산어보’가 썩혀서 먹어야 한다고 말한 물고기는 물메기인 꼼치다. (4권)

 

 

가수 이미자의 대표곡 <흑산도아가씨>가 나오는 당시 풍경도 빠짐없이 소개했다.

 

바다에서 열리는 일종의 어시장인 파시.

물고기라 많이 잡혔던 흑산도라고 파시가 열리지 않을리 없었다.

<흑산파시>가 열리는 날이면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개도 만 원짜리 한 두장을 물고 다닐 만큼 돈이 흔했던 시절이 있다고 한다.

 

만만하게 홍어*?

홍어는 수놈은 암놈에 비해 크기가 작을 뿐만 아니라 고기맛도 한참 떨어진다.

암놈의 맛이 차진데 비해 수놈은 퍽퍽하고 부드럽고 쫄깃한 말이 없고 가시가 억세 먹기도 힘들다.

일부 악덕 상인들이 사람들이 홍어의 암수를 쉽게 구별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

수놈의 생식기를 잘라내고 암놈으로 속여 파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아무짝에 쓸모없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홍어 수놈의 생식기.(5권)

 

 

 

 

 

 

 

정약전은 불운에 굴복하지 않고 당당히 맞섰다.

외딴 섬에서 유배라는 최악의 상황을 해양연구의 기회로 삼아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현산어보』라는 조선 후기의 타임캡슐을 남겨주었다.

저자 이태원은 우리에게 타임머신에 동승하기를 권하고 있다.

 

사진출처 : 현산어보를 찾아서(청어람미디어출판사)

 

바다야사랑해 2기 블로그 기자 김종신

그분이 대단하시네요.
자산어보는 대단한 책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