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 내시경/┏ 물안 알림

엉터리 2012. 3. 3. 07:26

지난달 20일 오전 8시 반 충남 태안군 소원면 법산리 갯벌에 몸길이 7m가 넘는 밍크고래 한 마리가 파도에 떠밀려 왔다.

고래를 발견한 전명자 씨(63)의 연락을 받은 마을주민 7명과 태안해양경찰서 직원 2명이 쏜살같이 달려와 '밍크고래 구출작전'에 나섰다.

구조작업에 참여했던 변정훈 씨(55·서산수협 비상임이사)는 "고래 눈에 피눈물이 흘러 몸을 만져 보니 전신이 뜨거웠다"며 "체온 상승을 막기 위해 몸에 바닷물을 계속 끼얹었더니 점차 회복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래는 바닷물을 벗어나면 평소 체온(36∼37도)보다 높아져 위독해진다.

당일 생업도 포기한 주민들의 5시간에 걸친 구출작전으로 고래는 이날 오후 2시 반경 바다로 되돌아 갔다.

하지만 고래를 구했다는 뿌듯함도 잠시.

같은 날 10km가량 떨어진 원북면 방갈리에서는 죽기 직전의 밍크고래를 발견한 주민이 경매로 1억1500만 원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고래가 '바다의 로또'라는데 고래를 살려 낸 이들에게는 아무런 보상이 없고,

죽은 고래를 발견하면 횡재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고래 구출에 나섰던 한 주민은 "금전적 보상은 고사하고 면장 표창 하나 없다"며 "보호가 필요한 고래를 살려냈다는 자부심이 크지만 아쉬움도 크다"고 말했다.

그는 "'고래가 죽도록 기다렸다가 파는 게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누가 고래를 살릴지 걱정"이라도 했다.

현행 농림수산식품부의 고래자원 보존관리 고시는 고래를 잡거나 발견하면 즉시 관할 해경에 신고하고 살아있으면 구조 또는 회생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혼획(다른 고기와 같이 그물에 잡힘)돼 죽은 경우에는 최초 포획자 또는 발견자가 매각할 수 있다.

 

국립수산과학연구원 고래연구소 손호선 연구원은 "고래를 살린 사람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포상을 해 구조에 대한 보람을 느끼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