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튼튼짱 2020. 8. 7. 07:42

 

오늘은 24절기 중 열셋째 ‘입추(立秋)’입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절후로 이날부터 입동(立冬) 전까지를 가을이라고 하지요. 그래서 입추면 가을이 들어서는 때인데 이후 말복이 들어 있어 불볕더위는 아직 그대로입니다. 우리 조상은 왜 입추를 말복 전에 오게 했을까요? 주역에서 보면 남자라고 해서 양기만을, 여자라고 해서 음기만 가지고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모든 것은 조금씩 중첩되게 가지고 있다는 얘기인데 계절도 마찬가지이지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려면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야 하고, 이 역할을 입추와 말복이 하는 것입니다. 또 여름에서 갑자기 가을로 넘어가면 사람이 감당할 수가 없기에 미리 예방주사를 놓아주는 것이겠지요.

 

"근일 비가 계속 내려 거의 10일이 되어 간다. 지난밤부터 오늘까지 큰비가 그치지 않는다. 이 정도에서 그치면 모르겠지만 만약 연일 내린다면 벼가 상할까 두렵다. 입추(立秋) 전에 기청제(祈晴祭)를 지내는 것은 비록 드문 일이나 무오년에도 기청제를 지낸 전례가 있으니 예조로 하여금 미리 형편을 보아서 행하게 하라." 이는 《명종실록》 명종 21년(1566년) 6월 28일 기록으로 큰비가 계속되어 기청제를 지내도록 하라는 내용입니다. 요즘 우리나라도 큰비로 큰 피해를 보고 많은 이재민이 고통받고 있는데 기청제를 지내야 하는지 안타깝습니다.

 

▲ 예전엔 입추 무렵 큰비가 계속 오면 기청제를 지낸다.(그림 이무성 작가)

 

동아일보 1938년 8월 9일 신문기사에는 “오늘이 입추, 맴이(매미) 소리 차고 풀잎 이슬이 촉촉”이라며, 무더위 속에서도 가을이 잉태되었음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입추의 여지가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입추(立錐)는 24절기 입추(立秋)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송곳(錐)을 세울(立) 만한 여유(餘地)가 없다.” 곧, 아주 좁고 여유가 없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