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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woods 2008. 5. 3. 17:48

5월 2일 저녁 청계광장 일대 ⓒ연합뉴스

 

2004년 탄핵 반대 집회 이후에 잠잠하던 사람들이 다시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모였다. 이 번에는 탄핵을 막자는 게 아니라 탄핵을 하자고 모였다는 것이다. 이명박은 시장 재임 기간 자신의 가장 큰 자랑거리인 청계 광장이 자신을 탄핵하라는 사람들이 들고 일어선 촛불로 뒤덮인 이 사진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루미나리에, 루체비스타 같은 전기불로 자신의 공적을 언제까지나 찬양할 것 같았던 이 청계천에서 말이다.

 

한나라당은 "미친소 너나 쳐 먹어라"라는 국민들의 외침을 여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다. 누군가 뒤에서 조직적으로 선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좋다. 일단 그렇다고 해놓고 보면 정말 국민들을 선동한 사람이 적어도 한 사람은 있기 때문이다.

 

그 인물은 지난 4월 21일, 도쿄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낙농업 하는 분들의 숫자가 적으니까, 보상 문제는 나중에 별도로 하고, 도시 근로자가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쇠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도시 근로자들이 질 좋은 고기를 값싸게 먹도록 한다는 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명박, 수행 기자단과 가진 조찬 간담회에서)

 

진중권이 일전에 "가오리과 물고기의 생식기"를 언급한 적도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위의 발언에서 국민에 대한 시각을 여실히 보여주고 말았다. 일단 자신을 비롯하여 강부자 내각, 그리고 부자들은 미국산 소고기가 들어오든 말든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한우 쇠고기를 먹으면 되기 때문에 이번 결정이 대수롭지 않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 

 

언제부터 이명박이 도시 근로자들이 소고기 잘 먹게 하는 걱정을 하였을까? '도시 근로자들'은 값 싼 고기 여와 많이 먹고 힘내서 열심히 일해서 경제를 살리는 데 앞장서라는 것이다. 그럼 광우병은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그 동안의 이명박의 발언을 종합해보자면 광우병에 대한 이명박식 처방은 "광우병 걱정되면 돈 많이 벌어서 한우 먹어라, 돈 없으면 불평없이 먹어라"

 

사태가 이 쯤되면 최소한 원희룡이 내놓은 대안(미국산 수입물량에 대한 전수 조사, 30개월 이상 수입 금지) 정도는 얘기해야 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국민의 분노를 정치적 공세로 치부하고, 미친소를 질 좋은 소로 두둔한다면, 이번 사건 한 방에 청와대, 조중동, 한나라당 마저 한갓 '도시노동자'들에게서 영원히 외면받게 될 것을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