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starwoods 2006. 6. 7. 01:23

 

 

커트 코베인의 죽음을 소재로 한 영화이지만, 너바나 또는 커트 코베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영화 속에서 이 사람이 그 유명한 커트 코베인인가 할 정도로, 작품 속에서 주인공의 명성을 찾아 보기란 쉽지 않다. 영화를 보고 이 작품의 플롯과 편집에 대해 되새겨 보았다.

 

플롯에 대해

 

블레이크가 죽기 전 이틀(last days, D-day까지 포함하면 삼일)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작품의 플롯이 가지는 독특성은 이렇다할 갈등이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영화가 주로 외적 갈등의 고조를 통해 긴장을 고조 시킨다면, 이 영화는 불안(anxiety, Angst)이라는 심리적 요소를 이용하여 외적 갈등이 주는 효과 이상의 긴장감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관객은 이 영화가 커트 코베인의 자살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기본 정보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작품을 감상하게 될 것인데,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가 과연 언제 어떻게 죽게 될지 호기심을 가지고 영화를 볼 수밖에 없게 만들며, 또한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바로 그 장면이 다름 아니라 주인공이 죽는 것이기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소박한 관객은 주인공이 죽는 이야기를 즐기지 않는데, 이 작품을 선택한 이상 그 장면을 마주하게 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결국, 관객은 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곧 블레이크가 죽음으로 인해 '안식'을 얻기 전까지는 주인공과 함께 불안해 해야 하는데, 불안함이라는 감정을 통해 관객은 주인공과 묘한 심리적 일치를 이루게 되기도 한다. 블레이크의 영혼은 죽음을 통해 고통스러운 육체를 벗어버린 채 가볍게 어디론가 올라가게 되고, 관객은 마침내 찾아온 그의 죽음을 확인함으로 인해 안도하게 된다. 영화에서 주인공의 죽음이 보통은 충격으로 다가오지만, 이 작품 처럼 그 결말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는 오히려 안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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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이 작품의 플롯은 일반적인 기승전결 구조와는 사뭇 다르지만, 긴장과 긴장의 해소라는 효과를 나름대로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플롯이라 할 수 있겠다.

 

편집에 대해

 

감독은 편집에 있어서도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편집을 감독이 직접 맡았음을 엔딩 크래딧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므로, 이 말은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작품에서 시간은 기본적으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플래시백이라든지, 현재와 과거의 교차편집이라든지 이런 기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채 D-2 에서 D-day 아침까지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다. 다만, 중간중간에 먼저 보여주었던 장면으로 되돌아가서 그 장면을 다시 보여주는데, 이번 장면에는 먼저번에 나오지 않은 장면과 대사가 추가로 드러나는 것이다. 이러한 수법은 마치 비디오나 DVD로 영화를 보다가 이전 장면으로 되돌려 보는(REW) 것 같은 효과를 만들어 내는데, 이를 통해 인물들의 성격이 좀더 상세히 들어나게 되고, 이경우 대체로 죽음에 보다 근접해가는 블레이크의 고립된 모습과 다소 무심한 주변부의 인물의 모습이 대립된다.

 

이 같은 편집 방식은 한편, 한 인물의 삶과 죽음을 회고하는 영화의 성격에 어느정도 도움을 준다고 생각된다. 개봉일로 봐도 커트 코베인 사후 10년이 더 된 시점에서 만들어진 이 영화는, 각본을 직접 쓴 감독이 90년 중반에 있었던 커트 코베인의 자살 사건을 기억하며 마치 그 당시에 자신이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이 상세한 일상을 그리는데, 시점을 중첩되게 되풀이하는 이러한 편집은, 마치 작가가 특정 시점의 사건을 기억해 낸 다음 조금 있다가 그 사건의 나머지 이야기가 생각나서 덧 붙인듯한 느낌을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엄청난 것은 아니지만, 효과적인 편집 방법이었다고 생각된다.

영화를 보고 이야기 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