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starwoods 2006. 7. 29. 01:15

2006년 7월 28일 금요일 저녁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음악당에서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지휘하고 서울 시립 교향악단이 연주하는 베토벤 교향곡 제6번 전원과 7번의 공연이 있었다. 지난 겨울 두차례에 거쳐 1~5번까지를 성황리에 마친 이후 다시 갖는 이번 공연은 지난 공연의 호평 덕인지 국내공연으로는 드문 전객석이 매진되는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본래 오늘 하루 공연만으로 예정되어 있었던 '사이클 3'이 었지만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30일 앵콜 공연까지 추가로 편성되기도 하였다.

 

1. 필자는 본 공연을 기다리면서 달리 한 일은 없었고 다만, 작품이 귀에 낯설게 들어오는 일을 막아보고자 가지고 있는 레코딩을 두 종류로 들어보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앨범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 카라얀 지휘의 1962년 레코딩과 John Eliot Gardiner가 지휘하고 Orchestre Revolutionnaire et Romantique가 연주한 1992년 12월 레코딩(런던, ALL HALLOWS GOSPEL OAK)으로 전문가들이 들으면 다른 면에서도 차이가 나겠지만 내가 들어보았을 때 가장 큰 차이는 7번 3악장 Presto에 있는 것 같다. 악보를 보며 말하면 좀 더 정확하겠지만, 대충 들어서 두번째 악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목관악기들이 연주하는 파트로부터 현악기들까지 확대되는 그 부분(아래 동영상 참고)의 해석이 확연히 다르다. 베를린/카라얀의 경우 이 부분이 느긋하고 로만티크/가드너의 경우 이 부분이 상당히 속도감있게 진행되는데, 이는 아마도 본 악장의 빠르기가 프레스토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을 따르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그것이 원전을 따른다 하더라도 베를린/카라얀을 듣고 나서 로만티크/가드너를 들어보면 왠지 좀 성급하게 지나가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자아낸다. 해당 부분을 직접 한번 들어보자. (한편 베를린/카라얀 레코딩이 로만티크/가드너 레코딩 보다 느리게 연주되지만 오히려 재생 시간은 더 짧다. 또한, 음높이는 베를린/카라얀 레코딩이 약간 더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오늘의 서울시향/정명훈의 해당 부분 연주는 베를린/카라얀의 연주에 더 가깝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한 의문이 있던 차에 들어서 그러한지는 몰라도, 약간의 긴장감이랄까 빠른 해석과 느린 해석 사이의 경계를 유지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관계자 또는 전문가의 답변을 듣고 싶긴한데, 물어볼 것이 마땅치 않아 확인은 어려운 그저 필자의 느낌을 전하는 데 그쳐 좀 아쉽다.

 

2. 정명훈은 앵콜 연주 앞에 인사말을 덧붙이기를, 예술의 전당 음악당에 오면 언제나 기분이 좋다고 하였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본 공연장이 아시아에서 가장 좋은 소리를 만들어낸다는 점과 그리고 관객들의 뜨거운 성원이 앞뒤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하였는데, 예술의 전당 음악당은 합창석에도 관객이 앉을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지난 번 두번 째 공연을 그 자리에서 본 필자는 합창석이 특별히 지휘자의 얼굴을 구경할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되기도 했었다. 앵콜은 베토벤 5번 교향곡의 제4악장이었다.

 

3. 6번은 베토벤이 직접 전원(Pastoral)이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한다. 전원에 대한 낭만적이고 다소 로코코적인 느낌을 곡조로 살린 듯하고, 중간 중간에 목관 악기들의 연주는 새소리를 모방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느껴졌다. 7번의 경우 이와 대조적으로 주제 선율에 대한 형식적인 변화와 발전, 그리고 무엇보다도 베토벤 특유의 폭발적인 힘이 전달되는 듯한 느낌의 작품인 것 같다. 7번이나 5번 교향곡의 4악장에서는 이러한 느낌을 유난히 많이 받게 된다 .

 

4. 여기서부터는 언저리.

인터미션에 건물 로비에 서 있다가 어떤 여학생이 한 여성에게 사인을 부탁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 사람이 누군가 싶어서 봤더니(한참을 쳐다 봤다.) 백지연 아나운서였다. TV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굉장히' 마른 체형에 키가 큰 편이라 하마터면 몰라볼 뻔 했다. 나는 그녀의 평상시 말투가 늘 궁금하지만, 그 공식적인 말투가 얼핏 들릴 뿐이었다.

 

5. 7번 1악장의 시작과 함께 앞자리(나를 기준으로 앞으로 한칸, 왼쪽으로 두번째, 세번째 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 초등학생 둘이 다양한 형태로 장난과 소란을 일으키는 바람에 주변 사람들이 굉장한 불편을 느꼈다. 한편 지휘자가 1악장이 끝난 후 쉼없이 바로 2악장을 들어가는 바람에 이 상황은 2악장이 끝날 때까지 지속되었는데, 2악장이 끝나자 마자 내 앞에 앉아 있던 아줌마, 내 오른쪽 편에 있던 아줌마가 동시에 그 아이를 불러 조용하라고 일어서는 것이었다. 나는 어셔를 불러서 얘기를 하려고 뒤를 돌아보고 있었는데, 바로 그 순간 어셔 역시 달려 내려오고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은 안내원이 조용히 처리하였고, 그 후로 아이들은 조용히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아이들을 밖에서 만났다. 매표소 앞에 세워져 있던 안내 기둥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던 아이들 옆으로 그들의 어머니로 보이는 두 여성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공연 중에 두 어머니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아마도 두 집에서 따로 따로 두장씩 표를 끊은 다음 엄마끼리 아이들끼리 앉은 모양이다. 어린 아이들을 이곳에 데려올 정도면 나름대로 상당한 교양을 유지하는 분일텐데, 아이들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상당한' 피해를 입은 걸 아는지 모르겠다. 한편, 아이들의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정명훈이 요즘 고전 음악의 대중화를 위한 활동을 하는 모습들이 겹쳐지면서, 과연 대중과 고전 음악은 어떤 형태 또는 방식으로 만나야 하는 것일까. 고전 음악은 과연 대중들이 견뎌 낼 수 있는 음악인가 하는 질문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 예수님께서 아이들이 당신께 나아오는 것을 막지 않도록 하셨을 때, 아이들의 이러한 모습까지 다 받아주신 것일까 하는 생각도 스쳐지나갔다.

 

6. 시간적으로 가장 먼저 있었던 일이지만, 예술의 전당 공연이 있는 날 저녁 식사를 위해,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공연장 내 식당을 이용해도 좋겠지만, 가격이 꽤 비싸고, 자리도 넉넉치 않아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한동안 그 부근에서 직장을 다녀본 경험에서 괜찮은 식당을 소개하자면, 예술의 전당을 등지고 반포대교 방향으로 걸어가다보면 우측편에 서초갈비라는 꽤 유명하고 큰 고기집이 하나 나온다. 그리고 그 건물 앞에 나 있는 작은 길 위쪽으로 Eric's Stake House라는 스테이크 전문점이 있다. 위 두 집은 시간과 돈이 넉넉하다면 이용해보기 바란다. 단, 갈비는 먹고나서 냄새가 날 수 있으므로 공연 전에는 비추. 그 작은 길을 건너서 바로 다음 건물 지하에 허수아비 돈까스가 있다. 오늘 발견한 사실인데, 이집이 허수아비 돈까스 프랜차이즈의 본점이라고 한다. 본점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지만, 허수아비 돈까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가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저녁시간에는 비교적 한산하고 가격도 주변 또는 다른 허수아비보다 저렴한 듯하다. (로스까스가 5,000원) 이 외에도 좀 더 내려가면, 돈까스 및 일식 우동을 전문하는 집이 있고, 숙자네라는 부대찌개 식당도 이 주변에서는 꽤 유명한 집이다.

 

7. 부인의 친구되는 가진씨(제2바이올린 수석)를 혹시 만날 수 있을까 해서 공연후 한 15분 정도 로비에서 기다렸지만, 만날 수는 없었다. '만난들 공연 잘 봤습니다' 이상 할 말도 없겠지만 말이다. 역시 혼자서 공연을 보고 나오면 왠지 그냥 집으로 가기가 허전 해서 그랬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