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starwoods 2006. 1. 30. 01:58

스크린쿼터 축소로 인해 명절을 앞두고 한국 영화계가 발칵 뒤집혀 버렸다. 영화인들은 즉각적인 반대성명을 명절 연휴가 지나면 이에 반발하는 단체행동을 통해 불만을 토로할 예정이라고 한다.

 

먼저 영화인들의 위기감을 인정해주어야 한다. 일부 스타 감독과 배우를 제외한 영화계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스텝들이 열악한 급여와 환경에서 일하고 있음이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스크린쿼터 축소로 인하여 한국 영화의 제작편수가 줄어들면 이들 대부분의 영화 스텝들의 생계가 막막해진다는 것이다. 이 말은 아마 대부분 사실일 것이다. <라이언일병구하기>와 비슷한 영상을 10분의1 수준의 제작비로 만들어 낸 <태극기휘날리며>의 경우, 감독과 일부 주연의 개런티의 차이도 만만치 않겠지만, 다른 나머지 스텝들의 인건비에서 소위 비용 절감 효과를 톡톡히 보지 않았나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가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의 논라로 제시되어서는 안된다. 영화계가 일부 거물급 배우와 감독들, 그리고 자본가 투자자들에 의해 주도되어 가는 현실에서 그들이 스텝들을 걱정해주며 하는 말들을 얼마나 신뢰해 줄 수 있는가? 이는 마치 거대 기업 노조에서 자기들의 기득권을 일정부분 양보하지 않고서 비정규직을 철폐해야 한다는 것과 비슷한 '고양이' '쥐'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영화는 단순한 공산품이 아니라 '문화'상품이기 때문에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한 헐리우드 영화로부터 자국의 문화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이 이들 영화인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스크린쿼터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세계가 미국과 일부 서구를 중심으로 한 신자유주의라는 거대한 흐름에 의해 흘러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영화에 대해 예외를 허용하는 것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와 비슷하지만 더욱 심각한 상황인 쌀시장 개방 문제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보다 분명히 알 수 있다. 쌀은 우리의 먹거리 즉 식량이라는 면에서 이를 우리 손으로 지켜내지 않으면 장차 우리의 숨통을 조이게 되는 무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쌀 시장 개방 반대의 논리 중 하나이다. 쌀시장 개방 반대를 위해 농민들이 자신의 몸을 불사르고 물에 뛰어 들면서 저항했으나, 정부는 시장을 점차적으로 개방하는 데 동의할 수밖에 없다. 나는 정부 인사들이 죽은 농민들에 대해 안타까워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부로서도 나라 전체를 이끌어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쌀개방 및 스크린쿼터는 문제 해결의 초점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쌀문제의 경우 이미 10년전에 예고된 현실에 대해 그동안 우리 정부와 농민들이 안일하게 준비한 데에도 잘못이 있다 말하지 않을 수 있는가? 슬픈 현실이지만, 끝없이 경쟁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한, 아무 생각도 욕심도 없이 땅만 보고 묵묵히 일해오신 농부들도 무한경쟁의 사회 속에서 살아갈 길을 스스로 모색해야 했던 것이다.  또한 그와 동시에 정부에 자기가 종사하는 시장의 개방을 반대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보다 포괄적으로 연대해야 하며, 그들이 모여 우리 나라의 방향성 전체를 수정하는 거대한 움직임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는 신자유주의를 거부하고 자국의 문화와 산업을 보호하는 형태의 경제구조를 지지하는 정치적 형태의 움직임으로 발전해야 그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국내의 정치적 환경에서는 '노동자와 농민'을 대표하는 민주노동당을 적극 지원하는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향성의 전환이 장차 우리 나라와 각계각층 사람들의 살림살이를 풍성하게 만든다고 나는 확신할 수 없다.

 

영화를 예술에 포함시키기도 하지만 이미 영화는 거대한 산업과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장이다. 신자유주의 구도 아래에서 돈되는 산업을 미국에서 가만히 놔줄리가 만무하다. 스크린쿼터를 사수하는 것만으로는 거대자본을 바탕으로 한 헐리우드 영화를 막아낼 방법은 없다고 본다. 영화를 산업적인 논리로 이끌고 가고자 한다면 우리 영화계도 보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는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지고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최소한 도로 지원해줄 수는 있겠지만, 자국 기업에만 유리한 방식으로 지원하는 것은 결국 호혜의 원칙에 의해 우리의 다른 산업이 그 나라에서 불이익을 당할 뿐이라는 다들 아는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이, 우리 영화계가 환경이 열악하나 그 속에서도 성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내자면 보다 투철한 벤처 마인드와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어야 할 줄로 생각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또 다른 그리고 보다 근본적인 방안은 결국 영화를 산업적인 측면에서 독립된 순수 예술로서 제작하고 관람하는 태도의 변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려면 제작비를 최소한으로 하고, 자본의 논리로만 이해하는 투자자들을 거부한 독립적인 제작 시스템으로 영화를 제작해야 한다. 관객들도 스타 배우나 화려하고 현란한 영상과 스턴트로 만들어진 영화를 좋아할 것이 아니라, 비록 조촐하고 초라하게 보여도, 이야기가 있고 문제 의식이 있고, 인생이 녹아 있는 영화에 관심을 가져 주어야 한다. 배우의 연기에 의존하고 관객이 자신의 상상력을 적극 발회하여 참여할 수 있는 영화가 대안으로 자리 잡혀야 한다.

 

현재 우리의 국력과 경제적 형편에서 영화인들의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본인 스스로 헐리우드식 흥행 영화를 벤치마킹하면서 정작 헐리우드 영화의 시장 잠식을 우려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그래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인 것이다. 오락 영화를 추구하는 환경에서는 국경을 그어놓고 지킬 수 없다. 정부가 아무리 막아보려해도 오락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결국 더 많은 즐거움을 주는 영화에 관객들의 발걸음이 결정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지금의 위기를 통해 우리 영화계에도 헐리우드와는 다른 독자적인 영화 철학이 제시되어야 한다. 진정 한국 영화를 걱정하는 관객들이라면 이러한 새로운 시도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열심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도 예술 영화관 지원에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주어야 한다. 베니스에서는 동네 아주머니도 알아본다는 김기덕의 영화가 국내에서는 전국에서 단 하나의 영화관에 1주일 개봉하고 내리는 일이 지속되어서는 예술 독립영화들에 대해 대중도 관심을 가질래야 가질 수가 없다.

 

<몇몇 분들의 댓글을 통한 지적과 한 인터넷 논객님의 공개적인 반론으로 인해 변론을 위한 글을 다시 올렸습니다. 같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06-01-31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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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지나가는 글빨로 문제의 논점을 교묘히 흐리지 말았으면 좋겠군요. 다시 말하면 정확히 아는 것이 이 글에서는 없어보입니다. 스크린쿼터관련이나 농민 관련 그리고 영화인들에 과한 글들... 전부 얇팍한 상식정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헐리우드식 흥행 영화를 벤치마킹하면서 ...' 벤치마킹이야... 신문에서 기자들이 더 하지 않습니까? 함부로 이야기 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부분을 건드릴 것 같습니다. 다음카페에는 지지자들이 참으로 많던데...정말 기분 않좋은 글입니다. 쿼터는 배급의 문제임을 간단히 이야기 합니다. 물론, 쿼터자체의 문제점이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현재 그 쿼터의 질을 개선하고 있는 연구를 하고 있는 마당에 정부의 갑작스런 쿼터축소 발표가 아쉬울 뿐입니다.
저도 쿼터 축소를 지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제가 정부 인사도 아니고 영화계에서 종사하는 사람도 아닌지라 정확한 사정을 모르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다만 제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이 문제가 단지 현재 스크린쿼터 일수를 40%에서 20%로 축소하는 것을 반대하고 유지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며, 보다 근원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준비가 되면 좀더 자세히 이야기를 풀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뉴스 클릭하다가 읽게 되어 읽고 갑니다.... ^^
한국영화 보급을 위한 스크린 쿼터 내에서도 영화사끼리의 배급 알력이 존재합니다. 쿼터가 없어도 경쟁력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한 발전은 커녕 CGV의 모 영화 조기종영같은 사건을 보아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없는게 아이러니하죠..
글 잘 보았습니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에 대한 변론 글을 공개적인 다음 기사로 올려놓으신 것이 좀 아쉽네요.
Ras 님/
답글 감사드립니다. 변론을 기사로 올린 건, 이전 글이 제 의도와 관계 없이 너무 많은 분들이 읽으시는 바람에 연결되는 글을 소개하는 것이 저로서는 불가피 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우리의 열띤 논쟁 이전에 그들끼리 다 결정된 것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