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starwoods 2005. 12. 20. 17:05

2004, 김기덕, 빈집(3 iron)

신촌의 아트레온이라는 영화관에서 빈집 막차를 탈 수 있었다. (김기덕의 영화는 워낙 적은 영화관에서 짧게 개봉하기 때문에 한번 놓치면 영화관에서는 다시 보기가 힘들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갈 수록 발전하는 양상을 보인다. 영상은 좀더 깔끔하고 세련되어 지고, 더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가게 된다. 마이클 니만이라는 유명한 음악가도 올해 초 한국을 방문한 참에 김감독의 영화 작업에 동참의 의사를 밝혔었고, 빈집의 음악에 참여함으로 그 뜻을 이루었다.

 

 

http://www.karoart.de/statisch/galerie_karin.asp?offset=7


<사마리아>에서도 그러했지만 이번 영화도 데칼코마니 같은 대구를 이루어 낸다. 재미있는 것은 그 대구의 시작은 좀 엉성하나 전환점을 돌아서는 시점에서는 굉장히 강렬하고 매력적인 플롯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처음 꼭지가 엉성함은 김감독의 제작 스타일이 가지는 한계라 할 수도 있다. 그는 다른 감독들과는 다르게 첫 장면부터 마지막까지 순차적으로 촬영을 한다고 들었다. 마치 연재 만화책 이 완결되고 보면 10권 이전의 첫 몇 권들은 인물의 표정이나 모습이 상당히 어색한 것처럼 김감독의 작품 또한 무게 중심을 잡기 위해 앞 부분에서는 그 엉성함이란 것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 김감독은 어느 인터뷰를 통해 영화를 만드는 방식을 소개했었는데, 그는 맨 첫장면부터 순차적으로, 그리고 매우 빠르게 촬영해 나간다고 한다. 순차적으로 촬영하는 것은 감독에게 작품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는 이유에서 그러하다고 하고, 짧은 촬영 일정은 제작비를 고려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종종 어색한 연기가 눈의 띄기도 하는데,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서는 이러한 장면들이 오히려 더 순수(pure)해 보일 수도 있겠다.

 

데칼코마니의 정점은 감옥 씬이었다. 소위 '유령연습'을 위한 공간으로 감옥이자 빈집을 순회하던 주인공이 필연적으로 방문하게 될 그런 공간이 바로 감옥이다. 주인공이 거의 자발적으로 아무도 없는 독방을 찾아가는 것 또한 워낙에 그가 빈집을 좋아하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거기엔 수리해줄 시계, 저울, cd player도 없고 빨래할 옷감도 비누도 없지만 말이다.(주인공은 그야말로 맥가이버를 능가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문따고 전자 제품 수리하는 것이야 손재주가 좀 있으면 잘 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염하고 장례를 치르는 데 가서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역시 김기덕의 영화는 그만큼 압축적이고 판타스틱하며 이런 점이 그의 작품이 가지는 "반추상적" 성격을 보여준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자신의 전작을 연상시킬만한 몇가지 장면들을 준비하였다. 바로 이 감옥 씬은 국내에서 가장 흥행했던 <나쁜남자>를 떠올리게 하고, 한강철교 아래는 그의 첫작품 <악어>를 연상케 한다. 전직 권투 선수 남자의 사진에 붙여놓은, 그 부인이 떼 내기 전까지는 마치 오려낸 듯한, 눈동자는 <수취인불명>을 떠올리게도 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단순한 이미지를 너머서 그의 주제 의식에도 미쳐 있는 것 같다. 한강 다리 밑, 감옥과 같은 '비천한' 곳은 그가 계속 순례하던 밑바닥 인생을 대표하는 장소이며, 눈에 대한 이미지와 이야기들은 때로는 코믹하지만 역시 소외 받은 자들의 슬픈 눈을 떠올리게 하는 것 같다.


김감독은 대사를 절제하는 대신 쇼트를 그야말로 짧게 가져가면서 내용 전개가 지루하거나 어렵게 만들지 않으려고 애쓴 것 같다. 자신이 직접 편집을 맡게 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가 아닐까. 작품의 각본, 감독, 편집, (미술-물론 본인이 아이디어를 내긴 하겠지만, 언젠가 부터 그가 직접 미술 작업을 하지는 않는다.)  거기에 제작 참여까지.. 진정한 멀티플레이어의 면모를 점점 갖추어 간다. 웰메이드 영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유치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의 창작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베니스에 가면 동네 아주머니도 김기덕 감독을 알아 본다고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영화관에 3주이상 걸려 있기 힘든 것이 바로 김기덕의 작품이다. 상업적 성공을 추구하지 않는 감독은 서 있기도 버거운 것이 이 나라 영화계의 현실이요, 그래서 김 감독 또한 어쩔 수 없이 해외 영화제에 포커스를 두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또한 뒤따른다. 그가 국내에서도 진지한 관객과 충분히 만날 수 있을 때가 오기를 바란다.


빈집의 음악은 마이클 나이먼이 돈도 안받고 하고 싶어 했는데 일정이 안맞아 못햇습니다. 음악은 한국분이 하셧어요. 이태리에서는 김기덕 감독님 천재로 불리고 잇어요. 빈집은 최장기 상영을 기록 하기도 했고 이태리 최고의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선 최고점인 별 다섯개를 주었었답니다. 제 주변에선 본사람들 마다 극찬을 아끼지 않앗었구요
저는 엔딩 크래딧에서 마이클 니먼 이름을 봤는데,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네요^^ 영화 DB에도 이름이 올려져 있고.. 암튼 재밌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