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담배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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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씨앗-작물

2016. 12. 2.

오늘 아침, 우유를 사러 편의점에 갔다가 정조를 내세워 팔고 있는 담배를 발견했다. 집에 돌아와 기사를 검색해 보니 '서초'라는 담뱃잎을 10% 활용했다고 한다. http://www.jeolla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497823


'서초'는 무엇인가? 과연 어디에서 구한 씨앗인지 궁금해졌다. 이 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2배 정도 비싼 1만원에 내놓다니 무엇일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담배인삼공사 고객센터에 전화하여 문의한 결과, 매우 알쏭달쏭해졌다. 이 담배는 조선시대 관서 지역에서 재배하던 담뱃잎을 사용한 것이라고 하면서 무어라 무어라 답하는데, 보도자료를 읽는 수준이어서 답답해졌다. 그래서 혹시 더 자세한 내력을 알 수 없냐고 물으니 에쎄 브랜드실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다시 그곳에 전화를 걸어 담당자와 통화하니, 아주 흥미로운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담배인삼공사에서는 조선시대 평안도 양덕 지역에서 재배하던‘양덕초’라고 하는 품종의 종자를 보존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걸 복원하여 전북 진안 지역의 농가와 계약재배해 생산한 것으로 이 담배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마침 내가 전북 지역에 살고 있으니 해당 농가를 찾아가 만나볼 수 있겠냐고 부탁했다. 그쪽도 사정이 있으니 바로 알려주지는 않고 나의 프로필과 연락처를 물은 뒤 나중에 연락을 해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기록을 뒤져보니 과연 평안도와 황해도 일대, 이른바 관서 지역의 담배가 조선시대에 꽤나 유명했던 모양이다. 기록을 보고 나니 이건 토종 씨앗을 복원하여 활용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 같아 재배농가를 꼭 만나보고 싶어졌다.




북한 쪽에서 나온 자료에는 평안남도 양덕군에서 오랫동안 재배한 토종 담배로, 도태육종을 통해 개발한 품종이라고 하는 기록이 나온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245629&cid=57740&categoryId=57917



일제강점기 최남선이 기록한 자료에도 과거 평안도의 담배는 아주 유명한 특산물이어서 국제무역의 대상이었다고도 하니 더욱 궁금해진다.  http://book.naver.com/bookdb/text_view.nhn?bid=3318715&dencrt=JCaj4ArZLNoCUEoWYwfImmAzENvNF40slJLAgQiCHYo%253D&query=담배%20양덕초






그나저나 담당자는 뭘 이런 걸 물어보는 사람이 다 있는가 하는 분위기였는데, 정보를 알려줄지 어떨지 모르겠다. 안 되면 직접 찾아가 만나보는 수밖에 없다. 일단 검색을 통해 단서를 찾았다. 진안군 성수면 외궁리의 담배 재배 농민의 이야기가 진안신문에 나와 있다! http://www.j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971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 바로 찾아가 보았다. 



신리. 우리말로 새말이란 곳에 사시는 백석동 옹을 만났다.




이곳에서 원하는 정보를 듣지는 못하였으나, 담배 재배와 관련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담배의 품종에는 현재 크게 황색종과 버래종이 있다. 황색종은 말 그대로 말리면 누렇게 되는 것으로, 주로 건조기에 찐다. 반면 버래종은 말리면 벌그러니 되는 품종으로, 이건 하우스에서 자연건조를 시켜야 한다. 둘은 역할이 다른데, 황색종은 담배의 향을 결정하고 버래종은 담배를 태우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원래 진안 지역은 버래종이 주였는데 최근 3~4년 사이 황색종이 많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둘의 차이는 또 있다. 바로 수확량이다. 황색종이 예전엔 버래종에 비해 수확이 1/3 정도였으나 최근 품종과 재배법의 개량으로 많이 따라와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도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수매가격은 킬로그램당 1등급의 경우 황색종이 1,1000원 안팎이고 버래종은 9500원 안팎이다. 그러나 수확량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황색종을 재배하는 것보다 버래종을 재배하는 것이 수익 면에서는 더 낫다고 한다.


담배는 담배인삼공사와 계약재배를 하기 때문에 종자부터 비료, 약제, 재배법까지 모든 걸 받아서 농민은 재배해수확하는 일만 담당한다고 한다. 이런 일은 저 멀리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져오던 것으로, 전매청을 거쳐 현재의 담배인삼공사(백석동 옹은 케이티엔지라고 말씀하심)까지 그대로이다. 


종자를 받아서 하우스에서 1~2달 모종으로 키운 뒤 3월 말 밑비료를 넣고 비닐을 덮은 뒤 아주심기를 한다. 비료는 예전엔 웃비료도 했는데 요즘은 비료가 좋아져서 밑비료만 넣으면 된다. 병해충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특이한 점은 잎에는 농약을 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뿌리에 썩음병이 도는 것만 방제하는 약을 쓰고, 곁순이 나지 말도록 '순약' 정도만 사용한다. 이 모든 것도 담배인삼공사에서 지원하기에 농사가 편하다. 


함께 이야기를 듣던 할머니께서 "담배농사 안 봐서 그렇지, 거지도 그런 거지가 없어"라고 끼어드신다. 담배를 수확할 때 보면, 담뱃잎의 진액이 얼굴에도, 손에도, 옷에도 묻어 꺼뭇꺼뭇 찐떡거린다고 아주 어렵다고 하신다. 40년 넘게 담배농사를 지으신 분들이 그러니 절대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언제 수확할 때 와서 한번 확인하고 싶다.


양력 7월 중순 무렵이면 담배농사는 끝난다. 예전에는 8월까지도 담배를 뺐는데 요즘은 그냥 7월에 끝내고 뒷그루를 심는다. 올해는 콩을 해서 60가마를 수확했다고 하신다. 올가을은 비가 자주 와서 농사가 어려워 그나마 콩 값이 괜찮다고 하시는데, 그래도 킬로그램당 4500~5000원 선이란다. 자연스레 가장 나쁜 농사가 벼라는 이야기로 넘어갔다. 요즘 12-13만원인데 공사장 목수가 하루에 17만원 번다며 하루만 일해도 1년 먹을 쌀을 사고도남으니 벼농사 어렵다고 그러신다. 본인도 5마지 벼농사를 짓는데 담배농사 1단보, 즉 300평 지어서 버는 돈과 같다며 걱정이시다. 올해는 벼를 팔아 손에 300만원을 받으셨단다.


이상의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 가는 길에 담배인삼공사에서 에쎄 로열 패밀리의 개발과 관계된 분의 연락처를 소개받아 바로 전화를 드렸다. 현재 담배는 주로 외국에서 도입해 개량육종한 황색종과 버래종을 재배하는데, 소비자들의 수요가 다양해지는 것에 발맞추어 이 담배를 개발하게 되었다고 한다.


문헌에 보면 역사적으로 광해군 10년을 전후해 담배가 처음 한국에 들어왔는데, 이후 각 지역에서 이를 고정시킨 토종 담배를 재배하고 있었단다. 대부분 지역명을 품종명으로 삼았다. 그중 '서초' 또는 '향초'라고 불리는 담배의 기록이 있었는데 이것은 평안남도 덕원에서 재배, 생산하던 것이 널리 퍼진 것이라 한다. 기록에는 조선의 3대 명품 잎담배로 평안도의 성천초, 남한산성 근처의 금광초, 전북 진안의 진안초를 꼽고 있었단다. 그래서 다양해진 소비자의 취향에 맞추어 과거 재배하던 담배를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자 하던 직원들이 조사하니 1981년까지 경남 진주에서 '향초'라는 담배를 재배했다는 것을 알았고, 연구개발팀에 문의하니 그 종자가 종자은행에 보관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새로운 담배를 개발해보자는 일념으로 2년에 걸쳐 신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을 통해 탄생한 것이 바로 에쎄 로열 패밀리라는 제품이다. 


이 담배의 종자를 조선에서 담배로 유명했던 지역 가운데 평안도는 접근이 불가하니 안 되고, 남한산성 근처는 담배농사가 사라졌으니 안 되고, 아직 담배농사를 많이 짓는 진안 지역의 농가에 보급해 생산하기로 했단다. 진안 지역에 가서 노농들에게 물으니 자신들은 향초라는 건 아버지 대에 재배했다고 들어보았으나 직접 재배해 보지는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당사에 보관중이던 재배법을 꺼내서 농민들에게 알려주었다고 한다. 이 서초 또는 향초의 수매가격은 일반 담배 품종의 3배라고 하니, 일반 품종이 킬로그램에 1만원이라 하면 이건 3만원에 이른다. 담배 한 갑에 보통 담배의 2배를 받을 만하다. 더구나 이 토종 담배는 개량종에 비해 수확량이 훨씬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역시나 여타의 토종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보통 일반 품종의 50% 정도 수확한다고 보면 된다고 한다. 개량종에 비해 잎도 작고 수량도 적으며, 병해충에도 오히려 약한 면을 보인단다. 개량종은 계속해서 병해충에 강하도록 육종되어 온 반면 토종 담배는 그렇지 못해서 그렇다고 설명한다.


모종을 키우는 과정에서 궁중음악을 들려주고, 정조가 지독한 골초라 창덕궁에 담배를 재배해 신하들에게 나누어주었다고 하니 이 에쎄 로열 패밀리의 홍보문구가 완전히 거짓은 아니겠다. 마케팅 포인트를 잘 잡은 것 같다. 처음엔 가격도 비싸고 하여 국내 시판이 아니라 면세점에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출시했는데, 매우 반응이 좋아서 국내에 출시한 건 한달 남짓 되었다고 한다. 앞으로 담배를 태울 일이 있으면 굳이 이걸 찾아서 태워 보아야겠다.좋은 술로 조금 즐기며 마시듯이, 담배도 좋은 담배로 즐기며 피우면 될 일 아닌가? 담배의 맛과 향은 주관적인 기준에 따르는 것이라 무어라 평가하기는 어렵겠지만, 개발자들의 이야기로는 맛과 향이 기존 담배와 다르긴 다르다고 한다. 한번 피워 봐야겠다.